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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령 유랑단

꽃도령꽃도령 유랑단
임현정 지음 / 리오북스 / 2016년 10월

방송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얼마 전 종영을 했다.

예전의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규장각”” 시리즈를 읽으면서 재밌고 역사 속 빈 틈의 한 줄을 상상하면서 글을 쓴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던 기억이 있는 만큼 이제는 순수 문학의 영상화 차원을 넘어 웹툰에서 인기를 끌거나 이런 류이 역사 속의 한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독자들에게 상상의 즐거움을 주는 책들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시인으로서 그동안 시를 통해 자신의 글 색채를 발표해 왔던 저자가 이번에는 자신의 글을 소설이란 장르를 통해서 십분 그 영향을 끼친다.

 

제목 자체가 유랑단, 그것도 꽃도령이라고 하니 요즘 말로 소위 말하는 꽃미남을 말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꽃도령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주위는 온통 밝게 빛나게 하고 이들이 한번 장안에 떴다 하면 과부는 물론이고 모든 처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각기 독특한 재주들을 가지고 있는지라 이들이 펼치는 공연은 가히 둥근 구름이 떠가듯 온통 세상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든다.

 

명망 있는 집안의 장악원 악생이었으나 가문 몰락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서 해금을 켜는 신세로 전락한 이지, 글쟁이로서 꽃도령의 실제 행세를 담당하는 문지는 자신의 아비가 책쾌인 관계로 글에 능한 지성인에 속한다.

무예에 뛰어나지만 영 무식이라면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힘센 장사인 예호랑, 실제로 은별을 납치해 오는 역을 맡게 된다.

 

약초에 빠삭한 홍삼, 조방꾼 아비 탓에 여자를 유혹하는 기술엔 으뜸인 방정, 여기에 어두운 영혼을 데리고 다니는 점복사 말똥이 까지…

 

이들은 왜 여자이면서도 남장을 하고 눈이 보이지 않는 탓에 지팡이에 의지해 가며 거리에 떠돌다가 양반집 순면 도령의 책비로 살아가던 은별을 납치한 이유는 뭘까?

 

모두가 남자 아닌 남자이자 여자로서의 은별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서로가 다투어 은별을 보호하려 하지만 비밀에 쌓인 은별의 행동과 은별을 사모하는 또 다른 인물 공유의 등장, 그리고 기생 애월의 존재감이 드러나면서 펼쳐지는 숨 가쁘면서도 달달한 로맨스가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쉼 없이 흐른다.

 

천하디 천한 신분에 속한 그들이 왜 은별을 거둘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와 그들의 비밀스러운 존재감의 탄생이 드러나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각자가 속한 영역에서 또 다른 주인을 모셔야 하는 자로서의 고민들이 담겨 있고 거리의 아이를 거두었던 사연들이 합쳐지면서 또 다른 이야기의 전개를 펼쳐 보이기에 스릴과 로맨스, 그리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자신의 신분 때문에 감추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꽃도령이란 이름 하에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신들이 그 시선들을 쥐고 흔들었을 때에 보이는 진짜  그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신이 나면서도 재미를 준다.

 

한국 소설에서의 한국 맛이 느껴지는 옛 말이라든가 아름다운 색채가 연상되는 말들을  요즘은 책 속에서 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어떤 이는 표준어란 자체가 말 그대로 어긋난다고, 진짜 아름다운 우리말의 사투리라든가 방언들이 사라져 가는 이 시대에 진정으로 우리말에 대한 아름다움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고심해 볼 때라고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 만큼 이 책 속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생김 표현이나 풍경의 묘사 같은 구절들은 따뜻한 파스텔톤 같은 느낌과 함께 우리나라 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인 것 같아 읽는 동안에 글을 읽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인 것과 동시에 풋풋한 감성 로맨스를 같이 즐겨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유행의 흐름인 만큼 드라마화로도 나온다면, 이것 또한 색다른 재미를 줄 것 같다.

난쟁이가 사는 저택

난장이

난쟁이가 사는 저택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2
황태환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10월

좀비에 대한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에 접한 책은 한국 작가의 손에 태어난 작품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영화 ‘부산행’을 통해서 보인 여러 인간들이 위험에서 벗어나려 아귀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드러난 이기심과 함께 도망치는 가운데 자신을 희생양 삼아 목숨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한 것처럼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 또한 그 외 비슷한 양상을 띤다.

 

주인공 성국은 태생적으로 난쟁이다.

그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주위의 시선은 그를 깔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살아가는 소외된 층에 해당이 되는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든 도시에는  좀비들이 들끓는 곳으로 변해버리고 좀비들과 함께 폐허에 남는 생활을 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식량 배급을 하는 헬기에 의존해서 연명을 해 나간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성국의 왜소한 체격은 오히려 좀비들 눈에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조건에 해당이 되고 치매에 걸린 아버지마저 좀비가 되어 버린 일, 그리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출입구 조차도 좀비들에 의해 접근할 수가 없게 되자 성국의 체격은 곧 쓰레기 배출구를 통해 출입이 가능한 여건이 주어지게 된다.

 

경비병인 윤기원, 병원장 아들인 김문복이 살려달라 애원을 하자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성국은 그들과 함께 있게 되지만 오히려 김문복은 성국에 대한 고마움은커녕 구박하기 시작한다.

