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가을에게

가을이 떠나간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내려가니  나무들이

이파리들을  떨구기 시작한다.

산책길에서 만난  낙엽들을  보면서  연인을  떠나보내는 심정으로

가을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을 느낀다.

 

낙엽1

 

우리아파트 마당이다,   나무잎들이  참 많이도 떨어졌다.

이제는  낙엽을  밟으며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발자국 소리가” ……

꾸루몽의  시도  외우기 싫다.

 

나이먹고  몸이 조금씩  아파지니까  더욱  저 낙엽들을  보는  마음이 슬퍼진다.

나도 머지않아  저 모양이 되려니….

 

낙엽2

    요즘은 공공근로로  일하는 사람들이 하루종일  나무잎들을  쓸어내니까

길에는  많이 떨어져 있지  않다.   갑자기 내려 간  기온으로  지레 겁 먹었을까

사람들이  없다.

 

낙엽3

 

하늘은 쨍소리가 날듯 맑다.   애국가에 나오는  공활한  하늘이다.

 

낙엽4

 

 

낙엽5

 

 

낙엽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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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7

 

예쁜  단풍잎들을  줏어  책갈피에 끼워넣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특히 은행잎을  좋아했었지.

은행잎을  책갈피에  끼워 놓고  한참 지나면  그 은행잎이  말라서 바스락

거린다.  그러면  행여라도 찢어질라 조심조심  만져보던  유년의  나를

소환해 본다.

 

공부말고는  아무것도  잘 하는게  없었던  나, 엄마는  달리기를  잘해서

공책이나  연필을 상으로 받아오는  옆집 길순이를  부러워하면서 “너는 왜

종잇장만  받아 오느냐” 고  했었다.  그 종잇장이  상장이었다.

전쟁의 한 가운데, 물자가  부족하던 시대의  나의 유년시절,  밤 늦게 공부하면

전기 아깝다고 빨리 자라고 하시던 부모님,  도시락을  못 싸오고  점심을 굶는

아이들이 태반이던  교실,  경주의 최부잣집 따님이셨던  우리 선생님은

찐빵을  사다가  그런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셨는데  그  최선생님  지금도

생존 해 계실까?

 

끝나가는  가을앞에서  나는  또  센티멘탈해 진다.

 

낙엽8

 

 

낙엽9

    국문학을  전공했었다.  학보에 단편이 몇편 실리면서,  교수님의 칭찬을 듣고

소설가의 꿈을 꾸던 시절도  있었는데  전공과는 너무나도 다른  직업으로

40년을  살았다.   전공과  다른 직업이라고 해서 그 직업이  적성에  안맞는건

아니었고  나는  내 직업을  좋아하고  사랑했었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도  그 직업으로 살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한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소설가가 되겠다던 꿈은  이렇게  블로그질이나  하는 정도로  되어 버렸다.

 

낙엽10

 

날이 밝으면  모처럼  친구들과  만난다.

서울에 살고 있는 부산의 여고동창들,  이 해가 가기전에  마스크로 가려진

반쪽얼굴이라도 한번 보자고  용기들을  냈다.

11시에 만나서 다른사람들  안 오는 시간에 밥 먹고,  그  식당앞  소공원에서

안부라도 묻고 헤어지자는 소박한 마음들이다.

 

낙엽11

 

 

 

앞으로  몇번의 가을을  더 맞이할 수 있을까?

몇번이나 김장을  더 담글수 있을까?

팔순이라고  나라밖에  있는 자식과 손주들까지  다  돌아와서  함께

밥 먹고  사진찍고  한 날이 어제같은데  어느새 일년이  지났다.

하루는 지루해도 한 해는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떠나가는 가을에게  별 푸념을  다 늘어놓았나 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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