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탕에서 생긴 일

여탕여탕에서 생긴 일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1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3월

지금은 찜질방과 사우나가 결합된 형태의 목욕 문화가 대세지만 어릴 적만 해도 그저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는 것이 주된 씻기 행사(?)였다.

 

제목 자체가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뉘앙스를 풍기자만 알고 보면 그다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느낌을 받기에 아마도 남성 독자들 중에는 실망(^^) 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읽으면서 새삼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다녀온 느낌을 받게 한다.

 

어린 꼬마였을 때 엄마와 언니, 동생과 함께 목욕탕을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저자가 그린 이러한 목욕탕의 세계는 아득한 과거의 회상을 그리게 되고 목욕탕 안에서 깊고 뜨거운 물속에 들어가기 위해서 물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야 한다는 것, 혹시라도 엄마와 떨어지면 큰일 날 것 같아 손을 꼭 잡고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가는 장면들은 동심의 세계를 통해 세심하게 그려낸 저자의 글이 일품이다.

 

특히 성장기의 과도기였던 사춘기를 맞아 신체의 변화를 겪으면서 느끼는 목욕탕 체험문화는 이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맞아~ 하며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같은 동양권이라고 하지만 우리와 같은 듯 다른 듯한 일본의 다른 목욕 문화도 아는 재미도 있고 목욕 후에 머리 말리는 것부터 시원한 청량음료, 우리나라는 아마도 바나나 우유가 대세일 듯싶은데 땀을 쭉 빼고 마시면서 집으로 가는 그 기분은 정말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일 것이다.

 

모두가 훌훌 벗어버리고 오직 인간 본연의 실물인 채로만 서로가 맞대면서 모이게 되는 목욕탕이란 공간-

 

도란도란 이웃 아주머니들이 서로의 등을 밀어주고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구석엔 물장난 삼매경에 빠진 어린 자녀들의 또 다른 세계가 모두 있는 그곳, 이 책을 접하면서 새삼 목욕탕만 있는 곳을 찾아 뽀드득뽀드득 이태리 타올로  때를 벗기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노아

노아노아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9년 2월

독일의 스릴러 작가 하면 떠오르는 피체크의 신작이 출간이 됐다.

 

기억으로는 2015년도에 이 소식을 접했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되니 시간도 빨리 흘렀나 싶게 여전히 그의 필력은 또 다른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추리와 스릴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오른쪽 손바닥에 노아라는 글씨를 문신처럼 새긴 남자,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조차 모르는,  기억을 잃은 남자다.

 

그를 발견한 사람은 노숙자인 오스카였고 그는 총상을 입은 그를 살려내면서 같은 노숙자로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한편 마닐라에선 쓰레기 더미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남편을 잃은 한 가족이 등장하고 이들은 정부의 조치로 인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모든 공간의 제약을 받자 먹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지하 수로를 통해 탈출을 계획한다.

 

이러한 와중에 전 세계적으로 마닐라 독감이 유행하면서 거대 제약 회사 대표인 ‘재파이어’가 후진국과 빈민가에게만 ‘백신’인 ‘제트플루’를 팔겠다고 발표를 함과 동시에 총격을 받는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려는 노아라 불린 남자는 몸에 벤 특수 활동마저 기억하지 못한 채 백만 달러가 넘는 그림의 주인이 자신임을 기억해내고 이를 수소문하던 기자 셀린과의 만남을 약속하게 되는데….

 

세상의 중요 잣대를 결정짓는 모종의 세력들이 모인 집단이 과잉 인구로 넘쳐나는 지구의 발전을 위해 절반을 희생시키고 절반의 남는 사람들만 살아가는 계획을 세웠다는 가정으로 펼치는 이야기는 사실 지금의 인구폭발과 인간들의 무분별한 자연을 훼손하면서 살아가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회문제를 제시한 책이기도 하다.

