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글 목록: 리뷰

그것이 옳은 일이니까요

그것이 옳은 일

그것이 옳은 일이니까요 – 박태식 신부가 읽어주는 영화와 인권
박태식 지음 / 비채 / 2016년 9월

한 때는 책보다는 영화에 심취해 있었던 적이 있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서도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으면 2번, 3번까지 같은 영화를 극장에 가서 보곤 하던 시절이 있었고, 미처 보지 못한 영화들은 방송에서 하는 날이면 꼭 보곤 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때와는 방송 시스템이나 영화를 접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보니 보다 쉽게 접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아무래도 극장에서 주는 음향효과를  제대를 즐기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지 않을까도 생각해보는데….

 

인권영화를 다룬 책이다.

그렇다고 아주 무겁고 진중한 의미의 색채가 아닌 우리가 접하는 영화들 속에 그리는 주제와 감독의 의도를 알고서 보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 그 속에서 우리에게 멀리 떨어진 이야기들이 아닌 현실적으로 얼마든지 주위에서 보고 듣고 겪게 되는 이야기들을 영상미에 녹여낸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발견해보는 시간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박태식 신부가 읽어주는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시간이라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책의 목록은

 

제1부 : 지금
폭력의 냄새 / <한공주> & <도희야>
왜냐하면, 그것이 옳은 일이니까요 / <트래쉬>
누구의 책임인가? / 〈스포트라이트〉 & 〈업사이드다운〉
가끔은 잘못 탄 기차가 진짜 목적지에 데려다준대요 / 〈런치박스〉 &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Vis Ta Vie, 너의 삶을 살아라!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미스 리틀 선샤인〉
경계가 열리다 / 〈스파이 브릿지〉
이야기가 이긴다 / 〈러시안 소설〉 & 〈10분〉

 

제2부 : 여기
지도자의 조건 /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인생에 대한 의리 / 〈인사이드 르윈〉 & 〈비긴 어게인〉
천국에서 보낼 30분 / 〈무뢰한〉 &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꿈꾸는 여성들 / 〈해어화〉 & 〈사의 찬미〉
증명해봐, 네가 직도 쓸모 있는지 / 〈차이나타운〉 & 〈조이 럭 클럽〉
전쟁, 무고한 자들의 지옥 / 〈1944〉 & 〈고지전〉
국가가 국민의 근본 권리를 침해한다면 / 〈집으로 가는 길〉 & 〈변호인〉

 

그리고 3부에선 ‘우리’란 주제로 살펴보는 영화, 일테면 국제시장, 마지막 4 중주 같은 영화들,

4부에선 ‘나’란 주제로 ‘안녕, 헤이즐’,’ 나우 이즈 굿’,’  마션’, ‘스틸 엘리스’,’ 어 웨이 프롬 허’…

 

정말 주옥같은 영화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중에선 본 영화도 있고 이야기 플롯만 대강 읽은 영화도 있기에 보았던 영화는 저자가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을 하면서 느꼈는지를 나와 비교해 보는 시간을, 미처 보지 못한 영화들은 기회가 된다면 저자가 쓴 글 구절을 생각하면서 본다면 훨씬 영화를 대하는 자세나 생각의 깊이 차이를 느낄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그때그때 느끼는 감동에 따라서 울다가 웃다가 하는, 지극히 가벼운 정도의 시간을 갖는 편이라 이번에 접한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영화를 보는 방법을 반쯤 정도는 알게 한 책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주변을 둘러싼 환경들 때문에 피해자가 자신의 소리도 내보지 못하고 오히려 죄인처럼 사라져 버려야 하는 설정의 구도라든가, 부모님 세대들의 고된 삶의 여정을 통해 오늘날의 우리들의 모습을 되새겨볼 수 있게 하는 영화들, 성직자로서 바라 본 가톨릭에 대한 생각과 비전에 대한 기대감, 국가가 개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책임감을 묻는 소재들은 영화를 통해서 그려 낸 현실의 문제들을 다시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사회에서 개인으로, 개인에서 사회로, 그리고 우리가 있고 ‘나’가 있는 차례대로의 영화의 흐름 구성들은 미처 지나쳐 버릴 수도 없었고 잊어버리지도 못할 사회적인 문제점들과 그 해결책을 위해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물음을 생각하고 답을 요구하는 글들은 쉽게 읽히면서도 가슴 한 언저리에 뭉클함을 지니게 한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간접 경험과 이미 지나간 세대들에 대한 편협했던 생각들….

인권을 지닌 인간으로서 모든 것의 경우를 두루두루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간단하게 시간 날 때마다 한 챕터씩 읽어도 좋을 책, 이 가을에 천천히 음미하면서 영화도 같이 본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

엘리사라지다.

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
엠마 힐리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9월

82세의 모드 할머니-

치매를 앓고 있다.

그녀를 돌봐주는 간병인들이 시간에 맞춰 그녀의 집에 오고 모드를 돌보면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지에 대한 메모를 적어놓고 퇴근을 하지만 모드 할머니의 머리 속에는 잠깐의 기억만 있을 뿐 왜 그들이 이것도 하지 말아라, 저것에 손대지 말아라, 하는지를 도통 모른다.

