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내리고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하루종일  내린다.

가을이 떠나가고  겨울이  찾아오는  길목,  이제는 김장걱정도

내려놓았고 집안일에서도 해방된 민족이지만 날씨가 추워진다는건

반갑지  않다.

몇년전 부터  겨울이되면  거의  집안에  갇히다시피  살아오고

있는 일상이 지겹기도  하고 빙판에 미끄러지지 않고   겨울을 나야할

일도  신경이  쓰인다.

 

비오는날1

우리동네  풍경이다.   비가 내리니 거리에 사람이 없다.

오른쪽  끝에 우산을 쓰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은 그곳이

초등학교 앞이라  아이들에게  줄  우산을 가지고 온  엄마들이다.

 

비오는날2

어릴적에는  저 노오란 은행잎을  깨끗이펴서  책갈피에다

꽃기를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잘못 밟아서  넘어질까봐

피해서  다닌다.    늙는다는건  사람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드네.

 

비오는날3

문화센터 교실앞에  어느새  크리스마스 트리가 놓였다.

아직  불을  켜지는  않았지만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니

어느새  이 해도  다  가는구나   하는  회한에  젖게 된다.

 

비오는날4

 

비오는날5

 

12월 20일이 팔순생일이다.    아이들이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나는  잔치같은건  싫으니까   우리 가족끼리  식사나  좀  좋은데서

하자고  얘기했다.    식구래야  큰딸네 3명,  작은딸네 5명,   아들과  나,

열명이고  조카들을  불러도  스무명이  채  안된다.

그냥  함께  밥 먹고   얘기나  하다  헤어지자고  했다.   회갑과  칠순때만  해도

여행을  갔었는데  이제는   비행기타는게  힘들어서  여행도  못 간다.

 

그리고  내 친구들이나   친한 이웃들에게는  팀 별로   밥 한번씩 사는걸로

팔십까지  살게 해준데 대한  감사를  표할려고  한다.

 

우물쭈물하다  이렇게 되었다는  어느 사람의  묘비명처럼  나도  우물쭈물하다

보니  여든할매가  되었다.   마음만은  아직도  장미꽃밭이라고,   미국식으로

따지면  아직도  78세라고  아무리  우겨봤자   어거지일뿐이다.  ㅎㅎ

 

몇년전 부터  정리모드로  들어갔다.   일기장을  없앴고   주고 받은  편지들을

없앴다.   사진은  정리를  하는 중이고.

 

얼마전 생애 마지막  인터뷰를 한  이어령  선생님이  마지막멘트롤

쫄지마라고  하셨는데  나도  나이 먹었다고  쫄지말고  살아야지…..

 

2 Comments

  1. 나의 정원

    2019년 11월 24일 at 4:43 오후

    암요~~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데레사 님을 보고 많이 느낍니다.
    어제 방송을 보니 가수 유열의 어머님이 곧 100세가 되신다네요.
    소녀 감성을 그대로 지니고 계신다고 하던데, 지금처럼만 생활하신다면 더욱 젊어지시리라 생각합니다.

    • 데레사

      2019년 11월 25일 at 7:30 오전

      고맙습니다.
      마음만은 아직도 청춘이라서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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