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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더스 키퍼스

파인더스

 

파인더스 키퍼스 – 찾은 자가 갖는다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6월

공짜란 말은 참 인간들의 마음을 현혹시킨다.

예를 들어 길가에서 굴러다니는 500원 동전이나 일십 원짜리라도 일단 돈이란 개념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유혹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때론 이 돈 때문에 커다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가 흔한 것을 보게 된다.

 

만약, 당신에게 생각지도 못한 돈이 들어오게 된다면?

그 출처는 고사하고 정말로 공짜의 개념인  돈이 굴러들어 온다면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되면서 그동안 여러 가지의 일들에 관련된 생각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은둔의 작가로 불리는 로스스타인의  집에 삼인조 강도가 침입한다.

두문불출하면서 그동안 쌓은 명성을 뒤로 한채 지미 골드 시리즈로 불리는 연작을 계속해 집필해 오고 있었던 그는 삼인조 강도들의 위협에 금고 안의 돈과 뭣보다도 돈보다 더 중요한 자신의 육필 원고만은 필사적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결국 총에 맞고 죽게 된다.

 

삼인조 중에 유난히 지미 골드 시리즈에 매료되어 저자가 그동안 써온 글에 불만을 품어왔던 모리스 벨라미는 다른 두 명을 연달아 살해하고 로스스타인의 유필 원고 노트와 돈을 모두 가져오면서 돈은 고사하고 육필 원고에 대한 내용과 이 원고의 처리에 관해 고심을 하게 되지만 술을 먹고 저지른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오랜 세월 그의 청춘을 바치면서 교도소에서 살아가게 된다.

 

시간을 그렇게 흘러서 1978년에 벌어진 이 사건도 잊힐 즈음 20101년에 들어서 어린 피트 소버스란 소년은 메르세데스 차량을 몰고 실업자 취업 박람회에 묻지 마 살인을 벌였던 영향으로 실직과 신체적인 아픔을 지니게 된 아빠와 가장으로서 살아가는 엄마, 어린 여동생 티나와 함께 근근이 살아가던 중 뜻하지 않게 발견된 트렁크 속에 돈과 종이 뭉치를 발견하게 된다.

 

스티븐 킹의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후속작이며 또 다른 작품의 중간 지점에 해당되는 이 책은 전작에 나오는 호지스 은퇴 경찰이 다시 등장한다.

처음부터 등장하게 되는 책은 아니기에 연작 시리즈치고는 등장의 순서가 중간쯤부터 시작되기에 이 시리즈인 미스터 메스세데스를 읽지 않아도 읽는 데에 있어선 어려움이 없는 독립된 이야기처럼 쓰인 책이기도 하다.

 

전혀 연관이 없을 줄 알았던 모리스와 소버의  만남의 매개체는 바로 유명 작가인 로스 스타인이 썼던 육필원고이자 유작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크기 마련이고 그 내용이 설사 자신의 취향대로 맞게 쓰이지 않았다 할 지라도 실망만 할 뿐 그 어떤 행동에 옮기지는 않지만 모리스는 예외였다.

아마도 자라온 환경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성장기와 고민, 가정의 불화를 견디게 해 준 안식처가 지미 골드 시리즈였단 점에서 맹목적으로 빠져 들게 된 책의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았다 하여 작가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만일 작가가 그 뒤를 이른 4.5부를 썼다는 점을 알았다면, 아니 그 내용들이 만족에 가까운 설정이었다면 이런 커다란 잘못은 저지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영화 ‘미저리’를 생각하게 할 만큼의 광적인 팬의 모습이 그대로 , 아니 더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가는 모리의 마지막 희망은 출소 후에 만나게 될 자신이 감춰둔 트렁크였다.

하지만 이 모든 일 뒤에 피트란 아이가 있었고 그 사건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호지스 경찰의 등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야기의 가속도가 붙는다.

 

이 작품 “파인더스 키퍼스 : 찾는 자가 갖는다란 제목은 말 그대로 찾는자가 지킨다라는 의미도 있고, 호지스 경감이 차린 탐정 사무소 이름이기도 하기에 두 가지의 뜻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다.

 

전작인 범인 브래디의 병원을 꾸준히 찾으면서 브래디의 감취진 진실된 모습을 찾으려는 호지스 경감의 날카로운 촉각이 다른 작품 속에서 어떻게 사건으로 다뤄질지, 위의 작품처럼 광적인 팬에 의해 벌어진 사건 속에서 미국의 불안정했던 금융위기 사건 속에 평범했던  일가족이 돈에 얽히고 유작에 얽히면서 전혀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린 내용은 역시 킹다운 책이란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다.

 

곳곳에 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히 지키려 발악하는 모리스의 모습만을 놓고  볼 때는 정말  안타깝기도 한 장면이라 스티븐 킹이란 작가가 책을 사랑하는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모습을 잘 드러내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

 

책

 

어렵게 생활했던 피트 소버린, 역시 모리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대목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의 그릇된 광기가 몰고 오는 처참함을 일깨우는 장면이기도 하기에 어쩌면 모리스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피트도 책에 대한 유혹 앞에서 모리스 못지않은 행동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를 상상해 보게 된다.

 

그렇게에 여기서 끝이 아님을 드러내는 장면은 독자들로 하여금 총체적으로 3부작을 기대하는 이유가 될 것이며 다음 작품인 “End of Watch를 빨리 만나보고 싶단 생각을 가지게 하는 작가의 글 매력이 여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리버스

리버스

리버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7

‘고백’이란 책을 통해서 처음 접했던 작가의 작품이 첫 손에 꼽을 정도로 큰 충격과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이 깊었던 터라 그동안 출간된 작품들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주지 않았다.

이번에 초심의 마음으로 썼다던 책, ‘리버스’를 읽었다.

 

제목 자체가 리버스라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은 라디오 기능 중에 오토리버스가 생각이 났었다.

