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격동의 시대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그 안에서 적응하며 살아갈까?
사실 이미 지나간 역사를 통해 비춰보면 무수히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이란 그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내야만 했던 그런 날들이 많았고 차츰 그런 분위기에 젖어 들어 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인 듯 살아지는 것이 인생의 한 모습들이 대부분 일것이다.
여기 그런 대격동의 역사적인 변화 속에서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한 남자가 있었으니 고귀한 신분의 백작님이다.
이름하여 성 안드레이 훈장 수훈자이며 경마 클럽 회원이고 사냥의 명인이시며 << 그것은 지금 어디 있는가? >라는 프롤레타리아를 고무 찬양한 위대한 시집을 낸 시인인 일렉산드로 일리치 로스토프 러시아 백작이었으니 어렸을 때부터 어려움이 없던 그가 겪을 시대는 분명 생각하지도 못했을 시대였을 것이다.
로마노프 왕조를 무너뜨리고 혁명의 깃발을 내세운 인민의 나라, 볼셰비키는 그런 백작을 가만두지 않았다.
다만 다른 사람들처럼 어떤 제한된 공간이나 지역에 가둔 것이 아닌 다행이라고해야 할까, 불행의 시작이라고해야 할까, 찬양한 시 덕분에 그는 그가 머물렀던 메트로폴 호텔에 갇히게 되는 < 호텔 연금 종신형 선고 >를 받는다.
특급 방에 머물렀던 그가 졸지에 맨 위층에 자리한 하인들의 숙소였던 방으로 좌천되던 날, 그는 꼭 필요한 것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
지위도, 호화스럽던 생활도, 그저 어릴 적 자신의 대부의 말처럼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던 말을 되새기며 전혀 다른 그만의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1922~1954년, 그 이후를 다룬 이 책은 한 인간의 삶에 미친 역사와 그 역사 안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역사를 마주 보고 자신의 삶을 인정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제목 자체로도 흥미를 끌었던 만큼 이 책의 내용은 백작에서 웨이터 로스토프 씨로 불리며 살아간 한 남자의 지난한 인생을 보인다.
자신의 인생 속에 몽테뉴나 톨스토이, 호두까기 인형, 안통 체호프나 자신의 친구가 혁명의 깃발 아래 어떻게 끌려가는지, 거대한 러시아란 나라 안에서 좁은 호텔 안에서 생활한 그의 삶은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정말 다양한 신분차별을 넘어선 우정과 신뢰, 여배우 안나와의 사랑을 이루어 나가는 행보를 보인다.
어린 소녀였던 니나가 건네준 호텔 만능키를 통해 자신이 호텔 구석구석 전부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장소가 그저 한쪽만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그를 바라보면서 결코 쉽게 수긍할 수만은 없었을 그의 인생 변화가 용기가 있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과감하게 환경을 지배하면서 살아가려 결심한 그가 만난 인연들은 모두 그처럼 저마다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주방장 요리사, 지배인, 전직 장군, 여배우 안나, 그리고 니나의 딸 소피아까지….
혁명의 시대를 겪으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그에게 과연 몽테뉴와 톨스토이의 책을 통해 대변되는 그의 변해가는 모습들은 700페이지가 넘는 책임에도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2016~2018년까지 미국의 독자들을 사로잡은 책이라고 하고,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까지 추천한 책이라고 한 만큼 시대적인 배경만 놓고 보자면 지루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자는 이런 것을 무난히 넘겨가며 읽을 수 있을 만큼의 잔잔함과 감동을 엿보게 만들었다.
전작을 살펴보니 시대적인 배경들이 과거를 주로 대상으로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저마다의 주 특기로 다뤄지는 시대가 있는 것처럼 저자 또한 이러한 암울하고 우울할 수도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특히 미국인이 러시아의 격동기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도 신선했지만 시대의 흐름, 역사의 변화기에 맞춰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 가며 자신만의 삶으로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현명하게 보인 글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화로 확정됐다고 하니 각 중요한 인물들의 캐스팅도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한정된 호텔을 배경으로 그린 인생의 삶, 웨이터 로스토프 씨의 삶을 빨리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