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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의 칼럼

한잔컬럼

한잔의 칼럼– 남무성, 볼륨 줄이고 세상과 소통하기
남무성 글.그림 / 북폴리오 / 2016년 8월

재즈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가끔 라디오나 방송에서 유명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것을 들을때면 이런 음악에는뜻이 맞는 친구와 같이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면서 듣게 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만큼 날씨와 분위기에 따라서 음악이 주는 위안감과 포근함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수긍할 것이다.

 

저자의 이력이 화려하다.

남들은한 가지로 노력을 해도 힘든데, 저자는 전무후무한 음악 역사 만화 ‘Jazz It Up’ 시리즈와 ‘Paint It Rock’ 시리즈의 작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신문과 잡지에 칼럼과 그 밖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기고해 온 작가다.

 

저자가 생각하는 음악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 그 안엔 유명 작가인 하루키가 알려진 재즈광이란 얘기와 함께 노르웨이의 숲에 얽힌 이야기의 진실, 그러고 간간히 만화적인 그림이 곁들여 있어서 때로는 킬킬 웃다가도 잔잔하게 흐르는 물처럼 일상의 소박함을 전달해주는 이야기들은 같은 공감대를 불어 일으킨다.

한잔1

 

사실 우리가 사는 일상이 그다지 변화무쌍한 게 아니어서 사소한 찰나를 되새겨 보는 정도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본문 중에서

 

음악인들의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명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고집, 전문적인 이야기도 들어있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글을 쓴 점이 인상적이면서도 저자 자신의 어린 시절에 얽힌 LP와 전축, 어머니에 대한 추억거리는 옛 추억의 장소를 떠올리게도 한다.

 

발 빠른 문명에 적응해 가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어찌 보면 그런 기계문명에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 나 자신의 여유로움조차 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스마트폰에 대한 지인의 생각과 정말 만나보고 싶게 하는 용순 이형의 캐릭터는 기막힌 연구대상이 아닐까?

 

한잔2

 

전원생활에서 오는 단조로움과 외로움, 고독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이 생활에 대한 낭만적인 것에 대한 환상에 대한 경고, 그리고 마을로 내려오게 되면서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여전히 따뜻한 시선을 담게 한다.

 

 

 

제목이 한잔의 칼럼인 만큼 정말 따뜻한 차 한잔을 곁에 두고 읽기 시작하니 벌써 찻잔이 비었다.

짧은 챕터 속에 저자가 생각하는 음악 인생에 대한 주변인들의 이야기, 작은 일상 속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긴 여운 향을 남기는 책이다.

미니어처 리스트

미니어처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던 것 중에 하나가 장난감 인형이나 로봇 인형이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특정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사촌들이 사용하던 대물림 형식의 무작위 장난감을 갖고 놀다 보니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으면서 고스란히 당시의 기분이 전해져 옴을 다시 느낀다.

 

지금은 여자 아이들이 갖고 노는 종류를 보면 바비 인형을 비롯해서 화장대, 부엌 세트, 침대 피아노,,, 없는 것 없이 구색이 갖춰져서 판매되는 것을 보면 성인이라 할지라고 신기하고 만져보고 싶은 유혹을 가지게 되는데,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의 똑같은 작은 형태의 미니어처를 가지고 있다면 나이를 떠나 들여다보는 순간은 무척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미니어처가 곧 일어날 미래의 어떤 일들을 예시하고 있다면? 무심코 전해받은 그것들이 실제적으로 벌어질 상황과 맞아떨어진다면 소장의 가치는 둘째치고 무척 섬뜩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배경은 17세기 네덜란드다.

네덜란드 하면 지형적인 불리함을 극복하고 일찍 무역으로 눈을 돌려 자구적으로 한 때나마 강대국으로 들어선 나라답게 이 시기에 어울리는 등장인물들의 조합들은 당시의 구도와 사회정서에 맞는 배경에 부합된다.

18살의 넬라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배나 많은 요하네스와 결혼하고 자신의 고향을 떠나 요하네스가 살고 있는 집에 들어서게 된다.

들어선 곳은 냉랭한 시선의 요하네스 여동생인 마린, 고아 출신 코넬리아, 노예 출신인 검은 빛깔의 오토 란 인물이 살고 있다.

세 사람의 보이지 않는  차가운 시선과 첫인상에서부터 자신과의 관계에 있어서 안 집 여주인으로서의 기강을 보이는 마린을 보면서 이제나 저제나 남편 요하네스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어린 소녀의 꿈, 그것은 동시대의 모든 여성들이 당연히 받아들이고 살아오는 삶의 척도인 결혼을 통해서 출산을 하고 안집 주인으로서 남편에게 순종하는 삶을 받아들이라는 친정 엄마의 말과 자신 또한 그러한 결혼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요하네스의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마린의 비밀스러운 행동과 말, 어두운 밤이 되면 소리 없이  듣게 되는 발자국, 말소리, 숨소리,,,,

모든 것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돌아가던 중 남편으로부터 결혼 선물을 받게 되는 넬라는 자신의 키에 반 정도로 올라오는 미니어처를 받는다.

 

총 9칸으로 나눠져 있는 미니어처의 공간을 채워둘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넬라, 결국 결혼 기념으로  광고에 나온 문구에 이끌려 미니어처 리스트에게 자신의 물품을 주문한다.

