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것들을 보며

아침에 눈뜨자 마자 버릇처럼 TV 를 켰다.

모든 채널마다 김영삼 전대통령이 서거했다는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향년 88세, 짧다고는 할 수 없는 세월을 살았지만 90 도 못 채우고

떠나는게 우리들 인생의 대부분이 아닐런지….

공 과를 떠나서 우리나라 정치의 한 핵심을 그었던 인물이 떠나는것을

보며 또 저 분 처럼 살면 나는 몇년 남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계산부터

해 본다.

세월, 정말 빠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쓸데없는 욕망, 쓸데없는 욕심때문에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때가 많다.

그저 평범한 할매에 불과한 내 뒷모습은 과연 어떻게 남겨질까?

지금이라도 비우기를 잘 해야할텐데, 언제나 마음과 행동이 따로

노니, 그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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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여일전의 양재천 풍경이다.

이때만 해도 단풍이 고왔는데 지금은 아마 거의 앙상해졌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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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걱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 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 아침 문득 생각나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 를

가만히 외어 본다.

모든것 다 내려놓으셨으니 편히 가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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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은 참 신났다.

우리야구가 미국에게 1점도 허락하지 않고 완승으로 우승을 했다.

째째한 일본이 개최국이었음에도 시상식도 없이 자기들 경기가

먼저 끝났다고 동메달 갖고 퇴장해 버리고 세계대회 결승을 중계도

안했지만 그까짓게 대수랴…

우리는 이겼다.

그 기쁨을 이 아침에 다시 한번 즐기고 싶었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에 묻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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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일전만 해도 푸른 잎들도 더러 보였는데 지금쯤은

아마 앙상해 졌으리라.

사람도 가고 단풍도 가고… 그러나 단풍은 내년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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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동창 다섯명이서 도곡동 군인공제회관에서 점심을 먹었던

날이다. 이곳은 음식도 깔끔하고 분위기도 좋은데 점심값이

만원이다. 토,일,월요일만 빼고는 언제나 영업을 하며 누구든지

갈 수 있어서 자주 가는 편이다.

배불리 먹었으니 양재천이나 한시간쯤 걷다 헤어지자고 의논이

되어서 타워팰리스쪽으로 해서 양재천을 들어 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묘희가 화장실이 급하다고 도곡역으로 뛰어 가는것이 아닌가.

불과 한5분전에 음식점에서 일을 봤는데…

영순이는 길 모르는 묘희, 혼자 보낼수 없다고 같이 따라 가 버리고

셋이서 사진도 찍고 수다도 떨면서 걸었는데 한참을 걷다보니

경자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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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 뇌졸중으로 한번 쓰러졌지만 기적처럼 아무 후유증없이

낫긴 했는데 귀가 잘 안들려서 언제나 혼자서만 직진이다.

사람이 귀가 멀어지면 눈치라도 빨라져야 하는데 귀와 함께

눈치조차 멀어져서 같이 가면 절대로 보조를 맞출 생각은 안하고

어디든지 혼자서 직진 고고를 해버린다.

안들리니까 뛰어가서 등을 쳐야 돌아보는데 그 짓도 한번 두번이지

귀찮아서 그냥두면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다. 다행이도 다리와

허리는 너무나 튼튼해서.

남은 영자와 둘이서 의자에 앉아서 양재천 가을을 즐기고 있는데

카톡 카톡 한다.

화장실로 달려간 묘희, 도곡역인데 어떻게 할까? 한다.

그냥 그대로 집으로 가라고 할수밖에…

또 카톡 해서 보니 경자다. "여기 개포역인데 아무도 없네" 한다.

????????

우리가 언제 개포역에서 만나자고 했나, 지 혼자 달려가 놓고는

기가 차지만 그런 내색은 못하고 그냥 집으로 가라고 했다.

양재천14.jpg

사라져 가는것은 아름답다고 했는데 그건 절대로 사람에

대해서는 아닌것 같기도 하고.

이 아침, 참 많은걸 생각하게 한다.

미사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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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Comments

  1. 중심윤

    2015년 11월 22일 at 3:15 오전

    ㅎㅎㅎ 웃음을 참는데도 툭 튀어나오네요…
    사람은 저마다 가는 길이 정해져 있는거 아닌가 생각 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2. 無頂

    2015년 11월 22일 at 3:46 오전

    人生無常, 塞翁之馬
    굴곡 많았던 그분 !!!
    앞으로는 하늘나라에서 좋은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3. 노당큰형부

    2015년 11월 22일 at 4:00 오전

    야구의 나라 일본에서
    홈팀과 미국을 연파하며 벌린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
    한국 야구의 쾌승.
    그것처럼 신나는 뉴스가 없지요 ^^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던 사람
    오늘 새벽 0시 21분경 티비 자막으로 알았습니다.
    그런 사람도 그렇게 죽으니 그저 그렇습니다.

