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안녕하시다.1.2

왕은안녕

[세트] 왕은 안녕하시다 1~2 – 전2권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출간하는 작품 속에 담긴 유쾌한 유머와 촌철살인의 문장들을 통해 신작을 기대했던 만큼  저자만의 색깔을 지닌 입담은 여전함을 느낀다.

 

흔히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라고들 한다.

누구의 손에 의해 쓰였는가에 따라 후세들은 그 근간을 기본으로 당시의 시대적 흐름과 그 안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발자취를 통해 취할 것을 취하는 배움의 자세를 지니며 살아간다.

 

이런 것을 볼  때 기록이 의미하는 바는 승자의 손에 쓰인 역사 외에도 무명 씨의 손에 남겨진 작은 문장 하나라도 비교하고 다뤄봄으로써 또 다른 역사의 시선을 바라보는 시야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바로 이 소설은 그 출발점이 타 작품과는 다르게 시작된다는 신선함을 지닌다.

 

 

기생방을 운영하며 재산을 전국에 뿌려놓고 사는 할머니 밑에서 사는 파락호 성형은 어느 날 스승의 심부름으로 송시열 집에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는데, 그 수위가  인간으로서 겪기에는 상당히 억울함을 지닌다.

 

개가 분출한 큰 것을 핥아먹기 일보직전 10 살 가량의 미소년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모면을 하게 되고 그 소년과는 의형제를 맺게 된다.

 

자신보다 한창 어린 그 소년과의 의형제 맺음은 그 사람이 조선의 19대 임금인 숙종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지만 왕은 자신과 맺은 의형제 약속을 결코 철회하지 않은 채 그를 궐내로 불러들여 벼슬 자리를 준다.

 

 

한낱 미천한 출신의 서자 출신인 성형이 바라본 당시의 세계란 그야말로 하루가 어떻게 뒤바뀌고 권세를 쥐고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사라지고 다시 돌아오는지를 목격하는 일들을 목격하는 일상으로 변해가는 세태를 느끼며 살아간다.

 

대왕대비와 대비, 중전의 죽음과 대비와 왕의 관계, 장옥정의 출현들은 비정한 궐내의 세계를 속속들이 알아가면서 이로 인해 백성들의 삶 또한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많은 문학 작품 속의 시대 배경중 하나인 숙종의 시대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시대였다.

선왕의 뒤를 이어 어린 나이에 왕의 자리에 오른 숙종이란 동생을 둔 성형이란 자의 눈에 비친 세상 사는 궐 내의 당내의 치열한 주도권 싸움, 두 번의 예송 문제를 통해 서인과 남인의 자리가 바뀌면서 그 속에서 파리 목숨처럼 하루하루를 연명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당시 조선은 반정의 힘으로 오른 선대 왕의 자리 위치란 것이 강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숙종이 보위에 올랐을 때도 신하의 힘이 강하던 때였다.

 

책 속에는 많은 역사 속의 실제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면서 당시 시대적인 당파와 성형이 흠모했지만 왕에게 자신을 맡긴 장옥정이란 여인과의 관계, 자신이 모시고 있던 스승들이 사약을 받거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들, 바른말을 하는 인재를 죽이는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새삼 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한 여러 감정을 성형이란 인물을 통해 보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라는 말이 있다.

 

숙종 또한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결코 피바람을 불면서까지 자신의 위치를 견고히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자신의 위치가 안녕해야 만 그 외의 모든 사람들이 안녕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선택의 기로에서 과감성을 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 왕이란 실체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던 해맑고 순진했던 소년의 모습이 어느 순간 자신의 위치를 넘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때론 죽음으로, 때론 용서로, 때론 베개 송사를 통해 정사를 결정짓는 모습들을 보는 성형의 마음은 왕에 대해 안타깝다가도, 미워서 벼슬 자리에 물러나가면서도,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이런 그의 행동들과 말들은 뒤 편의 헤어질 때까지 모든 애증의 감정을 쏟아붓는다.

 

그 누구도 하지 못할 시원하고 맛깔스러운 말로 인해 사이다를 날리는 역할을 자처하는 성형이 오히려  왕은 자신의 속내를 가장 솔직하게 내보인 것을 아닐까?

