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여주면서……….

5학년짜리 손녀 황지수

여름방학 숙제중의 하나가

봉숭아 물들이기 체험이다.

꽃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동네 아파트 단지를 다 뒤져서 겨우 한웅큼 구해다가

백반넣고 절구에 찧어서

열 손톱, 엄지발톱 둘 에

물을 들여 주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보고

마치 선녀로라도 둔갑한듯한 느낌인가 보다.

우리 어릴적에는 친구들 끼리 모여서 서로 손톱에 실로 칭칭 감아주면서

누가 더 예쁘게 빠알갛게 물들었나 대 보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얼마나 그런 풍경이 없어져 가면

학교에서 여름방학 숙제로 내 주었을까……..

지수네 학교는 전통놀이도 소중히 해서

공깃돌 받기 나 실뜨기 같은것도 집에서 연습 해 오라고 하는데

이때 마다 이 할머니가 아니면

숙제를 해결 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지 엄마도 아빠도 그런건 모르니까

그 때 마다 할머니는

모르는게 없는 할머니로 손녀의 눈에 비치고

나는 으쓱으쓱 신나고…

봉숭아 물 들여주면서 한껒 폼 잡고 나니 어깨가 좀 아프다. 하하하

29 Comments

  1. 달구벌

    2007년 8월 25일 at 10:56 오전

    우리 초등학교때도 여자 아이들 손톱에 물들인
    봉숭아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정겨운 모습이군요.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봉숭아 물 처럼 지수와
    데레사님의 사랑도 그 이상 오래 지속되기를…
       

  2. xue

    2007년 8월 25일 at 12:28 오후

    건강한 혈색이 스며나온듯한

    봉숭아꽃 물들인 손톱색이 아주예쁘죠..^^

    어려서 엄마가 해줬는데~~

    언제 다시 해보고싶네요..!!

    근데 아파트 단지에서 그 흔하지않은

    봉숭아꽃은 어떠케 찾으셨어요?ㅎㅎㅎ   

  3. 데레사

    2007년 8월 25일 at 12:52 오후

    달구벌님.
    남자분들도 기억하시네요.

    좀 편안해 지셨는지요?   

  4. 데레사

    2007년 8월 25일 at 12:54 오후

    xue 님.
    봉숭아 꽃을 따러 007 작전을 했답니다.

    우리 아파트에는 없고 이웃아파트에 좀 많이 피어있는 곳을
    봐 두긴 했는데
    낮에는 용기가 안나서 망설이다가
    새벽에 운동나가면서
    몰래 한웅큼 뜯었답니다.

    장발잔도 아니고 손녀를 위한 할머니의 도둑이라 할까요.
    그렇게 이상한 방법으로 손에 넣었답니다.   

  5. xue

    2007년 8월 25일 at 1:02 오후

    저도 아마 야음을 틈타 서리질을 했을겝니다..ㅋㅋㅋ
       

  6. 보라

    2007년 8월 25일 at 1:14 오후

    요즘 화장품점에서 파는 봉숭아 물들이기가 있는데요
    직접 물들인게 더 예쁘더라고요
    봉숭아로 들인 것은 약간 검붉은 빛이 돌거든요   

  7. 데레사

    2007년 8월 25일 at 1:38 오후

    보라님.
    그런데 그건 봉숭아가 아니고 화학약품으로 만들었다고 하데요.
    그리고 금방 빠진다고도 하고요.

    편한것 보다는 전통적인것이 좋고 또 학교 숙제라
    남의집 것을 슬쩍 뚱쳐와서는…..에이고 좋은 할머니인지
    나쁜할머니인지 모르겠어요.   

  8. 데레사

    2007년 8월 25일 at 1:39 오후

    xue 님
    우리 한번 같이 서리질 하러 갈까요?
    그곳에도 봉숭아는 없겠지요?
       

  9. 본효

    2007년 8월 25일 at 1:46 오후

    데레사님 어짜노…
    지금 점심 도시락 준비중
    밥 식히는 중에
    블로그 켜 봅니더이..

    필라델피아에 다녀 온 후
    봉숭아 물 들이면 안되나여 !!!

       

  10. 데레사

    2007년 8월 25일 at 1:53 오후

    본효님.
    좀 남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택배로 부쳐 드릴께요.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나이 든 사람의 봉숭아 물 들이기는
    저승 길 밝히는거라고 합디다.

    그러시면서 해마다 빠지지 않고 들이셨는데
    아마 저승길이 매우 밝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잘 다녀오세요.   

  11. 운정

    2007년 8월 26일 at 7:37 오전

    정말 재미 있게 사시는군요.

    울 마당엔 주먹 봉숭아가 한창이에요.
    맨날 보는 난 물들일 생각도 안했는데 ㅋㅋㅋ

    맨날 웃는 날이 되세요…   

  12. 데레사

    2007년 8월 26일 at 8:42 오전

    운정님 마당에 꽃이 있는줄 알았으면
    마음 졸이며 남의것 가져오지도 않았을텐데….
    내년에는 택배로 부탁 좀 하면 안될까요?   

