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숙모와 짜장면

내가 짜장면을 처음 먹어본것은  초등학교 4학년때

6,25 전쟁이  한창이던 때 였다.

경주역 앞에  중국집이  생겼다고 사람들이 그곳에 짜장면이라는걸

파는데  맛이 희안하다고   입소문이 한창이던  어느날이었다.

 

막내 외숙모가  날 손짓해서 부르드니  성내(경주에서는 읍내를 이렇게

불렀다) 에  가자고  한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마 방학때니까  집에

있었던것 같다.

어딜 가느냐니까   암말 말고 따라오기만  하라고  손을 잡아 끄는것이었다.

그래서  끌리다시피  따라 간 곳이 중국집,  아니 짜장면이었다.

 

자장면1

외숙모는 자리에 앉드니 씨익 웃으면서 짜장면 두그릇을  시켰다.

어리둥절해 하는 내게  ” 쌀 훔쳐 팔았지”  하면서  또  씨익  웃는다.

 

그  당시의 주부들의 용돈마련은  시어머니 몰래  곡식을  조금씩  훔쳐서

모아 두었다가  파는것뿐인데,  여러  외숙모들 중에서 유독  막내 외숙모는

그 짓을  잘했다.   절대로  들키지도 않고.

그렇게 해서 마련한  용돈으로 외숙모는  파마도 하고  이렇게  중국집

같은데도  다니면서  언제나 나를 데리고 다녔다.

외할머니가  나를  예뻐 했으니까  들켜도   나랑 같이 했다고 하면

꾸지람을 덜 들을까 해서 인것  같기도 하지만  그 외숙모도  나를

이뻐했던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 중국집에서  생전 처음으로  먹어 본  외숙모와  나의 짜장면은

그릇을  비우지 못했다.   보리밥에  된장과  김치만  먹던 입에  돼지고기가

들어가고  기름으로 달달 볶은  짜장면이  맞을리가  없지….ㅋㅋ

얼마나 느끼하던지 돈 아까워서 먹어볼려고  애를 써도넘어가지를 않았다.

그래서  오랜동안 짜장면 먹어보기 도전은  해보지 않고  살았었다.

 

자장면2

좀 더 자라서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짜장면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희안하게도 그때는 느끼하지도 않고  맛있었다.

사람의 입맛이라는게 세월따라서  잘도  변하니까가  이유다.

 

내가 다니는 스포츠센터 옆에  홍콩반점이 생겼다.

짜장면이 4,000 원이라  운동하고 나서  더러 가서 먹는다.

이 짜장면을  지금은 그리운 고향음식처럼  맛있게  먹으면서  나는

늘  막내외숙모를  생각한다.   이미  세상 떠난지 오래된 외숙모를..

14 Comments

  1. 無頂

    2016년 3월 8일 at 8:46 오전

    어릴적 짜장면 맛을 지금도 잊으 수가 없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백일장에 학교대표로 갔을때
    선생님께서 사주신 그맛 !
    지금은 그맛을 느끼지 못하니….
    입이 업그레이드된 모양입니다.^&^

    • 데레사

      2016년 3월 8일 at 10:46 오전

      저는 첫짜장면을 못먹었어요.
      느끼해서.

      지금은 아주 좋아 합니다.

  2. 막일꾼

    2016년 3월 8일 at 8:48 오전

    쌀 훔쳐 판 돈으로 파마도 하고 짜장면도 사먹고…미소가 지어지는 대목입니다.
    그 시절의 궁핍이 이제는 그리움이 되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 데레사

      2016년 3월 8일 at 10:47 오전

      그시절은 그랬어요.
      우리시절은 주로 책산다 하고 부모님께
      돈 타냈고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입니다.

  3. 초아

    2016년 3월 8일 at 4:43 오후

    짜장면은 아니지만,
    전 막내고모따라 연극구경 많이 다녔어요.
    임춘앵 김진진등등 그때의 국악인 이름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 시절 그 추억들이 그립습니다.

