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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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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결혼
타야리 존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나는 우리의 결혼 생활이 섬세하게 짠 태피리스트처럼 연약하지만 고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우리는 그것을 자주 찢었고 매번 다시 수선했다. 예쁘지만 분명히 다시 끊어질 비단실로.

그러나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랑은 저 어딘가에서 무작위적이고 치명적으로 생겨난다. 마치 토네도 처럼.

결혼생활은 개성 있는 자신만의 모든 것을 간직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 새로운 길의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하는 제도다.

이 제도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범주의 이야기들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어떤 때는 나의 이야기도 될 수 있고 마치 글 속에서처럼 여겨지는 한 부분으로 믿지 못할 부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새해 들어 두 권의 책 속 주인공들이 모두 흑인이다.

처음 이 책을 선택했을 때는 만남과 연애, 사랑, 결혼을 통과한 부부가 어떤 고난을 겪으면서 어떻게 이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줄지 사뭇 궁금한 점도 있었고 유독 제목이 주는 미국식 결혼이란 것에 호기심이 강하게 와 닿은 부분도 있다.

로이는 유망한 직장인으로서 인형공예를 하고 있는 예술가 셀레스철과 결혼한 신혼부부다.

어느 날  자신의 부모님 집을 방문 후 그들은 호텔에 들러 하룻밤을 묶는다.

그곳 호텔에서 로이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말하게 되는데, 자신의 친부는 어린 엄마를 유혹하고 임신시킨 후 떠났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아내 셀레스철은 이 부분에 대해 로이의 그동안의 말과 행동들을 열거하며 둘은 다투게 된다.

둘은 잠시 휴전을, 이후   로이는 호텔 복도로 잠시 나가게 되고 그곳에서 엄마와 비슷한 연배의 팔을 다친 부인을 도와주게 된다.

그녀의 방까지 들어간 로이는 밖의 손잡이가 허술하니 자물쇠를 살펴보란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오게 되고 둘은  화해를 하게 되는데 얼마 후 경찰이 들이닥치면서 로이를 체포해간다.

도움을 줬던 여인이 괴한에게 강간 폭행을 당했고 여인은 로이를 지목, 결국 로이는 12년형을 선고받는다.

책은 이후 로이, 셀레스철, 그리고 셀레스철의 죽마고우인 안드레의 일인칭 시점으로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결백한 로이와 아내로서 그를 면회하고 돌봐야 하는 셀레스철, 그러면서 자신의 캐리어 경력을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의 문제들이 그 둘 사이의 편지를 통해 점차 미세한 균열의 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상의 담과 막힌 채 죄인이라 불리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로이의 심정과 셀레스철에 대한 사랑은 세상 밖에서보다 더욱 간절하게 다가오고 이는 셀레스철로 하여금 12년간 죄수의 부인이란 꼬리표를 달고 뒤바라지를 해야 한다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다각적인 생각의 변화로 인한 고통과 원만치 못한 시댁과의 관계까지 겹치면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묵직함의 느낌을 선사한다.

어디서 어긋난 것일까?

흑인이란 태생으로 미국 안에서 살아가는 그들에게 박힌 생각들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특히 셀레스철의 아버지가 흑인 남성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부분들을 말한 부분이나 로이의 부모님이 살아온 생활상들은 같은 흑인의 가정이라도 격차가 있고 이는 곧 결혼이란 제도 하에서 수평적이지 않은 만남의 여파, 여성들의 진취적인 사회생활과 가정생활, 아들에 대한 흑인 엄마들이 갖고 있는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엮여 그려나간다.

여기에 오랜 친구이자 형제라고 느끼면서 지내온 안드레의 시선은 로이와 셀레스철을 소개한 장본인이면서 로이가 감옥에 있던 5년 중 나머지 2년을 사랑하는 연인 사이로 변한 셀레스철과의 관계, 로이를 생각하고 바라보면서 느낀 감정들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우리는 상대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로이가 생각하고 있던 셀레스철에 대한 앎, 함께 할 수 없는 결혼이란 무의미하다며 결혼을 이어갈 수없다고 말하는 셀레스철이 갖고 있는 생각, 둘 사이를 알면서도 ‘사랑’을 미처 깨닫지 못했고 이제는 ‘사랑’이란 이름 아래 그녀를 사랑한다고 믿는 안드레까지, 무엇이 이들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생각은 암담하게 느껴진다.

***** 결국 우린 그걸 두고 심하게 다퉜고 바로 그 불화가 지금 내가 처한 곤경으로 이어졌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모른다 게 어떤 기분인지 지금  이 순간이 되어서야 깨닫는다.