 

미니어처3

마지팬과 류트 그리고 결혼 기념 컵을  기다린 넬라는 정말 기막히게도 잘 만든 미니어처를 손에 넣게 되고 그 외에 자신이 주문하지 않은 것들이 속속들이 도착하면서 전혀 예기치 않는 사건과 비밀에 휩싸인 진실들을 알게 되는데….

 

 

미니어처1 미너어처2

(네이버 발췌 : 파트로넬라 오이트만의 미니어처 하우스)

 

 

17세기의 네덜란드가 자유무역으로서 성공한 나라이며, 종교적으로도 구, 신교 간의 대립이 있었던 시대였기 때문에 그 시대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삶의 모습들은 상반된 인물들을 통해 그려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결혼을 함으로써 자신이 꿈꾸던 것을 포기하기 싫었던 마린은 결국 오빠 곁에서 남자 이상의 실력을 가진 여자로, 어린 나이에 신부로서 요하네스와의 아름다운 결혼을 꿈꾸었지만 요하네스의 비밀을 알아버린 후에 요하네스 가문의 여주인으로서 성장해가는 넬라, 왜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넬라를 선택해 미니어처를 통해 자신의 안목과 관찰과 예지를 통해 그녀의 불행한 삶을 예견한 미니어처 리스트, 그녀는 남자들의 세계에서도 월등히 뛰어난 실력을 가진 여성으로서 또 하나의 자립적인 삶을 이어나가는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기에 이 책에서 보이는 전통적인 시대물 로맨스물의 느낌과 더불어 어떤 미스터리한 비밀들에 감추어져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것을 파헤치고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복수와 야망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탐욕들을 엿볼 수가 있게 하는 책이다.

 

시대적인 흐름의 표현과 당시의 건축 구조와 종교와 재판, 사회에서 주를 이루는 인식의 패턴의 영향이 한 인간을 어떻게 몰락해버리게 하는지와, 반전의 비밀들은 미니어처 리스트에게 전해받은 인형들 하나하나, 소품들 하나하나를 통해 제대로 실현이 된다는 사실이 미스터리 스릴과도 어울리게 조합이 그려진 책이다.

 

실제 책에서 나오는 넬라의 이름은 페트로넬라 오트만이다.

저자가 네덜란드 여행 중 위의 인물이 소장했던 미니어처를 보고 이 인물에 대한 상상력을 덧붙여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상상력의 토대가 실제의 당시 상황과 어울리면서 전달되는 분위기와 스릴, 안타까운 로맨스들의 이야기가 고루 들어  있는 책이다.

 

세세한 미니어처의 표현대로 실제로 이런 미니어처 한 개쯤은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상류층이 많이 소장했다고 하는 만큼 정교한 솜씨의 총체합적인 미술품이란 생각과 더불어 미니어처 리스트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가 넬라와 끝까지 이어지지 않고 그녀 자신에 대한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한 부분들은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세세한 미니어처의 표현대로 실제로 이런 미니어처 한 개쯤은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상류층이 많이 소장했다고 하는 만큼 정교한 솜씨의 총체합적인 미술품이란 생각과 더불어 미니어처리스트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가 넬라와 끝까지 이어지지 않고 그녀 자신에 대한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한 부분들은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나하나 문을 열 때마다 비밀이 밝혀지는 미니어처의 진실-

실제와 허구가 잘 맞물린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사랑의 풍속과 로맨스, 그리고 미스터리함이 결합된 환상의 책이다.

                                                 

 

 

바퀴벌레…범죄의 온상들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현실, 다만 숨을 뿐….

바퀴

바퀴벌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책을 통해 저자가 출간한 시리즈를 통해서 주인공의 성장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책들이 있다.

거의가 대부분 성장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고 일례로 ‘빨강 머리 앤’ 시리즈를 들 수가 있을 것이다.

어린 소녀에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이런 일련의 시리즈를 접하는 기쁨도 있지만 어느 특정 캐릭터의 청춘에서부터 나이가 들게 되면서 더욱 노련해지고 자신의 삶에 대한 지친 듯한 모습 속에 독자들도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책,  그런  주인공들 또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북유럽권의 특색 있는 소설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 해리 홀레 시리즈를 접해 본 독자라면 그동안 출간된 책들을 통해 어느 정도 해리 홀레란 캐릭터를 같은 시간대, 같은 동지로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가 있을 터, 국내에 출간된 책들의 역행이라고 해야 하나? 바로 ‘박쥐’에 이은 두 번째 해리 홀레 시리즈인 ‘바퀴 벌레’가 출간이 됐다.

 

해리 홀레의 알코올 중독성 있는 상태에서 수사관으로 날카로운 활약을 보는 맛이 이 책에선 30대 중반의 해리를 만나게 된다.

전작인 ‘박쥐’가 호주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뤘고, 여동생의 성폭행 수사를 진행하려 하던 중 여전히 그의 친구요, 유일한 낙은 술이다.

 

이제는 이름이 익숙한 볼레르와 그의 상사와의 만남이 이 책에서 그려짐으로써 독자들은 뒤의 이야기 이긴 하지만 기존에 출간된 책들을 통해 이미 그들의 관계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되는, 신선함이 넘치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슬로가 아닌 방콕 주재 노르웨이 대사가 태국 모텔에서 등에 칼이 꽂힌 채 죽어 있는 것을 매춘하러 온 태국 여성에게 발견이 되면서 사건이 시작이 된다.