  13. 부산갈매기

    2007년 8월 26일 at 11:00 오전

    지수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고
    엄마, 아빠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우리네 어릴적 소박한 놀이들이
    자꾸만 사람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지수네 학교 선생님들 만세…입니다.   

  14. 이영혜

    2007년 8월 26일 at 11:45 오전

    모르는게 없는 데레사 님에 동의 한표!
    게다가 멋진 할머니!   

  15. 전세원

    2007년 8월 26일 at 11:11 오후

    잘 다녀 왔습니다 염려 해주신 덕분에요
    사랑이 넘치는 만능의 할머니
    손주 손녀 무한한 행복 천사 들이예요
    감사 합니다   

  16. 024

    2007년 8월 26일 at 11:48 오후

    좋은 선생님을 만나셨습니다. 얼마나 좋은 숙제 입니까? 모녀간의 정도 도웁고 아이들에겐 낭만을 줄 수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습니까? 사랑 많이 하소서…   

  17. 데레사

    2007년 8월 27일 at 2:55 오전

    부산갈매기님.
    지수네 학교에서는요 전교생에게 바둑을 가르쳐서
    우리 지수도 바둑을 지 아빠하고 곧잘 둔답니다.

    교장 선생님 한분의 의지가 아이들의 미래까지 연결되는걸
    보면 교육의 힘이 참으로 크다는걸 느낍니다.   

  18. 데레사

    2007년 8월 27일 at 2:57 오전

    이영혜님.
    카메라로 지수 손가락 열개와 발가락 두개를 나란히 찍어서
    현상해서
    종이에 붙이고 봉숭아 물 들이는 과정 설명 써놓고
    지수 숙제 어제 완성해서
    오늘 학교 갖고 갔어요.

    이런 숙제 내주는 선생님, 참 좋은분 같죠?   

  19. 데레사

    2007년 8월 27일 at 2:58 오전

    전세원님.
    잘 다녀오셨군요.
    섭섭한 마음도 다 털고 오셨으리라 믿습니다만…..   

  20. 데레사

    2007년 8월 27일 at 2:59 오전

    영이사님.
    무사히 잘 다녀오셨습니까?
    다녀 오셔서 이웃 순례 다니신다고요?

    건강하게 행복한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21. 푸른기차

    2007년 8월 27일 at 4:10 오전

    황지수 신발 나이키 맞지요 ? ㅎ
    손녀와의 행복한 순간이 풍경처럼 보입니다.
       

  22. 님프

    2007년 8월 27일 at 5:19 오전

    저에게도 오래전 기억이네요..
    딸도 이제 한다는 말 안하는데..
    요즘 그 딸과 냉전인데 화해하는 의미로 해 볼까요..

    분홍빛.. 아니 봉숭아빛 사연이 아름답습니다..   

  23. 색연필

    2007년 8월 27일 at 2:20 오후

    와~저도 무척 많이 했었는데…할머니랑, 때론 엄마랑…

    봉숭아 물들이고 좋아했던 기억…정말 소중한 추억이네요^^

       

  24. 색연필

    2007년 8월 27일 at 2:21 오후

    아~첫 눈 올때까지 봉숭아 물이 남아 있으면
    소원 빌고 그랬었는데…^^   

  25. 데레사

    2007년 8월 27일 at 3:00 오후

    푸른기차님.
    황지수 신발 나이키는 아직도 커서 안맞는데
    자기방에 모셔놓고 있거든요. 할머니것일거라고는 전혀
    생각 안하고 자기 발 커지면 신으라고 사왔다고만 여기고
    있으니 나 원 참..   

  26. 데레사

    2007년 8월 27일 at 3:01 오후

    님프님.
    그래요. 봉숭아 구해다가 딸 불러서 손톱에다
    물들여줘 보세요. 아무말도 하지말고.
    그러면서 씩 웃으면 스르르 녹지 않을까요?   

  27. 데레사

    2007년 8월 27일 at 3:03 오후

    색연필님.
    저도 첫눈 내릴때 까지 봉숭아물을 남겨놓을려고 손톱도
    안 깎고 그랬는데
    경주에는 겨울이 다 가도 첫눈이 안 내릴때가 많았거든요.

    어제 학교에서 친구들 몇이서 손톱을 꺼내놓고 맞춰봤는데
    지수것이 제일 빨갛드래요. 내가 두번을 들여 줬거든요.
    그래서 신이났어요. 황지수.   

  28. 화창

    2007년 8월 27일 at 8:46 오후

    나도 어렸을 때 누나가 해주던 손톱물들이기 생각이 나네요!   

  29. 데레사

    2007년 8월 28일 at 9:48 오전

    앗, 화창님.
    남자 어린이도 물들인 추억이 있네요.
    누나가 손톱 물들여 놓고 얼마나 남동생을 예뻐했을까
    눈에 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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