만약 리버스란 말이 이 책의 내용과도 통한다면, 과연 작가는 어떤 의도로 이 책의 내용들을 썼을까?

 

우리는 살면서 부모와 가장 가깝게 접하고 그다음이 자라나면서 또래의 친구들과의 사이에서의 관계를 통해 성장을 해 나간다.

그런 만큼 친구를 통해서 자극을 받기도 하고 그 행동을 따라 해 가면서 자신만의 성장구도를 키워나가는 데에 있어서 친구란 존재는 중요한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니시다 사무기 주식회사의 영업사원인 후카세는 그야말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기 같은 존재다.

있는 듯 마는 듯한 실체, 고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존재를 알아줄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해 도시로 탈출해 살아가는 사람, 열등감에 사로잡혀있다고도 말할 수 있는 그이지만 그만의 독특한 재주가 있다.

바로 커피에 대해선 회사 내에서도 인정을 받을 정도의 맛난 커피 맛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후카세 자신에게 일말의 위안을 준다고도 할까?

덕분에 커피 원두를 고르는 곳 ‘클로버 커피’에서 만난 미호코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미호코가 내민 한 장의 종이로 인해 그의 기억 속의 한편에 묻어 두었던 아픈 진실을 대할 수밖에 없게 된다.

 

‘후카세 가즈히사는 살인자’라고 쓰인 종이로 인해 후카세는 대학 시절로 돌아가면서 아픈 상처를 더듬어 가게 되는데, 삼 년 전 대학 졸업반이던 때, 후카세와 네 명의 세미나 수업 동기들은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한창 취업이란 전선에 너도나도 응시를 하던 때였고 자신이 원하던  회사에서 떨어지고 실망하던 차, 자신에게 들어온 여행이란 제의를 마지못해 응하게 되면서 합류를 하게 된 것-

 

부유한 친구 숙부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후카세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술을 못 마시는 히로사와까지 가세하면서 맥주를 마시게 되고 기후의 변화무쌍함은 히로사와의 운전 미숙함이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되는 사건을 겪는다.

 

히로사와의 죽음을 두고 나머지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맥주에 대한 이야기는 제외한 채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그 후 이 사건은 추모제를 위해 그의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을 만나는 정도의 예를 갖추면서 살아간다.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면 이런 장난의 편지는 누가 썼나? 하고 흘려버릴 문장이 남은 자들의 각기 다른 방법으로 전달되고 이로써 그들은 모두 죽은 친구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후카세의 입장에서 보는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자신의 약한 점을 보완해 주었고 진심으로 자신만의 친구라고 믿었던 히로사와가에 대해 알아가는 후카세가 느꼈던 점들은 보통의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관계,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신이 어떻게 상대방을 생각하게 되고 그 상대방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짝 이다시피 했던 히로사와가의 주변 관계도를 통해서 그 친구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잘못된 생각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여성의 시선이 아닌 남성의 시선으로 그려진 점에서 다르게 다가오게 한다.

 

끝까지 사실을 밝히지 않고 갈 수 있었던 문제가 한 장의 편지 배달로 인해 다시금 히로사와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게 되는 관점들은 타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일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믿고 의지했던 히로사와라면 과연 진실을 밝혔을까?를 생각하는 대목에서 독자들은 리버스의 의미를 되새겨 볼 것 같다.

 

 

히로사와 요시키라면 어쩌길 바랄까? 설령 죽은 게 후카세고, 히로사와가 지금 후카세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까?    -p288-

 

 

 

전작인 ‘고백’의 탓이 컸을까?  기대했던 큰 긴장감은 없지만 그 가운데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우정과 인간관계란 틀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 작가의 예리한 감각은 여전하다는 느낌을 준다.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큰 긴장감이나 섬뜩함이 없어도 그 나름대로의 이야기 주제가 선사하는 ‘리버스’의 세계로 흠뻑 빠져들게 할 수 있는 책이다.

                                                                                                                          
                                            

지옥이 새겨진 소녀

지옥

지옥이 새겨진 소녀 스토리콜렉터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연일 무덥다 보니 출판계에서도 스릴과 추리물이 많이 출간이 됐다.

독자의 입장에서야 두 손들고 환영인 만큼 다양한 책들의 세계 속에서 펼쳐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이기적이고도 치밀한 고도의 지능 게임은 독자들을 무더위 속에서 잠시나마 빠져나올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이 작가의 작품을, 출판사는 다르게 접한 경험을 잇달아 읽게 된 것도 행운이고, 더군다나 이제는 그 작가만의 스타일을 연이어서 접해 봤다는 기쁨도 잠시, 여전히 스릴이 주는 느낌은 으스스하게 다가온다.

 

오스트리아 빈 외곽을 둘러싼 비너발트 숲, 1년 전 실종되었던 소녀가 숲 속에서 노부부에게 발견이 되고 10살 정도로 보이는 그 소녀는 클라라로 밝혀진다.

어린 소녀의 등에는 단테의 <신곡> ‘지옥’의 문신을 등에 새긴 채였고 제 8장의 시를 표현해낸 것-

연이어 가까운 그 근방의 숲에서 세 명의 여자아이 시신이 잇달아 발견되는데 이들의 공통점 또한 클라라처럼 등에 문신이 새겨져 피부가 벗겨진 것이 아닌가를 생각할 정도의 끔찍한 모습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사건 담당 검사 멜라니 디츠로 하여금 범인 추적에 불을 지핀다.

 

한편 독일의  연방범죄 수사국 아카데미에 입소한 자비네는  프로파일러인 슈나이더의 수업 중 알게 된 미제사건을 조사하면서  미해결 사건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하게 된다.

 

일가족과 애완동물을 몰살하고 토막 내서 새로운 피조물을 만들어 낸 범인, 여대생을 바닷가 한가운데 말뚝에 묶어 놓고 신체를 훼손한 채 밀물에 익사시킨 사건, 30대 동성애자 남성이 펜션에서 인육으로 먹힌 사건….

