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대추를 보며

가대추1

 

대추 한 알

장 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께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가대추2

아파트 마당에  몇 그루  있는  대추나무에서  대추가 영글어 가고 있다.

추석이  가까워 오니까   그 무덥던  여름이   자취를  슬그머니 감추면서

어느새  대추가 저렇게  익어가고  있다.

 

고향집   장독옆에  큰 대추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나무도  컸고  대추도  많이 열렸었다.   아버지는   추석 대목장에

잘 익은  대추를  부대자루에   한가득  따서  장에 내다 팔아서

제수장을   봐오곤   하셨다.

효자 대추나무 덕에  우리집에서는  추석 장보기가   어렵지는

않았는데  어느핸가  그 대추나무가  잎이  오그라 들면서

말라버리고는  대추가  열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대추나무가  미쳐 버렸네 하면서  베어버렸는데

그 후 나는  공부를  한다고  도시로  떠나와서   다시  대추나무를

그 자리에 심었는지  안 심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가대추3

낮에  아파트 마당을  돌다  익어가는  대추를  보니  문득  고향생각도

나고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나고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알이라는  시도  생각나서   나무밑에  한참을  서성거렸다.

 

가지를  흔들어  몇 알을  따 먹어 보니  어느새  맛이 들었다.

아삭하면서도  단맛이  짙다.

추석에는  더  맛있어  지겠지 ~~

12 Comments

  1. 초아

    2016년 9월 2일 at 6:15 오전

    어머, 저도 장석주 시인님의
    대추 한알 기억하고 있어요.
    참 좋죠.

    건강은 많이 좋아지셨죠.
    오래오래 건강하셔요.

    • 데레사

      2016년 9월 2일 at 9:06 오전

      이 시 간결하면서 좋지요?

  2. 김수남

    2016년 9월 2일 at 9:20 오전

    대추 보니 정말 고향 생각 많이 납니다.저도 이맘 때쯤 저희 마당 곁에 있던 대추 많이 따 먹었습니다.추석이 정말 가까와졌네요.무덥던 여름 잘 이겨내신 것 축하드립니다.행복하시고 건강하신 9월 맞으세요.

    • 데레사

      2016년 9월 2일 at 12:29 오후

      고마워요.
      대추가 어느새 맛도 들었어요.
      아침에 두어개 따 막었거든요.

  3. 참나무.

    2016년 9월 2일 at 1:05 오후

    http://cfile28.uf.tistory.com/image/221CB740529097651F4B1F

    *
    광화문 교보 글판으로도 올라
    저도 예전에 올린 기억이있네요…^^

  4. 데레사

    2016년 9월 2일 at 2:54 오후

    이 시, 정말 마음에 들죠?
    간결하면서도 그 속에 의미가 다 녹아있는…

    주말, 잘 보내세요.
    손녀는 언제 가요?

  5. 나의 정원

    2016년 9월 2일 at 4:52 오후

    시가 이 계절에 어울리는군요.
    갑자기 대추가 먹고 싶어집니다.^^

    • 데레사

      2016년 9월 2일 at 5:34 오후

      이 시 참좋아요.
      간결하면서 잘 표현했죠.

  6. 산고수장

    2016년 9월 4일 at 2:34 오전

    많은 대추를 영글게 하는 대추나무
    참 복스럽습니다.
    세상살이를 알게하는 것같은 대추한알,
    참 좋네요.
    빠른 회복 바랍니다.

    • 데레사

      2016년 9월 4일 at 3:24 오전

      대추가 맛도 들고 무엇보다 많이 열렸어요.
      우리 아파트에 열그루쯤 있는데 나무마다
      가지가 휘어지게 대추가 달렸어요.

  7. 바위

    2016년 9월 5일 at 1:15 오전

    제가 사는 아파트에도 대추나무가 있습니다.
    지나가다 보면 열매가 제법 튼실합니다.
    이 나무는 아내가 아파트부녀회 회장할 때 옮겨 심었다고 아직도 자랑입니다.

    오랜먼에 들렀습니다.
    더위도 끝났으니 이젠 저도 글을 올려야 되겠지요.
    건강하십시오.

    • 데레사

      2016년 9월 5일 at 7:55 오전

      고맙습니다.

      대추가 맛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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