***** “로이, 함께하는 삶이 없는 결혼생활은 지속될 수없어. 무고하게 감옥에 갇힌 널 결코 버리지 않아. 하지만 네 아내로는 살 수 없어.”

***** 두 분은 한 지붕 아래에서 삼십 년 넘게 함께 사셨잖아. 어떤 면에서는 함께 변하고 함께 성장하셨고(중략…) 결혼은 그런 거잖아. 지금 우리에겐 결혼 생활이랄 게 없어. 결혼은 마음의 문제를 넘어선 삶의 문제니까. 그런데 우리에겐 함께하는 삶이 없어.

미국의 법 제도 안에서 겪는 이런 일들이 결코 로이에게만 해당된다는 식의 말이 아니란 것이 더욱 놀랍지만 흑인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정당한 법적 잣대의 분명치 못한 선고가 젊은 신혼부부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를 여실히 보인 작품이다.

마주 보고 얘기를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고 글이란 것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이 책의 구성을 통해 보인 60여 쪽의 분량의 편지글은 정말 가슴이 아팠다.

자신에게 바로 말하지 못했다고 셀레스철은 로이를 비난했지만 자신 또한 대학을 다니면서 경험한 끔찍한 일들을 말하지 못한 부분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것이 로이가 말한 부분을 로이의 입장에서 바라봤다면 그녀 또한 자유롭지 못했고, 안드레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확인했다면 로이에게 이혼 소송을 통한 분명한 자신의 의지를 밝혔어야 로이의 감정이 더 쉽게 수습될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것이 생각했던 대로 타이밍이 어긋난 부분이었다 할지라도 말이다.

사랑은 소유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향한 모든 부분들에 대한 공감과 다름의 인정, 이것을 넘어 인내란 것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 로이가  셀레스철에 대한 원한 것을 넘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던 부분들은 이를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의무로 받아들인 셀레스철의 행동과 말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도 아프게 다가왔다.

행복했던 그들이 불행이 닥칠 줄 모르고 들었던 다리에서 들은 소리들, 자신만을 위해 식탁을 차려줄 것을 기대했던 로이의 기대감이 세 사람의 관계를 통해 어떤 결단들을 내렸는지를 세심한 필치로 그려낸 작가의 글이 인상적이다.

매 문장마다 놓칠 수 없는 부분들의 느낌과 행간이 전해주는 미묘한 감정선들의 복잡함, 제목만 미국식 결혼이었다 뿐, 국적을 떠나 보편적이고 개인들마다 지닌 사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잘 그려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오프라 윈프리가 곧 영화로 만들 예정이란다.)

태어난 게 범죄

죄

태어난 게 범죄 – 트레버 노아의 블랙 코미디 인생
트레버 노아 지음, 김준수 옮김 / 부키 / 2020년 10월

익살스럽기도 하고 뭔지 모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듯한 묘한 표정-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남아공 출신의 코미디언이자 미국 정치 풍자 뉴스 프로그램 《더 데일리 쇼》의 진행자인 트레버 노아는 자신이 태어난 배경과 고국에서 성장하면서 겪었던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제목 자체가 주는 의미가 뭘까?를 우선 생각했다.

누구나 태어남을 축복받고 기뻐해야 할 그 부분에서 범죄라니, 그런데 사실 트레버에겐 나라의 법 잣대로 보자면 범죄에 해당된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하에서 이미 백인들이 자신의 우월권을 차지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 서로 다른 인종들, 백인과 흑인 간의 성관계를 비롯한 다른 인종들 간의 결합은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범죄 행위라고 한다니, 이 잣대를 두고 보면 트레버는 죄를 지은 부모의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죄라면 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일찍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삶을 살았던 엄마의 자주적인 생각과 실천은 곧 스위스 출신의 백인 아버지에게 끈질긴 요구(?)로 자신의 분신이자 친구로서 트레버를 낳는다.

아버지를 아버지를 부르지 못하고 길을 함께 걸을 수 없었던 상황의 시대, 엄마는 자신의 키우는 하녀처럼 보이는 상황을 연출하는 기막힌 상황들, 함께 살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성장과정은 녹록지가 않았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유년의 시절, 계부의 학대와 백인도 아니고 흑인도 아닌, 그렇다고 유색인으로 분류도 될 수 없었던 트레버의 인생은 이미 일찍부터 철이 들었고 자신이 어느 상황에서 어떤 행동과 말을 해야 안전하고도 그 부류에 함께 할 수 있는지를 터득해가는 과정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태내용

 

 

책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엄마란 존재, 자신을 닮은 인생의 전철을 닮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남아공의 현실과 부딪치면서 이겨나가고 트레버를 향한 교육은 때론 엄격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로부터 배우고 과거보다 더 나아져야 해, 고통이 너를 단련하게 만들되, 마음에 담아 두지 마. 비통해하지 마라.”

