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역군이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1)

수출역군이아내에게쓰는편지(1)

1978년10월21일

진경에게
집떠난지10여일이되었구려.
오늘일요일,한가한덕분에몇자적을까하오.
집안은별일없는지?아이들모두잘있는지?

서울출발한뒤,홍콩에서5시간정도기다리다타이항공으로바꾸어타고방콕에서두시간기다리다

KLM(화란항공)으로갈아타고두바이에15일새벽에도착했다오.
동남아일대는태풍과홍수때문에엄청난수재민이난모양이더군.

두바이와아부다비에서일을보고
17일아침에아부다비에서아디스아바바행EthiopiaAirline을타려고
새벽3시에나갔다가꼼짝없이당하고말았소.왜냐구요?
두바이나아부다비는모두UAE국가이지만아직완전한통합국가가아니기때문에
두바이공항으로입국한사람은두바이공항으로만출국해야한다는사실을깜빡한거요.
그래서아부다비공항에서출국정지를시키는데,
다음비행기는4일뒤에출발이라부득이코스를바꾸었다오.

택시로새벽길을2시간달려두바이로돌아와
카이로행표를끊으니무려450불이나더들었다오.

바레인에서잠깐쉰다고하더니,이비행기(GulfAir)가원래거지같은비행기라
무려8시간을기다렸다오.
지난번출장때도카이로-두바이간에이비행기를탔다가혼이난적이있소만
좌우간비행기는일류구라파비행기를타야연발착이없는법인데.

카이로에서는회사사무실옆에겨우호텔을하나잡았소.(새벽1시에도착해서죽기다리다

새벽5시에겨우방을하나얻었지.카이로는호텔얻기가하늘에별따기라나?)

오후에할일도없고해서혼자피라밋과스핑크스구경을갔다오.
시간이늦어서피라밋내부는들어가보지못하고겨우주위만구경했다오.
낙타를타고그일대를한바퀴돌고난뒤사진좀찍고
당신을위해이집트고유의상을한벌샀으니기대해보시라.

다음날새벽에아디스아바바에도착했오.
이곳은정치적으로소련과쿠바의지배하에있던곳이라그렇게분위기가좋지는않으나
지난번방문때보다는거리에활기가생긴것같아요.

이호텔옆에중국음식점이있는데맛이좋아식사는큰불편이없다오.
한국인이가면꼭양배추김치를준다오.(여기서는배추김치는구경할수가없고.)

어제는한국대사댁에가서상추와쑥갓쌈을먹었고오랜만에한국음식을포식했지.
기후는좋으나고산지대여서산소가적어호홉하기가좀불편하오.

이달말에여기를떠나두바이에서1박,방콕에서2박정도하고
11월에귀국할예정으로있으나여기일에따라귀국일자가달라질것같소.

나는몸건강히있으니염려말고집안에별일없이잘지내도록부탁하오.
그럼또.

아디스아바바에서10월22일(일)
진경부영어사인

보충설명:11월에귀국한다던사람이해를넘겨도귀국을못하고편지만계속보냈다.
처음에는기행문같던편지가점차진짜편지로변해갔다.
어떤때는시도써서보내고,보고싶다는말도슬슬나오기시작했다.
진경이는큰딸이름이다.
결혼한지3년밖에안되었는데,벌써영감처럼편지를쓰고있다.
그리고편지끝에꼭자기사인을갈겨썼다.뭐땜에?

"수출역군편지2"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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