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9년 8월 4일

프로방스에서의 25년

프로방스

프로방스에서의 25년
피터 메일 지음, 김지연 옮김 / M31 / 2019년 7월

외국인이 타국에서 적응하며 살아가기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일단 언어부터 시작해 문화와 생활양식이 다르다는 것 외에  같은 마을에 사는 이웃이란 존재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저자는 영국인이지만 프랑스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이미 고인이 된 지금 이 책이 마지막 유고작이 되었다고 하는데, 자신 스스로의 체험을 담은 프로방스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에세이다.

 

 

각 나라마다 국민성이라고 하는 특징이 있듯 영국인과 프랑스인의 국민성을 두고 얘기할 때 저마다의 독특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사랑한 곳, 이곳 프랑스의 프로방스란 곳은 많이 들어본 지명이고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었을 그런 마을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처음 적응 시작부터 점차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알아가는 따뜻한 심성과 온정들은 미소를 짓게 함과 동시에 때론 푸하하~ 를 연발하는 유머감각이 뛰어난 글로 인해 훈훈함을 느끼게 해 준다.

 

다혈질 기질을 가졌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운전수들 간의 주차자리 때문에 싸우는 풍경이 다반사인 곳이요, 비가 오는 일이 드문 날씨 좋은 곳인 이곳, 프로방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신체적인 풍부한 표현들 덕분에 독자들은 책 속에 담긴 프로방스 사람들의 뉘앙스를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을 듯하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 그중에서 프로방스란 곳의 지방을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 모든 것이 장. 단점이 있듯 이곳 또한 좋은 점과 그렇지 못한 점들이 공존하고 있지만 그럼으로써 더욱 인간미가 넘치는 그곳을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책이다.

 

퍼펙트 마더…완벽한 엄마라는 존재는 없다.

퍼펙트머드

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제목부터가 어떤 의미로 쓰였을까를 궁금하게 만든 책이다.

 

과거에 비하면 현대의 여성들의 사회 참여도는 월등히 많아지고 지위도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엄마란 입장에서 해야 할 일들은 변화된 것이 그다지 없는 듯하다.

 

워킹맘, 알파맘이란 용어가 생성되는 것만 봐도 현대 엄마들이 어떠한 짐을 지고 생활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서양도 같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모이는 모임이 있는 듯하다.

여기 책에 나오는 엄마들의 모임이 바로 그러한데 바로 5월에 출산한 엄마들의 모임인 5월 맘 모임이 그렇다.

 

뉴욕 브루클린의 온라인 모임에서 만난 이들은 점차 일주일에 두 번 유모차를 끌고 공원 버드나무에서 만남을 가지면서  그 만남 속에 여러 의견을 주고받게 된다.

 

하지만 여성들만이 경험할 수있는 임신과 출산이란 과정은 말로만 듣던 그대로의 순조로운 진행이 이어질 만큼 단순한 것은 아니다.

 

내 뱃속에 새로운 생명체가 자리를 잡고 세상에 처음 엄마, 아빠라는 자격을 실감하는 과정은 비단 남자들뿐만이 아닌 그 이상의 여성들의 고충을 대변한다.

 

이렇듯 여기에 모인 엄마들은 출산 후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현실을 자각하던 중 어느 날 온전히 자신들만의 시간을 갖자는 의견에 동의한다.

 

이들 중 싱글맘인 위니는 자신의 아이인 마이더스를 베이비시터에 맡기고 나오게 되고 모임 장소에서 만난 여인들은 잠시 엄마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숨통 트인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 순간도 잠시, 위니의 아이 마이더스가 감쪽같이 실종되면서 이 실종사건은 사회의 비난을 받게 된다.

모임 장소에서 즐기는 모습을 통해 아이 엄마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란 비난과 위니의 아이 실종 사건에 연관된 엄마들의 모임 인원중  프랜시, 넬, 그리고 콜레트는 그들 나름대로 아이의 행방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책 속의 진행과정 속에 담긴 여인들의 심리들은 우리 사회의 엄마들이 갖고 있는 고민들을 대변한다.

 

좀 더 아이 옆에서 육아를 하고 싶지만 회사의 압력에 출산휴가마저 마치지 못하고 복귀해야만 하는 엄마, 남들의 가정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는 듯 보이는 모습과 자신이 처한 경제적인 어려움과 아이의 건강에 대한 우려, 육아 책 속에 담긴 내용을 그대로 보이지 않는 아이 때문에 혹시 우리 아이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공포감, 위니의 심정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아이는 아니란 다행스러운 감정이 몰려오는 안도감들이 모두 적절하게 표현된다.

 

그녀들이 끝내 감추고 싶었던 과거의 비밀과 현재를 오고 가며 그리는 진행 과정 속에 위니가 한때 유명한 배우였단 사실이 드러나면서 취재에 경쟁이 붙은 방송가의 모습들은 아이의 유괴에 대한 내용과 함께 엄마란 모성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 “이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지금은 모르겠지요. 아기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물이랍니다.”

노부인이 사라지자 콜레트가 말했다.

“감동적이네요.”

 

“그렇게 생각해요?” 위니는 콜레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러면서 콜레트 뒤쪽에 있는 돌벽 너머 공원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왜 사람들은 임신한 여자가 어떤 축복을 받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 드는 걸까요? 왜 우리가 입는 손해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거죠?”     p.118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여전히 엄마란 존재에 대해 요구하는 사항이 많은 시대,  한 생명의 잉태부터 태어남과 그 아이가 자라서 한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까지 부모란 존재의 의미, 여기엔 엄마란 이름의 존재는 완벽하려고 해도 완벽할 수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책이다.

 

잠시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자 한 그 순간이 이렇게 큰 사건으로 번질 줄은 몰랐겠지만 범인을 찾아 나서는 과정 속에 각자가 지닌 비밀이 드러나면서 그들이 겪는 심리적인 위축감과 고민을 그린 과정들이 동, 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이미 영화화 확정됐다고 하는 만큼 책 속에 담긴 심리의 과정이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