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올 해는 초 간단 차례를 지내다

결혼하고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지내왔던  추석 차례를

올 해는  아주 간단하게  지내 버리고  말았다.

돌아가신  애들 아빠의 고향이  마산이라  멀기도 하지만

한분 뿐이셨던  누님도  돌아가신지 오래되고  그 누님의

아들인  조카도  자기들  추석지내기에  바빠  서울까지

외갓집  차례는  와 볼수도  없으니   그저   여기  있는  딸과

사위,  손녀,  그리고   아들…  이렇게  합쳐봐야  다섯식구이니

음식장만을  많이 안해도  되긴  했다.

 

그러나  차례음식이란게  어디 그런가  말이다.

전에 나물에 탕국에  떡에….  갖출건  다 갖추어야  되니

힘들긴  했었다.

일년에  기제사 세번,  명절  두번,   다섯번의   행사가  뭐그리

힘드느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쯤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나 죽고  없어졌을 때  딸이 많이 힘들것  같아서

큰  결단을  내리고  말았다.

 

우리들  세대야  제사 지내는걸  당연한걸로  받아 들였고

솔직히  큰  불평없이  정성껏  음식장만을  해 왔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게 아니다.  명절 끝에  부부간의 이혼도

많고   한국의 풍습이란게  여자들만  죽어나는  명절이라

제사를  1년에  한번으로 합쳐서  지내는 집도  많아졌고

아니면   아예  자기들의  종교행사에  맡겨 버리는  집도

많아진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집도  결단을  내렸다.  이미  돌아가신지

반세기가  넘는   시아버님,  시어머님,  즉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는   지내지  말고,   너희들의

아버지는  제삿날   간단한  음식준비 해서  산소나  다녀오고

대신  명절에는   우리도  먹어야 하니까  기왕에  만들어진

음식,  앞에놓고  큰 절이나  올리고  먹자고.

 

물론  아이들이 반대할 리야  없다.

아들은  장가를  안 갔으니  아무  할 말이 없고   딸은

혼자서  그 감당을  다 하던걸  안하게 되었으니  좋아할수밖에.

 

내가  허리가 아프지 않을때는  그까짓  음식쯤이야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잘 해왔는데  내가  이런 몸이 되고 보니

딸만  불러서  시키기가  이제는  너무  미안하고 면목이 없다.

 

사람들이  몸이 아픈 사람이  있으면  제사는  안지내도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예  외면해 버리기에는  뭔가  마음이 편칠

않다.  그래서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왜 이리  마음이  불편하고  죄스러운지 모르겠다.

평소의  반 정도의  음식을  차려놓고   간단하게   절 한번

하고  기도하고……

산 사람의 횡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부디  조상님들께서  굽어 봐  주셨으면 ~~

 

 

 

 

12 Comments

  1. 참나무.

    2016년 9월 15일 at 5:38 오후

    이런 의견도 있네요
    친구가 보내줘서…
    한가하실 때 한 번 읽어보셨으면
    *
    https://www.hankookilbo.com/v/5b474dcd026a4e23b47aba7274c36ac9
    *

    • 데레사

      2016년 9월 15일 at 8:11 오후

      잘 읽어 봤어요.
      많은 위안이 됩니다.

  2. 지나

    2016년 9월 15일 at 10:08 오후

    어릴때는 제사 모시는 날이 축제의 날 같았습니다
    삼촌,숙모,사촌들이 모여서 식사를 같이 하고…
    늦게까지 안자고 사촌들과 놀아도 되고…

    저의 소울푸드는 제사음식 이거든요,

    올해에도 우리성당에서는 합동 차례 미사를 올렸습니다

    많은 교우가 합동차례를 모셨습니다

    • 데레사

      2016년 9월 15일 at 10:20 오후

      앞으로 한국의 성당에서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위령미사를 지내긴 하는데 많이 허전해요.
      한번 교우들과 진지한 의논을 해봐야 겠습니다.

      송편드셨는지요?

  3. cecilia

    2016년 9월 16일 at 3:59 오전

    데레사님, 추석 잘 지내셨죠? 인사가 늦었습니다.
    명절이 있어서 가끔 들뜬 느낌을 갖는 것, 어떤의미에서는
    삶의 무료함을 잊어버리게 하는 장점도 있는게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 데레사

      2016년 9월 16일 at 4:43 오전

      물론이지요.
      그렇긴 하지만 몸이 아플때는 힘들고 또 아직까지는 여자들의
      희생이 많이 강요되기 때문에 형식적인것은 없애고 즐기는 날로
      바뀌어야 한다는게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에요.

  4. 김 수남

    2016년 9월 16일 at 1:27 오후

    네,간단히지만 추석 잘 보내신 소식 감사합니다.집안 어른이 선택하셔야 될 일인데 잘 결정하셨습니다.가족이 함께 모여 즐겁고 행복한 것이 명절이니까요.이 가을엔 더욱 건강이 나아지실 것이 기대됩니다.감사합니다.

    • 데레사

      2016년 9월 16일 at 4:25 오후

      이번에는 초간단으로 했는데도 몸살을
      앓게되네요.
      한국시람들의 명절 보내기가 쉽지는 않아요.
      설에는 더 가단히 할려고요.

  5. 無頂

    2016년 9월 17일 at 9:40 오전

    잘 하셨어요.
    어른들이 그렇게 정리해서 물려 주면 자식들이 마음이 편해져요.
    一切唯心造 란 말처럼 생각하기 나름인것 같아요.
    저희도 제사 문화를 하나한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어요.

    • 데레사

      2016년 9월 17일 at 1:03 오후

      아무래도 제가 정리해야 할것 같아서요.
      저 잘했지요?

  6. 나의정원

    2016년 9월 17일 at 3:05 오후

    추석은 잘 보내셨는지요?
    집 안 어른으로서 큰 결정을 내리셨군요.
    저의 집 안도 할머니 돌아가신 후 바로 큰어머니께서 성당에서 지내는 것으로 결정하셨어요. 당신 세대야 어차피 어른 모시고 살다보니 익숙한 일들이었지만 며느리에게까지 이어가게 하고 싶지 않으셨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추석 때는 가족들이 모이게 되니 음식을 조금 하게 되는 경우지만 연이어 제사가 있는지라 이때는 납골당에 가서 간단히 음식 가져가 지내고 오는 것으로 한 지 두 해가 됩니다.
    앞으로 갈수록 후손들의 차례나 제사의식도 시대에 맞춰 변하지 않을까도 싶은데, 마음가짐의 정성이 중요한 것이니 조상님들도 이해해 주시겠죠.

    • 데레사

      2016년 9월 17일 at 7:36 오후

      잘 하셨네요.
      저는 이제사 결심을 했거든요.
      설에는 더 간단히 하고 성당 합동미사로
      대신할려고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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