 

 

이 모든 것의 연관성은 과연 무엇일까?

 

모두 상상을 초월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 그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파헤치다 총에 맞고 사경을 헤매는 남친을 두고서 남친이 알아낸 비밀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실마리를 풀기 위해 이번에도 슈나이더와 콤비를 이루며 사건 해결에 나서게 된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란 두 나라 사이의 연결성 고리를 파헤치면서 알아내는 사건의 결과물에 대한 범인이 뜻밖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단 사실이 새삼 기타 영화에서도 보아왔던 극적 반전의 의미를 느끼게 해 주는 가운데 역시 이 책에서도 아동을 이용한 어른들의 그릇된 세계에 빠진 희생양이 그려진다.

 

첨단을 자랑하는 컴퓨터에 대한 사건 해결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동시에 법의 구형의 결과물에 따라서 범인이 어떻게 세상에 다시 나가면서 벌어지는 또 다른 희생양을 선택했다는 데서 아이러니한 법의 한계성, 남겨진 자들의 복수에 찬 또 다른 희생양에 대한 보복성 살인들은 조종이라는 역할을 할 사람들을 선택해서 교묘히 빠져나간다는 구성이 또 다른 범인의 실체는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연상 두뇌회전을 하게 만드는 장면 장면들이 재미를 준다.

 

악마의 기질을 가진 자, 감옥에 있는 자를 편지를 통해 서로 교신하고 이를 범죄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언뜻 ‘한니발’을 연상케도 하지만 빈틈없이 사건 처리를 해결하려는 자와 증거 인멸을 하기 위해 도망치는 범인간의 대면 장면도 스릴을 느끼게 해 준다.

 

두 나라 간의 공조 수사를 하게끔 만든 설정도 전 작품과도 동일하게 이뤄지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가진 주인공들의 하나하나 살아 숨 쉬는 특성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작가의 글 솜씨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단골 소재인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을 응용한 점, 또한 정의로운 자와 법 망을 이용하고 빠져나가는 자 간의 매개 구실을 하는 소재인 만큼 이 한여름에 책 두께가 두꺼우면 어떤가?

 

더운 줄 모르고 빠져들게  하는 소설이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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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제목 자체가 우선 눈길을 확 이끌었다.

과연 고귀한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들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제목에 마땅한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하긴 무시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울분에 차서 법에 의해 과중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속을 터놓고 내 안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줄 수 있는 지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행복한 일이지만 가끔은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가 있다.

여행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아마도 이번 여행을 마치면 다음 여행에서 쉽게 만나 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 굳이 비밀이 아니더라도 내 얘기가 어디 돌고돌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는 확률에 의거해서인지도 모른다.

공항 라운지 바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남녀, 사업에 성공한 사업가 테드는 붉은 머리에 깡마르고 묘한 초록 눈빛을 띠고 있는 릴리 킨트너란 여인을 만난다.

자신을 윈슬로 대학에서 문서 보관 담당 업무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녀, 테드는 우연히 그녀와 얘기를 나누게 되면서 자신의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 그에 대한 분노와 아내를 죽이고 싶다는 말을 꺼내게 된다.

이야기를 듣던 릴리는 테드에게 결심이 확고하다면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집을 짓는 시공업자와 바람 난 아내에 대한 배신감, 이후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의 행동에 대한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는 테드는 릴리와 만나게 되면서 차츰 계획을 하게 되는데..

책의 구성은 처음 릴리와 테드의 각자 시선으로 그려지다가 이후부터 등장하는 인물들의 시선이 번갈아 나오면서 이야기의 구성이 이루어진다.

왜 릴리란 여인은 살인 계획에 동조를 하는가?

여기엔 읽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기다리고 있고, 이후 마주치는 두 인물들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두뇌 싸움, 과거와 현재가 겹치면서 사건의 진행에 있어서의 타당성을 부여하는 흐름이 이어지지만 과연 릴리가 생각하는 기준에 의거해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옳은 행동의 처사인가를 두고 생각할 때는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동기가 약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아주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는 릴리가 가지고 있는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의 기준점이 혼란스럽게 다가오는데서 이 책의 구성은 그렇게 미친 듯이 독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타 책들에서 보이는 어느 정도의 흐름을 예상하는 장면도 있지만 이 책은 그런 범주에서도 약간은 벗어난 듯한 진행의 완벽성을 갖추고 있고, 최후까지 철저하게 자신을 방어하는 그녀의 행동은 섬찟하게 다가오게 만든다.

릴리의 과거와 현재의 릴리, 다시 해후하게 된 미란다와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지…

읽으면서 모처럼 정신없이 읽어 내려가게 하는 흡입력이 좋은 책이며 이런 류의 소설들을 접함으로써 더위를 모르고 읽어갈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스테이션 일레븐

 

스테이션 일레븐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종말을 다룬 책들과 영화들을 그동안 읽고 봤지만 이 책은 그런 범주에서 좀 특이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종말 전과 종말 후의 세계가 서로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보이면서  내뿜는 이야기들은 ‘로드’란 책과 비슷함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로드에서 보이는 삭막한 분위기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의 모습들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어떤 특정한 장르를 표방하기는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이야기를 보인다.

 

유명 배우인 아서가 리어 왕 연극 도중에 심장마비로 쓰러진 그때, 한쪽 병원에선 조지아 독감이라 불린 병으로 인해 사람들이 손 쓸 힘도 없이 모두 죽게 되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로 인해 전 인류가 멸망하게 되고 세상은 문명 종말이란 것을 맞게 되지만 이 가운데서 생존자는 살아 남아 삶을 지탱하며 살아간다.

