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9년 9월 15일

우아한 연인

우아한연인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모스크바의 신사’의 저자인 첫 장편소설이다.

 

개정판으로 새롭게 현대문학에서 단장해 출간된 이 책은 이미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은 독자라면 절판된 책을 다시 만난다는 기쁨이 클 것 같다.

 

 

1966년 전시회에 남편과 같이 사진전을 보러 간 케이트는 오래전 한때 자신과 연인 사이였던 팅커의 모습을 발견하고 과거를 회상한다.

 

1938년 대공황의 끝자락이었던 그 당시 자신의 단짝인 이브와 같이 간 홀에서 우연히 만난 멋진 신사 팅커 그레이를 만나게 되고 이내 관심을 갖게 되는 세 사람의 미묘한 관계는 교통사고로 인해 변한다.

 

이브가 크게 상처를 입게 되면서 팅커는 신사도의 정신으로 자신의 차로 인한 사고의 책임을 지고 그녀를 보살피며 살게 되는데 자연히 케이트와도 멀어지게 된 사이가 된 세 사람, 이때 케이트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인생 개척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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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상을 통해 암울할 것만 같은 것을 연상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 청춘들의 사랑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상큼함과 자연스러움, 싱그러움을 연상시킨 글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비서일을 그만두고 출판사의 보조 일을 시작으로 케이트 그녀 주위로 관심과 호감을 보이는 부유한 청년들의 등장은 케이크만이 가진 매력을 정점으로 십분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또 다른 인생 행보를 보인다는 점, 여기에 이브 또한 팅커와의 사랑이란 감정 앞에서 깊은 고심 끝에 그와 헤어지고 다른 인생을 살아보려 시도하는 행동들, 그 외에 다른 여인의 활발한 여장부 스타일의 과감한 행보는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책의 제목은 젊은 조지 워싱턴이 일찍이 발표한 사교 생활을 위한 110가지 행동 규칙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책 뒤편에 보면 부록으로도 나와있다.

마치 상류층인 자제들이 교육 받아야할 부분처럼 여겨지는 가르침은 이 책에서의 제목의 분위기를 넘어선 여인들의 당찬 인생도전기와 사랑 이야기를 더 다루고 있어 더욱 재미를 준다.

 

저자가 당시 시대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묘사와 환경 부분들, 팅커가 개츠비처럼 비슷한 면을 보인 부분도 밉지만은 않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인간미가 느껴진 것은 저자가 그린 인물의 살아있는 부분들이 제대로 그려진 덕이 아닌가 싶다.

 

 

1938년 대공황을 배경으로 펼쳐진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한순간에 결정지어질 선택에 대한 생각도 해 보게 되는 책, 푹 빠지면서 읽은 책이다.

밤 기도

밤 기도

밤 기도
산티아고 감보아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8월

떠오르는 남미의 작가란 명칭을 얻고 있는 산티아고 감보아의 소설이다.

남미의 문학들이 마술적 사실주의와 특유의 서술 이야기를 갖춘 작품들이 많아서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보일까 궁금했었다.

 

인도 뉴델리의 영사인 나는 태국에서 잡힌 콜롬비아 국민이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잡혀있다는 보고를 받는다.

 

이름은 마누엘, 27세, 콜롬비아 국립대학 철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청년이 왜? 무슨 이유로  마약 혐의로 체포되었는지, 마약에 관한 한 엄격함을 유지하는 태국에서의 법적인 판결은 십중팔구 사형 내지는 자신의 유죄를 인정한다면 종신형으로 감형할 수 있다는 정보에 따라 나는 그를 만나러  간다.

 

책은 마누엘이 영사인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콜롬비아란 나라의 정치적인 상황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실종이 된 자신의 누나 후아나를 찾기 위해 지구반 바퀴를 돌아온 사연이 담겨있다.

 

자신과 둘도 없는 단짝이었던 남매의 사랑은 부모의 품을 떠나 오로지 둘만의 생활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벌어진다.

 

책 속에는 콜롬비아가 처한 당시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이 권력을 쥐고 있던 시대를 통해 정치적인 모순과 현안들이 게릴라, 우익 민병대들의 폭력, 강간, 마약밀매와 살인들까지 겹치면서 극도의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모습들을 가감 없이 내보인다.

 

이 와중에 부모세대가 지지하고 느꼈던 시대에 반항하던 누나 후아나의 행동들은 책 전반부는 동생 마누엘을 구하기 위해 그의 사연을 들려주는 부분과 이후 뒤로 넘어가면서 누나를 찾아내는 과정이 오디세이를 연상시키는 듯한 여정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 책은 누나를 찾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건 동생 마누엘의 인생 이야기와 누나의 행방을  찾기 위해  나라를 찾아가는 여정, 방콕, 뉴델리, 보고타, 도쿄, 테헤란이 등장한다.

 

나는 그 나라를 방문하면서 여행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각 나라의 분위기와 사람 냄새, 풍경, 갖가지 다른 모습들을 비교하면서 쓴 내용들이 누나의 행방 찾기를 통해 서스펜스 성격까지 갖춘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선다.

 

저자는 기존의 남미 유명 작가들이 구사했던 흐름과는 달리 콜롬비아에서 행해진 부패와 권력을 이용한 국민들의 억울한 사연들, 마약과 매춘이란 소재를 두 남매를 통해 비난한다.

 

조금만 참았더라면 만날 수 있었던 누나와의 만남은 마누엘의 자살로 이뤄지지 못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가 행한 행동은 타국이란 환경에서 당해야 했던 대우와 모종의 권력의 방해로 이뤄지지 못한 반항으로도 보일 수 있다는데서 개인의 억울함이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현상을, 자신의 죽음이 그동안 누나가 행해온 인생의 다른 부분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보인다는 데서 더욱 씁쓸함을 남긴다.

