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0년 8월 8일

노예선의 세계사

노예선  노예선의 세계사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후루가와 마사히로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7월

역사, 문화, 다큐 등 많은 자료를 통해 이미 우리들은 노예에 관한 글들을 많이 접해왔다.

 

노예 하면 떠오르게 되는 뿌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노예 12년…

 

긴 세월 속에 노예로서 살아갔던 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이야기들은 이미 우리들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바, 이 책에서는  본격적인 노예란 신분을 가진 사람들을 싣고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노예선을 통한 이야기를 다룬다.

 

총 3장에 걸친 큰 제목에는 노예무역이 탄생하게 된 상황인 근대 무역과 노예무역의 필요성 대두, 이런 노예선을 움직이기 위해서 새롭게 등장한 사람들의 직업과 생활들, 마지막으로 노예무역이 폐지되기까지의 여정을 다룬 만큼 노예란 신분을 넘어 그들을 싣고 대서양을 누비며 새로운 환경에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아프리카인들의 애환을 그렸다.

 

흔히 알던 노예라고 하는 사람들의 인상이 떠오르는 아프리카 사람들 이전에 이미 유럽에서는 전쟁을 통한 포로들을 통해 노예제도를 실행하고 있었다.

 

유럽의 이슬람 세력을 막기 위해 최후의 보루였던 그라나다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잡힌 이슬람 출신 노예들을 한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 본격적인 노예를 얻기 위해 선발주자로 나선 국가는 15세기부터 활약한 포르투갈 상인들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에 나오는 주인공 또한 책 속에 그저 난파되어 홀로 남겨지고 무인도에서의 생활을 다룬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알았다면 주인공이 배를 타고 나선 경위의 프리퀄이라고 해도 좋을 뒤 배경에는 이런 무역을 통해 한몫을 얻으려는 사연이 담겨 있음을 알려준다.

 

이렇듯 포르투갈을 위시해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가 뛰어든 노예무역은 삼각무역의 구조를 띠면서 더욱 서 아프리카의 흑인들을 얻게 되고 그 과정에서 흑인들을 얻기 위해 물물교환식으로 아프리카 추장들과의 거래는 아프리카의 전쟁을 유발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얘1

 

한편 노예선을 운영하기 위해서 다른 직업들을 가진 사람들, 선장, 선의, 선원, 항해사들의 조합이 한 배에 수백 명의 흑인들을 싣고 출항해 북남미의 사탕수수나 커피농장으로 팔려 나가기까지의 이동수단이 됐던 노예선은 그야말로 참혹한 이동 감옥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아픔을 그린다.

 

영화에서도 등장한 꼼짝없이 누워서 쇠사슬에 묶여 하루 중 어느 시간만 할애해 억지로 춤과 노래를 시키고 다시 묶어놓는 방식으로 이동해 간 모습들은 노예와 노예무역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유럽 국가들의 경제활동을 주시했던 트리니다드 출신의 역사가이자 정치가, 에릭 윌리엄스의 글을 통해서 더욱 실감 있게 전달된다.

 

긴 세월 동안 미지의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흑인들은 점차 서머싯 사건을 쟁점으로 법정 공방전으로 이어지고 곧이어 아이티의 노예 반란과 다른 나라들의 노예 반란 현황, 유럽의 정세의 혼란한 기운과 맞물려 노예무역에 대한 폐지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노예제 폐지에 대한 의견은 다시 긴 세월을 통해 서서히 이루어짐으로써 오늘날 완전한 노예제 폐지를 법적으로 이루어 냈지만 저자는 묻는다.

 

오늘날에도 노예제란 말은 없어졌지만 실제 각 나라에는 여전히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과거의 노예 형태와는 다르게 채무 노예제, 계약 노예제, 자산 노예제로 불리는 그들의 삶은 과거나 현재나 마찬가지로 어렵다는 현실이 갑갑함을 전해준다.

