날짜별 글 목록: 2019년 4월 15일

헬로 아메리카

헬로아메리카헬로 아메리카 JGB 걸작선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3월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린 SF소설들은 많지만 이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이 책이 쓰인 연도에 비해  읽으면서 느낀 점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가까운 미래의 한 부분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게 한 책, 바로 밸러드 풍이란 신조어를 사전에 등재시켰을 만큼의 미래 지향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소설적 배경은 미국이다.

그런데 연도가 1970년대로 나온다.

이때는 이미 미국이란 나라는 원유의 고갈, 경제 붕괴에 이어 베링해를 막은 결과물인 댐의 건설이 자연재해로 이어지면서 사막화로 변화된 멸망한 대륙으로 그려진다.

 

여기에 살던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들의 원래 고향(?)인 유럽을 비롯해 아프리카, 아시아…. 뭐 여기저기 흩어져 살기 시작하고, 세월은 흐르고 흘러 한 세기가 지난 2114년으로 이어진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그들은 누구인가?

 

골드러시 행렬처럼 그들은 과학자들과 선원으로 이어진 탐사대, 그들 중엔 더블린 출신의 유복자 웨인이 포함되어  있다.

 

그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무리에서 떨어져 구사일생으로 다시 구조되면서 미국의 곳곳의 모습들, 라스베가스의 과거의 찬란했던 모습들의 재현이나 이미 사라져 버린 옛 대륙에서 존재했던 원주민들과의 만남은 예상외의 재미와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그중에서도 SF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기계인간과 유리로 만든 비행선의 묘사는 여전히 공상 세계의 기분을 느낄 수가 있게 한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관통하고 있는 주재의 흐름 속엔 여전히  아메리칸드림이란 것이 식지 않는 용광로처럼 도사리고 있는 모습을 비춘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들, 이 책이 1981년도에 출간된 것을 기준으로 현재의 2019년도의 모습을 비교해 보자니 약간의 앞서간 나머지 예측불허의 배경은 아니었을까를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저자가 그린 미래의 경고를 알리는 내용들은 상상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앞선 글들은 깊은 통찰력을 보인다.

 

 

특히  각기 개성 있는 인물들의 등장, 환상이 겹쳐지면서 펼치는 이야기는 쉽고 빠르게 읽히지는 않는다는 점이 약간의 인내를 요하는 책이지만 저자가 무엇을 그리고자 했는지에 대한 흐름은 탁월하단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러한 것들을 리들리 스콧 감독은 어떻게 표현해낼지 이 책을 먼저 읽고 넷플리스에서 영화가 방영되는 것을 비교해 보면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저자가 그린 SF의 세계를 통해 지금의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의 현실적인 모습들의  비교를 통해 보다 더 나은 삶의 모습들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 책이다.

 

아일린

아일린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좀 독특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한 여성을 만났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들을 할 수도 있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뭐라 할 수도 없는 이 여성을 어떻게 생각할까?

 

74세의 아일린이란 여성이  50년 전의 24살 때  자신의 모습인  아일린을 회상하며 그린 형식의 책이다.

 

미국 보스턴의 한적한 곳에 민간 청소년  교정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24살의 아일린, 한때는 경찰이었지만 엄마의 죽음 이후 알코올 중독에 빠져있는 아버지와 생활하고 있다.

 

겉보기엔 아무런 내세울 것 없는 그녀, 조용하면서도 보수적인 옷차림, 누구에게 자신의 싫다는 소리를 한 번도 내세운 적 없는 답답녀-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죽어 없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죽길 바라지 않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여인, 집안은 엉망이고 더러우며 매일 이곳을 벗어나고자 애를 쓰는 그녀의 일상은 그날이 그날이다.

 

그런 그녀는 같은 교정국에서 일하는 랜디를 짝사랑하고 그의 집 주변에 머물면서 스토킹 같은 행동을 하면서 때론 과감한 야한 상상과 망상력을 갖고 있는 여성이다.

 

그녀의 유일한 꿈인 집과 아버지로부터의 탈출은 매일같이 세우면서도 실행하지 못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도둑질을 하는 과감성의 비행을 서슴지 않는 그녀는 언니와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어린 시절에 이은 현재까지의 성장과정을 거친 여인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런 그녀의 내밀한 심리는 크리스마스전 금요일부터 일주일 간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게 그린다.

 

이런 그녀의 일상에 아름답고 쾌활한 성격의 리베카란 소년원 교육국장이 같이 일하게 되면서 그녀의 마음에 변화가 시작된다.

 

자신과는 전혀 닮은 곳이 없는 리베카, 그녀가 자신을 같은 동료로서 인정하고 같이 지내면서 아일린은 스토킹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리베카에게 빠진다.

 

이렇듯 매사가 뒤틀리고 비난하기 일쑤이며 냉소적인 그녀의 삶에 리베카를 통해 같은 동지이자 같은 주류란 느낌을 받은 아일린, 리베카가 크리스마스이브를 같이 보낼 것을 제안하면서 그녀는 결코 다시는 아버지가 살고 있고 그녀가 자라온 X빌 마을로 돌아오지 않게 되는데…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다시 그려보는 과거의 이야기는 뜻하지 않은 사고와 그로 인한 기로의 선택에 선 여성의 모습이 전반부의 설정을 참고 이어간다면 후반부에 설득력 있는 과정을 통해 숨 가쁘게 이어지는 진행을 보인다.

 

읽으면서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그것이 어린 시절의 차별로 성장한 트라우마의 영향인지, 아니면 자신의 소심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 놓지 못한 울분이 차곡히 쌓여 모든 것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려보게 됐는지, 목적대로 그녀가 모든 것을 놓고 떠난 것에 대해 그녀의 행동은 옳은 선택이었을까에 대한 생각은 호불호가 가릴 것 같다.

 

 

 

한 번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하는 행동들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아일린의 숨죽이며 살아가는 내밀한 심리의 변화를 이해하면서 읽을 수가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이렇게 모든 것을 한순간에 버리면서 떠날 수 있는 결정에는 글쎄?

 

반전의 맛도 있지만 이 책의 주류 흐름인 아일린이란 여성의 개성 있고 뒤틀렸지만 어느 부분에선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좀체 책이나 영화에서 만나볼 수 없는 캐릭터의 탄생,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가시질 않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