 

자신의 태생과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특수한 병을 앓고 있는 노아란 남자는 자신의 정체를 알아가면서 자신의 아버지와 해후를 하게 되고 그가 계획한 일들을 무마시키기 위해 또 다른 일들을 감행하는 과정들이 가깝게는 그리 멀지 않은 우리들의 한 부분을 그린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지는 공간 활용과 주인공의 활동은 과거의 그가 그린 추리 스릴의 이야기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예전 작품들이  끔찍한 살인이나 살인마의 정신적인 영향으로 인해 사건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 많았다면 이 작품은 이에 벗어나 한층 사회적인 문제와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간들이 이기심을 그린 것이라 소설로 읽기에는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정부의 공표를 토대로 믿는다는 점을 이용, 대통령을 위시해 근 미래의 해결책으로 저지른 이러한 일들은 마닐라의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지며 선택받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의 불평등한 시선, 지금의 편리성을 위해 무분별하게 자연을 이용하는 결과물들이 차후 어떻게 우리 미래에 다가올 것인지에 대한 어두운 느낌을 전달해 주는 책이라 가볍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따라서 자칫 지루할 수도 있을 이러한 문제점들을 추리와 스릴을 통해 잘 그려낸 저자답게 이번 출간 작은 그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새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제3의 시나리오 1.2

제3시나

제3의 시나리오 1 – 의문의 피살자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15년 전에 출간된 책이 다시 개정판으로 나왔단 사실은 어쩌면 지금도 우리나라 정세가 출간되던 시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시대를 맞고 있다는 뜻일까?

 

작가의 기존 패턴에서 보인 한반도를 둘러싼 북,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미국의 저마다의 정책들은 활화산 같은 한반도란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우리나라의 정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소설가 이정서가 뉴욕으로 떠나기 전 청와대 안보보좌관실로 전화를 한 후 베이징에서 피살된 채 발견이 된다.

 

그는 왜 살인을 당했을까?

사건은 중국으로부터 한국인 피살이란 소식을 접한 장 검사가 공조의 수사 차원에서 소설가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데, 여기엔 탈북자 출신의 과학자인 김상도가 출현하면서 살인을 둘러싼 내막이 펼쳐지게 된다.

 

한국에 있는 미군기지를 도청하려는 계획을 실행시킨 김상도를 도와준 사람들은 한국 대학생들인 준과 미래였다.

둘은 나비를 이용해 김상도가 세운 계획에 따라 미국까지 건너가 데이비드 캠프에 나비를 풀어놓게 되는데….

 

허구와 사실이 적절히 배합되어 있는 이 소설은 당시의 출간 연도인 노무현 대통령과 로버트 김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실존인물들과 가상의 인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미국이 바라보는 한국의 정치 관망세,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 그중에서 탈북 출신인 특수부대 출신 강철민 중좌까지 가세한 이야기까지 곁들여져 촘촘한 짜임새를 연출한다.

 

저자가 그동안 그려온 작품들을 보건대 이 소설 또한 한반도를 중심으로 여전히 긴장감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는 각국의 이익 타산과 저울질 속에 우리가 취해야 할 점들은 무엇인지를 묻고 또 묻는다.

 

우연처럼 벌어진 살인이란 자체가 결코 우연이 아닌 계획된 살인이었고 그 배후에는 강대국이란 이름으로 각 국의 모든 정세를 파악하고 있는 미국이란 존재의 힘, 그런데 그런 미국마저 미 대통령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검은 세력이 있다는 이야기는 진실인 듯 진실이 아닌 듯한 느낌마저 강하게 와 닿는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보인 우방이란 이름 아래 그들이 원하는 것은 기타 사정에 맞지 않는 정치적인 현실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엔 수락할 수밖에 없는 한국 정치의 한계를 그린다.

 

그와 더불어 여전히 북을 바라보는 흐름들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임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그린 진행들이 한 소설가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정황들을 그리면서 우리나라의 위치와 강대국들 간의 보이지 않는 견제력들을 느껴볼 수 있다는데서 시대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팽팽한 미중의 신경전과 북에 대한 정책 일환들은 비록 가상의 소설 속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지금도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미지의 결정 앞에 선 한반도란 뜨거운 감자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저자는 다시 한번 우리가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듯하다.