       

  4. 바위

    2015년 11월 22일 at 5:04 오전

    ‘머리는 빌려도 건강은 못 빌린다’며 새벽마다 열심히 운동했던 그분.
    인간의 육신은 뜻대로 할 수 없었나 봅니다.
    어쨌거나 우리 현대사에서 한 획을 그은 분이니 평안한 안식을 빌어야겠지요.

    친구분들의 이야기가 이젠 실감나게 들립니다.
    제게도 그런 일들이 생길 날이 다가오니까요.
    저는 세상 떠나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항상 기도드립니다.
    건강한 주일 되십시오.    

  5.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6:54 오전

    중심윤님
    고맙습니다.
    저마다 가는길이 있겠지요. 그 길은 다 다를거고요.
    그러면서도 그냥 마음 한구석이 텅 빈듯 아쉽습니다.   

  6.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6:54 오전

    무정님
    다 내려놓고 편한 길 가셨지요.
    누구나 가야할 길이지요.   

  7.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6:55 오전

    노당님
    어제 야구 정말 신났지요.
    오늘 그 신남을 한번 더 즐기고 싶었는데 가려버리네요.
    가신 분에게는 미안하지만.   

  8.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6:56 오전

    바위님
    네, 부귀도 영화도 다 뜬구름인가 봅니다.
    인생사, 결국은 생자필멸인걸요.

    사는날 까지 건강히 사는게 최고지만 그 또한 마음대로 안되는
    일이라….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죠.   

  9. mutter

    2015년 11월 22일 at 7:16 오전

    형님 친구이야기 슬퍼요.
    단풍이야 내년에 또 볼 수 있을테지만
    친구들이야 해마다 조금씩 변해져 갈것 같아서요.
    형님이 가는 그길을 제가 뒤따라 가고 있잔아요.   

  10. 해 연

    2015년 11월 22일 at 7:41 오전

    친구들 이야기,
    내 이야기도 되겠지요.ㅎ

    야구 이야기 정말 통쾌합니다.
    쪼잔한 일본,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민족성 ㅎ

    어느 대통령의 죽음이든, 슬프지 않네요.ㅋ   

  11. 북한산.

    2015년 11월 22일 at 8:41 오전

    인생은 정말 짧은것 같지요. 전직 김영삼 대통령의 서거를 접하면서
    평소에 매일 조깅으로 건강을 챙기시엿다는분도 구십을 못사시고
    가신것 같습니다. 데레사님도 건강 하세요..   

  12. 산성

    2015년 11월 22일 at 9:20 오전

    가까운 동네로 다녀가셨네요?
    단풍이 며칠 사이 다 져버리고 좀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요.
    그래도 한동안은 늦가을의 쓸쓸함을 누리게 해줄 것 같아요.

    야구는 어찌나 통쾌한지
    나중엔 미국! 왜 이리 못하나? 싶어지더군요.

       

  13.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9:45 오전

    무터님
    네, 우리는 계속 변해가고 낡아가고 있어요.
    오늘 김영삼 대통령 서거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그렇게도
    조깅과 등산으로 몸 단련하드니…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럈어요.
    나이 앞에는 아무것도 못 당하나 봅니다.   

  14.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9:46 오전

    해연님
    일본, 이번에 너무 쪼잔하고 째째했어요.
    주최국에서 시상식도 없이, 그리고 결승전 중계도 안하고….
    속 보여요.
       

  15.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9:46 오전

    북한산님
    네, 나이앞에는 아무것도 소용없나 봅니다.
    그래도 사는날 까지는 운동도 열심히 해야죠.   

  16.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9:48 오전

    산성님
    야구, 정말 통쾌했지요.
    아무렴 미국이 결승전 까지 올라와서 그렇게 맥도 못추는지
    싶은 생각이 저도 들었거든요.

    오늘 좀더 즐기고 싶었는데 묻혀 버리네요.   

  17. 미뉴엣♡。

    2015년 11월 22일 at 10:08 오전

    한국의 민주화를 실현한 문민 대통령으로서
    행복한 말년을 보내신 김영삼 대통령입니다
    대통령 재임동안 많은 업적을 남기셨더군요
    88세일기로 서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8. 선화

    2015년 11월 22일 at 12:32 오후

    친구분들 이야기를 듣고보니 남의일 같지 않습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히 늙어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친구분들중 가장 건강하시분이 데레사님이시죠? ㅎ

    그것 또한 조블 덕분이 아닐까요? 늘 일기쓰듯 글을 쓰는것…
    손가락 운동하며 워드를 치고 머리로 그날을 회상하며…

    늘 건강 잘 챙기세요!!!   

  19. 필코더

    2015년 11월 22일 at 2:45 오후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면서 앞 일은 절대로 알 수 없게 만들어 놓았으면 앞 일을 알고 싶어하는 ‘기능’도 달아놓지 말았었야지..하는 생각을 가끔 해봅니다. 그바람에 점쟁이, 예언가, 장밋빛 미래를 말하는 정치꾼..이런 부류의 인간들만 잔뜩 만들어 놓은 큰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ㅎㅎ

       

  20. 말그미

    2015년 11월 22일 at 2:57 오후

    김영삼 전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으며
    세월이 무상함을 다시 느꼈습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요즘 사라져 가는 것들을 봐도 그런 생각이 들고요.
    늘 활력있으신 생활이시길 바랍니다.   