 

 

– 한 사람이 천 사람, 만 사람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요. 한 사람의 뜻이 아무리 지당하고 그가 아는 게 많다고 하여도 언제나 옳을 수는 없고. 한 사람을 이기려 하기보다는 만인을 얻어야죠. 그러면 저절로 그 한 사람을 이기게 돼요. – p.171

 

 

자신의 안녕을 위해 수시로 서인과 남인의 사이를 경쟁시키듯 교묘히 그들을 아용하며 왕권의 강화를 이룬 숙종이란 동생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외로움과 고독을 형에게만은 진실로 보였을 것이다.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에겐 자신의 위치라는 것이 있다.

그 모든 사람들마다엔 저마다의 역사라는 굴레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인생이 있듯이 성형의 눈에 비친 당시의 피바람 속에 그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역사 또한 소중한 법이다.

 

 

 

 

격동의 일변도 속에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속성과 권력에 대한 야망, 그 안에서 몸부림치며 살아내야만 했던 그 누군가들의 삶이 있었기에 지금도 그 누군가의 삶은 계속될 수 있었음을, 저자는 역사적인 팩트 속에 가상의 인물과 실존인물들의 적절한 출현을 통해 새로운 역사소설을 창조해냈다.

 

 

성형이란 인물을 통해 조선 숙종시대를 그린 책의 내용은 천방지축 파락호가 무술을 연마함으로써 뛰어난 검객이 되어가는지도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기도 하지만 여인의 해바라기 사랑을 그 또한 옥정을 통해 실패한 아픔을 자신이 느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던 점은 실망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노량진 헌책방에서 우연히 건진 책을 통해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는 점을 출발로 책 속에 책의 이야기처럼 구성된 장치, 과거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형식을 취해 독자(나)로 하여금 실제처럼 여겨지게 만든 속임수 또한 유쾌하게 그려진 점이 인상에 남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역사는 이어지고 흐르고 있음을, 그 안에서 펄떡 살아 숨 쉬는 민초들이 살아남았기에 우리들이 있다는 사실을 성석제 만의 작품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우리와 당신들

우리와당신들

우리와 당신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오베라는 남자’ 이후 그동안 계속 출간된 책들을 통해 저자만이 그릴 수 있는 유머와 감동이 석인 작품을 접해 본 독자라면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은 그 이상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전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베어타운’의 연이은 이야기의 진행은 작은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간들의 심리와 이해충돌, 그 속에서 다뤄지는 사회 양상들을 모두 함께 엿볼 수 있다는 데서 이 주제는 한층 발전된 느낌을 받는다.

 

마을의 유일한 희망인 하키 운동은 베어타운이 회생할 수 있는 종목이다.

 

그런데 하키 팀 주장이 마을 소녀 마야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되고 마야는 그일 이후 괴로움의 연속, 누나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남동생, 엄마와 하키 단장인 아버지 페테르에 이르기까지 가족 전체는 그 사건 이후로 각기 다른 마음속에 간직된 고통으로 살아간다.

 

더군다나 하키 팀의 지원이 옆 마을로 가게 되고 하키 선수와 감독마저 이동하게 되자 아버지 페테르는 자신의 전 일생을 걸고 지켜 온 하키 팀 유지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결국 재건을 위해 베어타운 지역구 의원과 손을 잡게 된 페테르는 이를 이루기 위해 마을 사람들 간의 알력과 불신, 그밖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다.

더군다나 십시일반 하키 선수들의  부활을 위해 모금함까지 동원되는 정성이 쏟아지는 가운데 선수들 가운데 커밍아웃까지 발생하게 된다.

 

제목에서 의미하는 우리와 당신들이란 뜻이 이 책에서 보인 내용과 정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우리’란 개념이 희박한데, 이 책에서 보인 우리는 자신의 뜻과 맞는 사람들, 그렇다면 당신들이란 결국 나의 뜻과 반대의 의견을 지닌 상대방을 지칭할 터,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독자들은 선과 악의 양면성, 꼭 어떤 기준점을 가지고 이것이 선이고, 저것이 악이다 라는 확실히 정할 수 없는 중간지대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성폭행을 당한 당사가가 겪는 트라우마, 나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계성, 성 소수자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의견 충돌, 하키 재건을 위해 모든 술책을 동원해가며 이루고자 하는 행동들 뒤에 이러한 모든 것들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의견 충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을 통해 세상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함께’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베어타운 마을 주민들의 마을 재건과 하키팀의 부활을 위해 합심하는 모습들은 우리와 당신들을 모두 아우르는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작은 공간인 마을을 대변하고는 있다지만 대한민국의 현 세태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있다는데서 인간들이라면 결국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선과 악, 중간지대인 회색지대까지 모두 그린 저자의 작품이 더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 책이다.