 

 

열세 번째 배심원

열세 번째 배심원 스토리콜렉터 72
스티브 캐버나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19년 3월

법정에서 벌어지는 심리 추리물들, 특히 존 그리샴을 많이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류들의 작품들은 법에 관한 문외한이더라도 일단 사건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 그리고 배심원들의 각기 다른 활약상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이번 작가의 작품 또한 법정에서 다루는 이야기인 만큼 보다 치밀하고 팽팽한 신경전과 계획들을 통해 또 다른 법정 스릴러 물이 탄생했다는 생각을 지니게 한다.

 

한 노숙자가 법원을 오고 가는 우편 화물차를 눈여겨본다.

일단 우연처럼 차량에 팔이 다친 것처럼 보이는 사건을 만들고 우편 화물차 안에서 어떤 봉투를 집어 들게 되는데 바로 배심원으로 차출 된 사람의 주소를 알기 위함이다.

 

그의 이름은 조슈아 케인, 일명 완벽한 완전 범죄자다.

 

완전 범죄자라니, 어떻게 이런 판단을 내릴 수가 있을까?

 

바로 자신이 저지른 많은 살인 사건의 배후에 전혀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신출귀몰한 변장술과 범행의 전력,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이 배심원으로 뽑혀야만 한다.

 

한편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커플인 로버트 솔로몬과 그의 아내가 사는 집에 아내와 경호원이 한 침대에서 무참히 살해된 것이 발견이 되고 이는 곧 용의자로 솔로몬이 지목된다.

 

자신은 결코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솔로몬의 변호를 맡게 된 에디는 그가 정말 이 사건에 진범이 아님을 밝혀내야 하는데….

 

독특한 생각을 가진 범인과 한때 사기범이자 살인범이기도 했던 전력을 갖고 있는 에디 변호사 간의 보이지 않는 범인 잡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책의 흐름은 조슈아가 열세 번째 배심원으로 뽑히면서 12명 안에 들어가야만 사건의 진실에 대한 유죄냐 무죄냐를 두고 선택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 벌이는 살인의 범행 과정, 그 이전에 있었던 사건의 실체 범행 과정을 회상하면서 느끼는 악마적인 생각들을 독자들에게 보인다.

 

조슈아는 이미 범인으로 몰고갈 작정인 솔로몬에 대한 모든 준비 과정을 마친 상태지만 에디는 범인의 행방조차 모른 채 법정에서 피 말리는 이의제기를 벌여야 한다는 긴박감이 이 소설을 읽는 묘미다.

 

흔히 범인의 전력을 보면 여러 가지 다양한 성격 파탄을 볼 수 있지만 조슈아가 범행을 저지르는 행위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극치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선택해 계획을 짜고 살인을 저지르면서 자신의 존재조차 없애기, 여기에 전혀 다른 범인을 내세움으로써 법정에서 그들이 형량을 받는 모습을 보는 스릴(?)을 만끽하는데서 독창적인 또 하나의 범인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자신의 과오를 뒤로하고 유죄가 확실한 피고인에 대해선 변호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는 에디의 신념은 이렇게 조슈아와의 보이지 않는 대결을 통해 독자들에게 더욱 추리 스릴러물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여기엔 또 하나의 반전이 들어있는 묘미로 독자들로 하여금 허를 찌르게 하는데 책 속에 담긴 조슈아는 배심원들 중 누구를 대신해 그 자리에 있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읽어보는 것 또한 색다른 재미를 준다.

 

모두 읽고 나서 다시 배심원 명단을 들춰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게 하는, 무심히 흘러가게 만든 저자의 글 흐름에 이런 반전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죽은 사람들의 신체에 나비모양으로 접은 달러 한 장의 의미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에디의 활약은 O.J 심슨의 사건을 연상시키는 것 외에 그동안 타 작품들에 나왔던 기존의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합쳐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법정의 밀고 당기는 설전을 읽는 맛도 즐길 수 있는 책이었다.

 

 

이미 다른 작품에 에디가 나오는 설정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연작처럼 생각되기도 함으로 앞으로 에디의 활약은 계속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도 다가오고, 이 책이 나오기 전 에디의 다른 활약이 담긴 책을 먼저 만났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너는 갔어야 했다.

