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청소를 하면서

주말이다.

백수에게도 주말은 더 한가하다.  운동도  안가고  공부도  안가고

만나자는 친구 전화도 없다.

 

아들은 일본 프로축구팀과 함께 전주로 내려갔다.  4박 5일의

출장이라고  자기방과 자기 욕실 잔뜩 어질러 놓은채 가 버렸다.

아들 욕실 청소 좀 해 놓고,  TV 여기 저기 돌려보다가  퍼뜩

어느 이웃님의 냉장고 청소얘기가 생각나서  나도  냉장고 청소를

한번 해보기로 했다.

고백하건데  몇년만인지 모르겠다.  대청소가.

 

냉장고 속의것을  다 꺼내놓고  유통기한 부터  봤드니  글쎄

대부분이 유통기한이 지나 있다.

버리고  또 버리고…..

아들이 얻어 온 마른반찬들,  그리고 내가 얻어 온 마른반찬들과

함께  시들시들한  채소들도 있고….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그렇지만  과일만은  버릴것  한 개도 없이 깨끗하다.

 

냉장고1

냉장실만  청소 해놓고  냉동실까지 문을  다 열어놓고  사진을 찍어 본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냉장고를 부탁해 가 생각난다.

과연  우리집 냉장고를  그 프로에 내놓으면 어떤 스타일이 될까?

아마  기가 차서 웃음보따리들을  터뜨리겠지?

연예인도 아니고 바쁜 직장인도 아닌 백수할매가  살림을  이 따위로

사는냐고…

할 말이 없다.

 

냉장고2

남겨진건 우유, 요구르트, 계란, 마늘빻은것,  조기 손질 해 놓은것 뿐…

 

냉장고3

밑의 두 칸은 이렇게 텅텅 비었다.   위의 병이 생강차 만들어 둔거고

아래는 한살림에서 산 마늘장아찌와 고추장이다.

이렇게 텅텅 비었는데도  더 사다 넣고 싶은 생각은 커녕 속이 후련하다.

 

냉장고4

맨 밑 채소칸은  사과와  배,  그리고 배즙이  싱싱하게 들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냉장고5

반찬들을 비우고  씻어 놓은  통들이다.   좀 깨끗한것만 씻어 놓은것이다.

병들은  다 버렸다.

소스 남은것, 포도주 남은것, 심지어 소주 남은것도 있었다.

술꾼도 아니면서 무슨 술병 하겠지만  술꾼이 아니다 보니 술병이 있는거다.

 

냉장고6

이 사진은  안 올릴까 하다가.  그래도 리얼해야지. ㅋㅋ

음식물 쓰레기들이다.

 

옛날  어머니들은 음식을 버리면 죄악이라고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기 뱃속을 쓰레기통인양  남은 음식들을

집어넣어 가면서 살아 간다.  그런데 살고 보니 그게 아니더란 말이다.

뚱뚱해 지기도 하지만 배 탈도 자주 나고, 그래서 이제는 과감히

버려 버린다.

 

냉장고 청소,  아무리 해도 잘한것 같긴 하다.

그럼에도 누군에겐가  좀 미안한 마음도  든다.

우리 어머니가 살아서 돌아오신다면  나는 아마 맞아서 죽을거다.

15 Comments

  1. 초아

    2016년 2월 20일 at 4:53 오후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씀
    못 들어보셨나요. 백수가 더 바쁜거랍니다.ㅎㅎ
    시원하게 잘 하셨네요.
    저도 해야하긴하는데.. 내일 내일 이렇게
    자꾸 미루게 되네요…ㅠ.ㅠ

    • 데레사

      2016년 2월 20일 at 7:25 오후

      늘 미루기만 하다가 이웃 한 분이 사흘에 걸쳐서
      냉장고와 냉동실, 그리고 딤채를 청소했다고 하길래
      시작 해 본겁니다.
      유통기한 지난건 왜 그리도 많이 끌어 안고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2. 나의 정원

    2016년 2월 20일 at 5:43 오후

    ㅋㅋㅋㅋ…
    큰 숙제를 해결하신 기분이시겠네요.
    살림을 하는 입장에선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미련을 두기 마련이라 쌓이다 보면 청소를 해야할 때가 있는 것이겠죠.
    오늘 하루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 데레사

      2016년 2월 20일 at 7:26 오후

      네, 그러다가 보니 이렇게 태산같은 쓸레기 더미가
      되어 버렸어요.
      이제 내일은 냉동실, 그리고 김치냉장고도 청소
      한번 할려고요.
      아, 장롱도 해야겠어요. ㅋㅋ

  3. 睿元예원

    2016년 2월 20일 at 7:34 오후

    그래 그런지 요즘은 대형보다 소형냉장고를 더 선호한다더라고요.
    냉장고 청소를 하셔서 무척 뿌듯하시겠어요.

    • 데레사

      2016년 2월 20일 at 7:55 오후

      진짜 냉장고 큰것 필요없어요.
      괜히 잔뜩 사다 넣어놓고 다 먹지도 못하고….
      이것 고장나면 이제 조그만한걸로 사야겠어요.

  4. 비풍초

    2016년 2월 20일 at 9:08 오후

    안부게시판이 없어서 여기다 설명합니다^^.
    달력을 오른쪽에 위치케 하는 법(육법전서에 없음)은, 관리자모드>외모>테마>(테레사님은 현재 wp-2014)>위젯>sidebar Home Widget Area> +위젯추가 > 달력 (선택) > [저장] 하면 달력이 오른쪽에 위치하게 됩니다. 기존에 달력이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다면 Footer Widget Area Left/Center/Right 어디에 있는 건지 확인하여 거기서 제거해주면 되고, 귀찮으면 냅두면 아래에 그냥 또 보이게 됩니다.

  5. 비풍초

    2016년 2월 20일 at 9:11 오후

    제 테마가 조금전까지는 twenty twelve 인데, 임시로 테레사님 테마와 같은 wp-2014로 변경해서 현재 달력이 오른쪽에 보이게 해 놓았으니 참고 바랍니다.

    우측 sidebar 에 보이는 위젯들의 순서를 변경하는 법은,
    외모> 위젯> 사용자정의> 메인사이드바> 순서재정렬> 위, 아래로 순서 조정 후 “완료” 하면 됩니다.

    • 데레사

      2016년 2월 20일 at 11:14 오후

      고맙습니다.
      그렇게 해 보겠습니다.

  6. 카스톱

    2016년 2월 20일 at 10:06 오후

    채움과 비움 ㅎ
    수고하셨습니다

    • 데레사

      2016년 2월 20일 at 11:15 오후

      이제 채우는건 좀 삼가할려고요.
      사다놓고 먹지않고 버리니 생돈을 버리는거지요.

  7. 지나

    2016년 2월 20일 at 11:19 오후

    어느땐 냉장고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너는 어쩌다가 이렇게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아가는거니? 하믄서…^^

    • 데레사

      2016년 2월 20일 at 11:32 오후

      ㅎㅎ
      맞아요. 지나님.
      그럴때다 많지요?
      무슨 욕심으로 이렇게 많이 사다놓고 버리는지
      살림사는게 이래서야… 하면서 한탄했습니다.

  8. 영지

    2016년 2월 21일 at 8:54 오전

    ㅎㅎㅎ 식구가 두분이신데 비해 냉장고가 크기는 큰것같아요. ㅎㅎㅎ

    • 데레사

      2016년 2월 21일 at 9:05 오전

      네, 그래서 버리는게 많아요.
      살림을 잘 못 사는거죠.
      반성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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