 

 

– “인생은 우라지게 희한한 것이다. 우리는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가며 인생의 여러 가지 측면을 관리하려고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인생의 대부분을 규정한다. 우리는 이해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가장 좋았던 기억도, 가장 나빴던 기억도. 이해는 언제까지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중 누구는 이사를 가겠지만 대부분은 여기에 남을 것이다. 이곳은 복잡하지 않은 곳이 아니지만 어른이 되어보면 어디든 그렇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베어타운과 헤드에 얼마나 많은 허점이 있는지 하늘도 알고 땅도 알지만 그들은 우리 마을이다. 여기가 우리에게 주어진 세상의 모퉁이다.” – p.595

밀어,,,거울의 속삭임

밀어

밀어 1~2 세트 – 전2권 – 거울의 속삭임
비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9년 1월

시대적인 배경을 통해 인간들의 야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펼쳐 보인 저자의 현대물 로맨스 소설이다.

 

전작들인 ‘기란’이나’암향’을 통해 독특한 시대 배경 속에 사랑을 다룬 이야기를  한층 재미와 몰입도를 선보인 저자이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 또한 크게 다가왔다.

 

학원 선생으로  지내는 유설아는 직장 동료이자 대학 동기인 친구 나경과  나경의 약혼자, 그리고  그의 친구와 함께 결혼 축하를 할 겸 클럽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의식을 잃게 된다.

 

깨어난 곳은 병원, 그녀를 구해준 사람은 클럽 사장 민제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알고 보니 나경의 무리들이 설아에게 약을 먹이고 정신이 혼미한 것을 민제하가 본 것,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장난임을 주장한  뻔뻔한 나경에게 복수를 다짐하게 된 설아, 민제하는 자신이 그들을 혼내주는데 도움을 줄 테니 자신과 계약연애를 하자고 제안을 하는데…

 

뻔한 스토리 속에 전개되는 이야기의 로맨스답게 시종 두 연인 간의 사랑에 대한 감정선은 독자들에게 전해진다.

 

비밀에 쌓인 민제하의 과거, 그를 통해 학창 시절 유일한 친구이자 도움을 주고받았던 서하재에 대한 그늘이 보인 것은 유설아만의 착각이었을까?

 

유설아의 행방을 쫓으면서 처음엔 복수심으로, 그렇다가 차츰 그녀가 겪었던 아픔과 진정한 사랑에 대해 자신조차도 모르게 그녀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민제하의 앞날엔 과연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는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보인 흐름은 그들이 왜 서로 어긋난 인생을 걸어와야 했는지에 대한 시간 흐름을 보이며 친엄마에  대한 사랑을 받고자 무던히 노력했으나 결국엔 이루지 못한 채 자신의 행복을 찾아 나선 민제하의 아픈 마음이 그려진다.

 

백설공주는  계모의 계략에 의해 독사과를 먹고 위험에 빠졌으나 사랑하는 왕자님을 만나 행복한 삶을 이룬다.

 

아버지의 방탕한 생활 속에 아버지가 그린 그림 ,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그린 그 그림을 통해 자신의 사랑과 자식에 대한 소유권이라고 여기는 어긋난 모정의 행실, 그 안에서 민제하를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행동과 말로 드러낸 유설아의 사랑은 과거의 그릇된 어른들의 결정으로 인해 힘든 시절을 보낸 두 사람에게 더욱 강한 결속의 사랑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애틋하면서도 함부로  발설할 수 없었던 사랑의 감정이 두 사람만의 진실된 사랑 확인을 통해 그려낸 책인 만큼 현대물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누구니?

 

 

아마 진정한 사랑을 통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확신한 두 사람, 그들이 아닐까?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작들의 배경이 시대물을 통해 격한 사랑의 감정 파고를 잘 드러낸 작품들이 많아서 그런가, 유설아와 민제하의 사랑은 풋풋한 사랑의 결실이란 의미로 진행되는  결말이란 생각이 더  두드러지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지도

소설지도  소설 & 지도
앤드루 더그라프.대니얼 하먼 지음, 한유주 옮김 / 비채 / 2019년 1월

어떤 목적을 향해서 갈 때 필요한 물품 중 하나가 지도와 나침반인 경우가 많다.