    • 데레사

      2016년 3월 8일 at 6:59 오후

      임춘앵 김진진 저도 기억나는
      이름입니다. 다들 돌아가셨을테죠?
      추억은 언제나 그리운가 봐요.

  4. 睿元예원

    2016년 3월 8일 at 6:52 오후

    먼저 생색을 좀 낼께요.ㅎㅎ
    열성팬입니다.
    댓글 다 달았다가 로긴 안해서 다시 나갔다 로긴하고
    공치사만 하네요.

    짜장면은 참 질리지 않는 음식이지요.
    기름기가 없으면 맛도 없는데 기름끼 때문에 기피를 하게 됩니다.
    가끔 눈 딱 감고 시켜먹는 짜장면입니다.
    외숙모님이 사주신 짜장면이 느끼해서 기억에 남으신가봅니다.ㅎㅎ
    어머나~ 무서워요.
    또 로긴이 안된 상태로 저를 기둘리네요! 윽~

    • 데레사

      2016년 3월 8일 at 8:15 오후

      이 위블도 가끔 이상하더라구요.
      그럴때는 나도 나갔다 다시 들어 오기도 하고 그래요.

      요즘은 짜장면이 몸에 좋은 음식이 아니라고 해서 어쩌다
      한번씩만 먹습니다. 정말 눈딱감고 먹지요.

  5. mutter999

    2016년 3월 8일 at 8:14 오후

    으흐흐~
    재미있네요.
    꽁쳐두었다가 팔아먹을 곡식이 있었나봐요.
    부자였다는 이야기예요.
    우리집은 멀건 좁쌀죽을 먹었어요. ㅠㅠ
    제가 짜장면을 처음 먹어본게 언제인지 도통 기억에 없어요.
    처음 장어를 먹어본 때는 여고때고, 스테이크를 처음 먹어본때는 직장생활할때였어요.
    커피를 수저로 떠먹은때는 언제였나?? ㅋㅋ

  6. 산고수장

    2016년 3월 8일 at 8:15 오후

    그래요 사람의 입이 얼마나 간사한지
    그렇게 맛있던 애호박 넣은 엄마가 만든칼국수
    지금 먹어보면 너무 맛없습니다.

    마지막에 꼬랑지를 구워보니 그것도 그맛은
    아니고…

    짜장면 아무리 맛있는집에가서 먹어보아도
    아버지가 처음 사주셨던 그 짜장면 맛은 없습니다.
    가난했던 스시절이 좋은것도 많코요.

  7. 지나

    2016년 3월 9일 at 12:51 오전

    해외교포들의 로망 중의 하나가
    짜장면 배달 해서 먹는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데
    요리블러그들이 올린 레시피 대로 하면 맛있게 되긴해요…

    그래도 서울에서 먹는거랑은 조금 다르지요

    저를 외숙모라고 부르는 조카들이 30명쯤 되는데
    조카들에게 어떤 추억을 선물 했는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데레사님

    • 데레사

      2016년 3월 9일 at 1:54 오전

      만들어 먹으면 더 좋지요.
      요리솜씨 없어서 늘 사 먹기만 해요.
      그런데 조카들이 아주많네요.

  8. West

    2016년 3월 10일 at 8:00 오전

    짜장면은 우리나라에만 있는것 같아요. 북미나 유럽의 어디를 가더라도 중식당에서 저렇게 기름 자르르 흐르는 먹음직한 짜장면을 찾아볼수가 없던데요? 갑자기 먹고 싶어지네요. 짜파게티나 하나 꿇여 먹어야 할려나봐요. 서울가면 사먹어 보리라 해도 다른거 먹느라고 먹을새가 없던데요, 다음번에는 짜장면 함께 먹어요 선배님.

    • 데레사

      2016년 3월 10일 at 8:31 오전

      미국에서는 한국 사람이 하는 중식당에서 짜장면을 팔았어요.
      여기와는 약간 다른 맛이었지만요.
      그런데 카나다에서는 없나 봐요.

      그래요. 다음에 귀국하면 아주 맛있는집에 가서 우리 짜장면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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