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9년 4월 30일

여자들의 등산일기

여자들의등산일기

여자들의 등산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한때는 등산을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이래저래 핑계처럼 들리는  여러 가지 사정상, 피치 못할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발을 끊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산’과 ‘등산’에 관해서 생각을 해 본다.

 

요즘 케이블에서 순레자들의 길로 유명한 장소에 알베르게를 통한 음식 대접을 하는 작품이 방송 중이다.

 

그곳에 하룻밤 묵기 위해 오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 걷다 보니 어느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그 곁에 누가 있든 간에 오로지 자신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더란 말…

 

이 책을 통해서도 등산과 순례의 길은 차원이 다르겠지만 산을 오르고 내리는 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갖고 있던 생각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공통된 점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총 8편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룬 이 책은 제목처럼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마운틴 걸이란 명칭이 있는 것만 봐도 등장하는 사람들의 면면들은 과거에 산을 좋아했거나 등산을 한 적이 있는 경험이 있거나 아예 초보자인 유미처럼 복장 자체도 가볍게 하고 오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처음에 등장인물은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여성이다.

같은 사내 연예를 통해서 결혼을 할 예정이지만 상대방과의 보이지 않는 의사소통 문제와 다른 문제로 인해 결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인 상태, 우연히 대니 등산화가 너무 마음에 들어 구매하게 되면서 직장 동료들과 등산을 하기로 하지만 한 명이 불참하게 되고 사내 불륜을 하고 있는 유미와 같이 동행하는 여정의 모습이 보인다.

 

처음에 산을 오르는 자와 이미 경험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모종의 배려가 들어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불륜을 드러내 놓듯이 하고 다니는 유미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생각엔 이러한 불편한 심기와 함께 조공처럼 갖고 온 간식마저도 달갑지 않은 것으로 내비친다.

 

이외에도 40이란 나이에 해당되는 여성이 만남의 파티처럼 열린 장소에서 만난 남성과 등산에 오르는 과정 속에 대화를 통해 나누는 과정들, 우리나라 엄마들처럼 알록달록 등산복 입고 단체 산행을 나선 모습처럼 보이는 여성단체들과의 만남, 자매의 등산까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만난 이들은 서로가 연관이 있으면서도 스치듯 지나가기도 하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통해 기타 등산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인다.

 

겉으로 보기엔 평온한 모습들을 하는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알게 모르게 아픈 상처와 고민들이 내재해있다.

 

기존의 저자가 그려왔던 장르를 읽었던 독자라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 책을 접했을 때는 또 다른 방향의 관점을 선사한 저자를 달리 볼 것 같다.

 

산행을 하다 보면 리드하는 자와 뒤따르는 자 간에 불화가 있을 수도 있고 그 과정 중에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산이란 자연을 대했을 때의 자신의 마음속에 그 무언가를 달리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그린 이 작품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혼을 통고받은 언니의 고백, 등산이란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아닌 그 과정 자체도 중요하고 그 과정 속에서 다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각기 다른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함께 공감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일본의 산을 배경으로 다룬 내용과는 달리 뉴질랜드 통가리 편은 교차편집이란 구성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모습 모두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번 시작하면 산이 주는 매력에 빠져 그만 둘 수없는 등산-

 

지금 이 책과 함께  가벼운 물병 하나에  간단한 요깃거리 챙겨서 가까운 근교 산으로 떠나보고픈 유혹을 던지는 책이다.

                                                                                                                                

보잘것 없어도 추억이니까

보잘것 없어도

               보잘것없어도 추억이니까 – 마음이 기억하는 어린 날의 소중한 일상들
사노 요코 지음, 김영란 옮김 / 넥서스 / 2019년 3월

솔직하면서도 유쾌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따뜻한 것도 있지만 때론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작품을 남긴 작가, 사노 요코의 책이다.

 

이 책은 그녀 자신이 실제  제2차 세계대전 후 중국에서 일본으로 돌아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일들을 회상하며 그린 초년의 작품이라고 한다.

 

이미 이전에 그녀의 작품 몇 개를 접했지만 당시의 흐름이 과거에 속한 만큼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겪어보지 못한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흐름과 그 안에서 성장했던 작가의 어린 추억담이 그려져 있다.

