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을 담은 한봉지의 사과말랭이

일년만의  만남이다.

작년  년말에   모여서  밥 같이  먹고는   서로   바쁘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

살기도 하다 보니   함께  모인다는게  쉽지가  않았다.

나의  마지막  근무지였던   구로경찰서에서  나를  도와   일했던  여섯명의

서무팀들과의   인연이  20년이  가까워오는  지금까지  이어져,  집안

대소사가  있을때나   아니면   보고 싶을때  연락해서  만나곤  하는데

올해는  어쩌다  보니  첫 만남이자  마지막  만남이 된것이다.

 

세명은  이미 퇴직을  했다.  그리고  세 명은   각자   다른곳에서  현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막내가  마흔일곱이다.

그때의  이 계장은   고향인  평택으로 내려가  심심풀이로  농사를  짓고

있고   윤 반장  역시  고향인  문경으로  내려 가   농사를  짓고  있다.

이  두사람 덕에  김장배추며  된장이며   푸성귀나  잡곡들을  심심찮게

얻어 먹고  있는데   어제는   문경으로  내려간  윤반장이   그곳의

유명한  팔영사과로   사과말랭이를  만들어  와서  한봉지씩  나누어 주었다.

 

가말린2

세상에   여섯사람에게   다 나누어 줄려고   사과를  몇개를  깎았을까?

모든  말랭이가   깎아서  썰때  힘들지만  말려보면  정말   허무할 정도로

얼마 안되는데  저걸  나눠 줄려고  고생을  꽤  했을것  같다.

 

가말린1

우리는   구로동의   마포갈비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그 시절의  구로에

대해서  얘기들을  했다.   소박했고  인정 넘치는  주민들이  살던 곳,

내가  밤늦게  순시를  돌면   김치도  담궈다  주고   도시락도  싸다 주던

그  주민들이  살던  동네가  이제는   중국동네로  변해  버렸다.

 

대림역에서  부터   구로시장이  있는   곳을  지나   가리봉동  까지   완전히

조선족촌이  되어 버렸다고,   그래서  막내는  근무가  쉽지가  않다고 한다.

여섯중  막내만  아직도  구로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간판들이  대부분  중국어로  바뀌어  있어서  중국의  어느  거리를   걷고

있는것  같기도  해서  많이  낯설다.

 

가말린3

 

세월은  나를  팔십을  바라보는   상 할머니로  만들어 버렸지만    이곳에  오니

역동적으로 일했던  그때  그시절로  되돌아 온듯 하다.

구로경찰서에서  2년정도  근무했지만  맡은 일이  생활안전이라   골목마다

안 돌아 다녔던 곳이  없었던  지역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낯설기만 하다.

중국어 간판에   중국풍의  상품들…..

 

경찰은  인사이동이  잦은  직장이다.  승진할 때  마다  근무지가  바뀌기

때문에   많은 곳에서  근무를  했었지만   특히   이곳이  더  정이 가고

그리운것은   이곳에서  퇴직을  했기  때문이다.   퇴임사를  하면서  울어

버렸던  일도  기억에  생생하고    신분증과  정복을  반납하면서

힘들었던   일에서  해방된다고   좋아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윤반장이  가져 온  저 사과말랭이를  다  먹는 동안   나는  또   지난날의

회상에  빠지겠지….

“고마워요.   잘 먹을께요.”

 

6 Comments

  1. 초아

    2017년 12월 16일 at 5:53 오전

    올해는 첫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 되었네요.
    내년엔 자주 만나셔요.
    좋은 사람과 함께 한다는 건 곧 행복이니까요.
    읽으며 저도 행복해집니다.^^

    • 데레사

      2017년 12월 16일 at 8:00 오전

      서로 떨어져 있으니 마음은 가득한데
      힘드네요.
      그래도 일이 있을때는 만나는데 올 해는
      큰일도 없었거든요.
      고마워요.

  2. 산고수장

    2017년 12월 18일 at 8:20 오후

    정말 정겨운분에게 받으셨군요.
    저 사과말랭이 정성이 얼마나많이 들었는거지요.
    저도 아내와 무며 가지말랭이를 해보았는데 낑낑거리고
    사왔는것이 설고 말리고 하는데 그공이 많이들고
    다 마르고나면 너무 서글프더군요.
    일찍부터 봉사하는곳에서 사셨어서 지금 조블에서도
    남다르셨군요.
    건강 유념하세요.

    • 데레사

      2017년 12월 18일 at 10:29 오후

      맞습니다. 마르고나면 허무할 정도로 양이
      얼마 안되지요.
      그러니 저 정성이 더 고마운 겁니다.
      추운날씨에 건강 유의 하십시요.

  3. 김 수남

    2017년 12월 20일 at 1:35 오전

    네,멋진 여경의 섬기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저의 여고 동창도 경찰인데 지금도 충실하게 일하고 있을 친구 모습이 그려집니다.말린 사과 1봉지 안에 담긴 그 분의 정성과 사랑이 전해옵니다.저도 사과 너무 좋아하고 사과 먹으면서 자랐기에 지금도 사과를 볼 때마다
    남다른 감회로 가슴 뭉클해집니다.특히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그 사과 가운데 가득 전해 오기에 항상 저에겐 특별하고 소중한 과일입니다.늘 건강하세요.

    • 데레사

      2017년 12월 20일 at 7:37 오전

      경북은 사과밭이 많아요.
      우리 경주에도 사과밭이 많아서
      사과는 많이 먹고 자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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