 

오슬로 현지에선 자국 내의 당파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죽은 대사의 개인적인 소아성애자란 사실이 퍼질까 봐 긍긍하던 차에 해리를 불러들임으로써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맡게 한다.

 

너무 자세한 내막을 알려고도 하지 말고 그저 양국 간의 좋은 것이 좋은 것이란 뉘앙스를 풍기는 고위층의 언질에 태국으로 날아간 해리-

그곳에서 혼혈인 리즈 형사와 태국인 수사관들과 함께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깊은 곳으로 발을 담그게 된 해리는 이 사건의 뒤 실체와 내막에 얽힌 일들의 연관 고리를 파헤치면서 지금까지 해리 홀레란 인물이 왜 망가진 인간의 삶을 살게 되는지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 준다.

 

양파처럼 한 꺼풀 벗기면 그 안에 또 다른 전혀 다른 진실이 숨어 있고 그 안에 담긴 사실들을 파헤쳐 가면서 알게 된 개인들마다 간직한 비밀들, 탐욕을 통해 범죄의 온상을 알게 되는 과정들이 마치 바퀴벌레를 연상시키듯 음침한 구석에서 모습은 보이진 않고 서서히 조여 오는 범인의 치밀한 범죄행위와 맞닿아 있는 설정이 기가 막히게 그려진다.

 

바퀴1

 

죽여도 결코  그 자체의 뿌리는 죽어지지 않는 바퀴벌레의 존재처럼 범죄는  한순간에 없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그저 숨쉬기만 고를 뿐, 숨을 곳을 택해 때가 오면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맞물릴 때 이를 저지하려는 자와 이를 이용하려는 자들의 숨 막힘만 진행될 뿐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찌는 듯한 숨 막히는 더위와 매춘, 마약이 벌어지는  방콕의 묘사와 함께 초년의 해리 홀레의 치밀함을 가장했다고는 하지만 실수 한 번으로 여러 명이 피해를 입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경험 부족의 해리를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전작들처럼 가독성이 상당히 좋으며 책을 읽는 순간 무더위와 함께 하는 해리 홀레의 만남이 여전히 흥분을 쉽사리 삭이지 못하게 하는 책이다.

 

범인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로 드러나기에  더욱 재미를 주는 책이기도 하므로 읽으면서 맞혀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책장을 둘러보니 그동안 해리 홀레 시리즈를 국내에서 출간된 순서부터 꽃아 두고 있는데, 이 기회에 저자가 출간한  순서대로 바꿔야 할 듯 싶다.

 

 

                                                                                                                          
                                            

레퀴엠

레퀴엠 레퀴엠
휴버트 셀비 주니어 지음, 황소연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7월

영화 ‘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로 유명세를 알린 저자, 휴버트 셀비 주니어 장편소설의 또 다른 작품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되어 읽었다.

영화에서 보여준 바대로 인간의 상실감을 절묘하게 그려낸 저자의 글이 이번의 이 작품으로 인해 또 다른 커다란 여운을 남긴다.

 

마약이란 것, 유명인들이 자신의 유명세에 뒤따르는 허황함과 공허감, 또는 스타란 자리 뒤에 가려진 외로움과 생활고 때문에 손을 대었다는 일반적인 상식 외에 요즘엔 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쉽게 접하는 시대가 되었다.

저자가 그리는 배경에서도 마약에 중독되어가는 사람들의 묘사를 과감하고 충격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인간의 희망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네 사람의 등장인물을 통하여 어떻게 그들이 꿈꾸어왔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중독이 끼어들게 됨으로 인한 영향력이 파괴적인 삶으로 변모해가는지, 그들의 인생 전철을 보고 있는 독자의 입장에선 여전히 영화로도 나온 그 영상미와 함께 충격이 가시질 않는 작품이다.

 

해리와 마리온, 그리고 해리의 친구 타이론, 해리의 엄마 사라가 등장인물들이다.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 돈이 필요했던 연인 사이인 해리와 마리온, 게토에서 삶을 탈출하고 엄마에게 인정받는 자식으로서 떳떳한 삶을 살기 위한 타이론은 헤로인을 구입해 이를 되파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꿈을 이루려 한다.

한편 사라는 뜻하지 않게 방송국 출연 제의를 받게 되고, 자신의 옷장 속에서 옷들을 꺼내어 보지만 이미 예전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 자신의 신체를 변화시키기 위해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게 되면서 이내 중독이 된다.

 

더군다나 이미 세 사람들 또한 서서히 자신들조차도 모르게 헤로인에 중독이 되어 가면서 점차 나락으로 떨어진다.