 

묵묵히 생존자들의 위해 식량을 나르던 성국은 마침내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자에게마저 그녀의 진실된 태도는 자신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란 것을 깨닫고 자신이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몰두, 자신이 없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들 앞에 제대로 된 권력의 행사를 부리기 시작하는데…

 

 

제2회 ZA(좀비 아포칼립스) 문학 공모전 당선작인 단편소설 ‘옥상으로 가는 길’이 다시 장편으로 개작이 되어 나온 작품이다.

한국형 좀비란 찬사를 받았던 영화 ‘부산행’에서도 자신이 살기 위해 멀쩡한 사람을 먼저 좀비들에게 내보내고 도망치다 결국은 그 자신이 좀비가 되어버리는 인물을 통해 긴박한 상황과 통제된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공포, 그 안에서는 타인의 삶도 결국은 외면할 수밖에 없는 한계치의 극한 상황과 자신을 멸시한 사람들에게 권력이란 것을 부리면서 변해가는 성국의 변화된 모습이 같이 겹치면서 조명이 되는 작품이다.

 

좀비라는 상황 설정을 차용했을 뿐 사회에서도 여전히 이러한 이기적인 모습들을 갖춘 사람들을 대하게 되는 모습들을 종종 보곤 하지만 저자가 그린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착한 성품이었던 성국의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인간들의 본성 안에 깔린 이기심의 모습을 표출해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저하게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면서 일을 치르는 성국의 내면에 갇혀 있던 악마적인 모습은 사뭇 그 전까지의 성국이란 존재에 대해서도 의아하게 만들 만큼 냉철하게 변해가는 과정은 냉소적인 모습으로까지 비치므로…

 

좀비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천천히 변해가면서 결국은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은 이기적이고 권력을 내세워 행동하는 성국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읽는 것도 좋겠고 마지막 반전도 생각지 못한 부분이라 어떤 결말이 지어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독자라면 한국형 좀비 이야기를 접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이세상모든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0월

책이란 여러 가지 밀접한 관계가 맞물려서 출간이 되는 만큼 여러 해를 거쳐서 새로 출간이 되는 책들을 보면 더욱 새롭게 그런 의미가 느껴진다.

책 제목이 주는 의미가 깃든 책인 만큼 알고 보니 이미 1986년에 제1권과 제2권이 출간이 되었던 작품을 이번에 다시 새롭게 출간이 되어 나온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정말 기분 좋은 책이다.~ 란 느낌이 팍 와 닿는 것이 어느 때의 책과는 또 다른 감성을 지니게 해 준다.

저자인 제임스 헤리엇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책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는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를 다룬다.

 

젊은 수의사 해리엇이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직접 겪었던 수의사로서의 생활과 그동안 마주쳤던 동물들, 그리고 농장주인과 그 주변의 자연에 관한 글들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다루어져 있지만 여전히 글의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30년이나 지난 후에 다시 쓰는 회상 형식의 글들은 등장 주인공이 실제 본인 자신이며 지역 이름을 책의 공간 속에서 다르게 표현이 될 뿐 이 책을 읽다 보면 문득 영국의 요크셔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취업난은 어려웠던 시대였는지, 졸업한 후에 취업에 대한 걱정거리와 더불어서 농촌에 근무하게 될 경우 수의사로서의 일보다는 다른 일에 치우치게 된다는 주위의 걱정을 뒤로하고 면접을 보러 간 해리엇의 수의사로서의 첫출발 이야기는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직업의식을 엿보게 된다.

 

지금은 반려 동물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이 책에서 보이는 다양한 동물들, 암소가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봉착과, 말의 치료법과 덩치가 큰 개에게 물려 하마터면 생명에 지장을 초래했을 수도 있었을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포장되어 전해진다.

 

암소의 발에 차여서 뒤로 벌렁 나가떨어지는 불상사는 문 짝 위로 폴짝 올라서지 않을 수 없는 묘사가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동물과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그려낸 이야기들은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말 못 하는 동물들의 상태를 보고 질병을 알아내는 수의사로서의 사명 의지와 수시로 시간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동물들의 비상사태를 전해 받고 잠자리에서 뛰쳐나와야야 하는 행동은 인간의 생명이나 동물들의 생명이나 생명이란 것 자체를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에서 소명이 경건하게 받아들여지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렇게 출간된 책은 좋은 호응을 얻었고 영국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였다는 말이 수긍이 갈 수 있게끔 생각지도 못하게 발생하는 비상의 사태에서 점차 경력이 쌓여가는 주인공 해리엇의 젊은 청춘 이야기가 그려진 책이다.

 

파넌 원장과 그의 동생 트리스탄과의 말다툼 장면들, 언제나 욕을 먹어도 틈을 잘 이용해 다시 형의 곁에서 일을 돕는 트리스탄의 넉살스러운 성격, 그 과정에서 헬렌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데이트를 신청하는 중에 발생한, 당사자인 해리엇에겐 악운이겠지만 독자들 입장에선 배꼽 잡고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정말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은 명 장면으로 기억이 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아내의 권유로 글을  쓰게 된 저자 해리엇은 이후에도 여전히 출간한 책이 인기를 끌만큼 글을 쓰는 솜씨나 그 밖에 자연환경과 사람들, 동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조그마한 지역이지만 독자들에게 기억될 하나하나의 소중한 이야기는 온전히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데에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의 제목은 영국의 시인 세실 프랜시스 알렉산더의 찬송가 구절을 각 권의 제목으로  인용했다고 한다.