 

금이나 다이아몬드, 카카오 콩을 재배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력의 필요함은 여전하기에 열악한 아프리카에서는 오늘도 어린 손들이 힘겨운 농장에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이 시대는 변해도 여전함을 보인다는 현실은 갈길이 아직도 멀다는 느낌이다.

 

 

현대노예

 

자료수집에 근거한 노예선의 발자취를 따라 지금의 터전을 이루게 된 사람들, 한 제도의 불합리를 통해 근절한 결과물이 또 다른 식민지 시대를 열었다는 점은 유럽 열강들의 경쟁 이익을 앞세운 자만과 이기주의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1000만 명에 이르는 희생자를 냈다는 노예무역-

 

역사 속 노예를 통한 세계의 인구 이동과 무역을 통한 세계 쟁탈, 그 가운데 인간의 삶을 중시한 것을 뒤로한 채 탐욕과 실리 이익을 앞세운 열강들의 모습을 노예선 역사를 통해 주목해 쓴 글이라 다른 관점에서 읽게 되는 신선함을 전해 준 책이다.

테라피스트

테라피스트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북유럽의 문학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심리 스릴러물을 만났다.

 

오슬로에서 건축가인 남편 시구르와 살고 있는 30대 여성 사라는 심리치료사다.

남편의 할아버지가 살던 집을 물려받아 살고 있고 그녀의 직업 상담을 위해 마련한 장소는 그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하고 있다.

 

어느 날 남편 시구르는 친구들과 산장에 간다면 집을 나서게 되고 남편은 그녀의 휴대폰에 ‘헤이, 러브’ 하는 달콤한 메시지와 무사히 도착했다는 말을 남긴다.

 

그런데 얼마 후  남편의 친구로부터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실종인가, 아니면 나만 모르는 제2의 장소로 간 것일까?, 점점 불안에 쌓인 사라 앞에 남편이 총에 맞고 죽은 채 발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왜 그는 죽은 채, 자신 앞에 나타난 것일까?

그 이후 그녀만 홀로 남겨진 집에 이상한 분위기와 기운을 느끼게 되는데 그 기운이 자신만이  느끼는 착각에 의해 그런  것인지, 실제로 그런 일들이 벌어진 것인지조차 모호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심리 스릴러의 특성상 내면의 변화에 중점을 두는 부분들이 많아서일까?

이 소설 또한 평범한 일상의 자질구레한 부분들을 조금씩 깨뜨리고 불안을 조성하고 변화된 모습을 자신의 자각 안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에 대한 회의마저 들게 하는  장치를 보인다.

 

밑밥을 여기저기 뿌려놓는 저자의 이런 패턴들은 어떤 큰 일을 통한 변화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독자들이 넘어가게 만드는 약간의 지루함을 느낄 만큼 큰 변화가 없다.

 

침실 위층 다락방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고, 남편이 분명 가지고 나갔던 도면 통이 다시 제자리에  걸려 있다거나 열쇠가 없어졌다 다시 나타난 것들까지…

 

저자는 사라가 겪는 심적 고통과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 앞에 배신감과 자신이 마주한 뜻밖의 불륜녀의 만남까지를 롱테이크 연출법을 연상시키듯 천천히 전개한다.

 

부부가 살아가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여생을 약속하지만 각자 외도를 통한 두 사람의 관계와 그 이후의 부부관계, 경제적인 생활의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벌어지는 사건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하나의 결정적인 서스펜스 대미의 장식을 마무리한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결말의 부분들, 어쩌면 주인공 사라의 심정을 대변해주듯 범인 또한 그러한 결정적인 실행을 옮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책이다.

 

환자의 내면을 끌어내어 치료하는 심리치료사로서 자신이 겪게 되는 혼돈의 몰아침, 신뢰가 깨지면서 무너지는 가정의 몰락과 그런 모습을 지켜본 범인의 행동들이 끈끈한 심리 스릴러의 전형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심리 스릴러 특성상 화끈한 액션은 없지만 한방에 커다란 후련함을 날리는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여름 소설로써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브람스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책을 구매한지가 꽤 됐는데, 이제서야 집어들었다.

