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호박죽 쑤기

단호박 한개가 내 손에 들어 왔다.

쪄서 먹을까? 아니면 잘게 쓸어서 밥 위에 올려서 먹을까? 궁리를 하다가

죽을 쑤기로 했다.

호박죽은 늙은호박과 단호박을 섞어서 쑤면 좋은데 갑자기 늙은호박 구할데도

없고 비는 내리고 심심하기도 해서 에라 모르겠다 있는 재료로 내 식으로 한번

해보자 하고 단호박 한개와 찹쌀가루 한봉지 있는것으로 용감하게도 호박죽을

쑤기로 해 본다.

ㄱ호박죽1.JPG

보기에도 윤이 나는 이 단호박 한개는 이웃 세분이 우리집을 다녀간 뒤에

보니 식탁위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세분중에 어느분이 두고 갔는지는 알수 없다.

누가 두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탱큐다.

ㄱ호박죽2.JPG

호박은 그냥 쓸면 힘들기 때문에 이렇게 물을 붓고 김을 한소큼 올린 후에

쓸면 잘 쓸어진다.

ㄱ호박죽3.JPG

달랑 한개뿐인 호박이니 껍질까지 다 쓰기로 한다. 죽 빛깔이 약간 푸르스럼 해도

내가 먹을건데 뭐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은가….

ㄱ호박죽4.JPG

호박이 푹 잠기도록 물을 붓고 물러질때 까지 끓인다.

ㄱ호박죽5.JPG

보글 보글 끓으면 불을 낮춰서 좀 더 끓이다가 불을 끄고 식힌다.

식으면 손으로 호박을 으깨서 덩어리가 없게 하고.

ㄱ호박죽6.jpg

찹쌀가루를 반죽한다.

팔힘도 없는데다가 언제나 얼렁뚱땅 후다다닥 하는 성질 때문에 김탁구처럼 반죽에

정성을 못 들이고 대강만 한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보면 반죽부터 갖은 정성을 다 들이던데 나는 뭐 경합에

나갈것도 아니고 비 내리는 날 혼자먹자고 끓이는 호박죽이라 대강대강이다.

ㄱ호박죽7.JPG

이렇게 옹심이 새알도 대강대강 만들었다. 내가 봐도 삐뚤삐뚤 크고작고

제멋대로다.

ㄱ호박죽8.JPG

그래도 빛깔도 좋게 죽이 끓는다.새알을 넣고새알이 위로 뜨기 까지

끓인다.

ㄱ호박죽9.JPG

드디어 대레사표 호박죽 완성 !!!!

ㄱ호박죽10.JPG

그릇에 담아 식탁위에 놓으니 먹음직스럽다. 자화자찬이긴 하지만.

호박죽을 쑬때 늙은호박과 단호박을 반반씩 섞고 팥도 삶아서 넣고

좁쌀도 좀 넣고 쑤면 정말 맛있는데 비가 내리고 시장가기가 귀찮을때는

집에 있는 재료로만 이렇게 초간단으로 쑤어 놓고는 혼자서 맛있다 하면서

깔깔거린다.

곤파스가 온다던 그날이었다.

이렇게 맛있게(?) 호박죽을 쑤어놓고는 책 한권 들고 앉아서 방콕만

했다.

46 Comments

  1. 와암(臥岩)

    2010년 9월 3일 at 8:04 오후

    "’데레사’님께서도 방콕만 하신 날이 있으시군요?" ^^* ^^*

    책 한 권은 물론 다 읽으셨을테고요.
    정말 그 정력에 찬사를 올립니다.

    ‘데레사 표 호박죽’,
    먹음직하게 끓여내셨군요. ^^*
    진정 만능선수이십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호박죽으로 기운 충전하시고,
    더 알찬 하루하루가 되시길 빌면서,
    추천 올립니다.   