책이나 세계정세의 한 부분으로 인식한 아파르트헤이트란 정책 안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인종차별로 인한 극도의 빈곤의 나날들, 그런 가운데 부와 빈부의 격차, 벗어나고 싶어도 쉽지 않은 그들만의 세계를 보임으로써 이를 유머로 승화시킨 트레버란 인물의 이야기가 뭉클하게 전해진다.

가장 잊을 수없는 장면중 한 부분인 “고 히틀러!”란 제목의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보통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역사의 이야기가 그들에게는 어떻게 생각되고 비추는지, 웃어야 할지 안타까워해야 할지, 진정한 그들의 역사를 이해하면서 읽게 되면 그들의 역사 또한 그러한 인정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웃었다가 아파했다가 분노도 느끼며 읽은, 그의 인생의 앞날이 더욱 환한 빛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읽은 책이다.

한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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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인생이 새옹지마란 말들을 많이 하지만 나에게만은 이런 일들이 설마 일어날 리가? 하면서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때론 오만으로 비칠 수도 있고, 때로는 영화나 책에서만 보인 장면들일 수도 있고, 아니면 실제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제삼자의 눈에 비친 상황들은 타인의 눈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고통의 체감을 생각하는 면에서 본다면 강도는 약하다.

이 책을 접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오랜만이다.

저자가 실제 어린 시절 경험했던 기억을 토대로 창작으로서의 내용을 다뤘다고 하는데 정말 이런 상황들이 닥쳤을 때의 나의 행동은 어떻게 했을까를 연신 물어보게 했다.

핀의 가족인 아빠, 엄마, 둘째 언니 클로이, 클로이 남자 친구, 주인공인 핀, 장애(정신적인 면)가 있는 남동생 오즈와 개 빙고, 그리고 핀의 절친인 모린, 20년 이상의 우정을 다지고 있는 엄마의 친구 가족인 밥 삼촌과 아내 캐런, 그들의 딸 내털리가 캠핑카로 산장에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재난을 다룬다.

예기치 않은 날씨로 인해 저녁식사를 하러 떠났던 캠핑카는 도로에서 추락해 미끄러져 떨어지고 아빠의 심한 부상, 그리고 나(핀)는 죽었다.

이미 죽은 자로서의 시선인 전지적 시점으로 전개되는 급박한 상황들은 남겨진 자들의 행동들과 말을 통해 자신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의 대처들이 각기 다르게 보인다.

책은 무사히 구조를 마치고 돌아온 남겨진 자들의 이후의 생활모습을 통해 각기 저마다의 말 못 할 비밀과 상처의 아픔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이를 이겨나가는 모습들을 통해 물음을 던지게 한다.

생명은 하나, 나는 말할 것도 없고 타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하지만 만약 이런 일들이 몇 날이고 지속이 되었다면, 과연 우리들은 우선순위를 어디에다 두어야 할까?

나 자신부터? 아니면 연약한 타인부터? 엄마가 보인 핀의 옷을 벗겨 모린에게 준 것을 본 캐린이 느꼈던 감정, 밥 삼촌이 오즈에게 엄마를 찾아볼 것을 꾀하며 거래한 두 개의 초콜릿 바와 오즈의 장갑 사건, 아빠와 엄마가 느끼는 상실의 아픔과 극복의 과정들이 현실로 부딪치는 모습들로 보인 부분이 많았기에 제목에서 의미하는 한순간 에란 말이 실감 나게 다가왔다.

도덕성과 이율배반적인 나를 보호하고자 하는 본성 앞에서 닥친 이런 일들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 내용들은 공감과 아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이유를 대며 이겨나가려 하는 모습들이 정말 아프게 다가온다.

특히 아빠가 오즈에 대해 말한 부분들에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그것이 비록 양심의 가책이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생각해선 안될 일이었다고 해도 실제 생활에서 겪어온 아빠의 힘든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옴을 느끼게 한 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다.

책은 누가 잘못했다고 비난만은 할 수 없는 저마다 처한 상황을 통해 독자들에게 판단을 맡긴 듯하다. 하지만 적어도 뒤 편의 저자의 말에서 느낀 것은 도덕적인 면에서 최선을 다했더라면 두배의 상처는 오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을 묻는 듯했다.

정말 책을 손에서 놓기 쉽지 않았던 몰입감이 좋았던 책, 이런 일들은 생기지 말아야지….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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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 사회정의와 공정함의 실천에 관한 한 검사의 고뇌
프릿 바라라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2월

미국의 전 뉴욕 남부 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저자가 그동안 법조계에 몸담아 오면서 느꼈던 집행자로서의 생각들과 고뇌들, 정의에 관한 실천에 대한 글을 담은 책이다.