 

그녀는 작품 안에 그림을 그려 넣음으로써 에세이의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이런 분위기는 이 책 또한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시간이 흘러가도 여전히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은 강하게 남기 마련인지 저자가 그린 당시 저자의 성장기는 작은 추억 하나에도 세세한 기억과 함께 순진한 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 추억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짝사랑에 대한 추억, 엄마와의 트러블, 시대가 시대인 만큼 형제자매의 죽음을 바라보고 느낀 감정들, 드럼통을 이용해 학교에서 벌어진 일들은 웃음이 빵 터지기도 하고 아련한 아픔과 향수를 같이 느껴보게 한다.

 

살다 보면 별것 아닌 일처럼 여겨지는 것들도 시간이 흐르면 여전히 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아감을 느끼게 해 주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그녀가 돌아보고 싶지만 또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를 공감하게 한다.

 

 

신주쿠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그 뒤로 우리는 다시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문득문득 생각났다. 어떤 때는 몹시 화가 나기도 했다. 웃기지 마. 정말로 사랑한다면, 그딴 건 무시하면 되는 거 아니야, 아니면 네가 부러워하는 가난 속에서 살면 되겠네. 부자란 지금은 불행해도 금세 행복해지는 법이니까.

어쩔 때는 사랑하는 연인들이 무슨 연유로 헤어져야만 한다면 얼마나 괴로울지,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불행에도 가능한 공감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가난을 불행이라 여긴 적은 없었다.

나에게 가난은 다투기도 하고 사이좋게 지내기도 하는 친한 친구 같은 존재였다. 그렇다고 남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것은 아니지만. – p 199

 

 

 

소소한 일들을 통해 저자의 성장과정과 살아가면서 느꼈을 삶에 대한 생각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이어지고 있었는지를 느끼게 해 주는 책, 그녀만의 에세이란 바로 이런 맛에 읽는 것이지~~  하는 생각이 다시 든다.

 

 

 

잠중록 1

잠중록잠중록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요즘 중국 문학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전통 소설 문학에서부터 웹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야기까지 여러 이야기의 소재가 다양해서인지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구중궁궐을 소재로 하는 책들은 우리나라도 많지만 중국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비슷한 패턴이면서도 워낙 광대한 나라라 그런지 칭호도 다양하고 각 인물들 별 이름들도 많고, 그래서 그런지 더욱 재미를 극대화한다.

 

 

책 제목인  ‘잠중록(簪中錄)’은 ‘비녀의 기록’이라는 뜻이다.

주인공이 어떤 일에 관하여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자 할 때 무심코 자신의 머리에서 비녀를 뽑아 마치 연필처럼 사용하는 버릇을 이어주는 말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황재하는 총명한 머리 덕에 여자로서는 드물게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어려운 사건을 풀어온 17살의 소녀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부모와 오빠를 죽인 범인으로 몰리게 되면서 도망자 신세가 되는데,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선 그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가까스로 그런 은인을 만나기 위해 수도 장안에 숨어든 것이 우연찮게 황제의 아우 기왕(이서백)의 마차였으니, 그녀의 운명은 기왕에 의해 결정지어질 판이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사건을 통해 그녀와 기왕의 관계를 보이면서 구중궁궐 안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의 다툼과 최우선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피비린내 나는 암투의 이야기까지를 곁들이면서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총 4권으로 이어지는 전체적인 이야기는 아직 어떻게 결말이 나올지는 알 수없으나 1권을 읽고 난 후에 느낌은 요즘 시대의 트렌드를 제대로 읽고 글을 쓴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발표 직후 조회수 1억 뷰 돌파,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 문구의 말처럼 이미 드라마화로 결정되었다던데, 중국판 사극 로맨스의 또 다른 흥행을 몰고 올지도 궁금해진다.

 

황재하를 바라보는 기왕의 알듯 모를 듯한 시크한 행동과 말들도 독자들 나름대로 혼선을 갖게 하지만 장차 이들이 사건이 벌어지면서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또 다른 어떤 복병을 만나게 될지, 쉼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의 진행이 한 번에 출간되었으면 더욱 좋았겠단 생각마저 들게 한다.

 

 

가볍게 읽으면서 느낄 수도 있는 로맨스와 추리가 결합된 이야기의 서막, 그 끝은 어떻게 이어질지, 1권을 끝내기가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