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리. 목월 문학관에서

고향이라 일년에도 몇번씩 경주를 가는데

왜 이번에사 동리.목월 문학관이 눈에 띄었을까 몰라.

불국사 정문 바로 앞에 있었다.

경주가 낳은 우리 문단의 두 거목, 소설가이신 김동리 선생님과 시인이신 박목월 선생님이

고향에서 나란히 사이좋게 같은 건물안에서 생애의 발자취들을 보여주고 계셨다.

건물도 깨끗하고 아담했고 전시물도 다른곳에 비해서 많은 편인데 관람객이 없었다.

고적구경 하느라 이곳은 찾지 않는것인지….

문학관을 들어서자 마자 뜰에는

목월을 기리는 제자들의 시가 쭈욱 걸려 있었다.

그 가운데서 아는 이름의 시인 두분, 내 젊은날의 노트속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다.

동인활동을 같이 했던 사람들…. 문득 잃어버린 내 젊은날의 꿈이 아쉬워서 그 앞에서

사진한장 찰깍 했었는데…..

서울서 자원봉사로 와 있다는

아주머니 안내원, 정말 친절하다.

작품설명에서 부터 찍새노릇까지도 마다 않고 해주드니

영상실로 데려가서 영상물도 틀어주고…..

전시관에 갔다가 이렇게 환대받아 보기도 처음이다.

미안하고 고마워서 목월시전집을 30,000 원을 주고 한권 샀는데 무거워서

서울까지 들고 오느라 낑낑 앓았다.

나그네

강나무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워크샵에 참석중에 후배를 꼬셔서 잠시 빠져나와 뜻밖에 동리. 목월 문학관을

발견하고는 너무나 좋아서

전시된 작품들, 다 읽으며 돌아다니느라 세미나는 빼먹어 버리고…..

잠 안오는 이 밤에

나는 또 동리선생님의 작품들 속의 을화도 되었다가 계연이도 되었다가 모화도 되었다가

한다.

이렇게 늘 꿈만 꾸며 사는 나는

그래서 늘 행복하다. ~~

41 Comments

  1. 와암(臥岩)

    2008년 6월 10일 at 8:06 오후

    영낙 없는 ‘문학 소녀’이시군요. ^^* ^^*

    목월의 ‘나그네’,
    이 작품,
    한 땐 엄청 가슴을 때리더군요.
    이것도 나이라고 이젠 서산에 걸린 해를 안타까워 하듯 그렇게 읽었습니다.

    고향이 경주 였군요.
    40분만에 닿는 곳이라 엄청 다녔던 곳이랍니다.
    공치려고 다닌 횟수만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외부의 귀한 손님 오시면 경주 모시고 가서 남산과 감포 감은사 등지를 찾아 짧은 유산에 대한 얘길 늘어놓기도 했었답니다.

    경주,
    어느 지인이 그 곳에 별장을 가지고 있어 자주 드나들기도 했었지요.
    갈 때마다 "참으로 복진 곳이다."라는 생각 품고 되돌아오는 곳이랍니다.

    ‘문학 소녀’,
    그 꿈 접지 마세요? 아셨죠?
    그 꿈 사라지면 아름다움을 잃고 마니깐요.

    추천 올립니다.
       

  2. 한들가든

    2008년 6월 10일 at 9:09 오후

    황남빵이 묵고싶네요,
    대구에 살적엔 가끔 황남빵집에 가기도 했는데…

    나그네 처럼 말입니다,

       

  3. 풀잎사랑

    2008년 6월 10일 at 10:06 오후

    박목월 시전집을 사셨군요…?
    모시고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ㅎㅎ
    3대를 이어서 내리 글 쓰는 집안이라
    은근히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소녀같으신 울 여왕님.ㅋ
    밤에 안 주무시고 책만 들여다 보시면
    눈이 많이 나빠진답니다.
    주의사항이어요옹~ ㅎ

       

  4. Elliot

    2008년 6월 10일 at 11:08 오후

    해방족이신 줄 알았더만 땡땡이족이시구나 ㅋㅋ

       

  5.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2:01 오전

    와암선생님.
    고맙습니다.
    경주에 가시거든 여기도 꼭 한번 들려보세요.