 

20년이 흐른 후의 생존자들 중에는 아서와 함께 공연했던 여자 아이가 자라서 “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라는 문장을 마차에 달고 공연을 하는 연극단에 동참하면서 그들은 언젠가 말로만 듣던, 아니면 먼 기억 속의 흐릿한 감각을 지탱하면서 ‘문명 박물관’ 쪽으로 행로를 향해 가게 되는데….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각양각색의 편리한 문명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곁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몰랐다가 모두가 흔적조차도 없어졌을 때의 소중한 가치를 느끼게 해 주는 일렬들의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며, 이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해도 여전히 인간들의 삶 자체는 진행이 된다는 점이 다른 소설에서 보는 암울한 미래의 모습과 비교되는 책이기도 하다,

 

문명 박물관이란 것이 바로 독감으로 인해 비행기가 연착되어 공항에서 머물거나 이웃해 있던 사람들이 놓고 간 우리들의 실 생활에서 보던 물건들로 전시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사뭇 이색적으로 다가오게 만들며 타 책에서 보이는 생존을 위해 서로 죽이고 다투는 장면 없이 천천히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  종말 후의 풍경과 더불어서 잔잔함마저 전해주는 책이기에  기억에 남게 한다.

 

 

멸망했다고 남겨진 자들도 죽어야 하는가?  아니면 무엇을 위해 인간들은 지속된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삶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 를 연신 묻게 되는 이 책은  삶이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고, 이에 순응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어린 소녀가 아서에게 선물 받았던 만화가 그려진 ‘스테이션 일레븐’이란 책이 이 책과 연관된 인물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계속 이어지는 여정 또한 우리네 인생행로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의  마침을 다하는 순간까지 우리들은 열심히 삶이 주어진대로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일상의 보통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를 느끼게 해 주는 책…

 

각 분야에서 찬사를 받았던 책인 만큼 기존에 접했던 디스토피아를 연상해 책을 읽게 된다면 그런 류가 아니기에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의미로 느낄 수 있는 책이란 점에서 디스토피아의 다른 분위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여름의 복수

복수

여름의 복수 발터 풀라스키 형사 시리즈 1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단숨 / 2016년 6월

요즘의 후덥지근하고 연일 습한 기온이 있는 가운데 복수극이라….

제목부터가 여름의 복수다.

복수 중에서도 뭔가 화끈하게 다가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소재의 내용도 역시 강하게 와 닿는다.

 

책은 두 명의 인물 중심으로 보이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발터 솔라스키 형사 시리즈로 서막을 알리는 이 책은 1권에 해당이 되겠고, 주인공인 폴라스키는 아내를 병으로 잃은 후, 어린 딸과 같이 시간을 내며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강등을 지원한 경찰이다.

 

먼저 현장에 가서 대충 사건의 형태라고나 할까, 서류전형의 처음 부분을 다룬다는 위치에 서 있는 격인데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특정 질환 전문 정신과 병원에서 자살 사건이 일어난다.

19세로 이름은 나타샤 좀머라 불리는 여인은 다중인격장애로 불리는 해리성 정체 장애를 앓고 있던 환자였다.

그녀가 왜 자신의 왼팔에(왼손잡이임에도 불구하고) 수위가 높은 주사량을 맞으면서 죽었는지에 대해 조사하던 중 오랜 감각의 경험상 자살이 아닌 살인 사건처럼 느껴진다.

이에 병원의 다른 환자를 조사하던 중 바로 며칠 전에 다른 환자가 심장마비로 죽은 것을 발견하게 되고 두 환자가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이곳에 오게 된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수사의 범위는 넓혀지게 된다.

 

한편 오스트리아 빈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에블린은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감금당하고 성폭행당한 상처, 부모와 여동생을 모두 여의고 간신히 살아남은 존재다.

자신의 멘토로서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던 상사가 자살로 죽게 되고, 자신이 맡았던 사건의 현장 사진을 우연히 보다가 어떤 소녀가 찍힌 것을 주시하게 되는데….

 

 

요즘 연일 유명인들의 성폭행 사건으로 시끌벅적하다.

외국에 나가 있는 운동선수도 이런 사건에 연류 되어 더욱 충격적인 가운데 이 소설은 소아성애자들을 노리는,  인간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찾아 복수를 감행하는 어느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외국의 경우엔 특히 법의 형량을 무겁게 내리는 형벌 중의 하나가 성폭행 사건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러한 사건 자체에 대한 인식을 깊게 생각하고 있으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란 말을 철저히 지키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데서 어느 정도의 법의 형평성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되는데, 이 책에서 그려지는 어린아이들, 특히 고아 거나 길거리 아이들을 데려다 크루즈에 태워서 사회 유명인사들을 데리고 여행이란 명목하게 철저하게 유린한 과정에서 죽어 가야만 했던 아이들의 현장, 모두가 죽었거나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살아가야 하는 안타까운 이야기들의 구성이 시종 두 사람의 활약과 범인의 의도를 드러내 보이는 심리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돌아간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란 두 나라의 연관성이 없을 듯한 만남은 이 두 사람이 사건 해결을 하는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고 서로의 사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밝혀지는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또 다른 충격에 휩싸이는 에블린의 심정이 드러나는 대목이 독자들로 하여금 기로에 서게 만든다.

 

자신의 가족을 몰살시킨 그 범인은 고작 여동생 나이보다 2년 더 형량을 마치고 나왔을 뿐, 자신에게 남겨진 상처는 아물지를 못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의 감정을 외면하는 에블린의 마음이  그려진다.

 

범인을 만나고 그 범인이 살인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유일한 사건 해결의 마침표라 생각하는 폴란스키의 생각과는 같은 동조를 하면서도 자신이 당한 것을 기억하고 살아가는 그녀가 범인을 막아야만 한다는 역설에 갈등을 하는 부분들은 법의 형량이 아무리 제대로 선고가 된다고 하더라도 남겨진 이들의 아픔은 누가 보상을 해 주어야 하는지, 스스로 과거와의 인연을 끊고 과감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란 한계에 에블린이 느꼈던 한 순간의 고민과 갈등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에서 보이는 10년 후에 복수를 벌이는 범인의 아픔은 여전히 독자들로 하여금 안쓰러움을 안겨준다.

