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쓰는 구식 편지
BY 벤조 ON 1. 1, 2009
엄마,안녕하셨어요?
여기는밤새도록불꽃놀이를해서시끄러워요.지금새벽세시가넘었는데도…
이곳사람들은이렇게망년회를하고,신정연휴에는가게가다문을닫는다고해서,
어제는먹을것을사러시장엘갔었습니다.여기는아직도재래식시장이많아요.
저희가사는동네는서울로치면옛날한남동쯤될까요?변두리이지만아주변두리는아니고…
5층짜리아파트가많이들어선동네입니다.
진경아빠학교는바로옆,5분걸으면됩니다.꼭고등학교건물같아요.
여기는대부분대학이캠퍼스가없다고합니다.
그러나이학교는모든과목강의를다영어로한대요.
저희는작년에지은고층아파트에사는데,겉으로는멋진데부엌이나목욕탕시설들이조잡합니다.
그래도더운물도잘나오고,난방도잘되어서전혀불편함은없습니다.
진경이낳고13평연탄아파트에살때,중앙난방되는규희네집에놀러가서눈치보며더운물로기저귀빨던
생각이납니다.그더운물이얼마나부러웠던지…
그때에비하면지금은호화판이지요.코딱지만한세탁기까지있으니까요.
중국연변에처음갔을때도수돗물이하루에세번밖에안나왔으니까,여기는정말편한거예요.
하긴,월세를900불이나내긴하지만요.
진경아빠는자기가가르치는카작학생과이미시장엘가봐서,이번엔제가졸졸따라다녔습니다.
여기말도모르고,돈계산도못해서요.진경아빠도말은못하지만돈셈은할줄알거든요.
그래도아직얼마냐고묻는말도,얼마라고하는말도알아듣지못해
계산기를가르키며쳐서보여달라고한답니다.
그래서정찰제수퍼에가는것이좋은데,거기에는부추나파와같은채소가없지요.
물가가아주높아요.식료품값은미국과비슷합니다.
여기도중국산이판을치는지라,사먹으면서도찜찜합니다.
여기사람들도중국것은싫어하는지우즈베키스탄에서온것이라고하며팝니다.
원래우즈벡이중앙아시아에서는농사를제일많이짓는다고해요.
부지런한고려인이벼농사를지어성공했다고합니다.
"달기(닭)벼슬"맛있다고사라고해서보니까,
이가게주인이고려인이었어요.김밥도있고.걱정마세요,안사먹었어요.
시장에가면대부분고려인이꽉잡고있다는데,워낙부지런하고똑똑해서
다른분야에서도두각을나타내어소수종족이지만성공한사람이많다고합니다.
처음와서는한국가게에가서밥솥과쌀,밥상을사고,
시내에있는큰시장(남대문시장같은)에가서채소사고,
그다음에는큰수퍼마켓에가서식용유,빵등을샀습니다.
요즘은아파트앞구멍가게에서감자와양파같은채소를조금씩사먹습니다.
전기제품은미국과전기가맞지않아여섯달쓰면다버리고가야하기에안사는것이최선입니다.
수돗물은석회가많아못마시고,밥이나국도병물을사서해먹습니다.
진경아빠가매일저녁마다5리터짜리한병씩사들고오는데어떤때는그것이모자라요.
정수기가너무비싸고,또효과가있을지도의문이라서그냥병물을사먹기로했습니다.
저희는아침마다한시간쯤걷습니다.
눈길이라운동이더되는것같아요.
여기는바람이안불어날씨가영하로내려가도그다지추운줄모릅니다.그러나영하10도이하로내려가면
조심해야한다고합니다.추운줄모르는사이에다얼어버리니까요.
그래서털모자를하나샀습니다.미국에서목도리와모자세트를가져왔는데,
오자마자모자를택시에두고내려잃어버렸습니다.그래서비슷한색깔의모자를하나샀어요.
발끝까지내려오는오리털코트도하나사입고왔는데,마치오리털담요를감고다니는것같아요.
이걸어떻게입나…하니까,아이들이멋있고따듯할터이니가져가라고해서싸가지고왔는데,
여기서는모두그런걸입고다니더라구요.
대부분시커먼색들을입었는데,제것은은색이라서눈에띄지요.
거기다진경이가입던빨강울코트도가져왔는데,빨간코트입은사람은저밖에없는것같아요.
우리가사는곳은가구포함한아파트라는데아주기본적인가구와부엌용품이있었습니다.
간단하게살자싶어살림을안사려고애쓰는데,그래도냄비와후라이판,주전자는샀습니다.
어제식칼도하나사구요.
미국에서코닝그릇세트를하나가져오느라아이들눈치를봤지요.별것다가져간다고할까봐서요.
와보니중국제그릇이많더라구요.같은중국제라도미국에서파는것보다질도나쁘고비싸고…
미국의월마트가그리웠습니다.
시장에가니생표고버섯좋은것이있어한보따리사다놓고지저먹고볶아먹고…
어제동태를사다찌개를끓여먹고,며칠전에는선교사부인이우족을사준다기에
끓일냄비도없다고했더니냄비까지사다주더군요.물론돈은드렸지만요.
그런데왜그렇게누린내가나는지…
아버지께서우족탕좋아하시던생각이나서끓였는데,아무리생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