특히 홀로 여행 가는 것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이토록 독특하고도 생생한 그림이 곁들인 지도책이라니~~

 

그것도 눈과 머릿속에 그려진 것을 토대로 읽어나가는 소설 속의 세계를 정교한 그림과 함께 들여다본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경험을 한 기분이 든다.

 

뉴욕의 일러스트레이터 앤드루 더그라프와 출판 에디터 대니얼 하먼이 함께 출간한 이 책은 말 그대로 소설 속에 드러난 장소를 그린 책이다.

 

벽돌 두께를 자랑하는 책들, 여러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할 경우엔 따로 표기를 해 두거나 포스트잇을 붙여서 각인을 하며 읽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장소는 그야말로 책 속에 그려진 것을 토대로 독자들로 하여금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았다는 느낌을 선사해준다.

 

책 속에 담긴 작품들은 총 , 19편의 소설, 시, 희곡이 들어있다.

이름만 들어도 읽었거나 알 수 있는 작품들의 세계, <오디세이아>부터 <로빈슨 크루소> <모비딕> <보이지 않는 인간>, 작가들은 또 어떤가?

 

 

셰익스피어, 마크 트웨인, 제인 오스틴, 프란츠 카프카, 어슐러 K. 르 귄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다양할뿐더러 더군다나 책 속에 묘사된 장소들에 대한 이해력을 한층 설득력 있게 그려놓았거나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은 여전히 읽어볼 것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책이다.

 

 

안내

 

 

가령 얼마 전 읽은 다운십 타운의 경우엔 오디세이를 연상시키는 듯한 여정을 흠뻑 느끼며 책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을 받을 수 있게 한다.

 

토끼

책이란 것이 인간의 생활에 있어서 많은 연관이 있고 그 연관성 안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기획 의도는 획기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많은 작품들 중에서 선별된 작품이었을 것 같은데, 특히 바벨의 도서관은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 표현해 낸 그림이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는 인상을 받는다

 

바벨1

바벨

 

 

말 그대로 어디가 출발점이고 도착점인지를 그림을 통해서도 여전히 오리무중 속에 헤매게 만든 장치들, 그림 그대로 벌집 모양처럼 보이되 작품 안에서 다룬 미로 속의 세계를 두 저지들은 독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루빈슨 크로소는 또 어떤가?

어린 시절 읽었던 무인도의 홀로 된 생활을 그린 이 책의 소개부터 더 나아가 모비딕에 등장하는 고래의 세세한 그림들은 인간과 욕망과 야망 속에 어떤 연관관계를 이어오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고대 작품부터 현대의 유명한 추리 소설의 작품까지 두루두루 섭렵하되 읽어본 작품을 그때의 회상과 함께 감동적인 여운으로,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은 이 기회에 읽을 계획을 세우게 하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그야말로 책 속에 담긴 알찬 정보의 마당 책이다.

 

이 책 한 권으로 차근차근히 책 속에 묘사된 장소를 집어가며  함께 여정을 떠난다면 훨씬 독서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SNS 할 수 있다.

 

sns표지나도 SNS 할 수 있다! – 카카오톡 + 밴드 + 유튜브 + 인스타그램 (큰글씨 도서)
김로사 지음 / 정보문화사 / 2019년 1월

전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 폰-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이제는 기본이 될 만큼 친근한 이기 물품이 되었지만 정작 나 자신이 갖고 있는 스마트 폰에 담겨 있는 알찬 활용도에 대해선 얼마만큼 알고 사용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또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맛폰구성

 

 

가장 친근한 작동을 켜는 것부터 시작해서 카톡이나 메시지, 요즘은 밴드와 동영상을 통해 빨리 습득하려는 사람들의 활용도, 연예인은 물론이고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만이 즐기는 정보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담아낼 수 있는 인스타그램까지….

 

 

 

알고서 이용해 본다면 훨씬 스마트 폰에 담겨 있는 활용도는 정말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미 블로그에서 찬찬히 친절한 설명으로 누구나 쉽게 해 볼 수 있는 친절성을 갖춘 저자가 이번에 알찬 정보들만 모아서 책을 출간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큰 글씨 도서란 점이다.