마약 때문에 벌어진 갱들의 전쟁에 휘말린 타이런은 감옥에 투옥되어서 노동과 약물 금단현상을, 해리는 감염된 주사로 인해 투여한 약의 중독으로 인해 한쪽 팔을 잃게 되는 현실이, 마리온은 해리의 강요에 의해 치른 일과 점차 거물의 마약 딜러가  주최하는 굴욕적이고 치욕적인 섹스쇼에 보내게 지면서 해리와의 사이도 멀어지고 비참한 말로를 겪게 되는 과정들이 모두 ‘중독’이란 두 단어 때문이요, 결국엔 인간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굴복하고 마는 과정들이 슬픔과 절망, 의지박약으로 가득 찬 말 그대로의 ‘Requiem for a Dream (꿈을 위한 진혼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메리칸의 드림은 지금도 누구나 갖고 있는 이민자들의 또 하나의 희망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열심히만 한다면 자신이 뜻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곳, 바로 미국의 아메리칸드림이 주는 달콤한 제의는 역경을 뚫고 불법 이민자들까지 형성하는 실정에 이르는 현실이고 보면 책에서 그려지는 이 네 사람들이 꿈꾸는 것들은 어쩌면 아메리칸드림을 좆기 위해 중독이란 덫에 걸려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자신들의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현실과 망각의 사이를 오고 가며 도피라는 말에 걸맞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책을 쉽게 읽히지 않는다.

대사가 말 그대로 따옴표도 없고 문장식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누가 누구에게 말하는 것인지 처음엔 무척 헤매면서 읽은 책인 만큼 인내심이 필요한 책이기도 하지만 영화보다도 원작이 더 충격적으로 묘사된 만큼 누구나 희망을 가지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의지와 헛된 한 순간의 판단으로 인해 결코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이란 두 갈래의 길에서 저자가 그리는 타락의 묘사들을 통해 여운이 강하게 남는 작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퀴엠이란 제목이 뇌리에서 잊히질 않는 책이다.

                                                 

다른 아이

다른아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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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7월

인간의 날 것의 본성을 날카롭게 그려내는 작가 샤를로테 링크의 작품이다.

매 작품마다 각기 다른 인간들의 본심을 제대로 그려낸 만큼 스릴이 주는 맛과는 다른 또 다른 섬뜩함을 전해주는데, 이 작품은 그동안 읽어왔던 작품과는 또 다른 아픔을 동반한 작품이었다.

 

어릴 적 친구인 35살의 그웬 베켓으로부터 약혼 소식을 전해 들은 레슬리 그래머는 현직 의사다.

동료이자 남편인 스티븐의 외도로 인해 이혼도장을 막 찍은 상태인 그녀는 외진 시골 마을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그웬의 약혼 소식이 놀랍기만 하다.

 

현대 여성상이라고 할 수 있는 발랄하고 진취적인 의지 활동과는 별개로 그녀는 구식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옷 스타일서부터 대인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했기에 그녀에게 청혼한 데이브란 남자에 대해서도 놀랍지만 뭣보다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그웬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그웬의 아버지 채드와 래슬리의 외할머니인 피오나는 오랜 친구 사이다.

그런데 약혼 당일 날 피오나의 데이브를 향한 신랄한 비난의 목소리는 주의 사람들조차 불편하게 만들고 데이브는 그 장소를 박차고 나간다.

매년 이 농가에 와서 휴가를 머물다 가는 콜린과 제니퍼 부부, 레슬리, 그웬, 피오나, 채드, 그리고 데이브까지 모인 이 자리는 그렇게 파장으로 끝나고 집에 간다고 나선 피오나 할머니는 머리에 돌을 맞아 죽은 시체로 발견이 된다.

 

경찰의  진행대로 주위 사람들부터 탐색이 시작이 되고 각기 다른 사정들로 인해 의심들을 사게 되는 현장의 사람들, 알리바이 확인을 하던 중 이 살인 사건이 우연히도 먼저 일어난 여대생 살인 사건의 행위와 비슷함을 발견하게 된 경찰은 이 두 사건 간의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애를 쓴다.

 

한편 죽기 전에 피오나는 채드에게 이멜로 이젠 80을 넘어선 채드와 80을 바라보는 자신이 살아오는 동안 비밀에 묻어 두었던 사건에 대한 자신의 글을 보내게 되고, 이멜의 내용은 그웬을 손을 통해 약혼식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읽게 된다.

과연 피오나와 채드 사이엔 어떤 비밀들이 감춰져 있을까?

 

어쩔 수 없는 시대적인 상황들이 있다.

그것이 설령 잘못임을 알아도 의도적인 눈감기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탓과 당시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단 자신의 위안을 삼을 핑계를 대면서까지 묻어두려 했던 비밀들..

 

1940년대의 히틀러 광기는 영국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고 런던에 사는 아이들은 한적한 시골마을로 보내게 되는 정책이 실시된다.

그중 피오나 또한 엄마 손에 이끌려 채드 집안에서 살게 되지만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브라이언이란 어린 소년까지 채드 집안까지 발을 들여놓게 된다.

 

노바디라 불리면서 인지 능력 저하로 신체에 비해 뇌 능력이 어린이 수준에 머물던 브라이언..

11살 당시 피오나에게나 15살 채드에게도 브라이언이란 존재는 귀찮은 존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후 우여곡절 끝에 브라이언의 사정을 확인하고도 피오나는 채드와 함께 침묵에 쌓이게 된다.

