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순례의 날

2016, 2, 23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 보니 간 밤에 내린 눈이 여기저기 보인다.

병원예약이 두 군데나 있는데 약간 귀찮은 기분이 든다.

그래도 안가면 안되는 곳이기에  두꺼운 오리털 파커를 입고 모자에

장갑에 목도리까지  갖춰서  집을  나섰다.

아침 9시 조금전이다.

버스   한 정거장의 길이니  걸어서 간다.

 

봄날1

이른 아침이라 동네공원에  채 녹지 않은  눈이 보인다.

걷기 운동하는 사람들도 안보이고  조용한게  날씨 탓이리라.

 

봄날2

병원에 갈 때는 아무도  안 만나는게  귀찮지 않아서  좋긴 하다.

이웃을 만나면 왜, 무슨일로, 어느병원 등  묻는게  많아서  대답하기가

좀  싫어서이다.   몸이 점점  종합병원으로 변해가면서  다니는  병원이

많아지다 보니 병원에 간다는  말이  하기가  끔찍해서이다.

 

봄날3

안과는  대만원이다.

아이들이 많아서 물어보니  봄방학이라고  한다.

걸어 오면서  낙엽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들을  봤으니   봄도

멀지 않았으리라.

 

안과에서는  종합적인 검사를  했다.   시력검사에서  부터

안압체크,  그리고  시야검사,   나머지는  무슨 검사인지도  모르는

검사를  간호사에게  이끌려 다니면서 한 40여분간  걸렸다.

그리고 의사면담.

“작년과  변화가  거의 없어요”  로  라는 말에   안심했다.

우연찮은 일로  안과에 들렸다가 한쪽 눈에는 녹내장,  양쪽 눈에는

백내장이 시작되는걸 발견한게  한 5년 되었나 보다.

의사는 두 달에 한번씩  체크하면서  지켜보자고,   아직은  크게

염려할게 없다고  진찰소견을  말했던 그 5년전서  부터   규칙

적으로  체크하고  녹내장인 눈에는  안약을  넣고  있다.

진전이 없다고,  지금처럼  생활하면 되겠다는   안심멘트를

듣고  병원을  나서는 발걸음이  룰루 랄라…..

 

봄날4

그리고  산부인과.

젊은 여자의사가  아주 자상하고 친절해서  이 병원에 다니는지도

5년쯤 된다.   초음파로  몇가지 정기적인 체크를  했는데  여기서도

작년과  변화가 없다고  내년에 다시 보자고 한다.

갑상선의 물혹도  크지 않았고  나머지 검사결과도   좋다는  말에

안심.

 

집에와  TV 다시보기 기능으로  TV 조선의 엄마의 봄날을  본다.

강남의 한 정형외과에서 재능기부의 방식으로 시골의 할머니들

에게  허리 펴는 수술을 해주는 프로인데  여든이 넘은 분들이

그 어려운 수술을 견뎌내고 굽었던 허리를 쫘악  펴면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내용들이다.

나도 척추관협착으로  몇년째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치료해도 잘 낫지를  않아서  고생하고 있는데  저 병원엘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고령에도 수술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가져본다.

 

병원순례의 날

오늘은  안심이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22 Comments

  1. 영지

    2016년 2월 24일 at 2:17 오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도 오늘 오전 안과 다음주 심장과 약속 .
    새학년 올라 가기전 시험 보는 기분으로 말입니다.
    봄이 이제는 가까이 오는것 같아 기분이 상승 됩니다.

    • 데레사

      2016년 2월 24일 at 7:27 오전

      영지님
      병원에 갈 때 마다 기분이 그렇죠? 시험 보는것 처럼
      두근거리지요.
      그래도 긴 검사끝에 괜찮아요라는 소리를 들으면
      날아갈것 같고요.

      고맙습니다.

  2. 睿元예원

    2016년 2월 24일 at 5:31 오전

    참 다행이세요.
    정기적인 관리를 꼼꼼하게 잘 하시고
    명랑하게 사시니 병이란 놈이 감히 침범할 수 없지요.
    삶이 오늘 좋다가도 내일 안좋은 경우도 있으니
    무난하게 잘 넘기며 즐겁게 살아야겠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데레사

      2016년 2월 24일 at 7:28 오전

      고마워요.
      산다는게 그래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러나 오늘 살아있다는것에 감사하면서 살아야 겠지요.

  3. dotorie

    2016년 2월 24일 at 6:01 오전

    작년과 변함이 없으시다니 다행이네요.
    그 정형외과에 가셔서 의견을 들어보심도 좋을듯 합니다. ^^

    • 데레사

      2016년 2월 24일 at 7:30 오전

      그래야 겠어요.
      그런데 대부분 TV 에 많이 나오는 의사나 병원이 사실과
      다른 경우도 많더라구요.
      그런데 이번 이 병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뢰가 가더라구요.
      TV조선에서 기획을 잘 한것 같아서 지금 전화번호 적어
      놓았어요. 상담 해 볼려고요.

      고마워요. 도토리님.

  4. 초아

    2016년 2월 24일 at 6:26 오전

    어머, 조심하셔요.
    녹내장 정말 조심하셔야합니다.
    다행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머물고 있다하니
    놀란 가슴을 쓰러내립니다.