의술이 발달되어 그가 행해 온 약품이나 치료법에도 발전을 해왔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아마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더욱 들게 하는 책!

그것은 동물과 나눈 교감은 ‘사랑’이란 감정의 원천이 밑바탕이 되어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차후로 곧 출간될 다음 책이 정말 기대된다.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당신의정원나무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모중석 스릴러 클럽 40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피에르, 마당에 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은퇴한 리릭 소프라노 소피아는 남편에게 말한다.

 

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남편, 소피아는 왠지 모를 두려움과 꺼림칙함, 그리고 이내 누가 어느새 자신의 집에 심어놓은 그 나무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나무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

고심 끝에 길 건너 판자때기라 불리는 집에 들어와 살게 되는 한 남자에게 질문을 해보니 너도밤나무란다.

이름은 알았으니 됐지만 그래도 누가, 왜, 하필이면 자신의 집 정원에다 심었는지에 대해 신경을 쓰던 중 앞 집 남자들에게 나무를 파헤쳐 달라고,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에 대해 알려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판자때기에 살게 된 남자, 모두 네 사람이다.

퇴역 형사 방두슬레, 역사학자 세 명 , 각기 시대 별로 연구를 하는 사람들로서 본명이 마티아스, 뤼시앵, 마르크이지만 방두슬레에 의해 마태복음, 누가복음, 마가복음 같은 복음서로 불린다.

 

 

자, 그런데 어느 날 앞집 소피아가 행방이 묘연하다.

며칠 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   그녀에 대한 행방을 찾게 되는 사람들, 연이어서 그녀의 조카 등장으로 인해 실종사건은 큰 사건으로 번지게 되고 모두가 누가 범인일지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된다.

 

우선 이 책은 추리 소설 같지 않은 유머가 들어간 대사가 인상적이다.

각기 자신들이 연구하고 있는 시대에 걸맞은 대화체, 일명 자신들이 사는 집을 기준으로 동부전선, 서부전선, 병사들이여,,, 이런 식의 대화는 사건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요소로써 감칠맛을 느끼게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갑자기 사라진, 그리고 얼마 후에 불에 탄 시체로 발견이 된 소피아를 누가 죽였을까에 대한 사건의 추적을 통해 젊은이들의 추리 능력과 범인의 실체를 밝혀내기까지의 과정이 사뭇 진지한 면도 들어 있는 책이다.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나무가 우리 집에 심어져 있다면 기분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점을 노린 범인의 철저한 계획을 주위 사람들의 노력과 소피아와 연관을 맺고 있던 모든 사라들의 동선을 파악해가며 이 사람이 범인이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전혀 다른 일이 발생함으로써 종잡을 수 없는 범인의 실체를 찾으려는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담긴 활약이 돋보인다.

 

비밀을 감추고 사는 사람들, 자신이 바란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조여 오면서 이루려 했던 범인의 실체는 전혀 뜻밖의 사람으로 밝혀지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주게 되고 이 모든 사실을 꿰맞추는, 일명 복음서 시리즈라 불리는 삼인방의 활약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건에 동참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특기를 살려 밝혀내는지를  즐기면서 읽게 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출간이 된 책이었던 만큼 책 속의 내용은 지금의 유럽연합들이 사용하는 유로화가 아닌 프랑이란 동전이 나오는 글이 들어 있는 것 또한 시대의 흐름을 느끼게도 해 주는 책이자, 복음서 시리즈로 명명된 차후 작품들이 나온다면 이 세 사람의 활약이 기대되기도 하는  작품이다.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세계의 전쟁이 만들어낸 소울푸드와 정크푸드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9월

 

인류의 발전사를 파헤치다 보면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친 것들이 적지 않다.

환경 적응의 생태를 갖고 있는 인간들이 자신들의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더욱 편리하고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한 것들에는 분야를 막론하고 재미와 함께 인간 역사를 되돌아보게 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전쟁사 차례

 

그런 가운데 가장 처절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전쟁이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 크고 작은 전쟁이 쉼 없이 진행되어 오고 있지만 저자가 쓴 이 책을 읽다 보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식탁에서의 풍성한 요리가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 생겼음을, 더군다나 그 발생의 원천지는 울어야 할 상황이지만 지금의 우리 맛에 길들여져 있는 음식은 왜 이리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세상사의 아이러니를 함께 느껴 볼 수 있다.

 

저자는 세계의 전쟁에서 탄생한 음식이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지금의 우리가 알게 모르게 식탁에 올려져 먹는 별미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주목하며 이야기를 구성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적 집 안 구석에 흔히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 건빵이다.

과자일까, 빵일까를 생각지도 못하게 달달하지도 그렇다고 쓰지도 않는 무미건조한 맛인 건빵의 유래, 알고 보면 모두 전쟁의 소산물로 전쟁 식량으로 발전사를 거듭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새삼 건빵에 담긴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건빵 안에 들어있는 별사탕의 담겨 있는 깊은 뜻이 전시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졌단 사실은 건빵 안에 재미로 담겨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 나서 맛을 음미해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의미를 부여해준다.

