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역군이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2)

수출역군이아내에게보내는편지(2)

1979년5월2일

여보,그간별고없소?집안모두평안하고?
요즈음내가자주편지를쓰는편인것같소.
저녁으로할일이없어당신한테이렇게편지나쓰고그리고또술이나마시고,
그리고나도모르게눈이감겨버린다오.
이거출장을자주다니면아무래도술주정뱅이가되려나보오.
그러나한병만먹으면딱좋고두병마시면숨이가빠진다오.

오늘나이로비에서아디스아바바로들어왔오.
아무래도여기서한열흘은걸릴것같구려.당신말이야,요새저녁마다혼자술타령하는거아냐?

그러면못써요.나없을때부지런히책이나읽어두는게좋아.

며칠전나이로비에서일식이먹고싶어일본식당아까사끼에가서스끼야끼를하나시켜먹었는데

음식맛은좋더군.그런데구석에혼자앉아먹으려니이게기분이말씀이아니드라이거야.
아디스아바바에는일본인들이거의없는데,나이로비에는무척많아요.신혼여행까지오는모양이더구만.

쪽바리(아니정중히일본인이라해야겠지)들이막떠들고지들멋대로야.
그런데내앞에일본인젊은부부(20대후반쯤)가앉아담소하며맛있게음식을먹는데거보기좋더구만.

현지주재원같기도하고.
내가귀국하면스끼야끼를한번당신한테사줄까하고생각했지.

이곳동부아프리카기후는섭시10-22도정도야.따라서아침저녁으로는선선해.
짧은팔와이샤쓰를전연입을수가없어.그래서이곳에서두꺼운세타를하나사서저녁으로입고있어.

오늘오랜만에서울에서온신문들을보니굉장하더구만.
각종물가대폭인상,율산사태,기업들의부도사태,라이온스호텔화재등등.
그리고잠실5단지에수협에서월.수.토.에수산시장을연다면서?
좌우간대중은물가고,기업은자금난으로심각하구만.
해외지사로좀나갔다오던지해야지원.그런데해외물가도많이오르고있는것같구만.

빨리집에가서당신이끊여준된장찌개나먹고싶구만.

잘자요.또썰께.

1979.5.2.10:00본인영어사인

보충설명:처음편지서두에는아이이름"진경"을쓰더니,이제는"여보"가되었다.
그때까지집에서는여보라고부르지못하고’어이’라던가진경아라고불렀는데,
하루는"내가일식집조바야,어이는무슨!"했더니뚝그쳤다.

경상도사람이라편지를"쓴다"하지않고"썬다"고한다.

나도답장을여러번했는데,못받았다고하고그도편지를많이썼는데다안들어온것을보면
혹시북한으로간것이아닐까의심했었다.
본인말로는영화감상문편지도보냈고,시도많이보냈다는데,

내가받은것은맨기행문아니면물가걱정,시누이등록금걱정같은거였다.

러브레터는김일성이다가로챘나보다.

앞의편지가1978년10월,뒤의편지가1979년5월이니까거기서귀국도못하고

여섯달넘게있었던것이다.내가알기로는외상값을못받아서라는것같았는데…
지금읽어보니,1979년에일들이많았다.
그해10월에박통이갔는데,그때는서울에돌아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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