 

자신들의 과오와 잘못을 인정하며 되돌아보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 시대적인 상황에 맞물려 교묘히 자신들의 죄를 피해갔지만 여전히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브라이언이란 사람의 인생과 이를 교묘히 이용해 피오나에게 두려움을 전달한 범인의 증오에 찬 삶의 이야기는 서로가 어떻게 생각하고 생활하며, 이해를 하는 과정에서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렸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현대인들의 병든 정신적인 나약함, 주위에서 이런 사람이란 인식 속에 박혀 있던 사람의 실체적인 내면의 아픔을 나몰라라 했던 사람들로 인해 복수와 증오를 실현시킨 범인의 주체적이고도 능동적인 활약은 뜻밖의 범인이란 점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허를 찌르게 한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가운데 헬퍼 신드롬에 갇힌 제니퍼의 나중 생각들이 좀 더 일찍 표현이 됐더라면 글의 진행상 더욱 재미를 주었을 것이란 생각은 글의 종반부에 나타나게 한 점 때문에  매끄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피오나,  채드가 나중이라도 브라이언에 대한 미안함을 좀 더 가지고 있었더라면 양심의 가책은 조금이나마 가벼워질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인간이 인간에게 향한 집착에서 오는 행위가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진행 상황이 잘 묘사된 책인 만큼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그련 낸 책이란 생각이 든다.

결국 다른 아이였던 브라이언이나  그 아이에 대해 외면했던 행동들이 차후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뒤늦게 자신을 되돌아본 그들 또한 자신의 이름 외에 ‘다른 아이’였다는 사실이 아프게 다가온 책이다.

레드 퀸 : 유리의 검

유리검

레드 퀸 : 유리의 검 1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7월

판타지 로맨스물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책, 전 1부에 해당되는  ‘레드 퀸 : 적혈의 여왕’ 후속편인 ‘유리의 검’이 출간이 됐다.

 

1부에서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은혈들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적혈이란 피를 가진 사람들은 그들 밑에서 온갖 고생을 하면서 생활하던 중, 적혈 중에서도 은혈의 능력이나 그 이상을 가진 자들이 나타난다.

여주인공 메어 또한 적혈이면서 은혈의 능력인 ‘번개 소녀’ 란 명칭으로 불리고 메이븐 왕자와 결혼까지 이르게 되지만 왕비와 메이븐의 계략에 의해 메이븐의 형인 칼 왕자와 자신까지 쫓기는 지경에 이르면서 끝이 난다.

 

자, 이제 대망의 2부에선 과연 어떤 일들이 발생을 할까?

마치 ‘설국열차’를 연상케 하는 지하를 넘나드는 기차의 이용이나, 지상에 나오자마자 메이븐의 군대와 적혈인들의 구성인 진홍의 군대 대결이 시시각각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의 지경을 달린다.

 

간신히 메이븐의 군대를 피해 도착한 곳은 ‘턱’이란 섬이고, 그 안에서 가족과 해후하는 메어…

자신의 능력과도 같은 점프 실력을 가진 오빠와 함께 다시 칼을 위험에 구하면서 ‘신혈’들이라고 불리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구하고 이들의 능력을 발전시키면서 메이븐이 그리는 세상에 맞서려는 메어의 싸움이 갈등과 고뇌, 그리고 칼과 메이븐을 바라보는 심정들이 복잡하게 그려진다.

 

노르타 왕국의 적국인 레이크 랜즈의 대령과 힘을 합치돼 서로 다른 의견 차이, 자신을 모략하고 위험에 빠뜨린 메이븐에 대적하기 위해 실행하는 일들이 또 다른 은혈들이 자신에게 저지른 행위처럼  보이는 딜레마에 빠진 메어에게 과연 칼은 그녀를 위해 끝까지 도움을 줄 것인지, 아니면 누구든 누구를 배신할 수 있다는 생각 하에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된 메어에 대한 감정을 추스르게 하면서 믿음을 심어줄지, 신혈들을 구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환경에 처한 두 사람의 생각을 독자들은 조바심을 내면서 읽게 한다.

 

유리지도

 

특히 신혈들이 보이는 능력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적재적소의 장소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이며 적들을 물리치고 또 다른 신혈들과 은혈들을 구하는 과정은 이미 영화 판권이 팔린 만큼 감독의 역량에 따라서 제대로 된 영상미를 기대하게 하는 부분들이다.

 

적의에 가득 찬 은혈과 적혈들 사이의 관계를 과연 메어는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제목인 레드 퀸답게,  메이븐이 자신에게 던진 또 다른 위험을 각오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이루려는 한 소녀의 활동이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자신이 처한 위치와 그 안에서 또 다른 평화로움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메어라는 소녀의 시선을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는 성장이란 키워드를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과 더불어 여기에 칼과 메이븐에 대한 감정을 드러낸 부분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누굴 선택할까에 대한 궁금증도 자아내게 한다.

 

1부에서 칼과 메이븐이 메어와 대립된 입장이었다면 2부인 이 책에서는 칼과 메어의 공동 협조와 메이븐의 더욱 악랄한 행위가 드러나는 부분들이 있기에 집필 중인 3부에선 이 세 사람 간의 관계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기대가 된다.

 

브로큰 그레이스

브로큰

브로큰 그레이스
E. C. 디스킨 지음, 송은혜 옮김 / 앤티러스트 / 2016년 7월

표지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상이 된다.

무슨 사연이 깃든 여인이길래 촛불을 들고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일까?

 

기억이란 것이 기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잊어버리고 싶은 것을 차라리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 나을까?

 

20살의 그레이스-

어린 시절부터 이웃해 살고 있던 10살 연상의 마이클과 동거하던 중 차 사고로 기억을 잃는다.

8일 후에 깨어난 현실은 마이클이 살해가 된 채 발견된 상태였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이 된 그레이스다.