 

전시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배급량의 실시로 이어지는 것 때문에 생겨난 음식의 발전사들은 인간의 ‘먹는다’는 의미가 주는 단순한 차원이 아닌 생존의 차원에서 발생했다는 것에서 그 당시에는 하찮은 음식, 흑인들이 주로 먹었던 음식이 환자식으로 발전해서 이제는 식빵에 발라먹는 땅콩버터로 발전했다는 것, 독일군의 침공으로 인해 식량의 배급마저 원활하지 못했을 때의 순무로 버텨온 영국 국민들의 전쟁사, 아기들이 먹는 분유가 원래는 전쟁용이었다는 사실, 인삼차보다 생강차가 더욱 귀하고 고추가 처음에는 식품에 사용되기보다는 무기로써의 십분 발휘됐다는 사실들이  자연에서 주는 귀중한 식재료의 의미를 더욱 부각한다.

 

음식 이름에 담긴 이름조차도 돌고 돌아서 다시 원생산지나 그 주변국에 퍼지기까지의 과정인 ‘키위’나 ‘케이준’이란 이름에 담긴 의미, 지금의 치즈 종류가 많은 가운데 모짜렐라와 체다 슬라이스 치즈에 얽힌 비밀들,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에 이순신 장군이 열세를 극복하고 병사들에게 식량 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었던 비밀들은 새록새록 재미와 함께 아픈 전쟁사에서 발전된 새로운 음식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지식을 전해준다.

 

 

별미모짜렐라 과메기

 

우리나라의 의정부에서 유명한 부대찌개에 얽힌 이야기, 그 외에 환타에 얽힌 에피소드들은 그동안 몰랐던 전쟁에 얽힌 비사처럼 읽히기도 하고 천대받던 음식이 피란민의 유입 이동으로 인해 어쩔 수없이 아무것이나 먹어야 했던 환경에서 이루어진 아귀찜에 대한 이야기들은 지금의 음식 문화에 발전사가 전쟁과 연결되어 이루어졌단 사실들이 한편에선 가슴 아픈 역사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고난의 인간 역사와 음식의 발전사를 공부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별미소개

 

특히 주먹밥에 얽힌 이야기와 초밥의 밥 알 숫자와 회전식 초밥에 대한 비밀, 팝콘이 왜 극장에서 인기가 있게 되었는지, 월남 칼국수에 얽힌 전쟁사, 딸기에 대한 종자의 비밀들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기도 하고 거짓말 같기도 한, 이래저래 인간의 역사와 전쟁사는 음식이란 또 다른 문화의 발전사를 가져왔다는 데에 그 의미를 부여한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전쟁을 겪으신 어른들은 그 시대에 먹었거나 보았거나 경험했던 전쟁의 아픔을 기억함과 동시에 아련한 옛 배고픈 시절을 생각나게 할 수도 있고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겐 어른들의 고난을 이겨낸 산실의 음식 변천사를 통해 전쟁의 고통과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지도로 읽는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

지도

지도로 읽는다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 지도로 읽는다
라이프사이언스 지음, 노경아 옮김 / 이다미디어 / 2016년 10월

인간과 신과의 문제-

영원한 그 해결책이란 없는 것일까를 연신 생각하게 하는 요즘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보면 종교는 언제 태동했는지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과 더불어 개개인들이 믿고 있는 종교의 실체와 그  종교가 인간들의 역사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좀 더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주제

종교분포

 

종교 지도라고 명명된 책의 특성상 각 글마다 그림과 사진이 곁들여져 있기에 우선은 내가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서, 또는 타 종교에 대한 설명을 함께 읽어볼 수 있게 되어 있고 종교와 함께 하는 이상 인류 역사에서 영향을 끼친 시대의 흐름과 여전히 지금도 대립 중인 종교 간의 양상, 더 나아가 자신이 갖고 있는 종교의 믿음을 어떻게 갖고 생활하느냐에 따른 행동의 결과가 세계의 흐름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세계 5 대종교에 대한 차트와 함께 시작하는 이 책은 지도를 통해 알아보는 종교의 발상지를 시작으로 종교의 핵심 교리와 종교 안에서도 일신교와 다신교의 차이점, 사후 세계는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있다면 각 종교가 말하는 그곳은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른 이야기를 전해준다.

 

차례

 

과거의 일로만 치부되는 종교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 나라와의 종교로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 양상, 그 뒤에는 초 강대국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재 조명이 눈길을 끈다.

 

기독교의 교파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길에 나서면 보이는 교회의 간판엔 장로회, 예수회, 침례교, 감리교.. 이런 식으로 봐 왔기에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종교의 힘과 그 안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유대인의 등장 이야기는 재미와 함께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기쁨을 준다.

