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선물

생일선물

"벤조야,이돈은꼭너만을위해써라.."
미국에온지5년째되던해,친정어머니는생일선물로1000불을보내주시면서특별히당부하셨다.

어머니의뜻은잘알겠으나,

아이들셋딸린가난한유학생아내가자기만위해서돈천불을쓴다는것은무척힘든숙제였다.

그래서숙제를안한채그냥책상서랍에넣어두었다.

어느날,교회에서남편이어떤여자집사와이야기를하고있는데,

보니까그웃는표정이너무환했다.

나는그의행복한얼굴에쇼크를받아다음날당장그돈을들고

남편이다니는대학의IntensiveEnglish에등록을해버렸다.

1000불이면그영어과정에두번등록금을낼수있었다.
두학기동안제일높은레벨까지끝내고,토플보고,운좋게점수가잘나와

무슨공부를할까망설이다가신학대학원에등록했다.

그후로도남편의유학생활은5년이상이어졌지만,

그러나생일선물로시작한나의학업이

그힘들고고통스러웠던시절의나를지탱하는버팀목이되어주었다.
그리고신학교에다니면서나는하나님의부양가족(dependent)이되어버렸는데,

그사실은당시나,지금이나,앞으로도,

세상을겁내지않고배짱좋게살아갈수있는큰빽이될것이다.

"아무도따라잡을수없는우리엄마….엄마는나의롤모델이예요"
큰딸이한글로정성껏쓴과분한찬사의생일카드,
남편이수줍게사들고온장미꽃다발,
("ShallWeDance?"에서리처드기어가장미한송이들고에스컬레이터위로나타나는

그장면을상상해보시라.)
작은딸이수없이고민하다사온여왕마마같은귀걸이,
그리고작년생일날,아들이내책상에놓아둔하얀봉투.

이것들모두다귀하고귀해서결코잊을수없는선물이지만,

그중에서도가장의미있는선물이라면

그때내어머니가주셨던등록금이아닐까생각한다.

그선물에는,’너를돌아보라’는메시지가들어있었다.
그선물에는,40이훌쩍넘어버린딸이지만맑고곱던어린시절을기억해주는

어머니의애타는마음이들어있었다.
그선물에는,가정주부란어떤경우에도’행복하고아름답게’보여야한다는

남성위주사회의불문율이들어있었다.

그래서,
나는자신을돌아보고
어머니의변함없는기대에감사해눈물지으며
한가정의밝고명랑한주부가되기로다짐했었다.

이번생일엔뭘해줄까?딸이묻는다.
"월남국수와월남돌솥밥먹으러가자."
"그게다야?"
"그래.국수도먹고돌솥밥도시켜먹을꺼야."
치매걸린할머니처럼으시댄다.

월남식당에가면나는국수,남편은돌솥밥인데이게꼭짜장면과짬뽕같아서

내꺼시켜놓고항상남편것이먹고싶었었다.
그래서내생일날은국수와밥둘다시켜먹을꺼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