  2. 데레사

    2010년 9월 3일 at 8:38 오후

    와암님.
    저도 가끔은 방콕을 합니다.
    곤파스 왔던 날은 너무 끔찍해서 밖을 나갈수가 없었어요.
    전쟁이 지나간 자리 같았거든요.

    고맙습니다.   

  3. 종이등불

    2010년 9월 3일 at 9:18 오후

    호박죽 끓이는 방법을 이제야 익혔습니다.
    저도 올 가을에는 호박죽 한 번 끓여 보고 싶네요.
    선생님께 배운 방법을 잘 외웠다가…….
    올 가을에 제가 호박죽 끓여서 스승님 초청할 일이 있을지도……   

  4. 가보의집

    2010년 9월 3일 at 9:20 오후

    데레사님
    그 단호박 죽 맛있겠습니다

    이곳에서도 가끔 나오지만요 데레사님처럼 은 맛이 없을듯합니다.
    약간만 먹어요
    당뇨가 생긴뒤로 밀가루등 많이 가리는형이기에 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지금 공주는 어제 그 구름도 없이 안개가 자욱합니다

    그 아파트는 물론이고 바로 밑에 주택도 안 보일정도로요   

  5. 미뉴엣♡。

    2010년 9월 3일 at 9:52 오후

    우와 호박죽 맛있겠네요..ㅎ
    여러면에서 미용식인 듯..
    시각적으로 미각적으로..^^

       

  6. 샘물

    2010년 9월 3일 at 11:24 오후

    데레사님,
    제가 뵙기에는 프로같으신데요.
    저는 단호박죽을 쑤어본 것 같긴한데 잊었습니다.
    물론 새알은 있지도 않았구요.
    껍질째 하신 것은 요즈음 말하는 영양학적으로는 최고겠지요.   

  7. okdol

    2010년 9월 4일 at 3:09 오전

    저도 한그릇 주시겠습니까?

    그냥, 꿀꺽하고 갑니다. ^^

       

  8. 리나아

    2010년 9월 4일 at 3:14 오전

    데레사님은 어디든지 마음만 내키면 어디든 척척
    잘 가시는 것 처럼
    음식도 맘만 잡수시면 척척 잘 하시는군요..(음..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정말 쉽고도..맛있게 보입니다.
    저 허락없이 온 김에…한그릇 축내고 갑니다~~~~~~^^

       

  9. 풀잎피리

    2010년 9월 4일 at 3:42 오전

    호박죽 한그릇 정성이 가득합니다.
    침이 꼴깍 합니다.   

  10. 데레사

    2010년 9월 4일 at 5:30 오전

    종이등불님.
    제대로 하실려면 팥도 삶아서 넣고 차조도 불려서 조금
    넣어 보세요. 그러면 아주 맛있어요.   

  11. 데레사

    2010년 9월 4일 at 5:31 오전

    가보님.
    오늘 이곳은 쾌청입니다.

    음식 가려 먹는다는게 참 어렵지요? 특히 저처럼 먹는것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형벌일것 같아요.   

  12. 데레사

    2010년 9월 4일 at 5:32 오전

    미뉴엣님.
    미용식, 맞아요.
    호박이 이뇨작용을 하잖아요. 더우기 단호박은 심장에도 좋다고
    하더군요.   

  13. 데레사

    2010년 9월 4일 at 5:33 오전

    샘물님.
    그냥 죽은 잘 쑤는 편인에요. 어릴때도 집안이 어려워서 죽을 많이
    먹었고 또 남편 아플때 워낙 죽을 많이 쑤어서 죽 쑤는데는
    약간 선수에요. ㅎㅎ   

  14. 데레사

    2010년 9월 4일 at 5:33 오전

    옥돌님.
    한그릇 드시고 가세요.
    입에 맞으시면요. ㅎㅎ   

  15. 데레사

    2010년 9월 4일 at 5:34 오전

    리나아님.
    잘 하셨어요. 한그릇 드셨다니 맛이 어때요?
    그냥 저는 쉽게 있는 재료로 뭘 만들길 잘해요.   