 

미국교회벨트

 

개신교와 가톨릭교의 분리와 다시 정교회로 나뉘고 기독교 안에서도 분파가 생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원인인 성화와 우상 숭배의 배격, 성서의 가르침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서구 유럽권과 동구 유럽권,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펼쳐지는 종교의 퍼짐은 현재의 우리들 이야기를 대변해 주는 것이기에 사뭇 긴장감의 고조 원인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특히 많은 여러 파트에 등장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역사와 유일신을 믿는 그들, 알라의 가르침을 토대로 오일 머니를 앞세운 석유국들의 발전과 여성들의 복장에 대한 의미, 불교의 발상지이지만 오히려 힌두교의 득세로 불교의 퇴락을 거듭한 인도의 불교 부흥의 이야기, 서구에서 발생한 십자군의 영향이 이슬람의 발전된 지식을 가져 옴으로써 오늘날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우세의 현황까지, 이 책을 접하다 보면 종교가 구석구석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의 막강한 힘을 보인다는 점에서 새삼 나약한 인간이 의지할 곳을 찾고자 믿는 종교란 차원을 넘어 보이지 않는 손길의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슬람교파

 

인도불교역사

세계는 각국의 이익 타산에 의해 저울질을 한다.

어떤 어젠다가 주어지고 결정을 내릴 때의 심오한 결단의 뒷면에는 이러한 종교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는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 되기에 터키의 경우를 통해서 보더라도 아직도 유럽연합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유럽권의 거부로 이행되지 못하는 사례를 들어봐도  종교란 말에는 역사와 이익, 그리고 권력의 힘까지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힘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종교의 본질은 어느 것이나 같다고 본다.

같은 곳을 지향하고 각자가 믿는 종교, 더군다나 정교일치가 아닌 정교분리의 원칙에 의해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자세야말로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은데, 막상 접하게 되는 세계의 사건들은 그렇지 못하기에 답답한 면도 없지 않게 느끼게 된다.

 

한 민족의 태동이 종교와 어떤 연관성을 갖고 다시 이동의 역사와 그 안에서의 자립과 자생을 거쳐 오늘 날 상위 극 소수의 퍼센트에 해당이 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부상한 유대인들의 이야기나, 팔레스타인의 분쟁과 티베트의 독립 요구, 불교권 안에서도 분쟁 발생이 이뤄지고 있는 각각의 사례들을 통해 재 조명해 볼 수 있는 이 책은 각 종교에 대한 고루 평등한 배분과 함께 어쩔 수 없는,  곳곳에 할애를 할 수밖에 없는 유대인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저력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책이다.

 

동성과 기독전쟁

 

종교란 이름 하나로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흐름, 그 안에서 음악과 종교와의 관계, 종교를 어떤 해석으로 대할 것인가에 따라 인간의 삶 지도가 달라진다는 책 구성의 편집과 그림은 쉽게 읽히면서도 지식까지 섭렵할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기에  부담 없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눈처럼 희다

 

 

눈처럼희다

눈처럼 희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2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조용히 투명인간처럼 사는 것’-

 

이것이 생활신조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십 대 소녀 루미키…

스노우 화이트 트롤로지의 시리즈로 전 작인 1편에서 우연찮게 엮인 사건인 ‘피처럼 붉다’에 이어 루미키는 모처럼 이 사건을 뒤로하고 홀로 프라하로 여행을 떠난다.

 

프라하라…

멋진 고성과 중세 동유럽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그곳에서 루미키는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그녀 곁에 자신의 언니라고 밝히는 한 여자가 접근을 한다.

나이는 20세로 이름은 젤렌카라고 말하는 그녀는 루미키의 아버지가 프라하 여행 중에 만난 자신의 엄마와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라고 하는데, 루미키의 입장에선 솔직히 의심스럽기는 당연한 것.

 

하지만 자신의 가족사에 얽힌 왠지 모를 쓸쓸함과 겉으론 평온해 보여도 속에선 어떤 커다란 비밀스러운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루미키에겐 언니라고 밝히는 존재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정말 조용하게, 차분한 여행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 싶었는데, 루미키에겐 그것마저 타국 땅에서 가만 놔두질 않는다.

 

화이트 패밀리라고 불리는, 자신들이 예수의 핏줄이라고 주장하는 컬트 종교단체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생사를 오가는 프라하의 추격전은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 같은 장면을 연상시킨다.

 

뭔지 모르지만, 정말 자신의 언니일지도 모른단 생각에 두서없이 뛰어든 사건의 현장 속으로 달려가는 루미키는 백설 공주에서 차용된 모티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 해석을 한 이야기로써 독자들의 새로운 이야기 세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현란한 동작도 없고, 그렇다고 뛰어난 무술 실력도 갖춘 것 없는 평범한, 아니 오히려 왕따를 당한 아픔 속에 홀로 자신이 살아갈 길을 찾아야 했던 청소년기의 십 대 소녀인 루미키의 이야기는 그 나이 때에 어울리는 첫사랑에 대한 아픔과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생각에 잠기는 평범한 소녀의 인상도 함께 보여줌으로써 상반된 성격 속에 잠재해 있던 소녀감성의 또 다른 루미키를 대하는 맛을 느낄 수가 있게 한다.

 

자살로써 신의 지시를 따르려는 종교 집단, 그 안에서 자란 젤란카를 구하기 위해 사건 속으로 뛰어들게 된 루미키의 활약은 자신의 방송 야욕을 이루려는 또 다른 음모를 노린 방송계의 인물과 엮이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이 집단과의 연관성까지 밝혀내는 과정들이 새롭게 그려진다.