 

배우는 대상이 연세 드신 분들도 고려해서 편찬한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가장 기본으로 해당되는 카카오톡의 기본적인 설치부터 그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내용들은  필요한 요약본처럼 생각될 정도로 쉽게 알려준다.

 

일례로 요즘에 많이 사용하는  이모티콘의 활용도는  다양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짧은 내용 뒤에 이러한 소품들을 이용하는 센스도 갖춘다면 훨씬 다양한 즐거움을 누려볼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다.

 

 

 

특히 카카오톡을 통해 송금을 보내는 유용한 장치는 인터넷 뱅킹과는 다른 결제 방법에 대한 활용도를 선보이고 있어 유용한 팁 중에 하나란 생각이 든다.

 

주로 동호회 모임 때문에 많이 사용하는 밴드 또한 만드는 과정과 비공개로 전환하는 법, 글쓰기와 관리하는 법, 밴드 채팅에 대한 내용도 알차다.

역시 사진 올리기는 기본 중에 속하는 편리성 때문에 잘 사용한다면 활자와 함께 쉽게 볼 수 있다는 이점을 보인다.

 

벤드가입

 

또한 1인 1 방송의 개념으로 점차 사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유튜브에 담긴 알찬 이용법, 프리미엄 활용도와 취소하기, 인스타그램의 설치부터 친구 맺기, 친구 찾기, 사진 올리기나 프로필 수정, 메시지 보내기 등등…

 

 

인스타그램

 

 

이 책 한 권이면 가장 기본적으로 알고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자녀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는 것도 번거롭다면, 이 책이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줄 것이다.

 

 

머플러 위빙

위빙

머플러 위빙 – 위빙의 기초부터 머플러 만들기까지
미노와 나오코 지음, 남궁가윤 옮김, 정현진 감수 / 다봄 / 2019년 1월

위빙이 뭐지? 하고 궁금했다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베틀을 생각하면 아~하고 알겠다는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용어가 위빙이라고 해서 어려울 수도 있지만 알고 보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도 있고 집에 있는 실을 가지고 얼마든지 연습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책의 구성은 기초가 중요하듯이 위빙에 가장 기본이 되는 틀의 종류와 용어, 실의 종류, 다양한 짜기 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위빙안내

위빙기본

할머니들이 베틀에 앉아 왼손과 오른손을 이용해 어떤 기구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실을 움직이는 모습이  상상된다면 이 책에서 보인 위빙 기구의 종류는 크기가 다양하다.

 

베틀처럼 큰 것도 있지만 여기서 소개하는 기구는 손쉽게 작은 사이즈로 되어 있는 기구를 사용한 예시를 보인다.

 

조작법도 쉽고 인간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고전적인 방법이 떠오르게 하는 위빙 법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지금도 꾸준히 유행을 하고 있는 뜨개질은 대바늘, 코바늘이 대세지만 이 위빙 기계를 이용해서 만드는 머플러는 또 다른 재미와 만드는 즐거움을 색다르게 느끼게 한다.

 

위빙이란 말 자체가 쉽게 날실과 씨실, 즉 세로와 가로실을 교차시켜가며 천을 짜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초보자의 경우엔 가장 쉬운 평직 짜기부터 시작해서 좀 더 익숙해지면  하운드투스 체크, 타탄체크, 그러데이션 , 집에 남아도는 천 자체를 버리지 않고 찢어짜서 만들기. 가장 쉬운 머플러의 기본 뜨기부터 티코스터, 바스켓 짜기, 로그 캐빈 짜기, 픽업 패턴 짜기 , 여기에 더 익숙해지면 일반 사제 품처럼 보이는 나만의 독보적인 머플러 탄생을 기대해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머플러1

예위빙

직물의 종류도 계절에 맞게 뜰 수가 있어 여름에도 얼마든지 시원하게 착용할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해 만들어 볼 수 있는 방법 소개는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뒤편에 Q&A , 꼭 기계만 있어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직접 손으로도 짤 수 있는 방법 소개가 있어 왕초보자인 경우에는 한 번쯤 시험 삼아 손으로 짜 보고 기계를 이용해 더욱 쉽게 짜 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손으로위빙

다양한 패턴 짜기를 통해 선물용으로도 만들어볼 수도 있고, 집에 필요한 소품을 만들어 본다면 훨씬 정감 있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연쇄살인마개구기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스토리콜렉터 7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월

 

 

묻지 마 살인의 전형적인 면모를 보였던 전작에 이은 또 하나의 연작 작품이다.

