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 꽃이 피던 오페라하우스
포터블레코드플레이어로오페라를듣던시절,

나는학교근처의단칸방에서자취를하고있었다.

그방에는작은창문이있었고,그뒤로는담장이바짝붙어있었는데,그창문과담장사이의비좁은공간으로

수세미의푸른넝쿨잎이올라가고있었다.

수세미가노오란꽃을피우던초여름이면나는오페라판을걸어놓고,라트라비아타의알프레도나

리골렛의만토바공작을기다리곤했었다.

비록답답한뒷방의작은포터블전축에서흘러나오는음악이었지만,

그것은젊은나의꿈을무한히퍼져나가게했고,인생을아름답게펼쳐주고있었다.

베르디의오페라"라트라비아타"를보았다.

지난번"리골렛"에서테너가너무못하기에"감기가들었나…"했었는데,

이번에도역시못했다.

"돈이없어잘부르는테너를못데리고오나보다."

오페라감상하러와서오페라단돈걱정까지해줘야하는내가웃기지만,

번번이함량미달의테너목소리에마음이상해서그렇게라도위로해보는것이다.

"잘하는사람도있데요.그런데,음악대학과장인가하는저분이꽉잡고앉아주인공자리를안내어

놓는다는군요.그래서현지인들은미리전화해보고저사람이나오면안간답니다."

그렇구나

1950년초,유명한소프라노마리아칼라스는

밀라노의라스칼라좌오페라극장에서"라트라비아타"의여주인공역을맡기원했다.

그러나극장총감독의거부로뜻을이루지못하고있었는데,이유는그녀가이탈리아인이아니라

그리이스인이라는것때문이었다.

우여곡절끝에마리아칼라스는주인공비올렛타역을맡아성공적으로라스칼라좌에데뷔했다.

문득그생각이나는것은,

한개인의욕심이수많은예술가와평범한애호가들까지도좌절하게하는것이아닐까해서이다.

그날저녁은여러가지짜증나는일이많았다.

테너의감질나는성량과소프라노의힘겨운고음처리를참아주며2막까지열심히듣고있었는데,

3막이열리자갑자기자동차헤드라이트같은것이쫙비치는것이었다.

죽어가는비올렛타침대옆에놓여진소품화장대거울에조명이반사된것이다.

눈을뜰수가없었다.

종합예술이라는오페라.

무대장치,의상,연기등등이다어우러져야하거늘,노래도못하면서무대까지형편없다니

무시당하는것같아부아가치밀었다.

"어디까지참아줘야하는거야!"

옛날시골영화관에서는필름이끊어지면휘파람을휙휙불어댔는데,그렇게라도야유하고싶었다.

그러나다른청중들의반응은잠잠했다.

나는프로그램으로눈을가리고소리만들었다.

거울의반사조명은막이닫히는순간까지꺼지지않았다.

차라리나는,

수세미꽃이피던그뒷방에서오페라를듣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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