 

 

 

너는 갔어야 너는 갔어야 했다 쏜살 문고
다니엘 켈만 지음, 임정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2월

시나리오 작가인 나와 배우인 아내, 네 살 난 딸과 함께 에어 앤비로 예약한 별장으로 겨울 휴가를 온 가족의 이야기다.

 

한 작품에 대한 시나리오의 진전이 없자 스트레스가 쌓여만 가고 부부 사이와 육아의 문제 사이에서 잠시 여유를 갖고자 도착한 그곳은 도심에서 볼 수 없었던 맑고 깨끗한 창공, 하늘의 모습들과 공기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안식처의 기분을 만끽하게 해 준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그 어떤 것들이 ‘나’에게 다가오는데….

 

 

책의 분량이 짧고 손에 잡기 쉬운 문고판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실체가 아닌 그 어떤 미지의 존재에 의해 느끼는 공포감의 표현들이 충분히 담겨 있는 이 내용은 분명 자신이 해왔던 행동들이 아닌 것이 되고 자신은 안에 있지만 밖에서 나와 안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갖는 것, 더군다나 다른 장소로 가기 위해 나선 길임에도 결국 되돌아오게 되는 미로의 집….

너는2

 

읽으면서 내 곁에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책 속의 ‘나’처럼 도망치려 해도 같은 길만 반복되는 현상들, 이곳에 분명 전화기를 놓았다는 기억이 있음에도 없는 현상들은 어떻게 생각을 해야만 할까?

 

 

마을과 떨어져 있는 외진 곳에 있는 별장, 허물어져가는 집을 헐고 다시 지었다는데, 그동안 사람들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마을 주민으로부터 들은 ‘나’가 다시 도시로 나가려는 계획 하에 벌어지는 미묘한 현상들의 표현들이 실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착각마저 일으킨다.

 

언제부터 써놓았는지도 모르게 나 자신이 써놓은 가버려! 란 말은 이렇듯 무의식 속에 위험을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냄으로써 마치 자아 분리처럼 여겨지는 상황들이 현대인들의 불안한 심리를 표현해 낸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책 표지에 실린 제목 자체도 너는 가버려 갔어야 했다 로 처음에는 느껴보지 못한 압축된 의미들이 책을 읽고 나서는 더욱 알 수 있다는 점, 진짜와 가짜의 교묘한 혼선들은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각본의 등장인물들과 현실 속에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가족들이 한데 어울려져 더욱 그 공포의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이 책의 특징인 공간을 이용한 저자의 독특한 공포 분위기 표현은 독자들에게 나도 모르게 점차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게 한다.

 

유리창에 비친 나와 그런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의 모습들 중에 진짜 나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작가가 표현한 별장의 거실 유리창에 비친 ‘나’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갔어야 했다는 말의 의미와 함께 왜 그토록 가버려! 를 외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해 그려낸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어맨다 사리프리드와 케빈 베이컨 주연의 영화화된다는 책 띠지의 소개처럼 짧은 분량이지만 공포의 분위기는 충분히 표현해 낸 작품인 만큼 영상에서 보는 느낌 또한 얼마나 잘 그려질지 기대가 된다.

 

 

 

 

 

반경 3미터의 카오스

카오스

반경 3미터의 카오스
가마타미와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인연이나 우연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이나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 교류를 통해 친분을 쌓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자가 그린 생활 속에 담긴 뜻하지 않게 마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비단 책 속에만 있는 이야기는 아니란 점이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공식 톱 랭킹 블로거 가마타미와의 코믹 일상툰을 그녀만의 포착으로 재밌게  맞아! 나도 이런 경험이 있었지~ 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마다의 인성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기 때문에 각 환경에 따라서 벌어지는 일들, 특히 나의 반경 3미터에서 벌어진 작고 재밌는 이야기들을 그린 이 책은 동네 누구나 마주칠 수 있는 어른들, 아이 할것 없이 그야말로 저자 표현대로라면 카오스 그 자체다.