 

전작에서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말 그대로 정신이상자의 면모를 드러낸 살인마의 캐릭터라고 해아 할지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주인공 창조는 이번에도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최초로 최종심에서 한 작가의 두 작품이 ‘대상’을 앞다툰 이야기는 유명하다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의 뒤편 결말에 이은 반전은 이번에도 허를 찌르지만 살인의 방식은 여전히 쉽게 읽을 수가 없는 한계를 느끼게 만든다.

 

개구리 남자 50 음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사람들의 뇌리에 어느 정도 흐릿함으로 지워질 즈음 정신과 의사인 오마에자키 교수의 집이 폭파되고 현장은 신원의 형체조차도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참혹한 모습의 시체가 발견이 된다.

 

현장에는 범행 성명서가 발견이 되고 이 편지의 내용상 전작에서 나왔던 개구리 남자가 떠오르게 한다.

 

스스로가 개구리 남자가 생각했던 도마 가쓰오가 출소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50음의 순서대로 차례대로 전작의 사건에 연관이 있는 사람이 죽는가 하면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사람들의 죽음까지 일어나면서 일본 전역은 혼돈에 빠진다.

 

전작에서 보인 한정된 어느 특정된 한 도시가 주된 무대였다면 이 책에 보인 공간은 그야말로 특정 지역이 아닌 일본 전역, 특히 50음의 다음 첫 주자가 살해된 뒤에,  다음 차례에 해당되는 사람들의 공포가 겹치면서 일파만파로 퍼지게 된다.

 

오리무중인 도마 가쓰오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경찰들, 특히 사유리마저 병원을 탈출하면서 발생될 미지의 두려움의 연속은 어떤 원한이 있는 사람들에 관한 살인이 아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나가 될 수도 있고 네가 될 수도 있는 공포와 두려움 그 자체의 분위기로 몰아간다는 점이 역시 저자의 극대화된 장치로 손색이 없다.

 

책은 어떤 특정 사건이 벌어졌을 때 범인의 정신상태가 온전치 못한 상태란 사실이 밝혀지면 심신 미약이란 용어로써, 특히 일본에서는 39조란 법이 있어서 이 책에서 보인 범인들이 교묘히 자신들의 죄를 피해 가는 방식을 보인다.

 

자신의 의뢰인의 형벌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이 정한 안전한 장치를 이용해 오히려 역발상 식의 정신상태 이상으로 몰고 가 형을 받지 않는 시스템, 법은 정말 가해자와 피해자 중에 어떤 것에 중점을 둠으로 해서 양쪽 모두에게 수긍할 수 있는 형벌 체계를 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여전히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남겨진 피해자의 가족의 불안하고 초조했던 심정, 그 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심과 자신이 행한 일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는 여건의 한계 등을 그린 이 작품은 사회적인 지대한 관심 촉구와 함께 어느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의문을 갖게 한 작품이다.

 

저자가 그린   진행형으로 끝나버린 결말 또한 다음 작품을 예고라고 한듯한 느낌 때문이었을까?

 

어느새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다.

 

라일락 걸스

라일락걸스라일락 걸스 1 ,2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3
마샤 홀 켈리 지음, 진선미 옮김 / 걷는사람 / 2018년 12월

 

 

전쟁이 주는 상흔의 상처는 쉽게 가실 수가 없는,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행하지 말아야 할 모든 행위를 쏟아붓는 것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전쟁이란 참혹함 속에 여성이나 노약자, 어린아이들이 당하는 고통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세 여인의 삶을 통해 더욱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독일의 히틀러가 저지른 행위는 지금도 독일 자체에서  반성과 그 이후의 실천행동을 통해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당시 그가 저지른 만행 때문에 한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정은 영화나 생존자들의 수기, 저자들의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반발과 그 이후를 다룬 이야기 속에 진행되는 이 작품은 세 여인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진행되는 형식을 취한다.

 

특히  실제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기에 더욱 체감은 강하게 와 닿는다.