하지만 사고 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는 언니 리사의 집이자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으로 가게 되고 왠지 모를 집에 대한 두려움과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헤켓과 비숍이란 형사의 출현으로 인해 자신과 마이클과의 관계는 진실로 어떤 관계였는지,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느끼는 반사작용으로 인해 어느 부분은 익숙한 면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리사의 입을 통해서 들으면서 처음이란 느낌을 받게 되는 혼란까지…

 

집안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기억을 찾으려 애를 쓰는 과정의 그레이스의 행동과 사건의 연결고리들이 밝혀지는 과정들이 그려진 책이기에 초반부의 빠른 전개에 이어 중반부에서 이르서는 이런 과정들이 나오는 책이라 약간의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  책이다.

 

그레이스를 사랑하는 헤켓과의 만남 과정이 좀 더 자세하게 묘사되었다면 이 책에서 헤켓이 비숍과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는 장면에 쉽게 이해를 할 수도 있었던 것들이 빠져 있어 약간의 아쉬움을 준다.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그레이스란 여인의 사건 해결에 있어서 밝혀지는 대반전은 읽으면서 독자들 나름대로 혹시 이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을 맞힌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반전의 사실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스릴이 주는 재미를 느낄 수가 있는 책이다.

 

책의 뒷 말미에 적힌 독서 토론을 위한 질문들은 의미 심장하게 토론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이어서 이 책을 통해 범죄의 행위와 정당방위, 그리고 약물 중독에 따른 범죄의 기억의 상실성, 인간이 갖고 있는 살인의 본능은 과연 지니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들은 기억에 남을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타 책에 비해 활자가 커서 읽기에 좋았던 좋은 시도로 보이며, 오타를 보완만 한다면 독서 하기에 더욱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더 라스트 레터

레터

라스트 레터
조조 모예스 지음, 오정아 옮김 / 살림 / 2016년 7월

지금은 없어졌지만 라디오 방송에서는 해마다 예쁜 엽서전이란 것을 전시하던 때가 있었다.

하루가 빠르게 변하다 보니 이제는 이런 엽서전에 대한 행사가 없어졌지만 당시만 해도 유명 가수가 진행하던 라디오 방송에선 이런 엽서들이 많이 소개되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더군다나 이런 기억의 소산물은 사촌집에 갈 때면 당시에 중. 고등학생이었던 사촌들이 책상에 앉아서 규격의 엽서에다 저마다 자신들이 최대한 솜씨를 드러낼 수 있는 그림들을 그렸던 장면들이 많이 봐왔기에 지금도 여전히 엽서~하면 그런 장면들이 연상된다.

 

요즘엔 이런 것들이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컴의 이멜에서 스마트 폰 카톡까지… 언제 어디서고 금방 확인과 답신을 바로 주고받을 수 있는 편리성이 대세가 됐지만 어찌 보면 아날로그적인 이런 감성적인 추억들을 간직 할 수 없게 된 시절로 온 것 같아서 조금은 감성이 메말라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의 필체를 남길 수 있고 상대방이 나에 대해 기억을 해 주는 매개체로 편지만 한 것이 있을까도 싶은, 또 하나의 추억을 기억하게 하는 책을 읽었다.

 

‘미 비 포유’의 저자인 조조 모예스 신작인 ‘더 라스트 레터’다.

마지막 편지~

왠지 어떤 기막힌 사연이 들어 있을 듯한 예감은 어김없이 독자들의 감성을 다시 두근거리게 한다.

시대는 전작의 작품처럼 비슷하게 두 시대를 오고 가면서 펼쳐지는 방식인데 1960년대의 제니퍼 스털링과 2003년도의 앨리 하워스의 이야기로  오고 간다.

교통사고를 당한 제니퍼는 사고의 후유증으로 당시의 기억을 잃는다.

남부럽지 않은 광산 사업으로 인해 일취월장 중인 남편 래리와의 결혼 생활은 타인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요, 피티에 여주인으로서 그녀가 지닌 우아함과 도도함, 그리고 미색을 입에 오르내리는데, 도대체 자신이 왜 어디를 가려고 했는지, 남편을 바라보아도 왠지 서막함을 느끼던 차. 자신에게 절절한 사랑 고백을 한 신문기자 앤서니 오헤어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의 관계가 어떤 사이였는지 기억하려고 애를 쓰는 제니퍼,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는 남편을 두고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앤서니에게로 가려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와 함께 하기 위해 애를 쓰는데….

 

(Brian Hyland – Sealed With A Kiss)

한편 2003년도 앨리는 신문사에서 특집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는 31살의 여성이다.

작가인 유부남과 1년이 넘도록 불륜의 상대로서 관계를 이어가던 중, 어느 날 신문사 이전 때문에 서류를 정리하던 중 오래된 편지를 발견하게 되고 편지의 내용인 앤서니가 쓴 내용 속으로 푹 빠져들게 되고 이 편지의 주인을 추적 끝에 제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

 

 

앤서니의 편지는 두 여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매개체이다.

 

1960년대의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이어나가는 수동형의 제니퍼가 부부로서의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던 무늬만 부부로서 살아가던 그 시기에 열정적인 사랑이란 무엇인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앤서니임을 알아가는 과정과 그에 걸맞은 행동을 옮기기까지의 어려웠던 결단력들을 이루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면 불륜관계를 청산하고 자신에게 올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었던 앨리는 앤서니의 편지로 인해 자신의 위치와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해 나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녀 곁에 다가오는 또 다른 남자 로리와의 관계를 통해서 새로운 다른 사랑을 하려는 용감성을 보여준다.