 

금발의 머리에 가냘픈 몸매, 어린 남동생이 자신 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게 된 여자 아이의 충격은 컸을 터, 그럼에도 여전히 잘 살고 있던 인간말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죽음은 조금 이나마  속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다. (나만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을 것 같다.)

 

 

10여 년 전의 일을 복수하기엔 날씨는 여전히 변함없다는 사실이 왠지 서글퍼진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웃으면서 죽음을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가끔 가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좋은 점이 무엇일까를  생각한 적이 있다.

그 우선순위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모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꼽아보게 되었는데, 아마도 중학교 시절로 기억이 된다.

아버지의 친한 고향 분이 갑자기 병으로 돌아가셨단 부고를 엄마에게  얘기하시던 모습을 보던 충격이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속된 말로 죽마고우를 ~친구로 불리는 말이 있을 정도의 친분이 있던 고향 친구였던지라 아버지에겐 꽤 충격이 크셨을 것 같고 나의 입장에선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란 타이틀을 단지가 엊그제 같은데 내 또래를 둔 가장이 세상을 저버렸단 소식은 곧 아버지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경험을 하게 했다.

 

만약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순간 소름이 끼치고 새삼 부모님의 존재에 대해선 그만큼 고맙고 소중하게 느낀 적은 없었을 터, 영국의 유명 작가인 줄리언 반스가 죽음에 대해 에세이를 펴낸 책을 통해 다시 죽음을 마주하게 되는 우리 인간들의 자세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제목이 참 반어적이다.

어떻게 죽음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을까?

하긴 문화가 다르다 보면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가문과 태어난 나라의 영향에 따라 달리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 하는 한편의 다른 생각들을 해보기도 한다.

 

줄리언 반스의 작품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린다.

쉽다는 사람, 쉽지만은 않다는 사람, 내 경우엔 쉽지만은 않은데, 이게 묘하게도 작가와의 심리전이라고 할까, 왠지 모르게 당신의 작품이 아무리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해도 나는 제대로 읽어낼 거란 심리가 깔리면서 읽다 보면 그가 쓴 글 구절을 통해 무릎을 치게 될 때도 있어 이런 맛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대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 또한 쉽게 읽히진 않았다.

첫째로는 죽음을 다뤘다는 점에서 그렇고 글의 내용이 쉽게 쉽게 흘러가는 타입이 아닌 영국 사람 특유의 씨~익 살짝 웃게 만드는 곳곳의 유머가 들어 있어 이해를 하면서 읽기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 작품에서도 밝힌 부분들이 조금씩 들어 있지만 작가는 서양인들 대부분이 갖고 있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고 무신론자에 이어서 불가지론 자란 말로 자신의 종교성(?)을 드러낸다.

 

어린 시절 몽정으로 인한 경험을 토대로  신이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의문점으로 시작된 신과 자신의 존재 인식은  죽음이란 것을 대하면서 왜 종교를 갖지 않게 됐는지에 대해, 이후 이러한  내용들을 읽다 보면  저자의 가족 전체의 영향이 있는듯하다.

철학과 교수인 형도 그렇고 돌아가신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죽음을 바라 본 당사자인 저자의 글에서 나온 내용인 만큼 종교에 대한 생각이 아주 솔직하면서 신기하단 생각이 들 정도다.

 

누구나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아니 설령 인지는 한다 해도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흔한 일들이 어린 기억의 잔재로 남는 경우는 드물고, 커가면서 마주하는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은 때론 일부러 외면하고 싶을 정도의 충격으로 다가오기에 실은 우리 인간들 모두는 애써  죽음을 곁에 두고서도 멀리 있는 어떤 형상처럼 느끼는 것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이미 고인이 된 자신의 조상부터 유명 인사들의 죽음을 다루고 다시 자신이 생각하는 죽음, 그리고 가족 이야기를 하는 구성으로 만들어진 이 책을 통해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며, 자신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특별한 사람으로 간주된다 하더라도 막상 죽음이란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는 특별함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그렇기에 더욱 죽음에 대해 마주하는 자세와 앞으로 내게 닥칠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가 저자의 색깔을 느끼게 해 주는 구절들과 더불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죽어봐야 죽음 이후에 어떤 삶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없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는 한계를 넘어서 저자는 이 책의 제목처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즐기란 말이 있듯이 죽음에 대한 체념과 남아 있는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 아낌없이 즐기면서 건강하게 살아가자고 하는 말들이 제목과 맞닿아 있다.

 

며칠 전에 일간 신문 보도에서 읽은 기억이 생각난다.

죽은 망자에 대해 회고하면서 그(그녀)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우리네의 정서와는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생전에 살아 있었을 당시 고인이 한 말의 유머를 다시 재생하면서 이미 고인이 된 자를 즐겁게 기억할 수 있게 한 짧은 유머가 실상은 어둡고 침침하고 우울함에 찬 분위기를 잠시나마 비껴가게 할 수도 있다는 작용을 해주고 있구나 ~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쩔 수없이 닥치게 될 죽음이란 문제, 그렇다면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닌 어떤 자세로 마주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하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습관화해야 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예기치 못한 때에 엄습해온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는 두려움과 친해져야 하며, 그 한 가지 방법은 글로 쓰는 것이다.

 

난 죽음에 대해 글을 쓰고 생각하는 게 나이 든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사람들이 좀 더 빨리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어리석은 실수를 할 확률도 줄어들 것이다.” – -쇼스타코비치-

책 구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데 아마도 쇼스타코비치는 이런 생각 때문에 곡 분위기도 이런 영향을 받아 작곡한 것들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그의 작품에서 나오는 기억이란 소재가 반가울 법도 한, 형과 그가 나누는 일말의 짧은 단상의 기억들이 각기 달리 기억된다는 점, 기억과 실제에 대한 생각을 다시 떠올려보게 되는 책이기에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소설이 아닌 에세이의 형태로 만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종의 기원

종의 기원

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처음 대한 것이 ‘내 심장을 쏴라’였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었던 책이 그야말로 홀릭이란 말이 이런 경우가 아닐까 할 정도의 짜릿함과 서늘함, 가슴 시린 아픔을 동반한 이야기의 구성들은 정말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느낌을 대했다는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후부터 그녀의 처녀작을 비롯해 28, 7년의 밤까지 섭렵하면서 그녀의 작품세계로 푹 빠졌던 터라 이번 작품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음에도 왠지 바로 읽고 싶지 않은, 좀 더 뜸을 잘 들이다가 맛난 밥을 먹고 싶다는 유혹처럼 책을 미적미적 대하게 된 경우가 이에 속한다.

