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을 노래함

아파트 마당에 동백꽃이 피었다.

꽤  크고  탐스런  꽃송이가  주렁주렁,  활짝  피어서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다.

이미자는  노래하기를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이 빨갛게  멍들었다고  했는데   나는  동백꽃을 보면

선운사가  생각나고   미당  서정주 시인이  생각 난다.

 

선운사 동구

-서 정주-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것만 상기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동백꽃뿐만 아니라  꽃이  활짝 피는 때를  맞춰서  구경가기가

사실은 쉽지 않다.   일기예보를  보고  날짜를  맞춘다고  맞춰서

찾아가도   어느해는  덜 피었고,  어느해는  이미  져 버렸고…..

 

동백1

비록  아파트 마당에  외롭게 한그루뿐인   나무지만  꽃이  이렇게

탐스럽게  피었다.

 

동백2

 

동백꽃과   나비

– 이 생진 –

동백꽃이 향기가 있다면 사고 나겠지

동백꽃이 오월에 핀다면

나비가 투신 자살하겠지

겨울에 피길  잘했지

살면서 부산 피는것도 잘하는 짓은 아냐

섬에서 혼자 피길 잘했지

 

동백3

 

선운사 동백꽃

-김 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동백4

 

선운사 동백꽃

-이 산하 –

나비도 없고  벌도 없고 동박새뿐

그 동박새에게 마지막 씨를 남기고

흰 눈 위에 덜어진 한 치 흐트림없이

통째로 툭 떨어진 선운사 붉은 동백꽃

떨어지지 않은 꽃보다 더 붉구나

 

동백5

 

선운사 동백꽃

-김 윤자-

사랑의 불밭이구나

수백년을 기다린 꽃의 화신이

오늘밤 정녕 너를 남겼구나

선운산 고봉으로 해는 넘어가도

삼천 그루 동백 꽃등불에 길이 밝으니

 

선운사 초입에서

대웅전 뒤켠 네가 선 산허리까지 먼 길이어도

님은 넘어지지 않고 한달음에 달려 오시겠구나

 

해풍을 만나야 그리움 하나 피워 올리고

겨울강을 건너야 사랑의 심지 하나 돋우는 저 뽀얀 발목

누가 네 앞에서 봄을 짧다 하겠는가

이밤 바람도 잠들고 산도 눈감고

세월의 문이 닫히겠구나

 

동백꽃을  노래한  시에  유독  선운사가  많이 나오는건  그만큼  그 절에

동백꽃이  많이  피기 때문이리라.

해마다  가본다  가본다  하면서  선운사가  천리길도  아닌데   왜  이리

동백꽃 철을  맞춰  못  가 보는지  모르겠다.

18 Comments

  1. 초아

    2016년 3월 22일 at 6:24 오전

    동백꽃을 노래한 詩
    잘 보았습니다.
    선운사 뒤에 가서 엉엉 울었다
    이미자님의 노래가사처럼
    그리움이 너무 절절했나봅니다.
    떨어진 동백꽃이 떨어지지 않은 동백꽃보다
    더 붉다는 시어에 공감해 봅니다.

    • 데레사

      2016년 3월 22일 at 8:06 오전

      지금쯤 선운사 동백이 한창일텐데 또 못 가네요.
      훌쩍 떠나면 될텐데 그게 참 맘대로 잘 안됩니다. ㅎ

      • Manon

        2016년 3월 22일 at 8:21 오전

        여기엔 이렇게 무리지어 있는 동백이 없어요. ㅠㅠ
        오페라 “춘희” 비련의 여 주인공 이름도 “Camille” 이건 만…
        일찌기 서양사회에도 알려져 있던 꽃인데.

        그래서 그런지 아름다운 자태에는 서러움이 서려있는 것 같고요..하하

        • 데레사

          2016년 3월 22일 at 10:11 오전

          오페라 춘희가 바로 동백아가씨죠?
          향이 없지만 자태는 아름답고 떨어져 있는
          꽃잎도 아름답지요.