    정말 서산마루에 걸린 해 같은 이 나이에도
    꿈만 꾸고 산다고 친구들은 주책없다고 놀리기도 하는데
    꿈 접지 말라는 말씀에 가슴이 따뜻해져 옵니다.

    편한 나날 보내세요.
       

  6.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2:03 오전

    한들가든님.
    황남빵집, 공휴일에는 번호표까지 나누어 주고 기다려야 되고
    돈 버는 집은 황남빵집과 촛불장사밖에 없는것 같더라구요. ㅎㅎㅎ

    좀 덜 달게 만들던데요. 이제는.

    만원짜리 두통 사느라고 한나절을 기다렸답니다. ㅎㅎㅎ   

  7.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2:04 오전

    풀잎사랑님.
    다행히 눈이 좋아서 아직은 괜찮아요.
    단지, 밤에 사전을 찾을때는 좀 힘들어서 사전찾기는
    잘 안해요.
    걱정해 주셔서 고마운 울 풀잎사랑님. !   

  8.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2:05 오전

    엘리엇님.
    나, 옛날부터 날나리 땡땡이인데….
    이제 알았어요?   

  9. 운정

    2008년 6월 11일 at 12:27 오전

    경주의 포도밭에서 실컨 먹고,
    양회포대 종이에 쌓갖고 부산으로 오던 길,
    집에와서 풀어보니 거진 다 터져버린 70년대…ㅋㅋㅋ

    즐거운 여행 하고 오셨네요.   

  10. 아리랑

    2008년 6월 11일 at 12:43 오전

    박목월의 나그네,, 참 오래만에 들어보는 그리움입니다.
    술익은 고을마다 타는 저녁 놀,, 금주법이던가요
    암튼 집에서 술만들면 지서에 잡혀가잖아요^^
    박목월님의 고향 인 경주 근처 건천을 티비의 문학기행에서
    보았습니다. 동리의 고향도 보구요,,
    사춘기 시절에 이두분의 글을 읽으며 자랐다고 할수있답니다.    

  11. 파란달

    2008년 6월 11일 at 12:51 오전

    경주 좋아요.
    갈 때마다 정겨운 그 곳.
    안가본지 벌써 몇 해가 지났네요… 가고프다.   

  12. 김진아

    2008년 6월 11일 at 1:33 오전

    신혼여행지가 경주였어요..

    그곳에서의 작은 기억들이..
    지금까지도..남아있음을 알게되네요..

    가보고 싶은곳..
    고맙습니다.^^   

  13. 바람의 전설

    2008년 6월 11일 at 1:35 오전

    데레사님~~
    고향이 경주 였군요~~

    천년 고도 경주 하면 옛 신랑의 융성했던
    시절이 떠올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14. 본효

    2008년 6월 11일 at 1:41 오전

    한국 가자 마자
    경주와 법주사 여행인데
    경주.. 한 곳 더 발길을 머물어야하겠네요 데레사님.. 그쵸!!
       

  15. 꿈나무

    2008년 6월 11일 at 1:41 오전

    경주, 우리 조상의 고향, 중고등학교 시절 소풍가던 곳입니다.
    볼것이 너무나 많은데, 이제 한곳이 더 추가되었네요.
    다음 방문땐 꼭 찾아 보아야겠어요.
    좋은 고향 두셔서 좋으시겠습니다.
       

