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줄스의 손뜨개 아이 장난감&소품

줄리줄스  줄리줄스의 손뜨개 아이 장난감 & 소품 – 0~5세 아이를 위한 러블리 아이템 17
줄리줄스 지음 / 미호 / 2018년 11월

 

 

계절을 따지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계절상 손에 많이 접할 수 있는 것이 뜨개질이 아닌가 싶다.

 

코바늘보다는 대바늘이 편하기도 하고 실제로도 대바늘을 이용해 떠본 것들이 있었던 경험으로 이번엔 코바늘에 도전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 접한 책이다.

 

우선 책 속에는 그야말로 어른, 아이들 모두가 좋아할 만한 소품의 구성들로 이루어져 있다.

 

솜씨는 없지만 한번 도전해 보고 싶게 만드는 구성이 웬만한 백화점이나 전문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을 능가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천천히 취미생활을 겸해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쟁에 나가려면 총이 필요하듯 뜨개질에 필요한 도구의 종류부터 다양하다.

알고 있던 코바늘은 물론이고 그 외에 필요한 도구들부터 보는 것이 재미를 준다.

 

준비자료

 

기본 뜨개 법은 기본, 여기를 섭렵하면 다음부터 소품에 응용할 수 있는 다양한 뜨개 법이 소개되어 있어 응용도 해 볼 수 있고 그대로 따라 해 가며 만들어 볼 수 있다.

 

 

특히 타 책들보다는 설명 부분이 쉽게 되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림 도안으로만 이루어진 책들만 보다 쉽게 한글로 이루어진 뜨개 법의 단수를 기준으로 어떻게 뜨개질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줌으로써 초보자들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게 한다.

 

뜨게표본

 

모빌이나 링, 인형의 소품부터 블랭킷을 만드는 과정까지, 생활에 필요한 작은 소품 하나로 집안 분위기를 충분히 따뜻하고 포근하게 만들 수 있는 소개법은 이 겨울에 집  밖에 나가기 힘든 무료함을 적절히 달래줄 친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벌써부터 동대문 시장을 섭렵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 관심이 있다면 한번 시도해 봄으로써 아이들에겐 잊을 수없는 선물을, 집안 분위기는 따스함으로 충만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그가능성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스핑크스 / 2018년 11월

표지가 추리 스릴러물을 생각할 수 없는 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이 또한 이 책의 주인공을 그려낸 표지인 만큼 기존의 독자들이 생각했던 탐정의 모습은 아니다.

 

두 눈의 색깔이 다른 오드아이, 붉은 망토 비슷한 외투를 걸치고 머리카락은 파란색으로 물들인 남자,  우에오로 조란 이름을 가진 탐정이다.

 

푸린이란 중국 여인에게 빚을 지고 있는 사람, 그는 탐정은 탐정이되 그동안 읽어왔던 탐정의 논리에 정 부합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모든 사건에는 기적이 있음으로 해서 현장이나 실제 사건에서 밝혀질 수 있는 현실적인 트릭에 반대하는 기적의 증명을 펼치는 독특한 사람이다.

 

어느 날 와타라세 리제라는 여인이 의뢰인의 신분으로 사건 해결을 원하는데, 사건이 현재 일어난 것이 아닌 10년 전 신흥종교 집단의 집단 자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그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기 위함이다.

 

어린 소녀였던 그녀는  오빠처럼 따르던 도우니란 소년과 함께 광기 어린 집단 자살 현장에서 빠져나오게 되는데 그녀의 어린 기억 속에는 머리가 잘린 상태의 오빠가 자신을 이끌고 그 현장에서 빠져나왔단 사실, 살아남은 자신의 곁에는 머리가 잘린 오빠의 머리와 신체가 있었단 사실, 현장의 유일한 생존자인 소녀밖에 없었단 사실로 미루어 소년의 죽음은 소녀가 죽인 것인가? 아니면 그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현장에 또 다른 사람에 의해 벌어진 사건인가?