 

전편에 비밀에 쌓였던 남자 친구 블레이즈와의 이별은 다시 해후로 이어질 수 있을지, 결코 엮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림형제의 동화인 ‘흰 눈과 붉은 장미’에서 나오는 자매간의 이야기가 루미키가 젤란카를 결코 외면할 수없었던 비유를 그림으로써 독자들에게 동화적인 이야기 속에 현실적인 차가운 냉혹한 현실을 그려낸 책이라 상반된 이미지를 모두 그려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성인으로 가기 위한 한걸음을 내딜 적마다 새롭게 부딪치는 사건의 연결성..

과연 루미키는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자신의 가족사에 얽힌 비밀과 사랑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다음 3편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족을 붙이자면, 먼 나라 핀란드에서 살아가고 있는 루미키, 그녀 역시 요 네스뵈의 팬이란 사실!

 

                                                                                                                          
                                            

 

라이프 오어 데스(Life Or Death)

라이프라이프 오어 데스 스토리콜렉터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11월

제목이 주는 의미가 의미심장했다.

삶 아니면 죽음이라니…

극단적인 단어를 채택해야만 했던 저자의 의도는 무슨 이야기를 쓰고 싶었길래 이렇게 독자들로 하여금 강한 임팩트를 남기게 했을까?

 

저자의 글들을 접해본 독자로서 이 작가의 특징은 주인공들의 삶 자체가 어떤 현란한 속성에 길들여져 있는 전형적인 인물들이 아니란 점이 눈길을 끌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 역시 긴 여운을 남기면서 여성 독자들에겐 어떤 또 다른 인생의 패턴 속에 진실함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는 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누구나 그렇듯이 어떤 일들에 우연이란 것이 엮이다 보면 전혀 뜻밖으로 내 인생이 바뀌게 되는 경우를 볼 때가 있다.

이를테면 친구 따라 방송국에 따라갔는데, 친구가 바라던 소원을 안되고 자신은 방송의 일을 하게 된 경우라든가, 우연찮게 접한 일들이 평생의 직업으로 가지게 되는 경우들..

뭐 이런 경우들이야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운명적인 일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좋은 경우이긴 하지만 여기 이 남자처럼 전혀 다른 인생관을 걸어가게 한 일들이 엮이게 된다면, 과연 우리들이 이 남자의 경우와 같다면 어쩔 것인가? 에 대한 물음이 주어진다.

 

오디 파머-

텍사스 교도소에 수감 중이고 내일이면 형기를 마치고 석방이 된다.

그런데 만기 출소 하루를 남기고 그가 홀연히 행방을 감추는, 말 그대로 탈출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교도소는 발칵 뒤집힌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왜 하루만 잘 버티면 자유인의 몸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함을 거부하고 그는 탈출을 해야만 했을까? 에 대한 의문을 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저자는 독자들의 시선을 좀체 놓아주질 않는다.

그의 죄목은 10년 전 무장강도로 인해 7백만 달러의 돈을 강탈한 범인으로 현장에서 잡히게 된 것이며 그 당시 현장에서 그의 형인 칼은 행방불명의 상태, 나머지 두 명은 사살이 된 것으로 세간의 이목을 받다가 어느새 세월은 그렇게 흘러간 것이었다.

푸릇했던 청춘이 이젠 장년의 나이로 접어들 정도의 시간을 가진 그, 교도소에서 시시각각 죽음과 맞대면하면서 살아오던 그가, 무사히 하루만 넘기면 석방이 되는 그가, 왜, 왜, 왜,,,

그가 탈출을 함으로써 옆방 동기인 모스가 집중적인 취조를 받게 되지만 그 역시도 그가 무슨 이유로, 어디로 탈출을 했는지 모르는 상태이긴 마찬가지-

 

저자는 오디의 추적을 행하는 여러 방향의 눈들과 모스가 어느 사람들에 이끌려 오디를 찾아내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협박을 받게 되면서 그 역시도 오디를 찾아 나서는 일촉 일발의 여정을 그려나간다.

 

사실 알고 보면 오디는 평범한 생활을 하던 청년이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을 심복처럼 부리던 사장의 눈에 들어 평범한 세계로 들어서는 기회를 버리게 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사장 집에 있던 벨리타와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은 그 둘에게 어김없는 가련한 시련을 안겨주면서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인생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과정이 현재와 과거, 그리고 그를 추적해야만 하는 입장인 발데스 보안관, 그의 사건을 다시 재조명해보려는 난쟁이처럼 키가 작은  콤플렉스를 지닌 FBI 여성 수사관 데지레 퍼니스 간의 대결과 추적도 이야기의 긴 여정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읽으면서 당시 사건에 대한 사고로 머리 부상을 입었다 하더라도 오디가 좀 더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건의 구성 장치와, 벨리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버린,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짙은 애수와 향수, 그리고 진정한 사나이의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이란 것을 오래간만에 느끼게 해 준 복합적인 이야기들의 구성들이 저자의 글이란 느낌이 확실하게 와 닿도록 그린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하는 책이다.