 

(그토록 좋아하는 토스트은 왜 먹지 못하게 하며 복숭아 통조림은 왜 그리 많이 쌓아놓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하지만 그녀에겐 결코 잊을 수가 없는 한 가지가 있으니 바로 친구 엘리자베스의 행방을 찾는 것이다.

여기저기 가방 안과 손에는 메모지가 가득한 가운데 ‘엘리자베스에게 연락 없음’이라고 써 있는 주머니 속의 쪽지로 기억을 되새긴다.

 

호박 때문에 알게 된 엘리자베스의 행방을 수시로 물어보지만 딸 헬렌은 건성으로만 대답만 해 줄 뿐이고 엘리자베스의 집에 찾아가도 들어갈 수 없으며 오히려 그녀의 아들인 피터로부터 핀잔을 듣기 일쑤, 그렇다면 경찰서는 더 나은가?

수시로 접수하는 그 할머니의 얼굴을 아는 경찰도 건성으로 그저 형식적인 절차의 시늉뿐…

 

모드의 기억 속엔 또 하나의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전쟁의 시기였던 어렸을 적, 위의 언니인 수키가 행방불명이 된 사건이 아직 미해결로 남아있는 것이 숙제라면 숙제다.

 

80이 넘은 할머니의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던 과거의 미스터리의 실마리와 현재의 엘리자베스를 찾기 위한 두 가지 사건이 병행이 되면서 그려지는 이 소설은 스릴의 성격도 가미가 되면서 ‘치매’를 앓고 있는 분들의 증상과 그 증상에 따른 자신의 본모습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현실, 딸과 손녀의 얼굴까지 잃어버리는 시간의 타임 속에 그들을 보살피고 지켜보는 가족들의 모습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사람과 사람과의 대사 속에 맞물리는 모드 할머니의 기억 속 상황 속에서 쏟아내는 대사와 현시점의 대사가 교묘히 어울리다가도 전혀 얼렁뚱땅하게 들리게 하는 시간적인 흐름들은 때론 웃음이 나오다가도 이 모습들의 증상이 ‘치매’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란 사실을 느끼게 되면 무척 심란함을 느끼게도 해 준다.

 

어릴 적의 행방불명이 된 언니의 행방이 죽음과도 연관이 있을까?

당시 형부가 죽였을까? 아니면 더글러스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엘리자베스는 정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에 대한 이 모든 궁금증이 모드 할머니의 기억을 토대로 풀어 파헤치는 과정이 무척 심각한 병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기억에 의존하면서 풀어가는 방식 또한 신선함을 준다.

 

자신의 집이 딸에 의해 팔리고 딸네 집에 들어가 살기 시작하면서 겪는 작은 일상들, 익숙지 않은 동선 때문에 화장실 가는 길조차 어려움을 겪으며, 잠시나마 떨어져 있던 며 칠을 두고 딸이 자신을 양로원에 두었다는 느낌을 아는 두려움들까지…

 

치매란 병에 대한 세세한 일상의 관찰을 표현한 모습들과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인지능력 테스트 같은 것들은 모두 사실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저자의 관찰력은 대단하다 싶을 정도의 몰입을 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치매를 둔 가족을  보살피는 독자라면 이러한 사실들 때문에 공감을 사지 않을까도 싶을 정도로, 그렇다고 아주 우울한 감정선이 아닌 생활에서 잠깐잠깐씩 기억을 도난당했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정도의 능력을 지닌 모드 할머니를 통해서 노년에 이르러 겪게 되는 다양한 감정선의 표현들과 현재의 기억을 깜박 잃어도 과거의 기억만을 지닌 채 여전히 언니의 행방을 쫓고 엘리자베스의 행방을 쫓는 주인공의 기억은 어쩌면 오히려 건강한 사람들이 지닌 건망증 보다도 더 확실한 기억력을 가진 존재로 인식을 들게 한다.

 

책 표지의 그림들이 그냥 그림들이 아닌, 모드 할머니의 기억 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기억들 잔해임을 알려주는 것임을….

 

실종에 얽힌 이야기의 타래를 통해 ‘치매’를 앓고 있는 모드 할머니의 또 다른 노년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인생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픽업

픽업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작가 중의 한 명인 더글러스 케네디의 단편집 수록 작품이다.

그동안 꾸준히 국내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그의 작품들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모두 장편만 읽어왔기에 이번에 대하는 단편들 속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 있을지 무척 궁금했었다.

모두 12편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현실적인 감각을 동원한 그의 예리한 필력이 여전함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들의 일반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한 순간들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갖고 오게 되는지, 현대인들의 야망과 이상, 그리고 현실 사이에서 오는 갈등들을 표현한 글들은 단편이 주는 아쉬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첫 장의 ‘픽업’만 해도 그렇다.

 

횡령과 금융사기를 치는 고학력 사기꾼이 유령회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돈을 가로채게 되지만 법의 심판은 받은 적이 없는 행운의 사나이지만 배심원을 매수해서 무죄로 풀려나 자축의 술을 마시게 된 후의 그의 앞날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또한 ‘여름의 소나타’는 어떤가?

젊은 시절 마음에 둔 여인이 있었고 운명의 상대임을 느꼈으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 그 후에 많은 시간이 흐른 후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된 주인공이 현재의 아내와 좋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는 현시점에서 느끼는 후회를 다룬 이야기는 역시 저자의 특허인 결정적인 순간에 내린 결정의 마무리가 어떤 결과를 맺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작품들을 읽을 때면 저자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들만 보고 싶은 마음과 주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선택한 결정 때문에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얼마나 힘들고 괴로움을 겪어야 하는지에 대해 새삼 되돌아보게 만든다.