  16. 부산갈매기

    2008년 6월 11일 at 2:11 오전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줄 줄 외우던 기억이 납니다.
    남도길도…

    황남빵?
    저는 별로던데…하하하

    잘 다녀오신 표티를 팍팍 내시는구먼유, 갈매기 약 올리는거쥬?ㅋㅋ   

  17. 방글방글

    2008년 6월 11일 at 2:52 오전

    데레사님 ^*^
    정말 좋은 곳을 고향으로 모셨습니다~

    수학여행을 시작하여 미혼때 친구들과 불국사방문 /
    그리고 일가족 시시때때로 온천 다녀옴 등을 헤아려 보면
    전국 모든곳을 으뜸하여 제일 자주 방문하였답니다.

    아이들 자전거 배움 주느라 일가족 함께 한나절을
    풀밭에서 보냈던 지나간 어린이날이 다시 떠오릅니다.

    좋은책 잘 읽어시고 좋은글 또 써 주셔요 ^*^ ^*^

       

  18. 구름언덕

    2008년 6월 11일 at 3:32 오전

    바람따라 길 따라 만 다니시는 줄 알았더니… 글따라도 가시네요…
    무엇이건 이리 열심히 하시면 하셔서 안 되는 일이 있을라구요…
    참.. 대단하신 정력.. 그저 고개 숙입니다.
       

  19. 참수리

    2008년 6월 11일 at 4:48 오전

    구름에 달가듯 가는 나그네..
    시 구가 입에서 줄줄줄 나옵니다 .^^
    문화의 도시, 역사의 도시,관광도시 경주가 고향이시네요~..

    늘 행복한 꿈을 꾸시는 모습들에 추천입니다 ㅎㅎ   

  20. silkroad

    2008년 6월 11일 at 7:29 오전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데레사"는 길에서도 집에서도 쉬지 않는다 잠도 없다
    <이럴때 말 한번 놓자 ^^ 그라고는 튀자~~~~~>   

  21.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0:19 오전

    운정님.
    그시절의 우리는 김해 대저면의 포도밭엘 자주 갔었는데….
    암튼 그리운 시절 얘기지요?

    다시한번 포도나 딸기먹으러 밭으로 가보고 싶어지네요.   

  22.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0:21 오전

    아리랑님.
    옛날에는 그랬지요. 밀주단속이라고 해서 집에서 술 담그면
    잡아 갔지요.

    그래도 몰래 몰래 담궈 먹었길래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이란 싯귀가 나왔겠지요?

    참으로 훌륭하신 두 분이 태어난 곳이 경주라는게 자랑스러워요.   

  23.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0:21 오전

    파란달님.
    가을에 한번 가 보세요.
    간 김에 감포에 가서 맛있는 멸치젓갈도 사오시고…   

  24.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0:22 오전

    진아님.
    신혼여행을 경주로 가셨구나. 좋았지요?

    세 아이들 데리고 한번 다녀오셨으면 좋을텐데….   

  25.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0:23 오전

    바람의전설님.
    우리가 어릴적에만 해도 밭 갈다가 신라의 기왓장이나 토기들이 종종
    발견되고 했었는데
    암튼 경주는 땅만 파면 신라유물이 나왔거든요. 지금은 모르겠지만.

    국사시간에 우리는 늘 신라편을 들었답니다. ㅎㅎㅎ
       

  26.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0:24 오전

    본효님.
    며칠있다 문학관 사진 올릴께요. 한번 보세요.
    가볼만 해요. 전시물도 많고 두분의 생애에 대한 기록도 소상
    하구요.   

  27.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0:25 오전

    꿈나무님.
    꼭 가보세요.
    제가 내일이나 모레쯤 맛보기로 사진 올릴께요.
    지금 정리중이거든요.   

  28.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0:26 오전

    갈매기 아자씨.
    어디 다녀오거나 맛있는거 먹고나면 표티 팍팍 내야 본전 찾는것
    아닌가요?

    황남빵집 그날 불났던데요. 인산인해. 번호표 받고 기다리고 난리였어요.   

  29.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0:27 오전

    방글방글님.
    찾아와 주셔서 고마워요.