 

책의 제목인 ‘종의 기원’도 선뜻 다가서지 않게 한 점도 있었지만 책의 소개 코너에서 잠깐 훑어본 바에 따르니, 왠지 섬찟하다는 느낌이 더 다가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연일 방송에서 묻지 마 살인 소식이 들리고 이를 추모하는 사람들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지만 막상 범인을 잡고 물어보면 원한이 있다거나 상대방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은 , 그야말로 전형적인 묻지 마란  말이 잘 어울린단 생각이 들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을 대할 때마다 기가 막히다는 심정이 앞선다.

 

저자는 책 뒤 말미에 인간이 지닌 품성 중에 ‘악’이란 감정을 품고 있을까?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 유전자의 기질로 인해 인간 모두가 이러한 기질을 갖고 있지만 전형화된 틀에 갇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사회적인 절제와 행동들 때문에 다분히 그것을 안에 고이 숨긴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에 대해 주목한 점을 소설로서 드러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이코패스들의 행동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범주를 벗어난 훨씬 고지능적이고 자신조차도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한 채 벌인다.

혹은 이미 알고는 있으나 범행을 저지르게 되는 행동에 다다르게 되면 자신의 머리 속의 그 어떤 유전적인 폭발의 힘에 의해서 의지를 제어할 수 없거나…

 

유진이 그런 인물로 그려진 가운데 사이코패스 가운데서도 최상위라 불리는 포식자, 프레데터란 기질을 가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소설은 처음 도입부부터 섬뜩하게 다가온다.

 

어떤 기이한 냄새, 바로 피 냄새로 인해 눈을 뜨게 된 유진은 로스쿨 발표를 앞둔 26살의 청년이다.

아버지와 형을 잃은 후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던 그는 죽은 형의 이미지와 똑같이 생긴 해진을 양자로 입적시킨 엄마의 뜻에 따라 형과 아우로 지내게 되고 자신의 오랜 간질로 인해 복용해 온 약을 인위적으로 끊기 시작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개병’에 시달린다.

 

어두운 밤이 되면 뛰쳐나가야 직성이 풀리고 한바탕 주위를 돌고 온 후에 미친듯한 잠에 빠지는 그의 이러한 행동들은 엄마와 의사인 이모에 의해 전적으로 성인이 되기까지 이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그가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살인을 차분히 되새기면서 살인 상황 정황과 그 처리까지 보이는 소설 속의 절차들은 주도면밀하게 그려진다.

 

어린 시절부터 내재해 있던 그의 품성을 알아본 이모는 과연 그 어린아이에게 약을 투여해야만 비약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엄마가 쓴 메모를 들여다보면 엄마로서 아들을 바라보는 착잡한 심정이 유진이 그대로 납득할 수 있게끔 행동과 말을 해주었더라면 성인이 되어서도 모자간의 서먹한 기류들은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된 장면들이 들어 있어 읽는 내내 아!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동물들의 세계는 꼭 필요한 먹이만큼만 잡아먹는 먹이사슬의 행태가 유연하게 이뤄진 생태계다.

그런 반면 인간들의 세계는 비록 동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지능의 발달과 그의 영향으로 ‘사회적인 동물’ 이란 명칭을 얻게 되었지만 과연 인간들은 사회적인 동물일까?를 이 책은 묻고 싶게 만든다.

 

성악설이니 성선설 같은 말도 있지만 이 책에서 유진이 보인 행동들은 이러한 주장들에 대한  설득력을 잃어버린다.

이미 저지른 살인에 이어서 그것을 마무리하고 또 다시 시작되는,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의 소름 끼치는 침착하고 냉철한 행동과 계산을 볼 때면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 군상들의 원초적인 유전 안에 이러한 점들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는, 그런 여건에 맞부딪친다면 과연 평범한 사람들은 유진과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전작들이 악의 전형적인 인물들을 내세웠다면 이 작품은 제목처럼 악의 기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고, 그 악을 지닌 인물은 그 기원에 어긋남 없이 저지르는 행동을 통해  인간 사회에서 사이코패스라 불리는 명칭을 얻게 되는 과정들을 그린 것이라 처음 도입부부터 시작되는 냉기 서린 피 냄새는 책을 끝마칠 때까지 가실 줄을 모르게 한다.

 

엄마와 이모에 대한 원망을 넘어선 분노, 그 분노의 발산을 억제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자신의 꿈마저 이루지 못하게 했던 두 사람에 대한 원망이 좀 더 이른 때에 제대로 이야기를 진행했다면 유진의 유전은 이런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게 됐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해 본다.

 

글의 전체 구성이 유진이 다시금 땅을 밟게 되는 가능성을 열어두고(수영선수 출신) 글이 진행되기에 작가가 빈틈없이 글을 쓰려했다는 노력이 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가상의 신도시(전작도 그렇지만)인 군도 시도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실체를 통해 한 인간의 내면에 깃든 악의 기원이 어떻게 행동으로 보이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을 통해 왜 작가가 많은 제목들 중에서 종의 기원이라고 썼는지 이해할 수 있는, 작가다운 글이란 생각을 해 본다.

