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선의 세계사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후루가와 마사히로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7월
역사, 문화, 다큐 등 많은 자료를 통해 이미 우리들은 노예에 관한 글들을 많이 접해왔다.
노예 하면 떠오르게 되는 뿌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노예 12년…
긴 세월 속에 노예로서 살아갔던 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이야기들은 이미 우리들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바, 이 책에서는 본격적인 노예란 신분을 가진 사람들을 싣고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노예선을 통한 이야기를 다룬다.
총 3장에 걸친 큰 제목에는 노예무역이 탄생하게 된 상황인 근대 무역과 노예무역의 필요성 대두, 이런 노예선을 움직이기 위해서 새롭게 등장한 사람들의 직업과 생활들, 마지막으로 노예무역이 폐지되기까지의 여정을 다룬 만큼 노예란 신분을 넘어 그들을 싣고 대서양을 누비며 새로운 환경에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아프리카인들의 애환을 그렸다.
흔히 알던 노예라고 하는 사람들의 인상이 떠오르는 아프리카 사람들 이전에 이미 유럽에서는 전쟁을 통한 포로들을 통해 노예제도를 실행하고 있었다.
유럽의 이슬람 세력을 막기 위해 최후의 보루였던 그라나다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잡힌 이슬람 출신 노예들을 한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 본격적인 노예를 얻기 위해 선발주자로 나선 국가는 15세기부터 활약한 포르투갈 상인들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에 나오는 주인공 또한 책 속에 그저 난파되어 홀로 남겨지고 무인도에서의 생활을 다룬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알았다면 주인공이 배를 타고 나선 경위의 프리퀄이라고 해도 좋을 뒤 배경에는 이런 무역을 통해 한몫을 얻으려는 사연이 담겨 있음을 알려준다.
이렇듯 포르투갈을 위시해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가 뛰어든 노예무역은 삼각무역의 구조를 띠면서 더욱 서 아프리카의 흑인들을 얻게 되고 그 과정에서 흑인들을 얻기 위해 물물교환식으로 아프리카 추장들과의 거래는 아프리카의 전쟁을 유발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노예선을 운영하기 위해서 다른 직업들을 가진 사람들, 선장, 선의, 선원, 항해사들의 조합이 한 배에 수백 명의 흑인들을 싣고 출항해 북남미의 사탕수수나 커피농장으로 팔려 나가기까지의 이동수단이 됐던 노예선은 그야말로 참혹한 이동 감옥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아픔을 그린다.
영화에서도 등장한 꼼짝없이 누워서 쇠사슬에 묶여 하루 중 어느 시간만 할애해 억지로 춤과 노래를 시키고 다시 묶어놓는 방식으로 이동해 간 모습들은 노예와 노예무역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유럽 국가들의 경제활동을 주시했던 트리니다드 출신의 역사가이자 정치가, 에릭 윌리엄스의 글을 통해서 더욱 실감 있게 전달된다.
긴 세월 동안 미지의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흑인들은 점차 서머싯 사건을 쟁점으로 법정 공방전으로 이어지고 곧이어 아이티의 노예 반란과 다른 나라들의 노예 반란 현황, 유럽의 정세의 혼란한 기운과 맞물려 노예무역에 대한 폐지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노예제 폐지에 대한 의견은 다시 긴 세월을 통해 서서히 이루어짐으로써 오늘날 완전한 노예제 폐지를 법적으로 이루어 냈지만 저자는 묻는다.
오늘날에도 노예제란 말은 없어졌지만 실제 각 나라에는 여전히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과거의 노예 형태와는 다르게 채무 노예제, 계약 노예제, 자산 노예제로 불리는 그들의 삶은 과거나 현재나 마찬가지로 어렵다는 현실이 갑갑함을 전해준다.
금이나 다이아몬드, 카카오 콩을 재배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력의 필요함은 여전하기에 열악한 아프리카에서는 오늘도 어린 손들이 힘겨운 농장에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이 시대는 변해도 여전함을 보인다는 현실은 갈길이 아직도 멀다는 느낌이다.
자료수집에 근거한 노예선의 발자취를 따라 지금의 터전을 이루게 된 사람들, 한 제도의 불합리를 통해 근절한 결과물이 또 다른 식민지 시대를 열었다는 점은 유럽 열강들의 경쟁 이익을 앞세운 자만과 이기주의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1000만 명에 이르는 희생자를 냈다는 노예무역-
역사 속 노예를 통한 세계의 인구 이동과 무역을 통한 세계 쟁탈, 그 가운데 인간의 삶을 중시한 것을 뒤로한 채 탐욕과 실리 이익을 앞세운 열강들의 모습을 노예선 역사를 통해 주목해 쓴 글이라 다른 관점에서 읽게 되는 신선함을 전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