          지금쯤 선운사는 만발했을것 같은데 못 가네요.

  2. 참나무.

    2016년 3월 22일 at 9:18 오전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 최영미 선운사에서
    *

    덕분에 이 아침 동백에 취하다 나갑니다.
    답글도 다녀와서 드릴게요…

    • 데레사

      2016년 3월 22일 at 10:12 오전

      동백꽃에 관한 시에는 선운사가 많이 들어가 있어요.
      그만큼 선운사 동백꽃이 대단하다는 뜻일텐데 동백꽃
      활짝 피었을때 선운사를 못 가봤어요.

      해마다 별르다가 못 가네요.

  3. 睿元예원

    2016년 3월 22일 at 9:55 오전

    동백꽃은 붉은빛이 강렬하지요.
    꽃잎이 져서 떨어지면
    나무 밑에 쌓여 흩어진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 데레사

      2016년 3월 22일 at 10:13 오전

      동백꽃은 피었을때도 떨어졌을때도 참 아름답지요?
      우리 아파트에 딱 한그루 있어요.
      그런데 저렇게 꽃을 피워서 즐겁게 해주네요.

  4. 북한산 78s

    2016년 3월 22일 at 2:40 오후

    동백꽃은 고창 선운사 대웅전 뒤에 있는동백나무가 오래되고
    대단하지요.
    나무가 무척 오래된것 같습니다.
    이쯔음에 한번 다녀오고 싶은 절입니다.

    • 데레사

      2016년 3월 22일 at 8:13 오후

      휙 다녀오면 되는데 왜 이렇게 머뭇거리는지
      모르겠습니다. ㅎ

  5. 無頂

    2016년 3월 22일 at 2:46 오후

    선운사의 동백이
    내장사의 단풍처럼 유명하죠.

    이맘때 서해안의 동백정도
    동백꽃으로 한몫하는데요.
    색감이 아름다운 선명한 동백이 예사롭지 않네요 ^&^

    • 데레사

      2016년 3월 22일 at 8:14 오후

      미량포구를 말씀하시는거죠?
      저도 거기 한번 가 본적은 있어요.

      고맙습니다.

  6. rhodeus

    2016년 3월 22일 at 10:53 오후

    데레사님~ 안녕하세요.
    3월초 거문도에서 동백을 보았지요.

    위블로그 개설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로그인해서 들어와봤더니 사진이 뜨지않네요. ㅠㅠ

    • 데레사

      2016년 3월 23일 at 1:05 오전

      반갑습니다.
      처음에는 사진들이 안 떠요.
      그래도 글 올리기는 하면 될텐데요.
      홈 아랫쪽에 보면 운영자가 위블로그 사용법 올려 놓은게
      있는데 일단 글부터 올려 보세요.

  7. enjel02

    2016년 3월 23일 at 12:14 오전

    선운사와 동백은 확실히 인연이 깊군요
    시인들의 마음에서 시가 쓰이나 봐요 그 정겨운 꽃을~~~

    데레사님이 왜 그렇게 망서이고 계실까?
    꽃 활짝 핀 그때에 맞추어 다녀오시지요
    많은 동백시에 젖고 갑니다

    • 데레사

      2016년 3월 23일 at 1:06 오전

      엔젤님
      일이 자꾸 생기네요.
      못 떠날 이유가요. ㅎ

  8. 모가비

    2016년 3월 25일 at 1:29 오후

    안녕하세요?
    드디어 위블로그에 입성 했습니다만
    아직 서툴러서 고전 중입니다 ㅎㅎ
    연구하고 따르다 보면 익숙 해 지겠지요
    좋은날 되시기를~~~~^^

    • 데레사

      2016년 3월 25일 at 3:18 오후

      반갑습니다.
      한 열흘만 헤매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지금은 위블 홈에 운영자가 계속해서 글 올리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처음 온 우리는 각자 연구하고 서로 묻고 답해주면서
      익혔거든요.
      얼른 익숙해져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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