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9년 11월월

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 속 꽃밭이다.

네가있어서

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 풀꽃 시인 나태주 등단 50주년 기념 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19년 10월

하루하루 생활하며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감사’란 말을 생각하게 된다.

문득문득 지나버리고 나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었던 한켠의 그 시절들을 돌아보면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고 감사했단 마음이 드는 것이 계절 탓만은 아닐 것이다.

 

풀꽃 시인인 나태주 님의 등단 50주년 기념 산문집을 접했다.

 

시(詩)가 주는 단아함과 정결하고 간결함 속에 함축된 많은 의미의 말들은 시인이 그려낼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듯이 이번 산문집은 시와는 다르게 또 한 번 가깝게 느껴진다.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은이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경험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지만 이번 산문을 읽으면서 새삼 저자의 삶과 삶을 바라보는 자세, 그리고 비록 눈에 보이진 않을지라도 작은 풀꽃 하나에도 소중한 감정을 지닌 지닌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게 된다.

 

 

특히 나 곁에 항상 있는 듯, 없는 듯하는 모든 것의 존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자연스럽게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 주는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가 병원 의사와 나눈 대화도 그렇고, 비단 이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의 행복한 마음을 가지려면 작은 것부터 소중히 여기고 그 대상 자체에 대한 경건함과 고마움을 가지려는 자세부터 가지는 것이 중요하단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각박하고 급히 돌아가는 세상일수록 한 걸음 떨어져 잠시 마음의 쉼을 가져보는 것, 거리의 풀 한 포기가 주는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간다면 지친 하루라 하더라도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지는 않을까?

 

주어진 내 삶의  행복감부터 찾아보는 것, 감사함의 첫 시작이란 생각이 든다.

                                                                                                                                

3부작

3부작

3부작 – 잠 못 드는 사람들 / 올라브의 꿈 / 해질 무렵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19년 10월

 

유력한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에 속한다는 작가 중 한 사람, 욘 포세-

북유럽권의 추리스릴러물이 많이 출간되는 가운데 모처럼 심도 있고 문학의 남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접한다.

 

얼마 전 출간된 책도 그렇지만 작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문체의 서술방식, 적응이 안되다 어느새 그의 문체에 흠뻑 빠져들어 책을 놓기가 쉽지 않은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하는 그의 작품은 이번에도 여전히 흐름을 이어간다.

 

제목인 3부작은 각각 발표 연도가 다른 작품들을 한 번에 모아서 출간한 책이다.

연작시리즈처럼 이어지는 글의 흐름이 출간 연도를 의식하지 않게 이어지는 감정선 유지는 작가만이 드러낼 수 있는 매력을 지닌다.

 

첫 제목인 ‘잠 못 드는 사람들’은 십 대 어린 나이인 두 남녀가 등장한다.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유품인 바이올린을 든 아슬레와 그의 여자 친구이자 임산부인 알리다는 자신들이 살던 곳을 떠나 벼리빈의 거리들을 헤맨다.

이 밤을 무사히 보낼 곳을 찾지만 그 누구도 그들에게 친절하게 방을 내어주거나 빌려주지 않는다.

비마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여관방을 찾게 되는 과정들이 그들이 가진 사연과 함께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저간의 사정들을 짐작만 할 뿐이다.

 

두 번째 ‘올라브의 꿈’은 어느 순간 아슬레는 올라브란 이름을 가진다.

알리다 또한 오스타란 이름으로 바꾸고 그들  사이에 유일한 혈육인 아들 시그발과 함께 살아가는데 올라브는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고 있는 알리다를 위해 반지를 사려고 벼리빈에 오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찬란하고 화려한 팔찌를 구입한 한 사내를 알게 되고 아슬레를 알고 있는 어느 노인으로부터 그가 저지를 죄를 묵인하는 대가로 술 한잔 살 것을 권유받는다.

 

하지만 그는 거절하고 이내 그는 그의 죄목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교수형을 당한다.

 

세 번째 ‘해질 무렵’은 먼 훗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알리다가 다른 남자와 결혼해 다른 자식들을 낳고 죽은 시간들, 그녀가 낳은 딸 알레스의 기억이자 곁에서 엄마의 환상이 나타남으로써 그려지는 미래의 일들을 그린다.

 

책을 처음 접한 독자라면 저자의 독특한 문체에 당황할 듯도 싶다.

마침표와 쉼표 없이 이어지는 문장의 맥락들은 마치 만연체를 연상시키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속에 그려지는 음악적인 선율의 단어들, 연극의 한 장면들처럼 보인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느낌들이  자연적인 배경 묘사와 함께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삶의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 탄생과 사랑, 죽음을 과거, 현재, 미래를 특정하게 지어진 것이 아닌 오로지 독자들로 하여금 음미하며 받아들이게 하는 문맥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베케트와 입센에 비견되는 현대 극작가라고 불려지는 만큼 저자의 글은 인생의 모든 의미들을 부여하며 때론 현실적인 감각이, 때론 허상과 마술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유령의 존재로 느낄 수 있는 사랑의 실체들을 그만의 독보적인 색채로 그려낸다.

 

 

인생의 모든 감정들을 그려낸 3부작을 통해 북유럽권 문학의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책을 읽고서도 여전히 여운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