 

여기 나오는 작품들의 주인공들도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아가면서 우리가 타인들과 맺는 관계와 이별을 통해서 책임과 의무가 함께 동반된다는 사실과 함께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국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의 주체는 나 자신이란 점, 행복한 결말이건 불행한 결말이건 모두가 내 탓이란 점을 일깨워준다.

 

 

픽업1

 

매 작품마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내용도 있었고 좀 더 길게 이어졌더라면 훨씬 좋겠단 이야기도 들어 있는 만큼 하루에 짧게나마 읽을 수 있는 단편의 묘미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발자크의 식탁

발자크식사

발자크의 식탁
앙카 멀스타인 지음, 김연 옮김 / 이야기나무 / 2016년 8월

 

프랑스 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패션이고, 미슐랭 가이드란 책이 생각난다.

예술의 도시란 명성답게 전 세계의 패션의 현상의 중심지 중 하나이면서 역시 미식가들을 위한 별도의 별점을 통해 그곳의 맛난 음식을 경험하게 하고픈 욕구를 발산시키는 곳-

 

그렇다면  프랑스란 나라의 이러한 중심지로의 태동은 어떻게 발전이 되었을까?

그중에서도 ‘레스토랑’이란 이름이 누구나 쉽게 입에서 나올 정도의 보통의 명사로서 불리게 된 프랑스의 역사적인 발전상은 어떻게 시작이 되었을까? 에  대한 재미난 에세이를 접했다.

 

그 중심엔 전혀 의외의 인물인 발자크가 있다.

발자크 하면 우선적으로 그와 떼려야야 뗄 수 없는 커피가 생각나고 그의 영원한 연인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그의 문학의 원천적인 발산의 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커피 외에도  이 책은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 그의 어린 시절부터 그가 죽을 때까지 남긴 작품을 통해서 그가 부여한 음식의 세계와 책 속의 등장인물들 간의 연관 관계를 통해 음식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과 레스토랑의 변천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발자크와 연인

사진을 보면 그는 조금 통통(?)한 듯한 모습이긴 하지만 그는 의외의 창작에 몰두할 때면 음식을 멀리한 절제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작품이 끝나고 나면 무섭게 먹어대는 식욕의 발산 욕구는 아마도 그동안 한 곳에 몰입했던 나머지 자신의 부족했던 점들을 보충하는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그가 그의 작품에서 드러낸 식탁에 오르내리는 음식들은 기존의 작가들의 작품에선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그가 음식에 집착했던 것은 어릴 적, 보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기숙사 생활을 했던 탓도 있었고 당대의 사회상을 짚기 위해서였단 구절만 봐도 그가 생각했던 이러한 발상은 그 후 여러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다양한 작품 속의 소품이자 비유, 그리고 음식과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의 전개가 어떤 형태로 발전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창작들을 할 기회를 제공했다.

 

아시다시피 프랑스란 나라의 음식의 발전은 프랑스 대혁명이 가져다준 일대 변화의 기회를 가져왔다.

왕의 음식을 만들던 요리사들이 혁명의 회오리바람 속에 살기 위해 궁을 탈출하고 거리로 나가 자신들이 익힌 음식 솜씨를 가게를 열게 됨과 동시에 그동안 고위층의 음식이란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보통의 사람들도 맛볼 수 있는 유행의 시대를 타게 된 것이 지금의 프랑스 요리의 첫걸음이자 그 후 이러한 음식의 변천은 식재료의 변천사를 가져오게 된다.

 

책의 구성은 발자크의 어린 시절부터 엿볼 수 있는 음식에 관한 에피소드, 파리의 식사 시간의 변화를 가져온 사회상의 흐름, 여기엔 지금의 레스토랑이란 존재가 나타나게 되고 어떻게 프랑스 사람들에게 어떤 기능과 자리를 제공했는지에 대한 소상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식사 예법이라 함은 당시만 해도 예절과 규범에 얽힌 귀족들만의  것, 일테면 특별한 날들의 식탁이라 이름을 붙인 제 3장을 보면 화려한 저녁식사와 연회가 주 무대로써 식탁의 천은  무엇을 깔고 장식을 어떻게 하는지,  이는 발자크가 ‘인간희극’이란 대 역작의 작품 속에 드러나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계층과 야망들을 음식을 통해 들여다보는 계기를 엿볼 수가 있게 한다.

 

그렇다고 귀족들만의 식사만 그린 것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식탁을 보여줌으로써 일반적인 가정, 특히 도시와는 멀리 떨어진 탓에 교통의 미개발로 인한 도시 소식에 대한 둔감함, 어느 가정에서나 부릴 수 있었던 하인들의 존재가 부각이 되면서 식재료값을 줄이기 위해 애를 쓰는 주인과 이를 어기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가정에 진심으로 충실했던 하인들과의 신경전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함께 레일 시장의 복잡하고도 생기 넘치는 묘사도 인상적이다.