 

이 사건의 흐름을 듣던 탐정은 소녀가 한 말의 모든 말을 수긍함으로써 현실에선 믿을 수없는 기적의 증명을 밝히려 한다.

 

하지만 여기에 반대의 뜻을 내세운 다양한 이력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자신이  지목한 현실적인 트릭에 대한 사건의 실체에 맞서 탐정이 내세우는 그 증명에 대결을 펼치는 과정을 그린다.

 

보통의 탐정과는 확실히 호불호가 가릴 것 같은 캐릭터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에선 믿을 수없는 다양한 사건의 실체 접근을 통해 기적의 사건이란 것을  반증을 통해  밝힌다는 것 자체가 저자의 상상력을 돋보이게 한다.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사람들의 이론적인 논리를 읽다 보면 사건의 개연 과정과 범인의 실체에 수긍을 하게 되지만 탐정이 내세우는 반증의 근거 또한 허투루 이루어진 가설이 아니란 사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흥미진진하게 진행이 되기 때문에 독자들은 모처럼 지적인 재미를 즐길 수가 있다.

 

흔한 사건에서 등장하는 역 밀실 트릭 외에 성서와 과학적인 트릭과 현실적인 상황들이 맞아떨어짐으로 해서 대결을 벌인다는 점, 탐정과 반대된 의견을 내세우는 사람들의 캐릭터 또한 독특하고 연령층도 다양하며 결국엔 이 모든 정황의 뒤에는 탐정의 이견을 무너뜨리려는 사람의 등장과 왜 탐정이 이토록 기적의 증명을 하려는 것인지를 알게 되는 사연까지, 책에 담긴 내용은 총체적인 모든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속도를 내세운다.

 

하지만 기존에 보인 충실한 흐름에 익숙한 독자라면 간혹 이야기의 진행에 혼동을 느낄 수가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게 하는 대화들이 있어 이 부분만 넘기고 읽는다면  또 하나의 재미를 준 추리소설을 읽었단 생각을 할 것 같다.

 

일본에서 2015년에 발표됐던 이 작품이  2016년에는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올랐다고 하던데 속편인 [성녀의 독백-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란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이 저자의 작품세계를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참고로 책 제목은 탐정이 말할 때 내세우는 대사란 점, 그가 왜 이런 말을 내세우고 반증을 하는지에 대한 모습을 상상하며 읽는다면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 무라트

하지 무라트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즐겨봤던  드라마 중에 ‘미스터 선샤인’이란  작품이  있다.

암울한 시대였던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인의 강인함과 그 여인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이 책 속의 주인공인 하지 무라트를 생각하면서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톨스토이가 인생 말년에 자신이 보았고 들었고 상상하는 대로 썼다는 이 책의 주인공인 하지 무라트는 실존 인물로서 북캅카스  체첸 일대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용맹을 떨친 아바르인 전사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 샤밀을 물리치고 가족을 무사히 데려오면서 진정한 이슬람 국가의 신성한 체제를 이루길 원한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기다림 속에 결국 자신은 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매가 같은 동족인 매들로부터 쫓겨난다는 사실처럼 자신 또한 러시아의 손에 죽게 될 운명임을 깨달은 과정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결국 택할 수밖에 없었던 오직 한 가지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그려지며 탈주  와중에 쫓아오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장렬히 싸우다 전사하는 내용을 그린다.

책은 톨스토이가 천착해 온 주장들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스며든다.

한 개인의 삶이  자신이 원하지도 않은 역사라는 굴레에서 어떻게 좌절이 되고 무너지는가를 그리며   하지 무라트란 인물을 통해 그가  속했던  산민들의 삶, 온건하고 평화로운 얼굴, 때론 야만성과 순수성을 동시에 보인 하지 무라트라는 인물을 통해 전제국가의 권위주의와 냉철함의 계산적인 생각들의 오만함을 비교해 보임으로써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선택한 모습이 그려진다.