법이란 약자나 강자에게 모두 고루 평등하다는 원칙을 준수하는 것, 법원이란 곳에서 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저자의 글들은 나라마다 실정은 달라도 한 가지로 귀결된다.

책의 서문에서 밝힌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른 이유를 위해 하라-

이 문장만으로도 모든 사람들에게 고른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여러 가지 상황들을 통해 쉽게 이끈다.

전체적인 구성면에서도 일단 우리가 익히 영상이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해온 사건의 초동수사부터 심문, 기소, 판결, 처벌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법조인으로서 어떻게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며 여기에 변수로 생길 수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대처까지를 보여준다.

공정차례

겉으로 보인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사례들을 시작으로 거대한 사기꾼들의 전형적인 수법, 무죄임을 호소하는 사람의 편지를 무시하지 않고 재수사를 하는 공정성과 직업의식에서 오는 양심….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사건의 일과들 속에서 저자는 가장 기본적인 법조인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로 열린 마음과 진실에 부합되는 정의의 실현을 위한 철저한 조사, 끊임없는 질문의 필요함,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의심을 부여하며 사건에 대해 올바로 향하고 있는가를 물어볼 것을 주장한다.

인간의 심리상, 특히 한 사건에 대한 확고한 판결을 가지고 있는 법조인이나 형사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들은 언제나 해당 사건에 대한 변수를 참작하라는 ,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판단을 유보하고 언제든지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대목은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선 책임감의 중요성을 느껴보게 한 대목이다.

공정2

직업인으로서 법에 종사를 했던 자신의 경험과 다뤘던 사건들 외에 굵직한 대형 사건들의 사례들을 통해 기소와 불기소의 갈림길, 결국 법 자체도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 만들었고 이를 실천하는 것 또한 인간이기에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된다는, 법이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란  사실을 통해 보다 공정한 판결의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책에서 배운 것만이 다가 아닌 실전 경험의 중요성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제대로 효율적으로 수사를 하느냐에 따라 판결이 바뀔수도 있음을, 그렇기에 독불장군이 아닌 동료들의 협조, 수장으로서의 리더십, 도덕적 논거에 대한 고심이 깃든 글들이 많은 책이었다.

각 나라마다 다른 법의 제도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읽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기에 기존의 비슷한 내용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훨씬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일반 독자들은 물론 법 공부를 하거나 법에 종사하는 이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

채표지

털리 부인의 연인 1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최희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20년 12월

창작에 대한 시대적인 흐름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의견들을 통해 다루어지곤 한다.

그 당시의 저자가 의도한 대로 대중들이 수긍하는 면이 있는가 하면 전혀 다른 상반된 의견과 비난들 때문에 오히려 작품들 중에서 실제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외설 작품이란 비난을 받았던 작품들 중에 당연히 떠올리게 되는 것이 바로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란 작품이다.

외설이냐 순수한 창작의 작품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작품이기에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작품, 이번에 출간된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시리즈 속에 포함된 이 작품 외에도 사회적으로도 용인이 쉽지 않았던 당대 문학적인 내용들을 엄선해 출간된 시리즈인 만큼 모두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고전 작품들이 많이 포함됐다.

그중에서 가장 핫한 책이라고 생각했던 이 작품을 먼저 만나본다.

 

클리퍼드와 결혼한 코니는 조신한 여인 그 자체로 남편이 전쟁의 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되어버린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여인이다.

결혼에 대한 의미와 부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지성과 인내심을 갖고 있던 그녀의 생활은 무미건조, 남편으로서 성불구가 되어버린 클리퍼드와의 단조로운 생활은 숲에서 홀로 오두막을 짓고 살고 있는 멜러즈를 만나면서부터 걷잡을 수 없는 감정으로 휩싸인다.

세상의 모든 일에서 벗어나고팠던 남자 멜러즈, 아픈 상처를 지닌 그가 다시는 여인과의 관계를 생각해보고 싶지 않다는 그 결심을 무너뜨리게 한 것은 코니, 바로 자신이 모시고 있는 주인의 아내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 놓지 못했던 두 사람은 그 둘의 감정 확인을 한 순간 바로 격정의  육체를 허락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저자의 과감한 묘사가 당 시대에서는 보기 드문 표현 때문에 외설이란 지탄을 받게 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서 이 부분들이 바로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을 대표하는 것이란  생각해본다.

 

채털리표지

 

기계화의 발달(광산에서 들려오는 소리)로 인한 인간들의 노동력의 노예화, 여기에 사회계급이란 신분에 의해 구분되는 제도들 사이에서 인간들만이 갖고 있는 순수한 욕망과 감정의 느낌을 대비시켜 당시 시대적인 모순을 지적해 보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니와 멜러즈의 관계는 고립된 오두막이란 곳(기계화로 대표되는 광산과 비교해 볼 때 자연의 장소)에서 결코 둘이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임을 알면서도 그렇기에 더욱 강하게 끌릴 수밖에  없었던 소통의 감정교환들을 보인 장소로 대표된다.