 

시장풍경

 

발자크의 작품 속에 드러나는 음식과 인간관계는 인간이 어떤 것에 심취해 있었고 그런 과정 속에 하나로 음식이 주는 매료에 흠뻑 빠진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통해 구두쇠가 음식에 음식에 인색했던 장면들과 대사, 또는 지나치게 다른 인간관계에 등한시했던 점에 비해 유독 음식에만 집착했던 부류들을 통해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구성해 가는 과정들이 재미를 선사한다.

발자크가 생각했던 연애의 이야기 속에는 침대와 식탁이란 제목을 통해 그가 주장했던 다른 작가들이 썼던 것과는 반대로 식탁과 침대의 쾌락은 서로 이루어질 수없다는 주장이 반영된 작품들을 통해 그가 써왔던 연애관을 다룬 부분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한다.

 

발자크주장

 

누구나 살기 위해 음식을 먹지만 발자크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들 속에서는 음식이란 것이 역사와 사회상의 신분 붕괴, 주인과 하인들 간의 대립, 사회적으로 필요한 모든 것들을 충족시켜주었던 ‘슈베’란 공간이 지녔던 특이한 상황들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한 나라의 역사와 함께 한 음식의 역사 변천사를 보는 책이기도 하다.

 

연이어 전개되는 ‘인간희극’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심리와 식탁에 오르내리는 음식들을 통해  역사, 문화, 사회,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던 발자크의 식탁은 그야말로 음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거나 한 나라의 한 시대의 여러 가지를 통틀어서 알길 원하는 사람들에겐 재미와 지식을 알게 해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트랩

트랩

트랩
멜라니 라베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6년 9월

베스트셀러 작가인 린다 콘라츠는 12년 전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인해 죽음을 당한 여동생 안나로 인한 충격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살아간다.

 

사건 당시 동생의 집에서 범인을 봤다고, 경찰에 몽타주를 이용해 잡기에 노력했지만 유일한 목격자이자 용의자로서 살아가게 된 그 충격은 그녀를 밖에는 한 발짝도 나설 수없게 만들어 버린다.

 

어느 날 우연히 TV를 통해 12년 전에 봤던 동생을 죽인 범인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는 다시 예전의 일을 회상하게 되고 이미 저명한 언론인이 된 그 범인을 잡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심리전문가를 비롯해서 이런 사건의 경험을 현장에 몸 담았던 사람들까지 섭외해 자신이 직접 범인을 심문하고 심리를 이용해 자백을 받아내게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과연 그렇다면 범인을 어떻게 만나야 할까?

린다는 굳은 결심을 한다.

그동안  써왔던 장르에서 벗어나 자신과 동생이 당했던 실제의 일들을 소설 형식을 빌려 스릴러 소설로 발표를 하고 작품에 대한 인터뷰를 범인으로 하여금 하게 한다는 것-

 

일단은 범인이 그녀 집에 오게 되고 인터뷰를 하게 되지만 그녀가 생각했던 범인이란 실체는 자신이 잘못 생각해 오던 인물이었음을, 그가 자신의 알리바이를 밝히는 과정에서 알게 되면서 그녀는 걷잡을 수없는 상태로 빠져든다.

 

그에 대해 알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소설에서 썼다시피 모든 정황상의 근거를 들이대며 그를 몰아가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부끄러운 무지를 탓하며 그동안 그녀 자신의 내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심리가 방황적으로 그려진다.

 

처음 기대했던 바대로 범인과 일대 일 장면에서 어떤 사실을 밝혀내고 범인을 몰고 가기 위한, 책 제목처럼 그녀가 설계했던 계획은 독자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하게 하지만 저자는 시종 그녀의 내면에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정신 공황적인 발작을 그려내며 그녀가 왜 그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즉 범인이 아닌데도 자신의 머리 속에 그려진 인물인 그를 범인으로 알고 있었나? 아니면 진짜 범인을 목격한 것 자체가 믿을 수 있는 정황인가? 안나를 정말 그녀가 아닌 범인이 죽인 것이 맞는가?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누구란 말인가?….

 

그녀가 동생 안나와의 사이를 회상하는 장면이나 소설 속의 이야기를 통해서 밝혀내려 한 범인에게 다가가는 실제적인 방법들이 거의 현실과 비슷하게 그려진다는 점, 누가 누구를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뒷부분의 반전은 결국 처음부터 이 책을 접하면서 읽은 독자들에게 반전이란 이런  맛이다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린다가 범인을 트랩 했는지, 범인이 린다를 트랩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 설정은 초반부터 읽기 시작해도 전혀 알 수가 없게 만든 상황 설정이나 대화들, 회상 신들이  나중에 가서야 퍼즐 맞추듯이 착착 맞아떨어지는 정황들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읽으면서 ‘걸 온 더 트레인’의 비슷한 분위기도 느낄 수가 있었으며, 심리를 주로 이용한 스릴러다 보니 화끈하게 다가오는 진실의 결말 부분들이 시원한 맛은 느끼지 못하나, 린다가 그동안 10년이 넘도록 자신 안에 자신을 가둬두고 방황하던 그 진실의 순간을 마주한 장면들, 범인의 고백을 듣게 되는 장면은 앞부분의 진행상황들에 대한 기다림을 보상해 준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저자의 작품은 처음 대했지만 이미 출간 즉시 독일 「슈피겔」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15년 런던도서전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도서로 주목받은 작품이란 문구가 있는 만큼 영화하기로 결정이 됐다고 하니 여 주인공의 심리 초점에 맞추어 영상이 나온다면 그 어떤 섬뜩한 영화보다도 더 강하게 와 닿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방해자

방해자

방해자 – 상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16년 9월

‘공중그네’ 외의 여러 작품을 통해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기존에 3 권으로 나뉘어 출간된 것이 2 권으로 새로 출간이 되었고 책 표지도  기존의 것보다 훨씬  책의 내용을 음미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생각된다.

