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아티아에서 온 딸의 전화

떠난지 사흘만인 오늘 아침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 이 나라 두번이나 여행으로 다녀갔었는데 그때는 정말 아름답다고 느낀 나라가

살려고 오니 완전히 다르네요.

집도 마땅치않고 국제학교는 내는 돈에 비해서 시설이 형편없고

도로는 좁아서 자동차 두대가 비켜가기가 힘들 정도고

자동차는 또 거의 스틱기어라

운전도 새로 배워야 겠고 3년씩이나 살려면 현지어도 배워야겠고"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는다.

조그만 불편도 감수하기가 힘든 젊은 세대인 딸에게

내가 해줄 말이 뭐가 있을까?

사는게 다 그런거야 정도로는 안되겠고

살다보면 금방 익숙해질거야 도 그렇고

그래서 겨우 한다는 말이

" 지금 선택이 필요없잖니? 노력해서 따라가는 수 밖에" 가 고작이다.

미국에서 10 년 넘게 살다보니 이제는 반 미국인이 되어버린 딸의 사고방식,

편리함에 젖어 버린 딸에게 " 그 모두를 복으로 알아라" 같은 대답은

얼토당토 않을거라고 생각하면서 피식 웃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토요일이면 딸은 미국으로 돌아 오고

나는 그 다음주 월요일에 한국으로 떠난다.

이쯤에서 나의 AS 도 끝난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하다.

우리말의 시원섭섭, 누가 만들었는지 참 시의적절한 표현같다.

12 Comments

  1. 김병희

    2007년 7월 4일 at 8:26 오후

    데레사님, 딸에게 하신 말씀, "지금 선택이 필요없잖니? 노력해서 따라가는 수 밖에"와 하시려던 말씀, "그 모두를 복으로 알아라"가 모두 적절하신 자친다운 훈화이군요. 훌륭한 교육자의 그 따님, 행복도 하군!   

  2. 운정

    2007년 7월 5일 at 12:53 오전

    담 주 월요일 한국 오신다고요.

    흐흐,,, 기다리겠읍다.

    건강하게 오세요.   

  3. 召我

    2007년 7월 5일 at 3:19 오전

    딸에 대한 A/S(참 매력적인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많이 애쓰셨구요.ㅎㅎ
    <선택의 여지가 없다. 노력해서 따라가야 할 삶>하신 말씀…ㅎ
    연속적인 선택의 삶속에서 인생의 지침이 아닌가 합니다.ㅎ   

  4. 색연필

    2007년 7월 5일 at 4:06 오전

    시원섭섭함… 이어령 선생은 그러한 말들이
    한국적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하더군요^^

    시원섭섭 하시겠습니다…^^
       

  5. 달구벌

    2007년 7월 5일 at 5:29 오전

    건강 챙기시고
    좋은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6. 이영혜

    2007년 7월 5일 at 12:38 오후

    시간 참 잘 갑니다.
    데레사 님 글 참 잘 씁니다.
    따님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데레사 님 섭섭,서운해하시는 마음 여기까지 들리네요.
    평안히 한국 안착하시길 바랍니다.   

  7. 데레사

    2007년 7월 5일 at 6:06 오후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건강 잘 챙겨서 탈없이 돌아가겠습니다.
    따뜻한 정에 마음이 흐뭇합니다.

    오늘 아침 딸의 전화는 드디어 마음에 드는 집을 구했다고 계약하고
    애들 학교 등록하고 토요일에 오겠다고 하네요. 날이 흐르니까
    마음이 좀 안정이 되어 가는것 같아서 좋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모두들 장마철에 건강하세요.
    일일히 답변 못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꾸벅   

  8. 山 처럼.도연

    2007년 7월 6일 at 12:57 오전

    며칠후면 고국으로 돌아오시나 봅니다.
    뜻깊은 여정이 되신듯 합니다.
    장마와 함께 본격적 더위가 시작된 한국입니다.   

  9. 024

    2007년 7월 6일 at 1:31 오전

    데레사님은 시원섭섭 우리는 섭섭다행… 기행문이 끝나서 섭섭하지만 고국으로 오신다니 다행아닙니까? ㅎㅎ 건강하게 밝은 모습으로 돌아 오시길…   

  10. 부산갈매기

    2007년 7월 6일 at 1:00 오후

    아..월요일날 오시나요?

    지금 선택이 필요없잖니?
    노력해서 따라가는 수 밖에…

    정말 명답입니다.
    노력없이 편하게만 살려고 하는
    요즘 우리집 아이들에게도 한마디 해 주어야겠네요.   

  11. 전세원

    2007년 7월 7일 at 7:27 오전

    아하 ㅡㅡ 오시는군요
    나는 한국이 좋아요
    우리 아이들도 한국이 좋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뵙겟습니다   

  12. 심재철

    2007년 7월 7일 at 12:55 오후

    자식에 대한 생각은 자식이 아무리 커도 똑같은가 봐요. 데레사 자매님의 따님도 크루아티아에서 잘 생활하실거에요. 엄마만큼 강인할테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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