그것이  단지 인간 본성 안에 들어있는 욕망이란 이름으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곳일 뿐 아니라 이미 계급과 사회적인 이목을 모두 벗어버리고 오로지 두 남녀 간의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지상의 단 하나뿐임을 인식하게 한다.

더군다나 코니의 입장에서는 남편과 지내는 집(기계화를 대표)에서  오두막에 살고  있는 멜러즈를 만나러 가면서 점차 자연의 장소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과 투박하지만 남성이 지닐 수 있는 모습을 지닌 멜러즈를 보면서 더욱 인간미를 알아가는 심리가 잘 드러난다.

그런 반면 자신의 불구가 되어버린 신체와 함께 더 이상 아내의 만족을 충족시킬 수없었던 남편 클리퍼드의 입장에서 보면 두 사람의 불륜에 반하여 점점 기계화로  대변되는 듯한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동시에 자신도 아내에게 해줄 수 있었을 부분들이 무산되는 아픔을 홀로 삭이며 정신적인 삶으로 위안을 삼은 인물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

어떻게 보면  세 사람 중 가장 불행한 사람은 클리퍼드란 인물로 생각될 만큼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등장인물이다.

따라서 누가 나쁘고 착하다는 한쪽에만 치우진 선과 악을 구별하는 것이 아닌 물질문명과 사회계급의 모순에 반하여 인간 본연의 인간미를 되찾기 위한  장치로 섹스란 것을 통해 가장 본성에 가깝고 친밀한 교류란 점을 두각 시켜 당시대의 비판을 그린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재조명해 달리 바라보는 시각들이 존재하는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읽은 이 작품은 시대를 앞서갔던 저자의 창작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지금의 빠른 시대에  난무하는 성문화와는 다른 차원의 이 작품을 통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감정의 시간으로 빠져들어 읽은 책이다.

 

 

크리스마스 캐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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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크리스마스 캐럴 – 1843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찰스 디킨스 지음, 황금진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12월

크리스마스~

특정 종교를 믿거나 믿지 않거나 특별한 행사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날 중에 한 부분이 바로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싶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방송에서 보여주는 해당된 영화들의 홍수 속에 구두쇠, 서양의 수전노를 대표하는 주인공이라고 한다면 바로 스크루지 영감을 떠올리지 않을까?

바로 이런 점에서,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만큼 바로 받은 책을 그 자리에서 읽어버렸다.

어린 시절의 기억도 떠오르고 힘든 한 해의 마무리처럼 여겨지는 날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스크루지 영감이 전해주는 따뜻한 이야기 속으로 풍덩~

1843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을 표지로 내세운 빨간색의 컬러감이 눈에 띄게 들어온다.(당시의  엽서도 정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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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찰스 디킨스가 쓴 이 책의 내용은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이 자신의 친구이자 모든 것을 함께했던 친구 말리의 유령과 함께 하면서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게 된다는, 정말 환상적인 이야기로 진행된다.

동양과 달리 서양에서 말하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근거를 주로 과학적인 면을 통해 많이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 책은 동화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면서 독자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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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삶을 중시해도 너무 중시한 나머지 인색한 삶을 살고 있던 스크루지 영감이 변하는 과정은 삶에 있어서 어떤 것을 놓치고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되는 감동적인 여운을 남기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의 시대에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눔과 베풂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냈다.

 

책 뒤편의 해설자 글을 통해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 작품이 서구인들의 인식 속에 크리스마스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꿨다는 사실,  찰스 디킨스가 염두에 두고 생각했던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이 작품을 통해 그려보고자 했다는 것이란 사실도 알게 됐다.

코로나로 인해서 올 한 해는 어렵고도 여전히 힘든 시기를 견뎌나가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이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는 온정이 필요한 시기,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크리스마스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본다.

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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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 – 내 안의 거인을 깨우는 고전 강독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올해는 힘겨운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코로나의 종식이 빨리 사라질 것이란 것이 무색하게 여전히 우리들의 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패턴, 모든 것의 일상생활을 바꾸어버린 것까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로운 기약을 도모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신년을 맞이하는 마음가짐 중 하나 일터,  고전이 주는 참된 의미를 깨달아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단 생각이 든다.

 

20만 베스트셀러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의 저자 신정근 교수가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고전으로 뽑은 《대학大學》중에서 고른 글들을 담은 책을 읽었다.

