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
셋째아이를임신했을때,시누이와남동생이함께대학졸업을했다.
시누이의졸업식끝나고한식집에가서우리는갈비탕,육계장,비빔밥등을시켰는데,
옆자리에서는불고기를시켜지글지글냄새를피우며먹고있었다.그냄새란…정말죽여주었다.
그렇지만우리가돈을내야하는처지라꾹꾹참고,며칠후있을남동생졸업식만기다렸다.
남동생졸업식에는불고기를잔뜩시켰다.계산은부모님이하실테니까.
그런데별맛이없었다.일주일전옆자리에서났던그냄새가전혀아니었다.
친정부모님은"그렇게먹고싶다고하더니왜안먹느냐?"자꾸물으셨는데,정말눈물이날것같았다.
며느리인나는불고기구울때흘러나오는국물에김치지진것밖에는먹을수없었다.
계란후라이도남자들만주던시절이라서불고기국물에밥을비벼먹는것도감지덕지꿀맛이었는데,
그래서조금밖에없는불고기국물에김치만꾸역꾸역집어넣어김치쪽을고기삼아먹었었다.
그게1970년대후반이니까약30년전이다.
지금미국소고기를실컷먹을수있는처지가되었어도
그때그불고기국물에지진김치조각맛은잊을수없다.지금은결코그맛이안난다.
*갈비
추석이라고회사직원이갈비두짝을우리집에가져다놓고갔다.
하나는근처에사는다른직원것인데,그집에아무도없다고우리집에맡겼다.
생전처음받아보는갈비짝이라서흥분도되고걱정도되었다.
당시우리집냉장고는그갈비를넣어둘냉동실이없는작은것이었기때문이다.
할수없이우리것만삶아서놓고다음날다른갈비임자집엘갔더니문이닫혀있었다.
결국추석이다지날때까지그집과는연락이안되어내작은냉장고에그집갈비를넣고
내것은다밖에다꺼내놓았는데,핏물이줄줄흐르는그갈비가원수같았다.
다른갈비의주인은추석연휴가끝난후찾으러왔는데자기갈비짝을발로툭툭차면서
"아니,갈비를이렇게두면어떻게해요?갈비가뭔지모르세요?"했다.
눈물이쏙빠지게서러워서나중에남편에게하소연을하니
"걔가,잘사는집얘야,아버지가장관이래.그러니까뭘알겠냐?"
그때도장관집자제분은우리같은서민들의고충을전혀몰랐다.
*고기뷔페
버지니아의아난데일에있는한식뷔페집에갔다.
이런식당에가면종류가너무많아계획을잘세워야한다.배안부르고맛있는것부터먹기,
집에서잘못해먹는것부터먹기,밥과국은안먹기…머리를막굴렸다.
한참먹고있는데,같이갔던사촌동생이
"하아참,누이많이도먹네."
깜짝놀라서내그릇을보니파무침과고기볶은것이있었는데,사실고기는그게처음먹는거였다.
아무리고기가흔한미국이라지만그래도고기를먹어야끝낼것같기에가져다놓은것이다.
*배터지게고기먹어본기억
고기빼놓고다른음식으로만손님대접하려면머리가아주복잡하다.손도많이가고돈도많이든다.
미국에와서는고기가흔하니까고기로손님대접하기가쉬운데,
지져먹고볶아먹고,바비큐해먹고,햄버거,소세지,족발도해먹는다.
우리가못살때는생일날이나겨우소고기국얻어먹고,사위가오면닭한마리잡고,
잔치에는돼지를잡았다.시골내남편동네이야기다.서울에산의사딸인나도소고기를배터지게먹었던
기억은한번도없다.닭도리탕,탕수육등은가끔씩먹었지만.
작년,한국에가서아들이사는용산외인주택에서바비큐파티를했다.
뉴욕스트립,구운감자에양상추,소세지등모두미제로친척들을대접했는데다들좋아했다.
친정어머니는"맛있는스테이크를먹어서인지다리에힘이불끈불끈생겨잘걸을수있다"고하시기에
"돈뒀다뭐하세요,고기사잡수세요."하며놀렸었다.
내아들돼지는그이후로몇번이나더바비큐파티를했는데,너무인기가좋아한국을떠나기전
한번더하라고해서송별바비큐파티를다음달에하기로했다고한다.
내가광우병걱정을하자,
"내집은미국땅이라서괜찮데요.한국땅으로나가면안되구요."
흐음.말이되는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