 

 

 

– ‘타타르 풀’덤불은 세 줄기로 이루어져 있다. 줄기 하나는 잘려나간 팔처럼 뜯겨 남은 곳이 튀어나와있었다. 다른 두 줄기에는 꽃이 피어 있었다.(..) 줄기 하나는 가운데가 부러져 그 끝에 매달린 꽃은 더러워진 채 아래로 축 늘어져 있고, 다른 하나는 흙이 묻어 더러웠지만 여전히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마치 몸의 한 부분이 찢겨나가고, 내장이 터지고, 팔이 잘리고, 눈알이 뽑힌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주위의 모든 형체를 짓밟아버린 인간에게 굴하지 않은 듯 여전히 꼿꼿이 서 있었다.-p 9

 

 

 

결코 타협에 불굴하지 않았던 하지 무라트란 전사의 용기와 실천,  그 자체는 책 첫 장에 나오는 엉겅퀴란 풀의 생명의 끈질김과 고귀한 모습과 동일함을  같이 보여줌으로써 희망과 불굴의 의지를 보인다.

전쟁이란 참혹함이 주는 야만과 허위에 찬 야망들, 러시아 황제와 샤말 사이를 오고 가는 줄타기 속에 진정으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행동으로 보인 하지 무라트의 삶을 통해 저자가 그려온 정신을 집대성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미등록자

미등록자미등록자 비채 x 히가시노 게이고 컬렉션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다작품의 필력을 뽐내는 히가시노 게이고-

 

오래전  『플래티나 데이터』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된 책과 영화가 이번에는 [미등록자]란 제목으로 바꿔서 출간이 됐다.

 

제목에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시부야 외곽 러브호텔에서 젊은 여성의 시체가 발견이 된다.

여성의 신분을 확인할 물증은 없는 상태에서 유일한 증거로 체취 된 것은 체모 몇 가닥이다.

아사마는 과정의 지시에 따라 경찰청 특수분석연구소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소장 시가와 연구원 가구라는  체모만으로도  DNA 프로파일링을 통해 범인에 대한 정보를 예측하게 된다.

 

옛 방식을 고수하는 아사마와 부딪치고 있는 가구라는 어느 날 이 시스템을 개발한 사람이 죽게 되고 이 사건의 배후에 범인이 바로 가구라 자신이라고 가리키고 있다는 데에 놀라게 된다.

 

전혀 그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자신이 왜 범인으로 지목됐는지, 고위층의 그 누군가가 자신에게 죄를 덮으려는 목적은 아닌지에 대한 조사를 도망자 신세가 되어 밝혀내는 과정과 이 사건을 조사하는 아사마 형사의 활약으로 그려진다.

 

국가 주도의 전 국민 DNA 등록 방식을 한다면 범죄가 발생했을 때 바로 알아낼 수 있고 그렇다면 사회 전반적인 불안과 범인의 색출은 쉬울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지만 이 과학적인 실행 뒤에는 다른 면의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게 된다는 작가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

 

개인마다 고유의 정보 방출에 대한 두려움과 꺼려함, 아무리 국가라도 이런 개인마다 갖고 있는 원초적인 DNA 검출 방식은 올바른 주도적인 행위로서 볼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책에서 보인 ‘NOT FOUND 일치하는 정보 없음’이란 말 자체도 책 제목에서 나타내듯 등록되지 않는 정보를 말한다.

 

정부 주도하에 이뤄진 제도라 할지라도 이런 비상사태처럼 벌어지는 미등록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더군다나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실제 자신이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는 현실이 닥친다면 과연 그 진실에 부합되는 과정은 생략당한 채 고스란히 한 개인의 피해로 남을 수밖에 없음을 느끼게 한다.

 

추리 소설 속에 담긴 사회 전반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작품답게 작가의 이러한 상상력을 토대로 그려낸 작품은 날로 비약적인 과학의 발전 뒤에 벌어질 수도 있는 암울한 현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

완벽하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 –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유쾌한 노부부의 여행 이야기
홍일곤.강영수 지음 / 라온북 / 2018년 8월

여행을 하다 보면 여러 연령층의 분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어르신은 80세가 넘으신 부부셨다.