 

편지란 오고 가는데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체통에 넣고 다시 답장을 받기까지 며칠이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절실한 기다림 속에 그 안에 들어간 내용을 통해 때론 희망을, 때론 설렘을, 때론 실망감을 느끼게도 되지만 앤서니와 제니퍼의 어긋난 40년간의 이별 시간을 이어주는 것도 또한 편지였다.

 

사랑의 감정이란 그토록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이기에 때론 신문에서도 보아왔던 믿기지 않은 사실들, 20대 때 만나서 사랑을 하다 헤어진 시간이 너무나 길었지만 백발노인들이 되어서도 만나는, 우리들이 보기엔 여전히 세월의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들이지만 이 책 속에서 보이는 앤서니와 제니퍼의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들은 여전히 헤어질 당시의 모습들만 기억하는 것처럼, 오랜 세월과 시간이 주는 것에 사랑의 감정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 적어도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아름답고 설레는 마음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이 책에선 따뜻한 시선으로 느낄 수가 있게 한다.

 

서로가 처한 상황과 오해들 때문에 만남과 이별을 겪어야 했던 만큼 오랜 시간을 두고 다시 만난 그들의 사랑의 시선이 마지막 편지가 아닌 진행형으로 이어진 편지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사랑에 빠지게 한다.

 

 

인스턴트식의 빠른 전개식의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의 화법의 사랑법도 싱그럽고 재밌지만 오랜 묵은지 맛이 나는 이런 구식적인 패턴의 사랑법도 로맨스물의 전형적인 감동을 준다는 사실, 조조 모예스의 장기가 드러난 작품이 아닌가 싶다

모나리자 바이러스

모나리자

모나리자 바이러스
티보어 로데 지음, 박여명 옮김 / 북펌 / 2016년 7월

해마다 미인 대회를 거의 모든 나라들이 개최를 하고 자국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으로 뽑힌 사람들은 세계적인 미인대회 출전을 함으로써 자국의 국위 선양을 미(美)를 통해 알린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러 책들에서 다양한 장르를 통해 사회에서 만연되고 있는 공통의 미의 기준에 대한 비판을 꼬집고는 있지만 쉽게 우리의 뇌리 속에 각인된 미의 기준은 솔직히 말해 획일화된 기준이 대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시대에 따라 미인의 형태는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패턴만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루어 볼 때 ‘댄 브라운의 귀환!’, ‘독일 스릴러의 자존심’이라는 평가를 받는 소설가 티보어 로데란 작가의 작품을 대한 느낌은 스릴의 장치를 갖추고 있되 책을 읽고 난 후의 선과 악에 대한 생각, 그 안에서 범인이 생각하고 있던 주장의 근거를 통해 과연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미의 기준도 선의 한 연장선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진다.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기이한 사건들, 멕시코에서 미인대회 출전하려는 여성들을 태운 버스가 납치가 되고 이들 중 일부는 그들이 갖고 있던 미의 얼굴이 이제는 더 이상 아름답다란 말을 느낄 수가 없는 몰골이 흉한 성형의 형태를 갖춘 모습으로 발견이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한쪽 브라질에선 벌 농장에서 벌 떼들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각종 피해가 잇달아 발생하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번지며, 미국에서는 한 때 미모를 자랑하며 모델로서 활동하다 이제는 신경미학이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헬렌 모건의 딸인 매들린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매들린의 납치를 두고 엄마로서 찾으려는 헬렌에게 파트리크 바이시라는 폴란드 남자가 전화를 걸어오게 되고 자신의 아버지인 세계적인 바이러스 백신 주자인 아버지 파벨 바이시의 실종과 연관이 있다고 말하면서 사건의 진상을 밝혀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도대체 왜, 누가 무슨 근거로 이러한 일을 벌였을까?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번지는 디지털 사진에 바이러스가 침투함으로써 각 모든 매체들의 사진의 뒤틀린 모습들이 연달아 발생되는 이러한 발생의 범인은 오히려 쉽게 전반부에서 드러나며 작가는 그 범인이 주장하는 근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아름다움의 상징인 모나리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실제 같이 동거를 하며 연구를 했던 파치올리의 관계를 그리면서 우리들이 통상 황금비율이라고 불리는 것을 발견했다는 사실, 지금까지도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황금비율에 대한 환상과 그에 맞추어 여기저기 성형을 하고 아름다움을 표방하는 원리에 가깝게 접근하고자 노력하는 현대인들의 미에 대한 경각심을 범인의 주장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일깨워준다.

 

헬기 사고로 자신의 모든 형상이 망가진 남자 파벨, 그가 생각했던 미의 원천지라고 생각했던 모나리자를 미에 대해 숭배하고 미를 쫓아가면서 미에 대한 바이러스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행동에 옮긴 것, 이에 맞서는 헬렌과 미국 FBI밀너의 활동은 이를 저지하려 애를 쓰는 과정들이 왜 댄 브라운의 귀환이란 말을 사용했는지를 이해할 수가 있게 한다.