눈에서 온 아이

눈에서온아이

눈에서 온 아이
에오윈 아이비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가끔 동화책을 집어 들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린 조카에게 읽어 줄 책을 고르다 보면 어린 시절에 즐겨 읽었던 책들이 눈에 띄게 되고 머리 속에 간직했던 당시의 설렘과 두근거림, 그리고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유명 동화가 주는 이야기들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을 만큼  내용들이 훌륭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읽힌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백설공주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와는 조금 다르게 설정이 되어 있는 내용들, 저자가 실제 알래스카란 지역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책 전체를 아우르는 배경의 묘사가 추운 날씨를 싫어함에도 매혹적으로 이끈다.

 

잭과 메이블, 이 부부는 갓 태어난 사내아이를 잃고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알래스카로 왔다.

1920년대가 배경인 책의 풍경은 지금처럼 비행기라든가 철도, 기차, 자동차라는 이기 문명의 혜택이 없었던, 기껏 이용할 수 있는 것 정도가 철도, 막 광산의 개발 붐으로 인해 추운 계절이 닥치면 광부로서도 일하는 사람들을 받는 곳이다.

 

메이블은 잭을 사랑하고 자신의 뜻에 따라 알래스카로 이사를 왔지만 잃은 자식에 대한 그리움, 주위의 교류가 없는 단조로움에 자살까지 시도해보게 되지만 이내 집으로 돌아온다.

 

첫 눈이 내리던 날, 부부는 밖에 쌓인 눈을 이용해 눈사람을 만든다.

모자, 옷, 장갑까지 모두 걸쳐 입은 여자아이 눈사람, 그 눈사람은 하루 밤새에 자취를 감추고 이내 한 여자아이가 소리도 없이 그들 주위에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 어느 때는 죽은 토끼가 집 앞에 있을 때도 있었고 그 소녀의 발자취를 따라 쫓아가 보려 하지만 이내 소녀의 행방은 오리무중, 그 와중에 끈질기게 그 아이에 대한 접근은  아이가 서서히 경계의 벽을 허물면서  친근감을 만들게 된다.

 

파이나-

소녀의 이름이다. 봄, 여름, 가을을 산속에서 지내는 아이, 추운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릴 때쯤이면 이들 부부를 찾는 아이는 그렇게 그들 부부 사이에 소리 없이 가족이란 의미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 아이로 하여금 얘깃거리가 생기고 대화가 이루어지며,  이웃과의 소통을 통해 그 소녀에 대한 수소문을 하지만 모두가 모른다는 말, 설령 그 소녀의 존재가 있다 하더라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기에 이들의 말을 믿지 않는 진기한 풍경이 이어진다.

 

이 책의 특징은 한없이 넓게 펼쳐진 알래스카란 땅을 배경으로 각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과 열매, 농경지 개간을 위해 말을 사용하고 블루베리를 이용한 잼 만들기와 파이 굽기, 닭을 키우고 한 겨울을 나기 위한 양식으로 사용할 무스를 사냥하는 모습들이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점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지금의 매연과 이기 문명이 하루라도 단절이 된다면 겪게 될 불편한 사항들을 감안한다면 요즘의 슬로 시티란 개념의 말이 무색할 정도의 당시 생활상들의 모습이 추운 계절에만 찾아오는 그 소녀의 이미지와 그 소녀를 기다리면서 한 해를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들의 겹쳐지면서 잔잔한 동화의 이야기처럼 들려준다.

 

파이나를 보면서 메이블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들려주었고 소장하고 있는 동화책 속의 이야기가 실제로 자신들과 파이나에게 닥쳐올 것처럼 두려움에 떨지만 파이나 자신의 삶은 그녀 스스로 결정하는 것, 이 책의 전개 과정은 눈이  내리는 알래스카의 풍경과 더불어서 아름답고  쓸쓸하면서도 시린 이야기를 그린다.

 

과연 파이나는 어디로 갔을까?

아직도 파이나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들을 파이나는 알기나 한 걸까?

 

책 속의  파이나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대화체 따옴표가 없다.

그래서 더욱 신비하게 느껴졌던 파이나란 소녀의 존재는 동화 속에서 나온 인물처럼 여겨지기도 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착각과 함께 사랑하지만 자신의 일부분들을 버리고 떠나야만 했던 발자취가 여전히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이야기, 연일 무덥고 습한 날씨에 추운 설원의 나라를 배경으로 읽는다는 것도 무더위를 날려 줄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러시아 설화 스네구로치카의 ‘눈 소녀’에서 이야기를 착안해 이 책을 썼다는데, 그러고 보니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미국에 팔아넘긴 아픈 사연이 있었네.~

 

2013년도 퓰리처 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작품인 만큼 대중성을 제대로 겸비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눈에서 와서 눈으로 돌아간 파이나, 책 묘사처럼 실물로 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미스터 하이든…쉿! 그 남자를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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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하이든
사샤 아랑고 지음, 김진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6월

 

인간이 지닌 인격 중에서 자신 스스로도 몰랐던 품성을 지니고 있다면?

아마도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 패턴과 그 실행에 있어서 커다란 일을 저지르게 됨을 볼 때면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완전범죄는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완전범죄란 말은 아마도 심증은 있으되 어떤 결정적인 단서나 물증이 없이 미완결의 상태로 남아 있는 미제사건이 다른 말로도 쓰일 수 있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을 접했다.

 

 

헨리는  유명한 소설가다.

그의 작품은 영화로도 판권이 팔릴 만큼, 유명 인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현시점에서 아내 마르타와 같이 살고 있다.

하지만 그에겐 말 못 한 비밀을 간직한 채, 몸을 사리고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소설가로서의 평판에 걸맞은 그의 글 솜씨는 소설가로서 책을 출판했다는 사실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그 까닭은 그의 작품 모두 아내 마르타가 쓴 것이기 때문이다.

 

은둔형에 가까운 마르타-

자신은 오로지 글을 쓰는 것에 만족한 삶을 영위할 뿐, 작가로서의 길을 걷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출판사에 작품을 보낸 헨리가 졸지에 소설가로서 행세를 하게 된 것으로 인생역전의 길을 걷게 되는 계기가 된다.