아내는 남편의 뒤를 쫓아 열심히 카메라 보조원으로서 역할을 다하시고 남편은 멋진 풍경에 푹 빠져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들이 한국과 시차가 큰 나라였음에도 열성적인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분들처럼 노년에 이르신 분들의 부부를 보면 나이 때문이라는 형식을  훌훌 벗어던지고 젊은이 못지않은 활력에 자극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의 오랜 경험담이 담긴 이 책은  박식한 지식을 바탕으로  나도 언젠가 저런 모습의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의 저자 분들은 부부다.

누구처럼 보통의 직장인으로서 퇴직을 하고 아내와 함께 하기 시작한 여행이 책으로 나올 만큼 여행에 대한 경험과 현지에서 보고 듣고 배우는 경험을 담은 이야기들은 하나의 에피소드를 넘어 많은 정보 공유를 할 수 있게 한다.

 

해외여행에 대한 인식이 처음 시행될 때보다 많이 유연해지고 틀에 박힌 여행지보다는 남들이 가보지 못한 곳, 맛있는 곳, 아니면 현지들과 함께 생활해 볼 수 있는 상품들이 나오는 가운데 저자가 겪은 여행의 이야기들은 재미와 그 나라의 역사를 함께 알아가는 지식을 함께 한다.

 

여행에 관련된 많은 상품들 중에 저자는 부부와 함께 중국, 미국을 비롯해  멕시코, 알바니아, 요르단, 밀라노, 산티아고, 인도네시아, 쿠바, 아이티 등,,, 나라 밖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담을 들려준다.

 

우선 여행을 떠나기 앞서 나이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언어라는 장벽을 과감히 현지인들과 부딪치면서 여행하는 이 책의 내용들은 유명 관광지만을 시간 제약에 얽매여 바삐 돌아다니는 여행과는 차별화를 내세운다.

 

개인의 취향에 맞는 여행패턴에 따라 여행에 필요한 정보들은 저자처럼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여행을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듯 싶다.

 

 

안내서

 

나라마다 치안과 경제적인 격차에서 오는 환경에 따른 환전의 형태는 특히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이 아닌가 싶고, 지명에 얽힌  의미를 알고 본다면 더욱 그 의미가 뜻깊다는 말,  여전히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보고 느끼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통해 색다른 여행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 오늘도 여전히   발길을 옮기는 저자의 여행을 응원한다.

                                                                                                                                

유령

유령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7
정용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남기는 범인들의 행동에는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동기가 있을 때마다 이런 기사를 접하는 사람들은 허탈감과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어떤 특정한 악연이 있다거나 인연의 질긴 끈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이라면 그나마도 이해함에 있어 어느 정도 동기라는 부연설명을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은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지만 결국은 사인을 한다는 사람의 궤변 아닌 궤변을 다룬 이야기라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로 정용준 작가 님의 유령은 이러한 악과 악의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한 작품이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수 474라는 이름을 달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도, 가족도 없는 사람이다.

정확히는 모른다고 하는 편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의 바람은 단 하나, 빨리 형 집행을 받고 이 세상을 떠나는 것, 이런 그를 두고 교도소 소장은 멀리하란 충고를 하지만 교도관 윤은 그에 대한 호기심을 느낀다.

 

연고가 없으나 그를 면회하러 오는 단 한 사람, 여자 해경은 사형수와 어떤 관계에 있을까?

 

 

책은 악과 악인의 존재에 대해서 묻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윤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이력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사형수 474는 어릴 적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러시아를 떠돌다 살인범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독자들은 이런 그의 일생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그가 왜 이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듣게 된다.

 

책은 악을 저지르게 된 계기가 무통의 감각을 가지고 있는 돌발적인 행동 때문에 하게 되는지, 환경에 따라 행동에 옮긴 것인지 아니면 내면 속에 잠재해있던 ‘악’이 어떤 계기를 통해 드러내는 것인지를 다각적인 방향으로 생각해보게 한다.

