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9년 9월 3일

나의 삶이라는 책

나의삶이라는

나의 삶이라는 책
알렉산다르 헤몬 지음, 이동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8월

 인간들의 이기심과 탐욕의 가장 근접한 표현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에는 대표적으로 전쟁을 꼽을 수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제2차적인 문제로 내몰리는 현상, 그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깊은 트라우마는 평생을 살아가면서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도 남는다.

 

특히 같은 체제 아래 서로의 인종, 종교, 사는 지역은 달랐어도 한 나라의 국민이란 의식 속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이 어느 한순간 적으로 마주쳐야 하고 그 속에서 아픈 상처를 더듬어 살아가야 한다면 이런 일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인종청소 지역으로 이름을 악명을 떨친 지역 중 하나인 보스니아의 사라예보-

그동안 사라예보를 공간으로 삼은 책과 영화를 접해봤지만 에세이로써 읽는 감회는 또 다르게 다가왔다.

 

저자인 헤몬은 보스니아 출신의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수다.

에세인 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저자가 태어난 곳은 보스니아 사라예보, 책 속에는 어린 시절 겪었던 회상과 현재를 살아가면서 느낀 일들이 교차적으로 그려진다.

 

각기 다른 여러 개의 이야기를 통해 보스니아 내전으로 인해 잠시 미국으로 갔던 상황이 결국 미국으로 주저앉게 되면서 ‘이민자’란 자격으로 살아온 느낌, 그 안에서 자신의 고국과 현재 미국에서 살아가는 같은 나의 모습인 저자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어릴 적 아무런 뜻도 없이 내뱉었던 ‘터키인’이라고 농담 삼아했던 말에 주위 친구들 모두가 경직되고 당사자인 친구는 울었던 기억을 토대로 그 말이 금기사항으로 여겨진 말이라 것을 자신만 몰랐던 사실을 고백하는 내용은 당시 유고슬라비아라 나라 안에 각기 다른 민족들이 화합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나와 타자 간의 이해도를 밝히는 내용이다.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던 미국, 고국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문화 잡지 편집장이란 직책은 이민자 나라인 미국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겪는 좌절, 결국 살기 위해 저자는 난민이란 생활 속에  그린피스 운동원, 서점 판매원, 강사란 여러 직업을 전전한다.

 

이국땅에서 겪는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들과 나의 구별법을 자신들조차 모르게 구분 지으려는  습성, 이국에서 온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모여서 축구를 함으로써 그들만이 느꼈던 안정감과 동질성들은 이후 저자가 고국인 사라예보를 방문하고 다시 시카고로 돌아오면서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는 글들이 인상적이다.

 

– 시카고의 상당 부분이 내 안으로 들어와 그 안에서 터를 내렸다. 이제 내가 그 부분을 완전히 점유하고 있었다. 나는 사라에보의 눈으로 시카고를 보았고 이제 두 도시가 복잡다단한 내면 풍경을 빚어내 그 안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게 되었다. 사라예보로 첫 귀국을 마치고 돌아온 197년 봄, 시카고는 내게 속해 있었다. 나는 집을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p 150~151

 

 

에세이를 관통하고 있는 주된 주제는 타자와 나의 이야기다.

나와 같은 사람들로 봐왔던 사람들을 타자로 인식한 순간 내전이란 것을 통해 비참한 결과를 낳게 되고 이는 곧 저자처럼 원치 않았던 이민자란 신분을 가지고 또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과정을 낳았다. 그곳에서 결국 그들은 또 그들만의 전통과 모습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일렬들을 통해 저자는 나와 타자의 관계도 누군가를  타자화하는 순간 타자가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p-21) 말로 대변한다.

 

차이와 차별에 대한 이야기, 특히 수족관이란 제목의 글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야만 했던 저자의 아픈 고백이 눈물을 적신다.

 

삶을 다룬 에세이, 특별하다면 특별할 수 있는 내전과 이민자란 신분에서 겪었던 일상들을 적은 글들을 통해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책이다.

 

 

 

공포의 천사

공포천사공포의 천사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4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8월

킹콩의 원작자로도 알려진 저자의 두 번째 작품을 접한다.

 

제목에서 오는 공포의 천사, 말 그대로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인이지만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뜻을 이루려는 공포를 자아내는 여인 ‘진’이다.

 

거짓 위증으로 남편 될 사람인 제임스 메레디스를 살인자로 만들고 재산을 가로채려는 계획을 세운 그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제임스 메레디스는 친구인 변호사  잭의 계획대로 빚에 시달리는 리디아와  결혼을 감행하지만 결국 살해되고 만다.

 

사실 이야기의 진행은 지금과 비교하면 좀 허술하다.

촘촘히 짜인 스릴의 맛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약간 실망할 수 있겠지만 시대를 감안하고 읽는다면 아름다운 그녀는 왜 이런 행동을 해야만 했을까?  결국 모든 것은 돈에 귀결되지만 그 뒤편에는 그녀 자신도 그녀의 아버지가 진 빚 때문이었을 것이란 사실, 막대한 재산 앞에 한 번쯤은 이런 유혹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가져보게 한다.

 

말 그대로 그녀가 벌인 계획들은 여러 이야기들과 함께 리디아의 목숨도 위태로워지는 상황들도 보이면서 진이 가진 아름다움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주위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재미를 준다.

 

그녀는 과연 자신이 원하는 돈을 가지고 다른 행복의 나라로 떠날 수 있을까?

 

돈의 진짜 주인은 누구?

 

추리의 반전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마지막 돈의 행방을 찾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