  16. 데레사

    2010년 9월 4일 at 5:34 오전

    풀잎피리님.
    침만 삼키지 마시고 한그릇 드세요. ㅎ   

  17. 보라

    2010년 9월 4일 at 6:28 오전

    ㅋㅋㅋ 호박죽 잔치 같아요. 모두들 한 그릇씩…^^
    저도 입만 가져와 한 그릇, 냉큼 먹고 갑니닷.ㅎㅎㅎ   

  18. 데레사

    2010년 9월 4일 at 7:09 오전

    보라님.
    많이 드시와요. ㅋㅋ

       

  19. 최용복

    2010년 9월 4일 at 7:25 오전

    호박죽 먹음직스럽네요.

    음식솜씨가 상당하신것 같습니다.

    호박껍질을 끓이면 먹을수 있군요. 배웁니다.   

  20. 데레사

    2010년 9월 4일 at 8:37 오전

    최용복님.
    호박껍질에 영양도 많고 끓이면 속처럼 부드러워요.
    음식솜씨랄것은 아니고요 그냥 혼자서 먹는거라 내식으로 그냥
    만드는 겁니다. ㅎㅎ

       

  21. 해 연

    2010년 9월 4일 at 9:36 오전

    식구들이 죽을 싫어해서
    끓일 일도, 먹을일도 없었는데
    이제 슬슬 호바죽 부터 끓여 먹어야겠어요.
    데레사표 호박죽은 간단도 하여라~~~ ㅎㅎㅎ   

  22. 왕비마마

    2010년 9월 4일 at 1:33 오후

    새알심이 들어 간 음식은 뭐든지 잘 먹습니다~~

    여행 다니시랴.. 집에서 음식 만들어 드시랴.. 바쁘시네요.ㅎㅎ
    호박죽은 먹을 줄만 알았지 만들어 먹을 생각은 못해봤네요.
    시간도 그렇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그때그때 사 먹기만…..
       

  23. 풀잎사랑

    2010년 9월 4일 at 1:57 오후

    으메~~
    울 집에도 초록 달덩어리가 하나 있습니닷.ㅎ
    맘 편할때 호박죽을 끓여 먹을까요?
    이틀간 계속 시누이집을 왔다리갔다리하니라 뭘 해먹을 시간도 없었구만요.
    전자렌지에 10분간 돌리면 익는다고 갈차줬었는데…ㅎㅎ~~~@
       

  24. 금자

    2010년 9월 4일 at 2:06 오후

    저는 단호박을 잘라서 꿀이나 물엿을 넣고 푹 끓여서 먹는답니다. 단호박으로 죽을 쑤는것 오늘 배웠습니다.   

  25. 구산(久山)

    2010년 9월 4일 at 2:37 오후

    사진상 보기에는 아주 맛있어 보입니다.
    얼렁뚱땅이라 하셔도 수십년 노하우가 계신분의 음식솜씨야 어디로 가겠습니까?
    눈요기만 하고 갑니다. ㅋ

    감사합니다. 편한밤 되세요!   

  26. 데레사

    2010년 9월 4일 at 3:02 오후

    해연님.
    우리집도 남자들은 죽 다 싫어하고 여자들은 좋아해요.
    사위와 아들은 노, 딸과 손녀는 오케이 이거든요. ㅎㅎ   

  27. 데레사

    2010년 9월 4일 at 3:03 오후

    왕비마마님.
    새알심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좋아해요. 그래서 제가 쑤는 죽에는 거의 새알심이
    들어 간답니다.   

  28. 데레사

    2010년 9월 4일 at 3:04 오후

    풀사님.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어도 좋고 죽 쑤어서 먹어도 좋고 암튼
    호박 아주 맛있던데요.
    시누이가 아프신가요?   

  29. 데레사

    2010년 9월 4일 at 3:04 오후

    금자님.
    꿀까지 넣으면 너무 달지 않아요?
    아무것도 안넣고 죽 쑤어도 달던데요.   