 

고전이 전하는 글들은 시대를 떠나 언제나 우리들 삶의 지침이 되어주고 교훈이 되어주며, 그러면서 마음의 수양을 쌓아나가는 데에 있어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 고전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 논어, 공자, 맹자, 중용, 대학,,,

그리고 내용이 무겁고 읽기가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해본 느낌은 기존의 고전의 틀을 벗어난 현시대의 고전이란 느낌을 들게 한다.

 

특히 이 책의 분류를 통한 각기 독립된 글들은 제목 그대로 하루에 한 문장씩 읽어나가다 보면 우리들이 필요로 하던 것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시간을 갖게 한다.

 

《대학》의 원문을 50 수로 재구성을 통한 위기, 혁신, 인성, 공감, 통찰, 인재, 경제, 통합, 평정, 공정에 이르기까지, 곱씹어 볼수록 공감을 일으키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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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람이 해서 싫었던 방식으로 아랫사람에게 시키지 말고, 아랫사람이 해서 싫었던 방식으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고, (…) 오른쪽 사람이 해서 싫었던 방식으로 왼쪽 사람과 사귀지 말고, 왼쪽 사람이 해서 싫었던 방식으로 오른쪽 사람과 사귀지 말라. 이것을 나의 마음을 헤아려 남을 대우하는 ‘혈구의 길’이라고 한다. _ (p 122- 19日 이해 /  내 마음을 헤아려 남을 대우한다 – 혈구지도) 

 

개인적인 마음의 다스림, 인간관계의 여러 가지 지혜가 깃들인 문장들과 가르침, 국가가 해야 할 일들, 사회적으로 구성원들이 해야 할 다스림,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대1

 

어렵다고만 생각되던 고전 속에 담긴 말들을 현대적인 해석과 시대의 흐름에 맞게 쓴 글들, 특히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덧댄 해설들은 그동안 꺼려했던 고전이란 세계에 대한 느낌을 한층 가깝게 만든다.

 

 

대2

 

대3

 

하루 한 장씩 천천히 읽어봄으로써 느껴가는 고전의 맛, 올해에 못했던 일들이나 내년에 해야 할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에 담긴 글을 읽어보면 어떨까?

시대가 요구하는 필요한 부분들, 개인, 사회, 국가, 거시적인 모든 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내용들을 읽고 싶다면 지금부터 시작해볼 것을 권한다.

문체 연습

문체연습표지

문체 연습
레몽 크노 지음, 조재룡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거장, 초현실주의자, 언어학자, 작사가, 갈리마르 출판사 편집자, 수학자, 영화인, 번역가, 소설가, 시인… 이상이 저자에 대한 첫 안내서처럼 여겨지는 문구다.

이 책의 내용을 우선 들여다보기 전에 책 띠지에 있는 저자의 얼굴을 먼저 보자.

한 얼굴이지만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동일인물, 그렇지만 하나하나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한다.

익살스럽기도 하고 심각하기도 하고 피곤해 보이기도 하는 등,,, 우리들의 얼굴 표정도 이렇듯 수시로 변화를 주지만 책을 읽으면서 가장 떠올랐던 모습은 저자의 얼굴 표정이었다.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내용은 그저 단순한 내용, 그 자체다.
약기略記 
출근 시간, S선 버스, 스물여섯 언저리의 남자 하나, 리본 대신 끈이 둘린 말랑말랑한 모자. 누군가 길게 잡아 늘인 것처럼 아주 긴 목. 사람들 내림. 문제의 남자 옆 사람에게 분노 폭발. 누군가 지날 때마다 자기를 떠민다고 옆 사람을 비난. 못돼먹은 투로 투덜거림. 공석을 보자마자, 거기로 튀어감.

두 시간 후, 생라자르 역 앞, 로마광장에서 나는 그를 다시 만남. 그는 이렇게 말하는 친구와 함께 있음: “자네, 외투에 단추 하나 더 다는 게 좋겠어.” 친구는 그에게 자리(앞섶)와 이유를 알려줌

– p 11

무심코 흘려보낼 수 있는 이문장이 99개의 문체로 변화되어 읽는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면 과연 문학적인 그 느낌은 무엇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저자가 이 책을 출간한 계기는 바흐의 푸가 연주를 듣게 되면서 썼다고 하는데, 읽으면서 천재는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위의 문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른 변주의 문학적 형태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소설 속의 한 장면을 서로 다른 입장에서 바라본 글들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 문장을 두고 저자가 쓴 동시에 각기 다른 패턴의 방향과 생각들이 언어란 도구로 어떻게 그릴 수 있는지를 알아가는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가 있다.

‘당사자의 시선으로’, ‘다른 이의 시선으로’, ‘객관적 이야기’를 통한 내용들이 그렇고, 글에 맛을 느끼게 하는 묘사들, 일본어의 단가를 차용해 쓴 글, 미쿡 쏴아람 임뉘타, 무지개 빛깔을 드러내는 문장들, 더욱 놀라웠던 장면들은 저자의 수학자적인 면모를 드러낸 부분이 아닌가 싶다.