 

이런 사형수 자신의 존재는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고 그런 그를 알아보는 교도관 ‘윤’이란 존재 자체도 ‘악’을 알아보는 ‘악’의 존재란 점이 섬뜩함을 지니게 한다.

 

 

자신의 존재를  알아가는 사형수 474는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악’을 통해 찾아내야 하는 것 자체도 얼마나 불행한 삶인지를 독자들은 비록 사형수이긴 하지만 그의 존재 자체에 대해선 어쩔 수 없는 불행 그 자체를 생각하게 한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전히 마음속이 편하지만은 않은 책, 유령처럼 살아가야 했던 사형수 474의 이야기를 통해  삶에 대해서,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책은 무거운 주제임에도 수월하게 읽히며 저자가 그리고자 한 이야기 속에 담긴 악과 악인의 이야기를 통해 여전히 쉽게 밝혀지지 않는 ‘악’이란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한 책이다.

                                                                                                                                

마거릿 대처 암살 사건

마거릿앞  마거릿 대처 암살 사건
힐러리 맨틀 지음, 박산호 옮김 / 민음사 / 2018년 10월

2009년, 2012년 맨부커 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작가 힐러리 맨틀의 10편의 단편들로 모은 책이 출간이 됐다.

 

역사 소설의 배경과 그 안에서 당시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다룬 작가가 그린 단편집에는 역사 소설에서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야기의 재미와 시사성을 보인다.

 

각 소설에는 여러 여성들이 등장한다.

 

첫 번째 제목인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남편의 직장 관계로 살아가고 있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키스탄 출신의 어느 세일즈맨의 등장은 이슬람 국가라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남녀의 차별적인 행동과 시선들을 의식하는 일상들, 백인과 동양인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의 차이를 통해 종교와 사회성, 그 안에서 여성들의 삶의 주체적인 모습들을 쫓는다.

 

이외에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어린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그려보는 사회적인 흐름, 거식증에 걸린 소녀의 이야기, 부부가 겨울 휴가를 떠나면서 겪게 되는 우연한 사고에 본의 아니게 공범자처럼 보인 행동의 의식들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로 하여금 여러 생각들을 가지게 한다.

 

여기엔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들보다는 나가 더 낫다는 의식적인 우월감, 안쓰럽게 바라보은 연민들을 같이 동반하게 함으로써 평소엔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을 끄집어낸다.

 

 

특히 겨울 휴가에 나오는 부부의 경우 운전기사가 사고를 낸 현장에 같이 있었고 독자들은 당시 그 상황의 자연환경을 의식해 당연히 어떤 것이란 상상을 하게 되지만 막상 결론에 도달했을 때 느끼게 되는 끔찍한 사고의 주인공을 통해 보통의 우리들이라면, 나라면 과연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를 묻게 된다.

 

겨울휴가

 

10편의 단편들을 통해 저자가 그린 소설 속의 세상은 현재의 시대를 그리고 있지는 않지만 읽다 보면 여전히 사회, 문화, 종교, 인종, 정치이념 속에 달라진 점은 그다지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책 제목에 나오는 마거릿 대처 암살 사건의 내용은 정치적인 이야기 속에 그 안에서 한 개인이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여기엔 여전히 영국이라는 연합의 나라 형태에서 갈등을 겪는 역사적인 내용을 담는다.

 

대처 수상을 죽이려는 킬러를 자신의 집에 보일러 수리공인 줄 알고 들이게 된 한 여인과의 대화는 개인 간의 대화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비춰보면 그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결코 그저 흔한 대화가 아닌 실제 일어났던 이야기를 배경으로 담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거릿문장 마거릿문장1

 

직업층의 다양한 구성들로 이루어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저자의 글은  유연하게 흘러가면서도  때론 우리들의 가슴을 콕 찌르는 글들이 들어 있어 정의와 의식의 흐름을 생각하게 한다.

 

역사소설에만 정통한 줄 알았던 저자였기에 이번 작품을 대하면서 또 다른 느낌의 작품을 읽어 볼 수 있어 좋았던 책, 차후 절판된 다른 책들도 출간이 되어 다시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블러드 맨

블러드맨블러드맨 모중석 스릴러 클럽 45
로버트 포비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오랜만에 출간된 모중석 시리즈다.