  30. 데레사

    2010년 9월 4일 at 3:05 오후

    구산님.
    실제로도 맛있어요. ㅎㅎ
    고맙습니다.   

  31. 가을이네

    2010년 9월 4일 at 6:13 오후

    호박죽은 껍질 벗기기가 젤 힘든데
    시골사는 후배가 예쁘고 작은 그리고 누런 호박한덩이를 줬는데
    나도 새알심을 넣고 끓여볼까요
    호박껍질도 벗기지 말고…….
    맛있겠다.
    이 시간 내 배가 고프긴 고픈가봐요.
    그래도 지금 먹으면 살쪄요.
    참아야지……….^^*   

  32. jh kim

    2010년 9월 4일 at 8:41 오후

    우째 이리도 맛갈스럽게 만드십니꺼?
    새알까지
    눈으로 맛있게 먹겠습니다
       

  33. 영국고모

    2010년 9월 4일 at 8:56 오후

    ‘Beautiful!!   

  34. 데레사

    2010년 9월 5일 at 12:41 오전

    가을이네님.
    나도 새벽 3시쯤 일어나서도 잘 먹습니다. 먹고 싶은 유혹을
    못 뿌리쳐서요. ㅎㅎ   

  35. 데레사

    2010년 9월 5일 at 12:42 오전

    jh kim 님.
    고마워요. 맛있게 드세요. ㅋㅋ   

  36. 데레사

    2010년 9월 5일 at 12:42 오전

    영국고모님.
    Thank You.   

  37. summer moon

    2010년 9월 5일 at 3:57 오전

    저…
    한 대접만 주시면
    정말
    무지 무지
    기쁘겠어요
    아니면
    한 공기만이라도 !!!!!!!!!^^   

  38. 데레사

    2010년 9월 5일 at 4:31 오전

    섬머문님.
    냄비채 다 가져 가세요. ㅎㅎ   

  39. 화창

    2010년 9월 5일 at 9:26 오전

    예전에는 호박 죽 전혀 안먹었는데…..

    요즘은 건강식이다 뭐다 하니까….. 안먹을 도리가 없네요!

    대레사표?(데레사표) 호박죽 추천!   

  40. 시원 김옥남

    2010년 9월 5일 at 11:10 오전

    저도 오늘 단호박으로 호박죽을 쑤어 먹었답니다.^^*   

  41. 이예수

    2010년 9월 5일 at 3:05 오후

    대강 끓이셨다고 해도 맛있게 보입니다

    올해 단호박 요리 연습할 요량으로 많이 심었는데 날씨 탓도 있고
    순을 잘라주지 않고 키워봤더니 작년만큼 실하게 자라는 것이 많지 않을 뿐더러
    순들이 물러 죽는 것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생각만큼 많이 거두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단호박 요리에 대해 여러가지 정보를 알게 되네요

       

  42. 데레사

    2010년 9월 5일 at 10:37 오후

    화창님.
    언제 한그릇 드려야 할텐데….
    고맙습니다.   

  43. 데레사

    2010년 9월 5일 at 10:37 오후

    시원님.
    이심전심이네요. ㅎㅎ   

  44. 데레사

    2010년 9월 5일 at 10:37 오후

    이예수님.
    반갑습니다.
    호박농사를 지으시군요. 부럽습니다.   

  45. 보미

    2010년 9월 7일 at 12:48 오전

    왕언니!

    단호박이 아니고 밤호박 입니다
    껍질째 살짝 씻어 랩으로 감싼 후 전자렌지 7분정도 돌려 바로 드시며 되는데..

    호박껍질은 감자벗기는 걸로 벗겨도 잘 벗겨져요

    맛나게 드셨다니 감사합니다^^*   

  46. 데레사

    2010년 9월 7일 at 5:35 오전

    보미님.
    아, 이름이단호박이 아니고 밤호박이군요.
    다른 호박보다 별나게 맛있던데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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