 

 

가장 공감을 느꼈던 부분 중 하나인 백화점에서 모르는 분들이 자신의 딸 옷을 사기 위해 저자에게 접근해 치수를 대보고 마치 오랜 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에게 묻듯 이것저것 의견을 구하는 장면이다.

 

특정 세일 기간이라면 더욱 이러한 현상들이 분분하게 발생하게 되는데, 아마 독자들 대부분이 이런 경험들을 한두 번 겪어봤을 일들이라 각기 다른 나라를 막론하고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은 일들을 겪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유머가 들어있는 단어 하나의 차이로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음료 주문이나 정보가 많은 어르신들의 미주알고주알 참견 아닌 참견 내지는 쏠쏠한 유익한 이점들은 또 하나의 마실처럼 느껴지는 작은 동네 수영장을 연상시키는 장면들. 했던 말 또 하고 또다시 하시는 연세 드신 분들의 공통점, 타국에서 겪는 에피소드들은 저자의 세심한 눈썰미로 인해 작은 행복의 미소를 짓게 한다.

 

 

카오스1

 

카오스2

 

누구나 혼자 살 수는 없는 세상, 이처럼 다양한 인물들의 만남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 헛되지 않는다는 생각, 그 안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들처럼 같은 모습으로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우선 내 주위부터 차근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 어느 누군가 내 주위 반경 3미터 안에서 저자처럼 나의 주위를 카오스처럼 돌게 될지….

                                                                                                                                

 

신의 선물 , 북유럽

 

 

 

 

 

 

북유럽

신의 선물, 북유럽 – 홀로 떠난 북유럽 5개국 여행기
윤길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12월

여행의 다변화된 패턴은 이제는 전혀 낯설지가 않은 말이 됐다.

대부분 젊은 층들이 많이 나 홀로 여행을 하고는 있지만 여행이 주는 각기 다른 감성과 느낌들, 그 안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면서 나만의 여행을 남기는 것은 각자의 취향과 패턴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책의 저자는 오랜 공직 생활 끝에  시니어의 나이에 35일간 북유럽 5개국을 다녀온 경험을 책으로 출간했다.

 

북유럽이 우리나라와는 거리가 멀고 서유럽과 동유럽이 여행지로 강세로 떠오른지도 오래됐지만 북유럽만이 갖는 동화처럼 느껴지며 다가오는 것 또한 이 책을 통해 기대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저자 또한 가족의 염려 속에 홀로 여행 계획을 세우고 공항에서 출발하기까지의 심정이 고스란히 초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독자들로 하여금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아일랜드까지 오로지 홀로 결정하고 여행하고 다니면서 느꼈을 고독과 타국에서 온 사람들과의 교류들은 단체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안정감, 시간의 촉박함과는 다른 느낌을 주기에 모든 일을 함에 있어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더욱 들게 한다.

 

 

핀란드

 

 

각 나라마다 가보고 싶었던 곳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역사적인 배경 지식과 함께  저자가 느끼는 여행의 의미들은 지금도 홀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는 분들에게 많은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피오르드

 

나만의 여행을 통해 많은 것들을 돌아보고 느껴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 책,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통해 북유럽 여행을 하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

무라카미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
구리하라 유이치로 엮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9년 2월

세계 문학 작품들 중엔 그 시대를 드러낸, 다시 재조명하거나 당시 건축물을 세우거나, 아니면 테마 문학여행이란 타이틀로 여행 자체도 한 작가의 생애를 들여다보면서 문학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들이 있다.

 

이런 범주에 해당된다고도 할 수 있는, 한국에서 많은 독자들을 갖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그것도 작품 속에 드러난 음악의 세계를 모두 모아본다면 그것 또한 독특한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아시다시피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 음악 애호가다.

 

각 작품마다 드러내는 그의 음악 사랑은 각 문학의 주제와 연관되어 있는, 각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모르는 음악도 알게 되고 알고 있던 음악도 작가는 어떻게 해석하고 이를 작품에 녹여내는지에 대한 기억으로 우리를 소환한다.

 

이 책은 구리하라 유이치로 외에 다른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이 각기 파트를 나누어 그들만의 색채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작품 속에 드러난 음악이야기를 들려준다.

