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감자의 계절

군 감자와  찐 감자중  어느것을  먹을래?  하고  물으면  나는  언제나

군 감자쪽이다.  찐 감자도  맛있지만  군 감자가  더  파삭하기도

하고  어릴적에의  향수같은  감정 때문에  더욱  군 감자를  좋아

하는지도 모르겠다.

 

시골에서의  여름밤은  모기가  심했다.   집집마다  마당에

모기불을  놓았는데  그 모기불 더미속에  감자를  넣어놓고

한참  있으면   감자가  알맞게  구워졌었거든.

그러면  우리는  얼굴에  숯검댕이칠을  해가면서   맛있게  먹으며

부모님으로 부터  옛날 얘기를  듣기도  하고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더위를  이겨냈었지…..

 

감자1

지금  시장에는  햇감자가  많이  나왔다.

시골사는   아들 친구가  좀  보내와서  가격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첫  요리(?)로   양면 팬에  감자를   좀  구웠다.

 

감자2

불을  약하게 했는데도  이렇게  좀  탄듯이 되어 버렸다.

고루 고루  익어야 하는데….  실패작이다.

 

감자3

올 해  처음 먹는 햇감자에  보내준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서  실패작으로

구워졌지만  그게 뭐 대수랴…..

어릴적   논 농사보다  밭 농사가  쉬웠는지  우리 고향에서는  감자를

많이 심었다.  지금은  보기 드문  자주감자를  많이  심었는데   낮에는

주로  감자를  쪄서  점심으로  먹었는데  그 감자껍질  벗기는건  주로

아이들이  맡았다.

숟가락이나  전복껍질로  감자껍질을  벗겼는데  그게  그렇게 싫을수가

없었다.   게으럼  부리다가  엄마에게  혼 나기도  많이 하고…

엄마는  썩은 감자도 버리질  않았다.

썩은  감자는  물에  담궈뒀다가 녹말가루를  만들어서 감자전을  해

주기도 하고,  감자떡을 만들어 주기도 했었는데  썩은 냄새도 안나고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때의  엄마들  손은  아무래도

요즘  우리들의 손과는  많이 달랐던것 같다.

그리고는  보리밥에  섞기도 하고   수제비에  넣기도 하고….  감자가

안 들어가는  음식이 없을 정도로  감자를  참  많이도 먹고  자랐다.

그래서  감자가  싫을것도  같지만   나는  군 감자는  참  좋아한다.

감자4

껍질을  벗겨보니  영  실패작은  아니다.  제법  타박 타박해 보인다.

 

오늘  아침은  군 감자 2개에   야채쥬스  한 컵으로   간단하게 먹었다.

감기도  물러가는듯  하니까  남은 감자를   잘  갈무리 해야지.

 

감자를  깍둑썰기를  해서  펄펄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말려놓고

겨울  심심할때  프라이펜에  기름 넉넉히 두르고  구워서   위에다

소금 뿌리면  술 안주,  설탕 뿌리면  아이들  간식이었는데   젊었을 때

했던  식으로  그렇게  말려볼까  싶다.

14 Comments

  1. 초아

    2016년 6월 14일 at 8:54 오전

    저도 감자 좋아합니다.
    찐감자도 구은 감자도 다..
    남편은 별로로 생각합니다.
    강원에서 태어나 보기싫을 정도로 먹어서 싫다네요.ㅎ

    • 데레사

      2016년 6월 14일 at 1:37 오후

      저도 많이 먹고 자랐어요.
      그러면서도 지금도 즐겨 먹어요.

  2. 바위

    2016년 6월 14일 at 1:35 오후

    감자요리는 뭐든 좋아합니다.
    찐감자든 감자찌개나 감자볶음까지도…
    어릴 적엔 식량절약을 위해 밥에도 섞어먹었지요.
    배고픔을 잊게해준 일등 공로자였지요.
    달콤한 고구마와 함께.
    건강이 좋아졌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어제 고교 동창 만나 한 잔한 덕분에
    오늘 산행도 못 하고 사무실에 나왔습니다.ㅎㅎ

    • 데레사

      2016년 6월 14일 at 3:41 오후

      저희들 어릴적의 감자는 맛 보다도 일종의 구황식품이었지요.
      밥대신 감자를 많이 먹었지요.
      지금은 건강식이지만요.

      고맙습니다.

  3. 無頂

    2016년 6월 14일 at 3:08 오후

    중2때 일요일에 보리베기를 하는데 새참으로 먹은 감자에 체해서 고생을 무척했습니다.
    그 이후는 감자를 못 먹었어요.
    지금도 1년에 한 두개 먹을까 말까입니다.
    어려서의 충격이 50여년이 더 가네뇨 ^&^

    • 데레사

      2016년 6월 14일 at 3:41 오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어릴적 충격이 보통 평생을 가는 수도 있지요.
      그럼 거의 감자를 안 드신다고 봐야죠.

  4. 카스톱

    2016년 6월 15일 at 9:30 오전

    세상에서 제일 맛난 음식이 감자를 사용해서 만든 반찬이죠. 제겐…
    대학교 하숙생 시절, 시골서 어머니가 하숙집 주인에게 우리 아이 감자반찬 좋아하니 다른 하숙생들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하라며 가마니째로 보내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저는 감자조림, 감자찌게, 감자국, 감자전… 젤 좋아합니다.

    • 데레사

      2016년 6월 16일 at 7:19 오전

      영주에서도 감자재배를 많이 했나 봅니다.
      우리 고향에서도 감자를 많이 심었어요. 그때는
      주로 자주색 감자였죠.
      그렇게 먹었는데도 물리지가 않으니 감자만의
      매력이 있나 봐요.

  5. 나의 정원

    2016년 6월 15일 at 5:15 오후

    감자가 요즘에 아주 맛나죠?
    저도 햇감자를 사다가 강판에 갈고 감자전을 부쳐 먹었더니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아주 쫄깃한 식감이 맛나더군요.
    반찬 없거나 지금처럼 비가 올때는 제격인 음식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도 한 번 시간이 나면 데레사 님처럼 한 번 해봐야겠어요.^^

    • 데레사

      2016년 6월 16일 at 7:20 오전

      그렇게 갈무리를 해보세요.
      옛날 냉장고 없던 시절에 보관하던 방법인데
      지금도 하니까 괜찮더라구요.

  6. 김 수남

    2016년 6월 16일 at 3:59 오전

    저도 모든 감자 종류를 다 좋아합니다.요즘은 감자 조림도 잘 해 먹습니다.숟가락으로 감자 깔 때 물이 튀어서 얼굴이 하얀 죽은깨가 덮이기도 했는데 저와 같은 감자의 추억이 언니도 있으셔서 더 공감이 됩니다.브이라고 했어요.감자 찌면 브이가 많이 나는 것이 더 맛있었는데 어릴 때 맛있게 먹던 그 맛이 그리워집니다.주무시고 일어 나시면 병원 가시겠네요.잘 다녀오세요.

    • 데레사

      2016년 6월 16일 at 7:21 오전

      네, 일곱시에 아침밥 먹고 오후 1시까지 병원에 도착
      하라고 했어요.
      이 검사가 통과되어야 수술을 합니다.
      약간 걱정되긴 하지만 잘 되리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7. 초아

    2016년 6월 16일 at 7:47 오전

    잘 되실거에요.
    염려마시고 마음편하게 다녀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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