단카

버스가 오네
재즈 모 청년 타니
어이쿠 충돌
차후 생라자르 앞
이제 단추가 문제

집합론
S선 버스에 앉아 있는 승객을 집합 A로, 서 있는 승객을 집합 D라고 간주한다. 어떤 정류장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집합 P가 있다. 또한 버스에 오르는 승객 집합 C가 있다(……)

이 책에 대한 분류가 프랑스 소설이라고 되어있지만 뒤의 해제 부분을 보면 사실 전통적인 문학에서 본다면 소설이라고 부르기도, 그렇다고 에세이라고 부르기도, 콩트라고 부르기도(낄낄거리며 웃게 되는 문장들 때문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도발이자 언어의 새로운 도전이란 장르가 아닌가 싶다.

기존의 정형화되고 틀에 박힌 언어를 해체하고 부수고 다시 되돌리거나 앞지르거나 하는 실험적인 방식은 문학에 한정된 양식이 아닌 과학과 수학의 범주, 각기 다른 나라의 언어 뉘앙스를 차용한 글을 통해 이렇게도 색다른 경험을 느낄 수 있는 문학이 존재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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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된 것에서 탈피하는 과정, 특히 이야기가 문체보다 앞서며, 구어에 대한 문학적인 면에서의 주장은 그가 이 책을 통해 쓴 글들을 통해 더욱 가깝게 느낄 수가 있다.

저자 자신은 이 책에 대해서 “사람들은 여기서 문학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보고자 한 것 같은데” 사실 그것은 전혀 자신의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의도는 순수한 “문체 연습”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어쩌면 고루하고 여러모로 녹슨 문학에서 문학을 잘라내는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p 157)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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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는 순수한 말 그대로 문체 연습이었을지는 몰라도 읽는 입장에서의 독자 시선은 새로움 그 자체로써 받아들여지게 한 작품이다.

특히 책의 절반에 해당되는 해제 부분을 통한 저자의 의도와 번역가의 지대한 노력이 얼마큼 큰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부분들(한국의 사투리 버전, 한국적인 뉘앙스를 풍기게 한 버전…)은 읽으면서 궁금했던 부분이라 쉽게 공감이 갔다.

책 표지 또한 저자의 의도를 잘 드러낸 글자의 배열과 함께 뒤 부분의 ‘번역가와 편집자’의 부분은 저자를 닮은 듯한 센스 폭발을 드러낸 글이라 유쾌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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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들을 많이 함으로써 독자적인 글쓰기의 발전으로 이뤄질 수 있는 단계가 된다고들 한다.

유명 소설가들을 보면 이러한 필사의 과정들을 많이 했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만약 이러한 글쓰기에 도전해 보고 싶은 독자라면 저자처럼 우선 문체 연습부터 시작해 보면 어떻까?
너무도 기발하고 획기적이면서도 틀을 벗어난 글의 향연을 느껴보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읽어보라로 추천한다.

“사람은 글을 쓸수록 달필가가 된다.” _레몽 크노

베터 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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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 라이어
태넌 존스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12월

신간 소식을 접하다가 너무도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다.

책 출간 홍보를 보니 현지 유수의 매체들이 2020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으며 찬사를 아끼지 않은 심리 스릴로 이 책을 선택했다는데, 일단 구성면에서는 추리와 스릴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흥미를 갖게 할 짜임을 이루고 있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후 홀로 병마와 싸우고 있던 아버지의 뒤바라지를 했던 큰딸 레슬리-

다정하고 포근한 남편과 아들 일라이를 둔 워킹맘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남긴 유언장을 통해 유산 상속을 받기 위해 일찍 가출한 여동생 로빈의 행방을 찾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찾은 동생, 그러나 이미 도착했을 때는 마약과 헤로인 중독으로 인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모습이었다.

충격을 받은 레슬리는 차마 동생의 시신 처리 수습마저 못하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게 된다.

동생이 있어야만 각자 5만 달러의 유산 상속을 받게 되는 아이러니…

어떻게 이 일을 무사히 진행할 수 있을까를 고심하던 중 우연히 마주친 배우 지망생 메리란 여성을 만나게 되면서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건넨다.

동생의 이미지와 닮은 메리, 그녀에게 동생인 로빈 행세를 해준다면 동생 몫인 5만 달러를 가질 수 있고 자신 또한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수락한 메리는 레슬리와 함께 그녀의 집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왠지 모를 너무도 완벽한 레슬리의 생활모습과 자신에게 했던 거짓말들을 생각하며 뒤를 캐기 시작한다.