 

스릴 장르 치고는 속도감에선 느리지만 여전히 주인공을 따라 그가 나서는 모든 장소와 사랑에 대한 추억에 대해서 독자들은 한없는 응원과  오디란 남자의 행동을 통해 독자들은 외면할 수 없는 아련함을 느끼게 해 준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물로 전혀 그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예상치 못한 인생을 겪은 오디 파머-

그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사랑하는 여인과의 평범한 삶이었을 텐데, 이 책에서 보여준 것처럼 저자는 권력의 유지와 그 이상을 쟁취하기 위해 법을 이용해 어떻게 한 인간의 인생을 허물어뜨리고 유지하려 하는지, 비밀을 감추기 위해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끝까지 죽이고자 사투를 벌이는 자와 그들을 피해 자신이 사랑한 여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는 오디란 인물의 상반된 인생 이야기를 통해 뜻하는 대로 흘러가는 인생은 별로 없다는 사실, 그런 가운데 인간들의 부단한 인생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쟁취 의욕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함으로써 한 권의 책에서 인생의 다양한 이야기를 접해 볼 수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영화로도 개봉 예정인 ‘리브 바이 나이트’가 많이 연상이 됐다.

남자의 잊으래야 잊을 수없는 약속, 그 약속 안에 진정한 사랑의 약속이란 어떤 것이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는지, 배경과 이야기의 구조는 다르지만 탈출을 할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 나면 더욱 오디란 인물에 푹 빠져 버리게 되는 책-

 

인생은 짧다.

사랑은 무한하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라.

 

마이클 로보텀의 출간 작품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됐다.

13시간… 그 누구에게는 피 말리는 시간

1313시간 형사 베니 시리즈 2
디온 메이어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6년 10월

베니 그리설 시리즈 2부에 속하는 책이다.

 

전 작인 ‘악마의 산’에서 사건을 해결하고 술을 끊은 지 156일째가 되는 베니-

여전히 아내 안나와의 사이는 평행선을 달리고 딸은 런던으로 새로운 경험과 여행을 하고자 떠난 상태인 나날들…

 

 

경찰 경위로서의 몸을 담고 있는 가운데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맡게 된다.

묘하게도 두 사건을 담당하는 두 후배들 사이를 오고 가며 사건을 해결하려 애를 쓰는데, 두 가지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이 되어 벌어진다.

 

한 소녀가 산을 넘어 누군가를 피해 배낭을 지고 도망을 치고 있다.

산책 길을 나선 한 부인을 만나게 되고 경찰에 연락해줄 것을 부탁하곤 급히 다시 사라지는 소녀, 그녀의 이름은 레이첼, 친구가 살해되면서 흑인과 백인들로 이루어진 젊은 청년들로부터 추적을 받기 시작한다.

 

한편 남아공의 대표적인 음악 대표로서 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권위자인 애덤이 자신의 자택에서 총에 맞은 채 죽은 시체로 발견이 된다.

발견 당시 알코올 중독자인 아내의 손에 애덤의 총이 쥐어져 있었고 아내는 결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곧 경찰의 조사가 시작이 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건 속의 연관성은 무엇일까?

책의 두께가 전 작과 같이 벽돌의 두께를  연상시키지만 이야기의 본격적인 연결성은 중반이 넘어가서야 전작인 ‘악마의 산’처럼 드러나게 된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자신의 나라가 안고 있는 역사적인 인종적인 분열 문제와 정치권의 세력 다툼이 누가 쥐느냐에 따라서 인종 간의 권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느 인종을 우선적으로 선별해 혜택을 줄 것인지에 대해 대표적인 경찰계의 알력을 보여주며, 아프리카 음악계의 여러 분야를 다양하게 들려주고 그 안에서의 이권과 음반계의 어두운  내면과 탈세를 감추려 벌어지는 속삭임들을 두 가지 이야기를 통해 잘 버무리고 있다.

 

처음 새벽 5시 36분에 시작했던 이야기는 저녁 7시 51분에 이르러서야 사건 해결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루의 13 시간 안에 긴박하게 돌아가는 두 가지 사건의 멘토를 해주랴, 안나와의 만남을 통해 전혀 뜻밖의 새로운 충격에 휩싸이는 일들까지, 시종 베니를 가만두지 않는 저자의 글 속성상, 독자들은 여전히 남아공이 품고 있는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접 경험할 수가 있게 한다.

 

누구에게는 결코 잊지 못할 피 말리는 시간…

레이첼은 과연 무사히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인지, 애덤과의 관계는 있는 것인지, 경찰까지도 믿지 못하는 배낭 여행객으로서의 타국에서의 생명의 위험성을 느낄 만큼 그녀가 간직한 비밀은 무엇인지, 독자들을 애가 타게 만드는 저자의 이야기 비밀들은 사건 하나에 엮인 다양한 인종들의 아픈 사연과 그 아픈 사연들 속에는 아프리카의 각 나라가 지닌 정치적인 현황에 맞물린 힘없는 보통의 국민들이 겪는 비참한 삶을 폭로하고 있다.