처녀작으로 나온 이 책으로 인해 찬사를 받았다고 하는  내용은 우선 기존의 작품들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는 것이 첫 느낌이다.

 

 

뉴욕주의 외딴섬 몬탁이 고향인 FBI 특별수사관 제이크 콜은 유명 화가인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지르고 화상을 입고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을 찾게 된다.

 

마침 초강력 허리케인 ‘딜런’이 점차 마을을 초토화시킬 만큼 거대한 전기 세력을 동반하며 마을을 향해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공교롭게도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엄마와 아들 관계처럼 보이는 두 사람-

 

시체는 말 그대로 산채로 살갗이 벗겨진 상태로 발견된 참혹한 모습이다.

 

완벽한 자신의 자취를 남기지 않은 범인, 범인이 남긴 단서를 분석해 범죄자의 프로파일을 작성해서 범인 추적을 하는 제이크는 이 사건이 이미 자신의 엄마가 죽었던 과거의 시간과 똑같은 모습임을 알게 되면서 더욱 놀라게 된다.

 

더욱이 아버지마저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상태까지 오게 된 손을 이용해 병원 벽에다 미지의 얼굴 형태만 그리는 괴이한 행동을 보이게 되는데, 연이어서 아버지를 간호했던 간호사마저 같은 모습으로 죽은 시체로 발견이 되고 그의 부인인 케이와 아들마저 납치된다.

 

 

책의 흐름은 범인이 왜 수십 년 전 행했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사람들을 죽이는지, 우연인지 필연인지도 모를 정도로 제이크 주변 인물들에게만 죽음을 선사하는데 그 방식마저 똑같고 섬뜩한 살가죽 벗기는 행위를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게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출간하기 전 ‘마인드 헌터’란 책을 참고 삼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제이크란 인물의 직업이 프로파일 능력을 갖춘 경찰관으로 정해진 점, 사건 현장을 토대로 그의 머리속에 그려지는 범행의 현장이 마치 사진처럼 모든 것이 파노라마 형식으로 그려지는 점이 인상적이다.

 

사건 해결을 위해 아버지가 그린 캔버스의 미지의 그림과 벽에 그린 그림을 토대로 하나씩 밝혀나가는 과정 중에 ‘블러드 맨’이라 불리는 그림 속에 담긴 실체는 누구인가?

 

연이서 또다시 죽어나가는 사람들, 이 사건의 중심적인 범인에 접근하는 과정은 허리케인 딜런의 모습과 같이 교차되면서 극적인 치밀함과 긴장감을 조성한다.

 

읽으면서 범인에 대한 짐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중반 이후부터 서서히 범인이 혹시 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보게  되는 설정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다른 책들에서 보는 패턴들과 비슷한 양상을 띠기 시작하고 독자들 나름대로 추리를 하게 만든다.

 

인간의 머리속에 내재된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는 사이코패스 기질의 전형적인 살인 기법과 범인이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반전과 내막들은 기존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신선한  면이나 표현의 능력에 있어서 센 책이란 것을 실감하게 만든다.

 

신인 작가의 작품이란 점에서 주도면밀하게 사건의 핵심에 다다르되 결코 서두르지 않고 진행되는 범인의 수법들이 기존 작가들 못지않은 필력이 돋보이고 거대한 허리케인의  눈이 정점에 다다르기까지 같이 동반되게 움직이는 설정의 끈적임이 내내 지워지지 않는 책이다.

 

 

 

유의미한 살인

유의미한 살인유의미한 살인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0월

나는 상대를 모르는데 상대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런 경우가 있다면 기분은 좋지 않을 것이다.

나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조목조목 알고 있는 미지의 사람, 항상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신경 쓰인다면, 더군다나 강박증이 있는 잔느 같은 경우라면 일상생활 자체가 불안의 연속일 것이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경찰서 여직원인 잔느, 그녀에게 어느 날 그녀를 사랑한다는 편지 고백과 함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살인 사건의 주범이 자신이라고 밝히는 편지를 받게 된다.