심리 스릴러, 특히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릴러를 통한 여성들만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인 구성원으로서의 불안감과 차별, 엄마라는 지위가 주는 무게감, 여기에 사랑하는 대상이 일반적으로 보인 형태가 아닌 모습을 갖춘 주인공을 내세웠다면 깊이와 무게감이 달리 받아들여진다.

프롤로그를 통한 죽은 로빈이 바라보는 시선, 레슬리가 느끼는 감정, 그리고 여기에 제3의 인물인 메리의 등장까지 보이는 글들을 통해 독자들은 누가 더 거짓말을 잘하고 잘 속아 넘어가나 하는 경주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죽은 자는 말을 할 수없지만 언니 레슬리와 함께 자라오면서 느꼈던 언니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그것이 한 가정 내에서 벌어졌던 우울감과 자식을 사랑하지 않았던 병든 엄마를 두었던 두 자매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실 게임에 다가서는 진행 과정이 몰입도를 선사한다.

한 생명이 태어나고 그 생명을 다룸에 있어 사랑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들 자매들이 겪었던 불행한 성장은 레슬리의 또 다른 감정선을 유지하게 만든 주범이 된다.

사랑하는 이를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그를 자신만이 소유하기 위해,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은 할 수 없었던 레슬리의 비밀, 끝까지 독자들을 속이면서 흔들었던 로빈의 실체, 여기에 끝 부분의 반전들은 왠지 허망하면서도 쓸쓸하기도 하고 분노의 감정이 들게 했다.

여성으로서 겪는 출산이라는 경험이 레슬리에게는 왜 행복하지 못했을까?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도 (이미 가족들은 없었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던 그녀의 마음이 안타깝기도 했고 이를 알게 된 메리의 행동 또한 이해할 수도 없었던, 메리가 내린 최선의 결론이 그것이었다면, 저자의 말처럼 이를 실행하기 전에 다른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 스릴이란 형식을 갖춘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상황에 따른 더 나은 거짓말이 이들에게 모두 행복의 결말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죽어야 하는 여인과 죽음을 연기하는 여인, 그리고 죽은 여인이라는 세 여자를 통해 그린 책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게 한다.

여성의 내면에 깃든 고통들, 산후 우울증, 동성애, 엄마에 대한 콤플렉스와 죽음에 대한 비밀들까지, 저자의 뒤 말에서 느낄 수 있듯 여성들의 세심한 감정선과 소외된 자들의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다룬 추리 스릴러물이다.

 

 

오디세우스

오디세우스표지

오디세우스 – 운명에 맞선 그리스 영웅 아르볼 N클래식
빔바 란트만 지음, 이현경 옮김, 호메로스 원작 / 아르볼 / 2020년 11월

언젠가 방송에서 ‘오디세이아 여행’이란 제목 비슷하게 지어진 프로그램이 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음악이란 여행을 통한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는데 들으면서 이름은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처럼 오디세우스는 불굴의 역경을 헤친 영웅이자 헤르메스와 같은 여행이란 동반자처럼 여겨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에 읽게 된 오디세우스는 아르볼 N클래식 시리즈로 만났다.

고전 중에 하나인 오디세우스-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전쟁 몰수품을 가지고 고향인 이타가로 가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오디세우스를 위시해 다른 부하들은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과의 상봉에 들떠 있다.

하지만 가는 여정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 오디세우스란 인물을 더욱 영웅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 여기엔 신의 분노와 신의 자식들과의 싸움, 마녀들의 유혹과 싸움을 피하기 위해 다른 신들의 협조를 얻는 과정까지, 험난하고도 우여곡절이 많은 세월의 이야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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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의 신들의 역할은 어떤 경우에는 인간처럼 보이는 면들도 없지 않아 고향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오디세우스를 중심으로 주변 인간들의 인내심과 한계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시험을 재미처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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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자신의 자식들이 인간들에게 못할 짓을 한다고 해도 이를 어떻게 이겨나가는지에 대한 호기심이라면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하는 장면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오디세우스란 인물에 대한 모습은 다른 작품들에서 각기 다른 면들을 보이곤 하는데 이 책에서의 오디세우스는 오로지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비친 인물이다.

화려한 컬러감이 색채와 이야기가 곁들여진 책 속의 내용들은 10년 간의 긴 세월 동안의 여정이 담겨 있어 기존의 다른 책에서 보았던 글밥이 많은 책들에 비한다면 시각적으로 훨씬 가깝개 다가갈 수 있는 구성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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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과 육지를 아우고, 신들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 사랑하는 아내의 지혜와 아들과의 상봉은 그 많은 역경을 이긴 보상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신들도 결국은 오디세우스를 돕지 않았을까?

한 번쯤은 읽어야 할 고전에 속하는 오디세우스-

연말연시, 가족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