  21. 교포아줌마

    2015년 11월 22일 at 3:44 오후

    서리가 하얗게 내린 아침
    차분한 데레사님의 마음을 도란도란 듣습니다.

    단풍에 취하시는 마음도
    친구들 애틋해하시는 마음도요.

    작은 것들에 감동하시는 데레사님^^*   

  22. 벤조

    2015년 11월 22일 at 5:23 오후

    70대만 그런거 아니예요, 열일곱살 청년들도 귀구멍에 이어폰 끼고 남의 말 안듣고
    앞으로만 가지 않나요? 그러니 열일곱 하고 노신다 생각하시고…ㅎㅎㅎ

       

  23. enjel02

    2015년 11월 22일 at 9:35 오후

    그렇게 곱던 가을도 다 지나가는 즈음 몸이 시원치 않아
    별로 다니지도 못하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어요

    야구는 누구라도 공감 재미있었지요
    그런데 끝쯤 남에 일 같지 않고 비슷한 일들을 보는 듯
    늙어감이 서글프기까지 하지요   

  24. 가보의집

    2015년 11월 22일 at 10:00 오후

    데레사님
    어제 새벽시간때 부터 뉴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이야기 입니다.

    어느듯이 가을을 접는가 봅니다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25.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11:54 오후

    미뉴엣님
    사람의 일생이란게 따지고 보면 덧없는것 같기도
    하고…. 종일 마음이 편칠 않네요.   

  26.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11:55 오후

    선화님
    건강을 누구나 다 챙기지만 그게 자기 뜻대로는 되지 않아요.
    김영삼 전대통령도 운동이라면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는데
    결국은 가시네요.
    그래도 또 노력은 해야겠죠.   

  27.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11:55 오후

    필코더님
    ㅎㅎ
    그런가 봅니다.
    그래서 세상이 재미있기도 하죠.   

  28.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11:56 오후

    말그미님
    많이 착잡합니다.
    유명인이 돌아가시면 꼭 그분의 나이에다 제 남은 세월을
    셈해보는 버릇이 있어서요.
    이게 다 늙음의 징조겠죠.   

  29.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11:57 오후

    교아님
    일상에서 대부분 감동을 느낍니다.
    어차피 큰 일은 제게는 없거든요. ㅎ
    탱큐.   

  30.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11:58 오후

    벤조님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 귀 안들리고 직진하는 친구들은 모두 열일곱이라
    생각 할께요.   

  31.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11:58 오후

    엔젤님
    어디가 편찮으세요?
    아프면 안되는데 얼른 좋아지시기 바랍니다.   

  32. 데레사

    2015년 11월 22일 at 11:59 오후

    가보님
    네, 어제 내내 이 뉴스였지요.
    새삼 그 분을 생각해 보는 날이었지요.   

  33. 좋은날

    2015년 11월 23일 at 2:13 오전

    사라져서 안보이고 나서
    그제사 평가돠어지는 것이 사람.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 잠시 돌아봅니다.
    사가들아 판단키 전에 민초들이 먼저 판단.

    그 생이 성공한 삶인지 아닌지 판단이 됩니다.

    모든 것 예외없이 사라져가는 자연이치에 묻히던 것을요.

       

  34. 데레사

    2015년 11월 23일 at 3:12 오전

    좋은날님
    사라져 가는것들, 사람 그리고 사물… 모두가
    생자필멸의 길을 가야하는것을 왜들 그리도 아웅다웅인지
    모르겠어요.   

  35. 리나아

    2015년 11월 27일 at 9:27 오전

    군인공제회관2층 점심부페에오셨었군요…^^.
    첨엔 사진을 척 보며
    과천을 거쳐서 양재동. 도곡동.까지 예전처럼.. 걸으신건가?! 하고 지레
    짐작부터 해보며 읽었답니다.
    다행히도? 점심후 산책하시며 걷기하신듯…한데
    가실땐 어디까지걸어서 어떻게 가신건지 궁금해집니다.
    예전같으면
    집.까지도 걸으실 마음태세셨잖아요.- 그때마다 전 늘
    놀라움을 금치못하곤 하였는데…
    전 요즘 발바닥이 아파서 많이 걷지말라고 하는 의사의 말에 잘 따르다보니
    천변 걷기도 예전에 비해서 확 줄여서 가을들어 몇번못걸었네요.
    얼마전 맑고 좋은 날에 걸어보았답니다. 딱 발 아파지기전까지만 걸었네요.
    그런 저에 비하면 데레사님은 정말로
    아직도 훨훨 날으시는 나비같아보입니다.
    넘 보기 좋아요.~~

       

  36. 데레사

    2015년 11월 27일 at 9:28 오전

    리아나님
    타워팰리스 쪽에서 시작해서 개포역 꺼지만
    걸었습니다. 허리가 아프니 다리가 땡겨서 많이
    못 걸어요.
    니비가 아니라 이제는 굼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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