 

사실 책을 구매하게 되면 언젠가는 읽을거야 하는 막연한 느긋함이 한 몫을 한 것도 크고 완전히 내것이란  소유의 집착이란 점에서도 더욱 안일한 책태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게한 면도 없지않아 있다.

 

말도 말고 탈도 많았던 저자의 24세 때의 작품이란 사실도 놀랍지만 사랑과 연애, 그 이후의 느끼는 다각적인 감정의 포말선이 여러 모로 다가오게 한다.

 

39살의 이혼녀인 폴은 실내장식가다.

 

오랫동안 사귀어온 로제란 남자 친구가 있고 , 당연히 그들은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사랑이란 감정이 두 사람 간의 차이가 있다.

 

맹목적으로 그를 기다리고 자신이 싫어하는 일에도 그가 원한다면 기꺼이 함께 하는 여자 폴에게 로제는 폴을 사랑하긴 하지만 자신의 자유도 중요시 여기는 남자, 초창기 연애 때의 강렬함은 뒤로 하고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고 즐기는 타입의 사람이다.

 

그런 그의 일상들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참고 기다리는 폴, 어쩌면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그녀는 외로움과 고독이란 동반자와 함께 하는 삶을 이어가나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실내장식을 의뢰한 미국 여인의 집에 가면서 시몽이란 남자를 만난다.

25살의 풋풋한 싱그러움, 정말 잘생긴 미남으로 변호사인 그는 한눈에 폴에게 반한다.

 

수줍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시몽 앞에 폴은 치기어린 젊은 남자의 사랑으로 생각하지만 그의 당찬 사랑법과 행동, 로제의 거짓말과 홀로 남겨진 외로움은 무너져 버리고 시몽을 받아들이게 된다.

 

 

“알다시피 나는 경솔한 사람이 아니야. 나는 스물 다섯 살이야. 당신보다 먼저 세상을 살진 않았지만, 앞으로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진 않아. 당신은 내 인생의 여인이고, 무엇보다 내게 필요한 사람이야. 나는 알아. 당신이 원한다면 내일이라도 당신과 결혼하겠어.”

 

 

 

 

제목이 의미하는 브람스…는 저자는 필히 이렇게 써야한다고 했다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브람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브람스 공연에 초대할 때는 먼저 이 질문을 한다고 한다.

 

책에서 시몽이 폴에게 전한 의미도 이 부분이 들어있기도 하고 이 기회에 브람스를 싫어하더라도 들어는 보겠냐는 뜻도 있을것 같고 이에 확대된 의미로 보자면 사회에서 인식하는 연상연하의 통념을 깨보자는 의미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실제 브람스가 평생 사랑한 여인이 14살 연상의 클라라 슈만이었단 것고 동일시된 등장 인물들의 나이를 뛰어넘는 사랑을 저자는 그려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하지만 흔히 말하는 통속적인 연애의 형태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사랑의 농도 짙은 부분들을 깨고 저자는  폴의 심리, 로제가 여전히 폴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는 심리, 시몽의 활기차고 젊은 사랑의 심리를 보이면서 인생에서 한부분을 차지하는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인생의 전반적인 대부분의 경험치를 따지자면 시몽의 사랑은 폴에게 있어 벅찬 부분들이 있었을 것이고 로제와의 만남을 끝까지 거부하지 못한 내면의 심리는 여전히 로제의 바람기와 자유분방함을 넘어선 사랑이란 감정이 시몽의 사랑보다 앞선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영화 대사중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란 대목이 떠올랐다.

사랑이 변했다기보단 사람의 감정이 변하기 때문에 폴과 로제, 시몽이란 세 남녀의 감정선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익숙한 사랑 패턴과  갑자기 몰아치는 사랑 앞에 변화하길 주저했던 폴의 사랑, 인생의 여러 단면들 중 사랑이란 주제를 통해 기쁨과 슬픔, 아픔, 행, 불행이 모두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