 

브로드웨이 배우이자 사교계 거물인 미국인 캐롤라인은 프랑스 영사관에서 일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는 여인이다.

 

한편 폴란드인 카샤는 레지스탕스 운동을 하다 여성들만 수용하는 ‘라벤스브뤼크'(여성 집단 수용소)에 엄마와 언니까지 들어가게 되고, 여기에 여성 전문의인 독일인 헤르타는 이 수용소에 자원함으로써 히틀러의 일에 동조하게 된다.

 

세 여인의 삶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카샤의 일생은 실제 작가가 실존 인물의 생을 토대로 자료수집과 함께 그 당시 래빗이란 이름으로 불린 생체 실험 대상 여성에 해당되었기 때문에 읽는 내내 그녀가 당한 고통, 그 외의 주변 인물들이 겪었던 수치심과 고통에 대한 표현은 담담한 서술 때문에 오히려 더 아픔을 느끼게 한다.

 

단지 폴란드 인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하루가 지난 뒤인  다음 날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막막함 뒤에 밀려오는 두려움, 그런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카샤로 하여금 복수심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헤르타 또한 의사로서 지녀야 할 양심적인 행위 뒤에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생체실험에 동조하는 과정은 전쟁이 주는 영향력이 헤르타란 인물에게 과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마도 평생 지울 수 없는 도덕적인 양심에선 자유로울 수는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캐롤라인으로 인해 세 여인의 만남은 같은 전쟁을 치르고서도 각기 다른 환경에서 오는 삶을 다루었기 때문에 한 가지 목적에서 그려진 소설이 아닌 전쟁이 주는 다양한 인생의 길을 보인 작품이다.

 

용서란 말은 쉽게 하기도 어렵지만  자신의 인생을 괴롭혀 온 처절함의 생존 속에서 먼 훗날 그 당사자를 만났을 때 용서하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책 속에서 보인 세 여인의 각기 다른 삶을 통해 인간의 진정한 양심적인 행위는 무엇이며 용서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 책이다.

                                                                                                                                

워터십 다운

워터십다운워터십 다운
리처드 애덤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19년 1월

판타지 문학은   속성상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일 수 있다는 데서 장점을 지닌 장르가 아닌가 싶다.

 

특히 인간이 아닌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책들을 보면 겉모습만 동물일 뿐 실제적으로 동물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는 인간들이 취해오던  습성들이 드러나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생각을 허무는, 정말로 토끼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일대의 장황한 이야기를 펼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출간한 연도를 보니 1972년도라는데, 읽으면서 전혀 오래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런 만큼 시간이 흘렀어도 사랑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재밌고 흥미로운 책이다.

 

여러 형제들 중에서 유달리 연약하게 태어난 토끼 파이버는 어느 날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샌들 포드 마을에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예감한다.

이 사실을 사촌인 헤이즐에게 알리게 되고 헤이즐은 웃어 넘기는 것이 아닌 파이버의  예감을 믿고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는다.

 

여기에는 마을 안에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불만이 있었던 빅윅을 비롯해 뜻이 맞는 몇몇의 토끼들이 합세해 마을을 떠나 새로운 미지의 마을을 향해 떠나게 되는데…

 

책의 내용은 소개 내용처럼 토끼들의 오디세이, 천로역정과 닮았음을 느끼게 된다.

 

자신들이 안주했던 정든 마을을 떠나 곳곳에 천적들이 도사리로 있는 들판을 건너고 자신의 목숨을 인간들에게 담보로 내주면서 안락한 삶을 살고 있는 ‘카우 슬립’이란 마을을 경험하는 것, 드디어 그들이 꿈꾸던, 파이버가 예지 했던 땅 ‘워터십 다운’이란 곳에 정착하는 과정들은 주인공들의 각각 뛰어난 개성만점이 넘치는 활약으로 인해 지루함을 모르고 읽게 된다.

 

책의 두께는 생각보다 두꺼운 편에 속하지만 아마 이들 토끼들이 펼치는 모험들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토끼들에게 동화되어 어느 장면에선 통쾌하기도 하고 다른 장면에선 나쁜 인간들이 있듯이 이들 토끼들 세계에도 같은 부류가 있다는 동화 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나쁜 토끼라 하더라도 밉지가 않는, 악에 충실한 토끼마저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만든 저자의 세심한 상황 설정과 묘사들은  선, 악의 뚜렷한 구분이 되는  장면마저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하는 매력을 뿜어낸다는 점이다.