 

모나리자 바이러스라 이름을 붙인 미에 대한 바이러스는 현대인들이 ‘밈’이란 현상을 비유하는 것과 같은 뜻으로 불릴 수도 있다는 경고, 거식증에 걸린 매들린의 경우도 그렇고 빼빼 마른 모델들을 보면서 너도 나도 그런 신체를 선망하는 인간들의 미에 대한 인식의 행태들을 종합해 볼 수 있는 이 책은 자연 세계에서의 벌꿀의 역할의 중요성, 자연의 생태가 무너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성의 경고가 스릴이란 장치를 갖추면서도 아름다움을 가진 자가 그렇지 못한 자보다 보다 더 이익을 쉽게 취할 수도 있는 여건, 그것을 바탕으로 산업의 발전, 권력의 힘을 지닐 수 있는 매개가 될 수도 있으며 이러한 것을 갖추기 위해 무리한 힘에 의지해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황금비율에 대한 인간의 선망, 루브르 박물관과 스페인까지 이르는 미술 작품들에 대한 저자의 픽션과 논픽션의 가미가 적절히 잘 구성이 된 스릴 책이 아닌가 싶다.

 

                                                                                                                          
                                            

위도우…남편의 비밀을 삼킨 여인

위도우

위도우 – 비밀을 삼킨 여인
피오나 바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6월

부부란 것이 살다 보면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고 얼굴도 닮아간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도 오랜 시간을 같이 살아오면서 상대방의 속 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아가는 시간이 깊어짐에 따른 결과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별개의 독립된 개체로서 다른 성장기를 거친 사람들의 만남은 과연 상대방의 마음을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나? 하는 궁금증과 정말로 내 배우자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책을 접했다.

 

17살의 어린 나이에 은행원  글렌 테일러를 만난 진은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됐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

남편이 하는 말이라면 무조건 옳은 말이고 실상 남편이 하는 말들은 상황에 따라서도 독자들로 하여금 받아들여지게 하는 힘의 무게가 살아있다.

하지만 은행에서 야동을 보는 바람에 실직을 하게 되고 배달업을 하게 된 남편, 그런 그들 부부 사이에 남편이 어린 여자아이 유괴범이란 타이틀이 붙게 되면서 이야기의 전개가 시작된다.

 

글렌’의 아내인 ‘진 테일러’. 수사반장인 ‘밥 스파크스’, 기자인 ‘케이트’로 나눠지는 책의 내용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그려지고 사건은 4년 전 남편이 배달 갔던 지역의 ‘벨라’라고 불리는 어린아이의 유괴가 사건의 발단이었다.

 

추적이 시작되면서 밝혀 올라간 곳엔 글렌이 있었고 글렌의 컴에는 야동과 포르노가 관련된 영사이 들어 있었지만 글렌은 바이러스 탓으로 옮겨왔음을 거듭 주장하면서 무죄를 주장하는데,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법원의 절차를 걸치고 끝내 무죄임을 밝혀진 글렌은 정말 어이없게도 버스에 치여 죽게 된다.

그렇다면 이미 죽은 자에 대한 법의 심판은 고사하고 행방이 묘연한 벨라는 어디에 있을까? 혹시 다른 곳을 팔아넘기진 않았을까? 입양이 됐을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죽여버렸을까?

 

 

이야기의 진행은 글렌의 유죄를 밝혀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경찰의 모습과 남편을 끝까지 믿고 모든 말을 함구한 진에게 남편이 죽고 난 후에 진실을 밝혀 줄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교차되면서 그려진다.

 

남편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는 있지만 정황상 드러나는 현장의 느낌과 불임이란  것에 대한 충격과 아이를 그리워하는 진의 행동, 그런 여파에 아동을 이상한 방식으로 좋아하는 남편의 진심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에 옮기는 한 여인의 관찰로 그려진 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은 심리의 다변화하는 감정의 변화폭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책이다.

 

세상을  남편의 말대로 따르며 살아가고 있던 그녀 곁엔 이제 남편은 죽고 ‘위도우’ 일명 과부가 돼버린 ‘진’이란 여인의 입에선 과연 글렌의 행동에 어떤 진실이 들어 있으며 벨라는 어디에 있을까? 에 대한 궁금증을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조바심을 내면서 읽게 된다.

 

생각했던 것처럼 어떤 커다란 사건이 앞에 드러나는 형식이 아닌 한 여인의 입에서 어떤 진실이 나오게 될까에 대한 이야기 진행을 그린 책이라 기존의 어떤 형식을 익히 보아왔던 낯익음도 있고 끝까지 범인이 과연 글렌 일 까에 대한 여러 주변 인물들에 대해 복선을 깔아 놓은 책이라 이런 점에서 스릴의 맛을 주고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긴 호흡에 이르는 영향에 준 이야기의 과정이 약간의 지루함을 준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가정에 몰아친 사건의 여파로 인해 주변부의 따가운 시선과 연일 장사진을 치고 방송 취재에만 열을 올리는 방송가의 모습들, 유괴된 아이의 엄마의 비통함을 넘어서 이제는 어떤 커다란 연례행사처럼 번져버린 다양한 행태의 모습들을 그린 내용들은 범인이라고 밝혀지기 전까지 무고한 사람임을 전제로 할 때 고통을 겪게 되는 또 다른 가정의 모습을 자세히 그려낸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녀의 기나긴 여정의 끝마침, 과연 그녀는 남편의 실상을 제대로 믿었던 것일까, 믿고 싶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