 

음악의 전분야를  1980년 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하루키의 작품은 이 책에서는 1980년대 이후를 중심으로 록, 팝 클래식, 재즈로 나눈다.

 

 

제목을 읽어만 봐도 익숙한 음악도 있고 문외한인 음악의 장르에 대해서는 새롭게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음악 전문 책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싶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보충 설명식으로 해석을 하는 정도로 생각했었으나 읽다 보면 하나의 작품을 좀 더 심도 있게 이해하고 저자가 음악에 대한 차용을 보다 넓게 사용하고 있었음을 알게 한다.

 

무라카미1

 

 

한 예로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나오는 사례들이나, 비치보이스 음악이 등장할 때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의미의 사례, 재즈면 재즈, 록이면 록, 팝, 클래식에 대한 그의 음악 사랑은 결코 식을 줄을 모른다는 인상을 받는다.

 

 

독자들은 이 책 속에 담긴 음악 하나하나를 듣다 보면 작품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자연히 다시 한번 그 작품에 손길이 가게 되는 그러면서 기존에는 단순히 머리속에 그려본 음악의 세계와 뮤지션만 그려봤다면 이 책은 모든 것을 함께 어울려 그려보게 된다는 이점을 지닌 책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는데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책, 문학 테마 여행만이 아닌 문학과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이드북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하루키 연표와 ‘하루키 소설 전곡 리스트’ 수록은 하루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특별하게 다가올 보너스다.

                                                                                                                                

신의 아이 …1~2세트

신의아이ㅏ

[세트] 신의 아이 1~2 세트 – 전2권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9년 3월

사회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보면 어릴 적의 불우했던 가정환경이나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한 울분을 쏟아버린 행동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경우를 볼 때가 있다.

 

나 자신에 대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표출은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를 만드는 만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존재가 없던 아이가 있다.

머리 나쁜 두 부모의 무분별한 행동의 결과물로 태어난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엄마의 학대와 냉대를 받으며 자라게 된다.

 

14살 되던 해 다른 남자의 학대를 피해 집을 가출, 우연히 공원에서 만난 지적 장애를 가진 미노루를 만나게 되면서 둘은 공생의 길을 걷는다.

 

호적이 없었기에 미노루의 호적을 자신의 것으로 이용하면서 살아가던 중 범죄를 이용해 불평등한 사회를 평등한 사회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진 무로이의 수하에 들어가게 된다.

 

한번 본 것은 사진처럼 뇌 속에 찍혀 기억을 간직하는 능력을 가진 아이의 능력을 눈여겨본 무로이는 그를 자신의 어두운 사업에 끌어들이게 되고 소년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준 그를 ‘신’이라 생각하게 된다.

자신 또한  그로부터 선택받은 ‘신의 아이’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어둠의 세계에서 미노루란 존재는 필요 없는 사람, 그를 구하려다 소년원에 가게 된 소년은 그곳에서 비로소 마치다 히로시란 이름을 갖게 된다.

 

이후 그의 인생에 대한 우여곡절은 시종 독자들로 하여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설정 때문에 좀체 책을 놓을 수가 없게 한다.

 

부모와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은 자신을 인정해 준 무로이란 사람에 대한 충성은 소년원 탈출과 대학생활 그를 좀 더 사회인으로서 부대끼며 살아가길 바랐던 교도관의 행동으로 후견인 집에서 생활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점차 변해가게 되고 그런 가운데  자신의 수하로 끌어들이려는 무로이의 계획은 점점 집요하게 다가온다.

 

전 작품인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의 내용도 그렇지만 저자가 그리는 세계는 허구의 세계가 아닌 현재 우리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사회적인 불합리성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냉대,  모멸들을 통해 같은 인간으로서 공생의 길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의 이기심들을 들추어낸다.