 

처음 접한 작가의 작품이었던 ‘공중그네’에서의 유쾌한 의사를 생각해서 이 작품을 접한다면 저자의 또 다른 색깔의 작품을 대하게  됨으로써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동안 마돈나, 나오미와 가나코 같은 작품을 대해 왔다면 다르겠지만 말이다.

 

전혀 상관이 없을 듯, 그저 거리에서 잠시나마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관계, 그것도 서로가 서로에게 좋지 않은 인연으로 엮이게 됨으로써 벌어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그린 것이라면 저자가 그려오던 작품의 세계를 다른 방향에서 들여다봐도 좋을 듯한 작품이다.

 

강력계 형사인 구노는 윗 선의 지시로 동요 형사를 감시하기 위해 잠복근무를 하던 중 자신의 돈을 털려는 고등학생 무리들과 엮이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불량학생들을 혼내준다는 명목 하에 한 아이의 팔을 부러뜨린다.

이 일은 그 후에 전혀 예기치 않게 피해자의 신고 형식으로 서류가 접수됨으로써 구노를 경찰서 내의  지위를 위협하게 되고 위기에 처하게 만든다.

 

고등학교 2학년인 유스케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두  친구와 함께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불량학생이지만 고등학교만은 꼭 졸업하리란 결심을 하는 학생이다.

우습게도 거리에서 술 취한 사람을 대상으로 돈을 갈취하려다 구노 형사에게 걸려들게 되고 그날 이후 정체불명의 형사와 야쿠자의 거래를 받게 된다.

 

평범한 주부인 교코는 남편의 직장을 따라 이사 온 후 아이들이 학교에 간 시간을 이용해 마트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어느 날 남편의 회사에서 방화 사건이 일어나고 당직이었던 남편이 의심을 받게 되면서 잔잔한 가정에 커다란 파문이 몰아치게 된다.

 

자신의 뒷조사를 하는 구노에게 앙심을 품은 동료 경찰에 의해 모략을 당한 구노와 그런 구노 앞에 용의자의 아내로 만난 교코, 그리고 다시 피해자와 피의자의 신분으로 만남을 갖게 되는 구노와 유스케의 관계는 ‘방화’라는 뒷 배후를 캐기 위해 사건을 파헤치는 일을 기반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는 ‘방해자’란 처지로 옭아매게 된다.

 

 

저자는 회사 내에서 발생한 방화라는 사건 뒤에 이에 대한 비리를 무마하려 한 회사와 야쿠자의 관계, 경찰 내에서 상하관계 속에 원치는 않지만 할 수없이 해야만 하는 일의 딜레마, 사회로 나가기 위한 정상적인 행로를 거부한 채 길거리에서 배회하는 청소년의 삶들 속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어서 이들의 일상에 금이 가고 그런 금이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을 변모시켜가는지에 대해 주목해 글을 진행시킨다.

 

쿄코의 경우가 제일 안타까웠다.

남편의 일로 인해 깨진 가정의 단란한 일상 너머로 유혹의 손길이 뻗어 오고 결국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는 과정, 아내를 잃고 장모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고립된 처지를 드러내는 구노, 화목한 가정의 학생이 아닌 유스케의 경우를 통해 저자는 결국 방해자란 이들에게 누구였을까?를 묻는다.

 

하나의 일로 연결이 되고 그 안에서 빠져나오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들, 알고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는 받기 싫고 상처는 입히고야 마는, 그래서 결국은 주변 사람들 모두를 힘들게 만든 것은 자신들임을 깨닫게 해 준 책, 행복이란 것이 별건가? 그저 하루하루 잔잔하게 지나가는 그날이 그날인 듯한 일상이 바로 행복임을 알게 해 주는 책이자 나 자신 안의 또 다른 누군가가 결국은 방해자가 아니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 작품이다.

 

 

 

윈터

윈터

마리사 마이어 저/김지현 역
북로드 | 2016년 09월

책 표지의 그림이 보면서 무엇을 연상하였는가?

빨간 사과를 손에 쥐고 바라보는 여인의 얼굴이라면 당연히 동화 속 백설공주가 떠오를 것이다.

맞다.

이 책의 주인공의 이름이자 책의 표지 제목인 윈터는 백설공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그렇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백설공주의 이야기가 아닌 저자는 상당히 빠른 회전의 두뇌를 이용한, 청소년들에게는 물론이고 성인인 독자들도 어! 이것 재밌는데! 를 연발하게 하는 책-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1권만 읽은 사람은 없다!”는 문구가 거짓이 아님을 알게 하는 책이다.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로 알려진 전체 시리즈 중 완결편에 속하는 이 이야기는 그동안 이 책에 대한 오랜 기다림을 인내했던 독자들에겐 큰 만족감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신데렐라, 빨간 모자, 라푼젤, 백설공주의 모티브를 차용한 저자는 시종 로맨스와 SF의 성격을 제대로 맛깔스러운 양념을 하면서 시종 독자들의 눈을 현혹시킨다.