 

 

여전히 인종 간의 불평등한 차별은 언제쯤 해결될 수 있을지, 소수 우대자 정책에 의한 흑인 위주의 선별 정책에 의해 한 직으로 밀려나다시피 한 백인 베니의 사정도 그렇지만 여기선 혼혈인들의 분통 어린 애환이 담긴 대목들이 인상적이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없었을 당시엔 백인들이 우세하더니 정책 실현 후에는 흑인 우대정책으로 바뀌면서 백인들 틈에 끼이지도, 그렇다고 흑인들 틈에 끼지도 못하는 혼혈인들을 멸시하고 같은 경찰 직이라 하더라도 서로의 파트너를 거부하려는 머리 속에 박힌 인종 정책의 현실은 남아공의 또 다른 여건을 들여다보게 된다.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촉을 세우는 베니의 행동 속엔 분명 경찰로서의 사명감이 들어 있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 볼 때는 한없이 나약하고 위축된 삶 속에 이제는 별거를 통해 또 달리 생각하게 되는 결혼의 의미와 자식들의 문제들을 고민하는 아버지로서의 책임감들을 통해 여전히 우리들 아버지의 모습들을 생각하게 한다.

 

두 가지 사건 속에 현재의 남아공 실태를 잘 보여준 저자의 글을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책, 마지막 3부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게 한 책이다.

플루언트….영어 유창성의 비밀

플루언트플루언트 – 영어 유창성의 비밀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방송에서 각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알려주는 패널로 자주 등장하는 조승연 씨가 자신의 경험담을 기초로 세계의 공통으로 쓰이는 언어 중 하나인 영어에 대한 책을 출간했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독일어와 라틴어는 독해 가능, 최근에는 한문과 중국어에 집중하며 동양 언어 공부에 매진한다고 하니 그의 학구열이 대단하단 생각과 함께 얼마 전 EBS 세계 테마 여행이란 코너에서  모나코를 방문해 유창하게 불어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외국생활로 다져진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아냈다.

 

우리나라의 영어에 대한 사교육의 열풍은 거세다.

유치원서부터 영어 유치원을 따로 보내는 부모들이 있을 정도로 영어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물론 취업준비생, 각 회사에서 근무하는 바이어 담당자들까지..

각기 분야에서 필요로 하지 않을 곳이 없을 정도로 밀접한 부분이기에 우리나라의 말 구조 자체가 다른 영어를 배운다는 것을 솔직히 말해 쉽지만은 않다.

 

중학시절만 해도 그저 교과서 위주의 영어책을 외우다시피 하고 단어 따로, 독해 따로…

이런 분류를 거쳐서 대학까지 갔지만 막상 외국인을 대할 때면 꿀 먹은 벙어리로 전락해버리는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 저자는 영어를 배우기에 무엇이 부족한 점이었고 간과한 부분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

 

어떤 것이든 나 자신의 호기심이 발동되어 공부를 하는 것 다르고 주입식으로 하는 공부의 차원은 다르다.

여기서도 지적했듯이 우선 영어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우리나라 말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알고 넘어가는 문제부터 시작되는 글은 영어 문법, 단어, 문맥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에까지 이른다.

 

무작정 시험기간에 맞춰 암기 위주식으로 외우는 과목들은 대부분 그 시험기간이 끝나면 잊어버린다.

하지만 자신이 왜 이 과목의 어떤 특정한 부분에 대해서 궁금증을 갖고 그 원리부터 파고들어 공부를 한다면 시험이 끝나고 오랫동안 머리 속에 기억이 남듯이 영어공부도 이런 원리로 한다면 훨씬 골치 아픈 것이 아닌 진정으로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것에 수긍이 가게 하는 저자의 공부 방식은 지금처럼 필수인 영어를 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깨우침을 줄 것 같다.

 

기계적으로 번역기가 있어 쉽게 해석이 되지만 사람의 감정이 실린 영어들은 아무리 잘 해석이 된 문장이라도 직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꼬집는 저자는 영어를 잘하기 위한 초보의 단계로서  영어 공부의 걸림돌 5가지를 이해한 후에 그다음으로 문장, 단어, 문맥에 대해 자세한 부분들을 다룬다.

특히 영어의 순서는 우리나라의 언어 순서와 다르기 때문에 주어+동사의 중요성을 꼭 짚고 넘어간 부분들은 기초적인 공사가 왜 필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영어분석

 

영어분석2

한때는 단어만 많이 알아도 의사소통이 된다는 말이 있었고, 실제 바디랭귀지 외에도 드문드문 단어만 말해도 일맥상통한 면들이 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말하고 싶다면 공부법의 기초부터 제대로 해야 되지 않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가 그동안 공부한 예시들은 머릿속에 내장된 기억이란 공간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시기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활용의 자세가 눈에 띈다.

 

영어문맥

 

우리는 문법을 무턱대고 암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법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사실 어느 나라의 언어이건 문장을 만드는 방법에는 일관성이 있다. 우리가 모국어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미리 외운 문장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들을 때도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듣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을 만드는 규칙에 일관성이 없는 언어는 소통의 매체가 될 수 없다. 문법 공부란 이 논리적 일관성을 관통하는 사유적 훈련이다. 문법을 외우기만 한다면 외국어를 백날 배워도 유창한 문장은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런 연유로 미리 외워두는 문법 공부는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 된다. – p131

 

한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필요한 그 나라의 고전이나 철학, 예술분야를 같이 곁들여서 배운다면 더 쉽고 친근감 있는 영어 배우기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되고 더불어서 감정 소통까지 가능한 수준의 유창성의 비밀을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담은 책이기에 누구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