 

마치다란 인물의 설정은 마치 서번트 증후군과 공감 능력이 결여된 아스퍼거 증후군을 동시에 갖고 있는 주인공이란  탄생을 통해 저자는 사회파 추리 소설의 형식을 취하면서 동시에 그가 어떻게 주위 사람들을 걱정하고 같이 살아가려는 노력을 보이는지에 대한  과정들이 성장 소설로도 읽기에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행복이란 무엇인지, 자신의 행복조차도 몰랐던 그가 비로소 행복의 진정한 느낌과 함께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염려를 느끼는 행동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것을 빼앗아 가버림으로써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회유하는 무로이의 인생 방향을 함께  비교해 읽는 것을 통해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결코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 미노루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들을 통해 조금씩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려는 마치다의 행동들은  저자만이 그릴 수 있는 따뜻함을 느끼며 읽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진정한 삶에 대한 목적과 의식을 느끼며 서서히 변모해 가는 마치다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 책이다.

 

 

 

***** 제가 행복해지지 않으면 소중한 사람을 결코 행복하게 할 수 없다고 말하더군요. 게다가 행복해지지 않으면 제가 범한 죄의 아픔을 진정으로 느낄 수가 없다고도 말입니다.”-제2권  p 192

 

                                                                                                                                

시스터스 브라더스

시스터스

시스터스 브라더스
패트릭 드윗 지음, 김시현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어릴 적 영화를 보게 되면 서부 영화가 많이 나왔다.

 

카우보이의 전형적인 섹시한 야성의 미를 뿜어내며 말을 몰고 인디언과 싸우거나 위험에 처한 목장을 지키기 위해 밤을 새우며 총과 말, 그리고 따뜻한 차가 곁들인 그림들은 여전히 카우보이란 이미지를 각인 시키기에 충분한 그림이었다.

 

여기 그러한 카우보이 형제들이 있다.

단지 목장을 지키는 것이 아닌 살인청부업이 직업이다.

때는 골드러시로 한창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던 시기인 1851년 미국 오리건 시티-

 

형 찰스와 동생 일라이는 한조로 움직이는 살인청부업자들이다.

‘제독’이라 블리는 고용주의 부름을 받고 달려간 형 찰스는 그로부터 자신의 재산을 빼돌리고 도망간 허먼 커밋 웜을 찾아내 죽이라는 의뢰를 받고 떠난다.

 

웨스턴 무비의 형식을 취하는 이 작품은 가는 곳마다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형과는 다르게 이 생활을 이번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끝내려는 동생 일라이는 도착해서 발생하는 사건들의 뒤처리를 마치 쌍둥이처럼 형과의 합작을 통해 마무리를 짓는 솜씨가 제대로다.

 

 

 

술주정뱅이 형 찰스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둘이 서로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 하나하나, 싸움을 통해 일을 벌이고  마무리 짓는 과정들은 설정으로 보자면 위험한 순간임에도 웃음이 나오는 상황 연출 때문에 마치 웃고픈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의 무한대로 뻗어가는 부에 대한 욕심, 특히 당시 금에 대한 환상을 품고 여기저기 모인 사람들을 중간에서 만나고 헤어지면서, 때론 죽음을, 때론 한순간이긴 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일라이를 통해  마치 한순간의 장면처럼 여길 수밖에 없는 설정들은 로드무비에 충실한 점을 부각한다.

 

금을 채취하는 비법을 가진 허먼을 만나는 과정들 속에 탐욕에 물들다 못해 자신들의 신체적인 손상까지 마다하지 않는 인간들의 욕심, 목숨을 버리게 되는  장면들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새옹지마란 말을 연상 떠오르게 만든다.

 

자신의 부족한 말의 생을 지켜보는 일라이의 행동과 말들은 형 찰스와 대조적인 모습들로 인해 오히려 이들 형제의 여정에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때는 여자와 남자 형제를 지칭할 것이란 막연한 생각에 허점을 찌른 저자의 제목 설정도 이색적이었지만 오랜만에 접한 서부활극을 본듯한 영상미가 연신 떠오르게 한 책이었다.

 

끝까지 모든 것을 이루고 금을 획득해 돌아갔더라면 그들 형제의 앞날은 평온했을까?

 

 

캐나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총독 문학상을 포함,  4개 상을 수상했고, 영화로 제작되어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인 만큼 출연한 배우들을 통해 이 책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