 

두 부부 사이에 합의는 묵언적으로 그렇게 실행이 됐고 출판사 편집부에서 일하는 베티와는 어느덧 불륜의 사이로 발전, 뜻하지 않게 임신이란 소식을 듣게 된다.

 

마르타를 사랑하는 헨리, 아내에게 말을 해야겠다는 결심 하에 베티를 죽이려는 결심까지 하게 되고 베티를 절벽에 위치한 곳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 장소에서 차를 몰고 온 베티를 멀리에서 본 순간 차를 밀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정작 죽은 사람은 아내 마르타란 사실을 알고 경악을 하게 된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자신과 베티와의 불륜을 알고 있던 마르타가 베티의 차를 타고 만남을 약속한 장소로 갔던 것이 불행을 자초한 결과로 이어진 사건은 이후 헨리의 교묘한 전략에 의해 경찰 조차도 범인으로서 생각을 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그를 옭아맬 증거가 없기에 난항을 거듭하는 과정이 스릴의 맛을 즐기게 한다.

 

헨리는 그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비밀에 싸인 남자,  마르타는 그를 그렇게 부부로서 사랑을 해 왔고 베티 또한 자신의 임신을 알고 행동을 보인 헨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사건의 진행을 지켜보지만 헨리의 전략에 또 하나의 희생물로서 이용을 당한다.

 

이 책의 특징은 악인은 악인으로서의 행동만이 아니라 그 안에 또 다른 품성을 지니고 있는 하나의 인간을 보는 재미를 준다는 데에 있다.

헨리의 행동을 보면 악인은 분명한데, 그 안에 내재해 있는 또 하나의 착한 심성을 가진 또 하나의 자아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읽게 되는 과정이 독자들로 하여금 혼란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죽은 사슴이 고통 없이 빨리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나 자신을 미행해 온 보육원 동기생을 죽음에 몰아넣을 수도 있었을 상황에서 그를 구해주고 오히려 그가 헨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상황을 연출하는 장면에선 의도적으로 행하지 않은 행동이 오히려 사건의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격이 되어버리는 타이밍의 여건이 작가의 촘촘한 구성의 틀에 짜여서 빈틈을 보일 수가 없게 만든다.

 

그도 알고 있다.

자신이 언젠가는 범인으로 밝혀질 것임을, 그러기에 그는 생각한다.

비밀을 간직하며 살아간다는 것과 진실 안에 거짓이 들어감으로써 어떻게 사람들을 혼돈에 빠뜨리게 되는지를….

 

– 거짓말쟁이들은 잘 알겠지만 거짓말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으려면 아주 약간의 진실이 들어 있어야 한다. 한 방울만 들어가도 충분할 때가 많지만 중요한 것은 거짓말 속의 진실은 마티니 속의 올리브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결코 자신의 행동의 차후의 결과까지 생각해서 보인 행동들은 헨리란 인물에 대한 탐구를 하게 만들고 완전범죄로 가기 위해 그가 실행한 일련의 일들은 대사와 대사의 맞물림이란 톱니바퀴가 어떻게 맞부딪쳐 돌아가는지, 그것을 따라 읽어가는 독자들을 현혹시키고 이런 맛에 책을 읽는다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 “비밀이 있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건지 자네는 모를 걸. 그건 마치 기생충과 같은 거야, 영양분을 빨아먹으면서 점점 크게 자라지. 급기야는 심장을 갉아먹고 이제 밖으로 나오려고 해. 까딱하면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눈 위로 기어 나온다고.!” -p 51

 

 

– 체포되어 무거운 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거의 백 퍼센트에 육박하는데도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마도 검거율이 ‘거의’ 백 퍼센트이기 때문일 것이다. 통계란 어디까지나 내 얘기가 아니라 남의 얘기니까. 그리고 통계라는 것이 ‘드러난’ 범죄를 다루기 때문이리라. 드러나지 않은, 말하자면 들키지 않고 ‘성공한’  범죄는 비공개의 천국에 머문다. 여기서 도출할 수 있는 결과는 내년에도 올해만큼 많은 범죄와 복수가 발생하리라는 것이다.그래서 우리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다.

 

범인이 잡히지 않고 유유히 사라지는 것을 생각해 보니 문득 ‘유주얼 서스펙트’란 영화가 생각이 난다.

천연덕스럽게 형사와 마주 앉아 강심장을 드러내며 조목조목 일련 하게 알리바이를 성사시키는 주인공의 허를 찌르는 마지막 압권을 결코 잊을 수가 없는 장면 중에 하나이기에 이 책에서 나오는 헨리의 심리를 따라가 보면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저지르게 된 살인, 정확히 말하면 사고로 시작해서 그럴 듯 하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계획하에 저지르는 행동들이 범인은 실제 가까이 있지만 주위의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들이 그럴듯 하게 그려진다는 점에서 완전범죄의 성립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살면서 항상 바른 말, 참된 진실만을 얘기하고 살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삶이겠지만 때때로 뜻하지 않게, 아니면 상황에 맞춰서 고의적인 거짓말을 하게 된다.

헨리의 심리를 따라가다보면 일말 그의 행동에 왜 그런일들이 벌어져야했으며 고도의 두뇌게임을 벌이는, 그러면서도 영화 리플리를 연상시키는 듯 하지만 다른 패턴의 구성들이 촘촘하게 그려진다.

 

 

‘한 번도 혼자인 적이 없는 것보다는 항상 혼자인 것이 낫다’란 문구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 속의 문장, 정확히는 아내 마르타가 쓴 구절이기도 하지만 헨리의 인생을 대변해 주는 말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악몽으로부터 살기 위한 인생의 길을 간파한 그 답게 나머지 인생의 길도 여전히 혼자이니 말이다.

 

 

악인은 그 형량에 맞는 벌을 받은 것이 마땅하지만 때론 정의가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돌아가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이기에 색다른 스릴을 읽길 원한다면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