 

연쇄살인 수법이 무척 잔인한 살인범이라~

그녀는 신고를 해야 하지만 그의 고백에 따르자면 죽은 사람들은 마땅히 죽어야만 하는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란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오히려 잔느로 하여금 엘리키우스 라 불리는 남자의 행동에 수긍을 하게 만드는 심리가 이어진다.

 

왜 그는 살인을 저질러야만 했을까?

그리고 그 죄를 저지르게 된 사연의 행동이 법에서 인정하는 중범죄에 해당이 될지라도 그의 사연을 듣게 된다면 과연 법은 타당한 결론을 내렸나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첫 작품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기존에 출간된 작품들을 읽어보고 이번에 역순으로 출간된 만큼 비교해 보는 것도 신선함을 더해준다.

 

저자의 추리 스릴에 대한 작품들이 잔인한 장면들이 많고 심리의 위축성을 촘촘히, 그리고 급박하게 조여 오는 듯한 설정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이번 작품은 그런 냉혹한 장면 없이 심리와 범인의 독백이 담긴 심정을 독자들이 따라가며 읽게 됨으로써 또 다른 긴장감을 연출한 작품이기에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건 해결의 과정은 과연 어떻게 끝나게 될지, 잔느가 아니었다면 추적하지 못했을 그 범인은 잡힐지, 독자들이 마음을 잘 아는 작가의 추리 스릴러물답게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역사, 눈 앞의 현실

역사 눈앞의 현실역사, 눈앞의 현실 – 엇갈리고 교차하는 인간의 욕망과 배반에 대하여
탕누어 지음, 김영문 옮김 / 378 / 2018년 10월

역사란 인류가 태동된 이래로 계속 변화를 거치면서 이어나가는 부분이다.

과거의 역사를 토대를 삼아 현재에 이르러서 후세들이 배울 점과 버릴 것에 대한 근거도 되고 있는 만큼 지금도 유유히 흘러가는 역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책의 저자는 타이완 3대 양서상, 진딩당 문학도서상을 수상한 타이완의 최고 문화비평가, 전방위 학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탕누어란 분이다.

 

처음 이 책을 택한 기준은 춘추란 말은 들어봤어도 좌전이란 말은 그렇게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는 점, 춘추를 재 해석해낸 것이 바로 좌전이란 사실과 함께 해석을 통해 풀어낸 과거의 역사를 통해 읽는다면 춘추에 대한 내용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고, 과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책의 내용은 춘추와 좌전이란 책을 미리 읽고서 접했더라면 보다 재밌게 읽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책은 아니다.

 

책에는 정나라의 자산이란 인물이 나온다.

당시 부강한 나라들 틈바구니 속에 속한 자신의 나라의 위치와 정세를 깨닫고 시행했던 정치 정책들, 읽을수록 정치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문학과 과학, 그리고 남녀 간의 정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점이 눈에 띈다.

 

한 예로 절세미인에 속한다는 하의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나 책을 통해서 보면 미인을 사모함으로 해서 정치적인 신념이나 결정에 흔들리는 경우들이 많은 권력가들을 보게 되는데 이 하희를 탐내는 자들, 그녀의 나라인 진나라를 초나라가 멸망하게 하면서 그녀 또한 탐내는 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 끝내는 자신이 차지하게 되는 지략을 모색한 신공 무신이란 자의 이야기는 하나의 여담처럼 느껴진다.

 

이렇듯 딱딱할 수도 있는 역사의 흐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지만 그 안에서 당시 살고 있던 각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민간 전설을  다룸으로써 자칫 어렵고 지루할 수도 있는 책의 내용을 역사의 흐름을 재밌게 쫓아가게 만든 점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정책은  반복되어도 좋지만 그렇지 못한 정책에 대한 교훈들은 읽는 내내 현재의 우리들이 살아감에 있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고 실행하면 좋을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 천천히 다시 한번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