    백내장은 수술만 하면 거뜬하게 나을수있지만,
    녹내장은 꾸준히 치료하셔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게 하는게
    최우선이라 들었습니다.

    • 데레사

      2016년 2월 25일 at 7:59 오전

      이 댓글이 승인을 기다리고 있네요.
      밑의 초아님 댓글 읽고 알림판에 가보니 대기중에 가 있네요.
      위블이 이런점이 좀 불편하지요?

      고마워요.
      녹내장 때문에 2달에 한번씩 점검하고 또 1년마다 눈 종합검사를
      해요. 그게 뭐 숨길 일인가요?

      염려, 항상 고마운거죠.

  5. 無頂

    2016년 2월 24일 at 10:02 오전

    나이듦에 병을 친구처럼 정담게 살아야한다는 말을 누구한테 들은 기억이 납니다. 저도 병원에 출근(?)한제가 꽤 여러해 되는데 갈때마다 가슴 조이는데 진찰 받고 나오면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그렇게 이렇게 사는게 인생인가 봅니다 ^&^

    • 데레사

      2016년 2월 24일 at 10:37 오전

      무정님도 그러시군요.
      어쩔수 없는 현상인가 봅니다.
      정말 병원갈때는 얼마나 조마조마 한지…
      그리고 별일 없다고 할때의 안도감…
      인생이 이렇게 늙어 가나 봅니다.

  6. 벤조

    2016년 2월 24일 at 12:12 오후

    저도 미국에 있을 때는 자주 갔는데, 여기서는 몰라라…속은 편합니다.
    얼마 전에 보도블럭에 걸려서 맨땅에서 슬라이딩을 했는데 무릎과 팔이 다쳤어요.
    눈길에서는 조심해서 무사히 다녔는데 맨땅에서 넘어졌지요.
    여기 병원이 안 가는게 더 낫다고 해서
    걷고 집안일 하는데는 별 지장이 없기에 그저 좀 불편한 채로 삽니다.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아요.
    의료시설 좋은데 사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입니다.
    데레사님도 자나깨나 길조심! ㅎㅎ

    • 데레사

      2016년 2월 24일 at 6:23 오후

      많이 다치셨어요?
      벤조님
      그래서 위블에 안 들어 오셨군요.
      이제 글 쓰기 환경이 조성되었나 봐요. 며칠전 벤조님 글이
      많이 떴거든요.
      물론 에러로 뜨긴 했지만.
      닉도 오수산나로 바꿔버린것 같고….

      암튼 반가워요. 위블에도 빨리 글 올리세요.

  7. 리나아

    2016년 2월 24일 at 5:10 오후

    검사 결과. 대체로 무난하시니 참 듣기좋으네요.^-^
    척추관협착증 증세도 수술로 개선만 된다면 정말 좋겠어요.
    연락처도 메모해두셨다니 함 진찰예약하세요. 어디 한군데라도 아프면 정말 삶의 질이 떨어지는것 같아요.

    • 데레사

      2016년 2월 24일 at 6:24 오후

      맞습니다.
      그렇게 할려고요.
      정말 어디 한군데라도 아프면 사는게 힘들지요.
      고마워요. 리나님.

  8. 참나무.

    2016년 2월 24일 at 7:23 오후

    개운하시겠어요~~
    지금처럼 잘 유지만 하셔도 축복이지요
    제가 다 고맙습니다

    • 데레사

      2016년 2월 25일 at 7:53 오전

      네, 그렇긴 합니다.
      이제 또 다른 검사들이 남았어요.
      ㅎㅎ

  9. mutter999

    2016년 2월 24일 at 10:34 오후

    형님
    저는 병원가기가 싫어서 버티고 있어요.
    하나 둘 아픈곳이 생기는데,
    한번 가면 자꾸 가야 할 것 같아서
    미련스럽게 버티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스럽습니다.

    • 데레사

      2016년 2월 25일 at 7:54 오전

      그래도 가야지요.
      병원 가는것 좋아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나도 미루고 미루다 가거든요. ㅎ

  10. 초아

    2016년 2월 25일 at 6:19 오전

    언니 제가 댓글을 잘못 적었나요?
    전 언니가 녹내장이라 공개하였기에..
    염려되고 걱정이되어 말씀드린건데,
    행여 마음 상하셨다면 용서해주세요.

    • 데레사

      2016년 2월 25일 at 7:56 오전

      아니, 초아님
      무슨 얘기에요?
      여기에 다른 댓글이 또 있었어요?

      염려하지 말아요. 언제나 고마운 초아님인데
      뭐 마음 상하고 그런것 있을라구요.

  11. enjel02

    2016년 2월 25일 at 8:40 오후

    데레사 님 일 년 전과 별로 진전이 없었다니 축하할 일입니다
    나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겨나지만
    눈은 정말 중요해서 관리를 잘 해야 하거든요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그만큼 눈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잘 관리하시고 건강한 날들로 지내시기 바랍니다

    • 데레사

      2016년 2월 25일 at 8:53 오후

      고맙습니다.
      하느라고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거죠.
      그냥 주어지는대로 사는 연습도 필요할것 같은
      나이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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