 

신데렐라 모델인 신더, 빨간 모자의 스칼렛, 라푼젤의 크레스, 그리고 백설공주의 윈터는 모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되 강인하면서도 때로는 부드러운 면을 간직한 성격을 드러낸다.

 

루나 왕국의 여왕인 레바나 여왕의 의붓딸이자 루나의 공주인 윈터는 루나와 지구 사이의 평화를 위해서 자신의 의붓 엄마를 배신하고 신더 일행에 합류한다.

신더가 누구인가?

사이보그로서 동방 연방의 황제 카이토 황태자와의 사랑을 느끼는 사이지만 자신의 진정한 존재의 실체를 모르고 있던 차, 루나 왕국의 진정한 승계자임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시리즈로 나왔던 등장인물들이 합세해 레바나 여왕과의 한판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윈터의 아름다움이란 신체적인 얼굴의 상처 때문에 마이너스가 아닌 오히려 그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마음씨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하고 죽일 수도, 그렇다고 자신의 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둘 수도 없는 레바나 여왕의 눈에 가시 같은 존재로 등장한다.

그렇다고 윈터 자신이 강력한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드라마에서 주연보다 조연이 더 빛을 발하듯이 윈터의 역할은 신더가 무사히 루나 왕국의 평화로움을 위해서 승계를 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인물로 표현된다는 점이다.

 

여기엔 스칼렛과의 오묘한 설전 비슷한 대화 속에 싹트는 우정, 늑대인간으로 길러졌지만 스칼렛을 생각하는 아련한 마음을 드러내는 울프(늑대)의 관계도는 기타 다른 등장인물들과 함께 재미와 흥미, 그리고 책을 일단 잡고서는 쉽게 놓을 수 없는 중독성에 빠지게 만든다.

 

판타지에 대한 기대를 별로 하지 않고 즐겨 읽지도 않지만 머지않아 인간의 지구 세계도 이런 날들이 올 수도 있을 것이란 상상력의 재미를 불러일으킨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는 네 소녀의 성장기와 맞물리면서 고난과 역경, 그리고 그녀들에게 다가오는 네 남자와의 성공적인 사랑 스토리도 완결 편에 속하는 이 책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고 느껴 볼 수 있기에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꿈같던 동화세계를 생각나게 했다.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싸움을 하는 주인공의 이미지처럼 이 책에서의 악인으로 나오는 레바나 여왕과의 일 대전을 벌이는 신더의 활약은 90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 권의 분량은 잊어버려도 좋을 듯하다.

 

그래서 그런가?

이미 헐리우드에도 이 원작을 놓칠 리가 없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화 결정이 됐다고 하는 만큼 주인공들의 선정과 영상미가 궁금해지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이 더 재미를 줄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 일단  개봉한다면 필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할 만큼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이다.

성인들에 맞는 이야기도 될 수도 있고(어린 동심의 세계로 갈 수 있는 시간), 청소년들에겐 새로운 세계의 창작물이란 점에서 저자의 무궁무진한 캐릭터의 발전상을 새겨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는 재미를 주는 책이기에 아직 이 책에 대한 시리즈를 접해 보지 못한 독자들은 천천히 전 시리즈를 읽어본다면 분명 색다른 책의 경험을 할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피시볼

피시볼

피시볼
브래들리 소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8월

책 표지가 참 동화스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예쁘다란 말이 우선 떠오르게 한다.

제목인 피시볼, 그 안에 사는 물고기 이름은 이언이다.

지금 이 시각, 이언은 자신이 살고 있던 27층  아파트 ‘세빌 온 록시’에서 떨어져 지상으로 하강하는 중이다.

왜 이언이 떨어져야만 했는지에 대한 상황은 이 책의 총 54장에 가서야 상황이 설명이 되지만 이언이 고공 낙하하면서 떨어지는 시간은 단 4초에 불과하다.

 

 

 

한 상자 안에 감춰둔 비밀들, 바로  이언들이 하강하면서 보는 그 시간에 만나는 세빌 온 록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들이 이언의 생각과 함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행동에 옮긴 이언은 자유를 항한 갈망에 있었다.

같이 어항 속에 사는 달팽이를 때때로 괴롭혀도 자신이 보는 하늘,  물고기 특유의 물 감촉에 의한 수평에 의지한 채 유유히 물속을 배회하지만 이언의 주인인 바람둥이 코너를 비롯해서 그와 사귄 지 삼 개월째에 접어든 케이티의 사랑에 빠진 이야기와 이별, 그녀를 비로소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결국엔 이별통보를 받는 코너의 사연, 아파트 관리인인 히메네스의 외로움에 대한 삶에 대한 이야기, 여장남자를 하는 가스의 인생 이야기와 삶에 대한 생각, 직업으로 익명의 상대와 전화를 해주는 은둔형의 여자 클레어, 곧 출산에 임박해 아이가 나오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도움을 청하는 파뉴니아 딜라일라, 시간여행을 하면서 기억을 잃기 때문에 홈스쿨링을 하게 된 허먼까지….