 

– 말, 말, 말.

밤 기도

 그들이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생각하는 이 기도. 그것은 마음속에서 울리는 가슴이 찢길 듯한 비명과 고통과 사랑의 외침이다. 그것은 두 개의 조용한 기도이다. 나는 그 이상한 폭풍우 속에, 그들이 만들었지만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던 행성과 가까운 곳에 있다. 이 두 연약한 인간은 함께 있으면서 잊히기를 염원하지만, 삶은 마치 벽처럼 그들 사이로 끼어든다.-p 280

 

 

서구의 문학과는 다른 분위기의 문학  느낌을 주는 남미 문학들, 그중에서 현대를 대표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작품을 통해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맨해튼 비치

맨해튼비치맨해튼 비치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표지의 바다의 물결이 장관이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오직 그들만의 리그처럼 살아가는 인간들에겐 이처럼 거대한 물결이 주는 압도적인 장관은 숨죽임을 느끼게 한다.

 

제니퍼 이건의 장편소설, 그것도 세계 2차 대전, 대공황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의 거대한 스케일은 한동안 당시의 시대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마저 부여한다.

 

1934년 금주법이 풀렸다지만 여전히 서민들의 삶을 팍팍하기만 했던 대공황 시대, 보호시설에서 자랐지만 자수성가로 성공, 한때 주식으로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몰락한 가정의 가장인 애디 케리건이 있다.

 

가장으로서 가정의 책임을 지기 위해 같은 보호소 출신 친구인 갱스터 더니의 백맨으로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에겐 장애를 갖고 태어난 둘째 딸 리디아에 대한 생각은  죄책감과 분노를 동반하면서 휠체어를 사줄 형편조차 없는 자신의 무능력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의 첫째 딸 애너는 아버지와 함께 맨해튼 비치에 위치한 덱스터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아버지와 덱스터의 만남을 기억하게 된다.

 

14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말없이 집을 떠나게 되고 이후 그녀는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해 브루클린의 해군 공창에서 일하게 된다.

당시 전쟁으로 인한 남자들이 행방불명은 다반사였고 여인들의 사회진출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는 여타 다른 여인들처럼 주어진 대로의 일만 하는 것이 아닌 우연히 심해로 뛰어드는 다이버를 본 순간 지원할 것을 결심한다.

 

남자들이 전유물로 생각되던 그 시대의 다이버의 세계는 특히 여성에 대한 심한 차별과 대우, 모멸감이 깃든 언어를 모두 감내하며 다이버로서 한 단계씩 올라가던 그녀는 어느 날 친구와 같이 간 나이트클럽에서 어릴 적 봤던 덱스터를 보게 된다.

 

덱스터를 본 순간 아버지의 행방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접근하는 그녀, 덱스터 또한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서 어둠의 세계이자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사교계의 인사로서 명성을 유지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었지만 애너와의 관계는 또 다른 삶을 향해 달려 나간다.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이 책은 당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각자가 지닌 개성과 목적, 사랑을 통해 격변하는 모습들이 절묘하게 다뤄진다.

 

자신만의 양심으로 삶을 살아온 에디는 자신의 딸 리디아로 인한 고민의 해결책으로 덱스터에게 접근하고 그의 옴부즈맨으로서 살아가지만 결국 이마저도 자신의 양심에 위배되는 상황에 이르자 굳은 결심을 하고 가족 곁을 떠나는 행보를 보인다.

 

어떤 이유도 없이 떠나 버린 그의 결정은 애너로 하여금 덱스터에게 접근하는 이유이자 해결책이었고 그와의 하룻밤의 불같은 사랑은 또 다른 인생의 터너 페이지를 만들게 된다.

 

덱스터 또한 이민자의 밑바닥 생활에서 부유한 처가 덕에 자신의 황금기 인생을 갖게 되지만 전쟁 이후의 미국  상황을 예의 주시했던 그의 제안은 장인과 그가 모시고 있던 갱스터 일인자에게까지 배신을 당하면서 그의 삶 또한 격랑의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

 

어쩌면 이 모든 일들이 맨해튼 비치에서 모인 순간 예견된 듯한 일일 수도 있었다는 예언처럼 이어지는 장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는 진취적인 여성 다이버로서의 애너의 삶과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 케리건의 모습들이 교차로 보이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에디가 겪는 바다에서의 모험은 책장 앞부분의 짧은 글이 적힌 모비딕 그 자체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설정과 독일군과의 싸움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다지는 선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다가 이끄는 대로 흘러가는 시시각각 조여 오는 생의 다툼 앞에서 그가 환상적으로 본 리디아의 환영은 자신조차 인정할 수없었던 딸의 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아픔을 승화시키는 듯한 장면으로 인식되면서 모든 것에서 벗어나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원동력으로써의 역할을 한다.

 

 

거대한 풍랑은 언젠가는 자신의 모든 모습을 보이고 서서히 자취를 감추듯이 애너의 제2의 삶, 아버지 케리건의 바다를 향한 인생 개척, 덱스터의 아쉬움을 남긴 발자취는 뚜렷한 개성의 조합을 통해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모든 면들을 부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격랑의 물결 속에서도 자신만의 항해를 나아간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의 열망인 바다는 오늘도 여전히 자신의 본모습을 감춘 채 우리들 곁에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는 모습이 지워지지 않은 것 같은 책, 저자의 다른 책을 읽었던 독자라면 또 다른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