 

안착한 장소에서 자신들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다른 마을을 찾았다가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흡사 로마 시대에 여인들을 뺏어와 종족을 번성시킨 로마인들의 이야기도 연상되기도 하고, 이들이 만나는 마을의 특성들이 인간들의 세계를 풍자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각 토끼들마다 개성 만점이지만 헤이즐이 진정한 지도자로 인정받는 장면들은 지도자의 힘이나 행동들은 어디서 나오며 리더란 어떤 자질과 생각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숨 돌릴 틈 없는 토끼들의 모험 여정, 그 속에 담긴 우리가 알고 있던 토끼에 대한 이미지를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된 책이자, 저자가 실제로 토끼들의 습성을 책에 고스란히 담아 표현해 낸 행동력들은 왜 이 책이 지금까지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는지를 알게 해 준 책이다.

데드키

데드키

데드키
D. M. 풀리 지음, 하현길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12월

영화를 보게 되면 실제로도 이용하고 있다는 비밀금고가 있다.
악당들이나 선한 사람들이 어떤 이유 때문에 금고를 열고 닫는 이야기들 속엔 각기 다양한 사연들이 담기게 마련이지만 이 책 속에서 만난 대여금고에 얽힌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두 여인의 등장, 1978년의 베아트리스와 1998년의 건축 공학자 아이리스가 주축을 이루는 가운데 독자들은 은행 안에 담긴 비밀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사회 신참인 1998년의 아이리스는 20년 전에 폐쇄된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란 은행 건물 매각을 조사하기 위해 은행에 발을 들여놓는다.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수잔이란 여인의 책상에서 대여금고 키 547을 발견하게 되고 연락을 취하게 되지만 수전은 베아트리스란 여인을 말해준다.

 

1978년의 베아트리스는 16살이란 나이를 속이고 이모의 충고에 따라 은행 면접을 보게 된다.

입사를 하게 된 베아트리스는 맥스라는 동료와 친하게 되고 맥스의 오빠인 맥도널 형사를 만나게 된다.
그러던 중 맥스의 행방불명, 집안을 누군가 조사한 듯한 파헤침, 이모의 갑작스러운 뇌졸중은 금기의 방인 이모의 방에서 은행 대여금고 키를 발견하게 되고 이야기는 이 속에 담긴 진실을 궁금하게 만든다

 

이모는 어떤 사연으로 금고 키를 갖고 있게 되었을까?

 

도대체 누가, 왜 집을 샅샅이 뒤지면서 무엇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이야기의 주축인 20년이란 시. 공간을 뛰어넘는 두 여인의 활약은 은행이란 장소를 기점으로 인간의 탐욕과 욕망, 비리와 부정부패를 보인다.
시대는 달라도 두 사람이 겪는 공통된 대여금고에 얽힌 비밀은 과연 무엇일지, 그 속에서 두 여인들이 겪는 심리 스릴의 맛은 저자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이야기를 끌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 “왜 데드키라고 부르는 거죠?”

 

“대여금고가 여러 해 동안 열리지 않고 잠겨 있으면, 우린 ‘죽었다’고말해요. 대여금고가 죽으면, 그걸 비우고 다른 대여자를 받아야 하죠

 

 우린 데드 키로 죽어버린 대여금고를 열고 자물쇠를 바꾸곤 했어요. 지금은 드릴로 틀에 구멍을 뚫고, 틀 전체를 몽땅 갈아치우지만. 짐작하겠지만, 금전적으로는 엄청난 낭비죠.”

 

“대여금고가 자주 죽나요?”

 
“깜짝 놀랄 정도로 자주요

 
파산 직후 1,300여 개의 대여금고가 먼지 속에 잠들고 20년의 시간이 흐른 후 과거의 베아트리스와 아이리스가 겪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비밀을 감추려는 사람들의 욕망, 그 욕망 뒤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려 다가서는 두 여인들의 활약이 작가의 첫 작품 속에 잘 드려낸 듯한 느낌을 준다.
호평을 받은 작품인 만큼 영화로 만난다면 이런 심리 스릴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두 여인들의 심리를 같이 느끼며 재밌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