 

 

 

이언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단 몇 초간의 시간에도 같은 상자 안에 각기 떨어져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들은 모두가 ‘관계’란 것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언뜻 전혀 상관없이 각자의 생활에 충실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저마다 사연들을 통해서 들여다보면 모두 외롭고 허전하고, 소외에 깃든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언이 바라 본 그들의 관계는 짧은 순간이지만 관계를 맺는다.

아이 출산의 도움을 요청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맺게 되는 두 여인과 허먼의 관계, 그리고 허먼의 할아버지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체감하는 일, 자신의 감춰진 비밀을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 앞에서 드러내 보이면서 또 다른 교류를 시작하는 사람들, 자신의 그릇된 행동 때문에 진정으로 사랑을 느꼈던 코너가 다시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 지에 대한 궁금증들은 현대인들이 모두 지니고 있는 감성들이 아닌가 싶다.

 

 

 

서로에 대해 모르고 살다시피 하는 성냥갑처럼 생긴 건물 안에서 이언은 자신의 자유를 찾아 낙하하지만 또다시 우연이 겹치면서 물통 속에 새로운 삶에 안착하게 되는 , 인생의 앞 날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삶에 대한 철학과 관계란 맺음을 통해 아주 짧은 순간 속에서 모든 인간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재미있고, 유머 있게, 그리고 뭉클한 감동을 전달해 준다.

 

생각이라곤 단 몇 초에 불과한 이언이라는 물고기가 바라 본 세상은?

글쎄, 아마도 살만하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설민석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
설민석 지음, 최준석 그림 / 세계사 / 2016년 7월

흔한 말로 스타강사란 말이 있다.

요즘의 인강을 들을 때면 어느 분야의 강사들이 더 잘 강의를 하는지에 대해서 소문들이 무성하듯이 역사에 관한 한 이 분야에서 스타강사라면 ‘설민석’이란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역사를 다루고 있는 분야라서 시대의 요구에 따라 기존의 강사들 이미지보다는 발 빠르게 현재의 수강생들에게 강의를 어떻게 해야 훨씬 지루하지 않고 흥미를 갖고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한 참고를 많이 했다는 듯한 생각이 들 만큼 역사란 과목을 훨씬 가깝게 느낄 수가 있게 한 분이 아닐까 싶다.

 

요즘에 일부 연예인들의 역사 인식에 대한 무지에 대해 말들이 많이 오고 갔다.

댓글들을 보면 한국사람이 한국 역사에 대해 모른다는 질타도 있고, 연예인들이 재밌게 그 프로그램을 돋보이기 위해 일부러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  이것저것 모두 제쳐두고라도 한국 사람이 한국사에 대해 모른다는 인식에는 부끄러움을 가져야 한다는 글들까지…..

 

그러고 보면 내 학창 시절의 역사 시간을 그야말로 암기 위주의 시간이었단 생각이 든다.

단군할아버지부터 시작되는 역사는 일제시대와 근대 이후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탄생과 오늘날까지의 삶의 역사와 같이 이루어진 만큼 무조건 왕들의 순서와 그 시대의 중요한 역사적인 사건들을 달달 외웠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을 다시 접해보니 무척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편집된 점이 눈에 띈다.

 

대한민국 이전의 가장 최 근접한 왕조 체계인 ‘조선’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는 500년 역사에 대한 역사적인 과정은 인강에서  보는 듯한 구어체의 표현이 그대로 글로써 나타냈기에 훨씬 친근감이 있다.

 

조선이 건국되기까지의 과정 안에서의 이성계란 인물의 주위에 정도전이란 우수한 인재의 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단 사실부터(특히 드라마 ‘정도전’을 많이 생각나게 한다.) 각 왕들의 시대에 발생했던 많은 사화와 당쟁, 임진왜란과 마지막 임금인 순종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보는 책이기에 조선의 총 역사적인 넓고도 세밀한 부분들까지 쉽게 쉽게 머리에 쏙 들어오게 한다.

 

마인드맵

 

역사란 무엇인가? 란 질문들을 많이 하고 그에 대한 답들을 많이 접해왔지만 역사란 역시 승자에 의한 기록이기 때문에 우리가 조선실록이란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공부하는 ‘조선왕조’에 대해서는 어느 한 방향으로 밖에 볼 수없다는 한계는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왕조실록은 역사의 뒤안길을 통해 현재의 우리가 어떻게 접하고 그것을 토대로 현재의 시선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기틀을 잡아나가야 할 지에 대한 보다 폭넓은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역사는 필히 배워야 하는 것임을 다시 깨닫게 해 준다.

 

‘왕’이란 금수저의 신분도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 그 자리에 어울리는 자격조건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하고 자손 번영에도 참여를 해야 하며(그 결과 많은 후궁들을 거느리지만 말이다.) 당쟁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 어떤 정책들을 썼는지, 위대한 성군의 자격 조건을 무엇이며 어떤 역사적인 일들을 완수하며 죽었는지에 대한 당 시대의 흐름을 통해 지도자로서의 국민들을 생각하는 정치인들, 보통의 국민들이라도 나라의 발전에는 어떠한 제도가 좋은 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왕24시

 

자신은 좋은 품성과 인격을 갖추었어도 시대의 흐름과 주위의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맞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역사적인 평가에서 좋은 성군이란 이미지를 얻을 수없었단 사실, 권력이란 힘 앞에서 아버지와 아들 간이라도 어쩔 수 없는 피비린내는 싸움을 벌여야 했던 그 시대 속의 상황들은 지금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질문