    경주는 언제가도 좋은 곳이지요. 더 자주 가보세요.   

  30.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0:29 오전

    구름언덕님.
    제가요 좀 호기심이 많아서요.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답니다. ㅎㅎㅎ

    그래서 여행떠나면 남보다 일정이 더 길어진답니다.

    사업,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 줄 압니다. 건강하세요.   

  31. 영국고모

    2008년 6월 11일 at 10:30 오전

    근데 을화, 계연, 모화 그 이름들을 어찌 다 외우시나요?
    저에겐 불가능.
    하긴 아직 소녀시니까요 데레사님은.   

  32.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0:30 오전

    참수리님.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참 많이도 외우고 다녔지요. 학창시절에.

    추천 아끼지 않는 마음에 고마움을 보냅니다.   

  33.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0:32 오전

    실크로드님.
    꼭 내가 깨어있을때만 ~~
    때때로 밤에 깨어 있기도 하지만 잠도 많이 자거든요. 오늘도 수영 2시간
    하고 찜질방에서 골아떨어졌다고 왔는데~~

    빨리 도망하버려요. 붙들리면 두들겨 맞을거에요.   

  34.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0:35 오전

    영국고모님.
    워낙 김동리 선생님의 작품을 좋아해서 많이 읽다 보니까
    그 속의 이름들도 외워 지더라구요.

    아직도 꿈만 꾸는 철들지 않은 이 할머니를 어쩌면 좋을런지….   

  35. 은척

    2008년 6월 11일 at 12:32 오후

    소녀로 되돌아가셨으니
    깊이 축하드립니다.^^   

  36.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12:37 오후

    은척님.
    고맙습니다. 꾸벅~~   

  37. 풀잎피리

    2008년 6월 11일 at 6:38 오후

    한밤에 깨어있어도 멋진 꿈이 있어 아름다운 삶입니다.   

  38. 데레사

    2008년 6월 11일 at 6:50 오후

    풀이피리님.
    좀 있으면 조간 신문 올거고
    그리고 간단하게 아침 먹고 서너시간 잠자고
    공부하러 가면 되지요. 뭐.

    잠 오면 자고
    안 오면 안 자고
    그렇게 삽니다. ㅎㅎㅎ   

  39. 카타

    2008년 6월 12일 at 8:18 오전

    큰넘이 경주를 그리 좋아해서 뻔질나게 드나들더니 사학도가 되었어요…ㅎㅎㅎ

    초등학교때

    큰 왕릉을 보고 저건 왜 다른 무덤 보다 크냐고 물었는데,

    엄마에게서 넘겨진 바톤을 이어 받아 내가 해주었던 대답이

    힘이 쎈 사람이 묻혀 있으니까 일어나지 못하게 하느라고 흙을 많이 덮었지…

    그 걸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아빠의 대답이 뻥인줄은 알았지만 그리 싫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고요…ㅎㅎㅎ   

  40. 데레사

    2008년 6월 12일 at 12:17 오후

    카타님.
    아주 멋진 대답이네요. 힘이 센 사람이 묻혀 있으니까 일어나지 못하게
    하느라고 그랬다구요? ㅎㅎㅎ
    정말 명답입니다.

    고향에서 문화재 해설을 하는 친구를 이번에도 만나서 점심같이 했는데
    정말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공부합디다. 안압지 한군데만 가지고도 책을
    정말 많이도 읽던데요. 그 친구도 사학전공 했거든요.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살기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여기서
    이렇게 쏘다니기만 합니다.   

  41. 종이등불

    2008년 6월 17일 at 10:09 오후

    어제 잠깐 이곳에 들렀지만
    이 포스트가 얼마 전에 올린 것인 줄 알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이제야 앞 글의 제목 끝에서 (2)라는 숫자를 발견하고
    (2)가 없는 이곳으로 와서 찬찬히 읽었습니다.

    깔끔한 글.
    알맞게 삭힌 열무 물김치처럼
    정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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