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대로 하지…
오래전의이야기. 남편동창의사한분의생일이라고NY부근의 동창생부부들을모두초대했다. 와아,교자상두개에정말떡벌어진생일상을 차려놓았다.이민오기전한국에서살림을 오래하다가온부인이기는하지만이건해도 너무하다.나의기준으로보아서...
모인남편들대부분이유학생초기라할만큼 일찍유학온사람들이라생일은커녕그야말로 세끼먹고사는것도급급했던사람들이었다. 아마한번도이런생일상받아본사람은 아무도없을것이다.
찬란한생일상앞에제일주늑든건나... 이건나의제일심한아킬레스腱이었다. 한번도남편의생일을차려주어본적도 없었거니와능력도물론없었다.그냥,좋은 식당가서저녁함께먹는것으로넘어갔다. 물론내생일도마찬가지.
돌아오는길에마음이좀편치않았고미안한 마음도들고,남의부인들은저렇게남편을 섬기며내조?하며낯을세워주는데... 옆얼굴흘깃보니별반응은없다.
얼마안있어남편의생일이돌아왔다. -내가생일차려줄테니까일찍들어와 -뭐?내가언제생일차려달랬나? 갑자기왜그래. 남편은화가나서한말이아니고,이상해하는 표정과말투였다.
아이고,무안하고창피하고화나고.모처럼의 성의와용기를이처럼무참하게짓밟다니. 이갸륵한?마음도몰라주고.야속했다. 깜깜한데밖으로나가보니갈데가없었다. 할수없이길에세워둔내차속으로식식거리며...
한참앉아있는데저쪽에허둥대며두리번 거리는남편의모습이보였다.괜히고소했다. 나를발견하고뛰어오더니, -그러지말고나와.난19살때집떠나서 한번도생일상받아본적없는사람이야. 그러니까그런거필요없어.하던대로하지.
그사건?이후로도변한건하나도없다.여전히 생일날은그냥나가서좋은식사하는것이생일. '하던대로'...하하 공연히나혼자깨춤추고무안해하고....
생일을꼬박이차리라는사람을만났다면지금 이나이먹도록했을테지.아,생각만해도쩜쩜쩜이다. 지금생각하니얼마나다행인지.. 나는확실히불량에다여우같은마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