 

책은 이러한 과정들 외에도 왕의 인물도라든가, 그 시대의 배경 속에 이루어진 갖가지 사건들, 책 뒤편에는 총정리 식의 간단하면서도 확실하게 머리에 새겨 넣을 수 있는 요점 정리식의 차트를 보여줌으로써  막연히 무조건 달달 외웠던 암기에서 왜 이러한 상황들이 벌어졌고 어떤 결과물을 창조했는지에 대한 이해도를 돕기 위한 설명들과 재밌는 그림들이 들어 있기에 누구나 막연히 생각해왔던 ‘조선’이란 나라를 제대로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숙종인물도

 

결론1

 

쉬운만화

 

수능시험에서 필수가 아닌 선택이란 말 때문에 외면시당했던 역사과목이 드디어 필수과목으로 결정이 된 데에는 두말 할 것 없이 대 찬성이다.

내가 있는 이 자리의 토대는 내 나라가 있음으로 인해서 생긴 자리이기 때문에 적어도 한 나라의 국민이란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비단 이것이 어느 특정 연예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우리 실생활 여러 부분에서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조선이란 나라를 제대로 돌아보기 위한 첫 발걸음이란 취지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는 생각이 든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낭만적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독특한 에세이에 안에 철학적인 면과 소설의 구성이 결합된 알랭 드 보통의 글들은 몰입이 쉽게 되는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첫 작품집을 대한 이후에 꾸준히 그의 출간 책들을 접할 때면 왠지 꼭 읽어야만 속이 후련해지는 그 분위기는 무엇인지….

 

그가 무려 21년 만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다룬 책을 통해서 이번에도 여실히 그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결혼—

며칠 전 방송에서 어떤 패널이 우스개 소리로 인간 수명 100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한 배우자와 50여 년 이상을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되니, 법적으로라도 고쳐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느냐?

비록 웃고자 하는 멘트 성의 말일지라도 결혼이라는 제도는 인류가 태동하고 정착이란 의미로 안주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제도화된 안정적인 장치의 하나로서 생각이 된다고들 하는데, 과연 그렇다면 동화에서 그려지는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란 결과물인 ‘결혼’을 한  이후에 그들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요?라는 물음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정의하는 ‘결혼’이란 의미는

 

결혼 :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의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결혼 : 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

 

 

도박이란 말에 역시 알랭 드 보통답다는 느낌이 와 닿는다.

 

라비와 커스틴이라는 커플의 결혼 생활을 통해서 보이는 결혼의 과정과 결혼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들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는 이 책은 소위 말하는 두 눈에 콩까지가 껴서 죽고 못 살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안다고, 필요하다고 느낄 때 결혼하는 과정과 두 사람 간의 친밀한 섹스를 넘어 아이를 낳고 각자가 짊어진 엄마와 아빠라는 명칭에 부합되는 생활에 치이다 서서히 서로에 대해 바라보는 관심의 무 심경한 눈길, 섹스조차도 이젠 부담스럽다가도 거부당했을 때의 자존심 상하기, 그러다 외도와 둘 사이 간의 폭발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말로써 상처를 주는 일들의 정도가 깊어지는 모습을 통해 결혼의 생활을 되새겨보는 일련의 과정들이 어떤 특정 계층의 생활상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지난한 과정들 들여다보는 듯한 상세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사랑

 

하긴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영상과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현실과는 동떨어진 행복한 결과만을 보았고 읽어왔기에 이렇게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작고 소심한 일(이케아에서 컵을 사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경향 탓에 다투는 일)에서부터 직장에 관한 한 걱정, 아이들의 교육문제, 그리고 뭣보다 가정 안에서 점점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두 성인들의 본질적인 서로에 대한 배려와 관심, 불만, 이것들이 왜 배우자에게 향하는지에 대한 사례들을 통해 결혼을 하면 더욱 행복한 일들만 가득할 것이란 기대는 현실에서는 영원할 수는 없다는 낭만주의적 연애에 대한 일침을 놓는 글들이 솔직하게 그려진다.

 

결혼의 현실

 

노년에 이른 부부들의 인터뷰를 보면 상대방을 고치려 하지 말고 그대로 인정하면서 살아가란 말을 종종 듣는다.

내 기준에 맞춘 상대방의 어긋나는 행위들을 사랑이란 감정이란 마음으로 우러나와 가르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서로의 모자란 점을 보완해나가는 삶, 그것이 결혼생활을 잘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하는 사례들이 이 책에서도 보이는 바, 어떤 결혼의 생활방식이 옳고 그르다고는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서로의 이상과 가치관의 성향을 점점 알아가는 과정, 그 과정 속에 착오와 오해, 불신, 싸움을 겪으면서 행복한 결혼으로 이르는 생활은 라비의 경우처럼 결혼 16년 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결혼을 할 준비가 되었다고 하는 이유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든다.

 

 

 

결혼만 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까지 행복한 생활로 접어드는 절차가 아닌 결혼의 시작은 한 사람이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보고 지켜주고, 이해를 하며 서로의 관심을 가지고 이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또 하나의 새로운 인생 시작이란 점, 더 나아가 사랑에 대한 열정만이 아닌 결혼에도 기술이 필요하단  저자가 쓴 이 책은  모두가 생각할 부분들을 던져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