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랬었구나
95년겨울,

남편과나는하루차이로미국대학을졸업했다.

그래서중국식당을빌려졸업파티를했다.그자리에서나는한마디.

"그동안저는텍사스의고속도로를수없이달렸습니다.

여러분들도잘아시다시피,고속도로에는18wheeler(바퀴가18개달린화물트럭)가얼마나많아요.

그옆을지나려면항상두려웠습니다.그바퀴속으로빨려들어갈것같아서요.

그때마다저는눈을부릅뜨고멀리1마일전방을바라보며운전을했습니다."

거기모인사람들은

저여자가뭔소리를하려는건가…’하는눈으로쳐다보고있었다.

"저의학업은이18Wheeler옆을지나가는것같았습니다.겁나는일이너무많았어요.

큰화물트럭에비해보잘것없는승용차처럼,저는미국학생들에비해부족한것이너무많았습니다.

그래도그트럭을지나쳐야했고,그럴때마다저는이를악물고멀리보자,멀리보자하면서

그두려움을이겨나갔습니다."

말을끝냈는데도,박수치는사람이하나도없었다.민망하게도

내가사는아파트근처에"메가"라는새로생긴백화점이있다.

그백화점일층에는’람스톨’이라는수퍼마켓이있는데,거기서굽는해바라기씨통밀빵이아주맛있어

아침10시문여는시간에맞추어갓구운따끈한빵을사러자주간다.

어떨때는좀일찍도착하는데,정문앞에검정양복을입은서너명의직원들이리모콘을손에쥔채

문고리를꽉잡고못들어가게한다.

지하주차장에가도,건물뒤로가도,여기저기검정양복들이어슬렁거린다.

한국영화에서보았던조폭같기도하고,말로만들었던러시아마피아같기도해서대낮인데도무섭다.

어쨌거나,

화장실이용도공짜이고,화장실에휴지와비누도있다.

그런데,

여기에도항상서너명의청소하는여자들이걸레를든채모여있다.

백화점플로어에도열걸음에한명씩걸레질하는청소부가있다.그들은마른걸레를밀고다니며우리를

구경한다.

왜이렇게쓸데없이많은사람들을고용할까?

그러다가,

피자가게에가서샐러드100그램에3천원주고사먹으며신경질을버럭낸다.

물잔뜩먹은샐러드는100그램이래야한숫갈정도밖에안되는데,아무리적게먹어도우리둘이200그램은

먹어야하고,그걸6천원주고사먹어야하기때문이다.

다시말해,

내돈의일부도할일없는직원들의급여로나가는것이다.

"전에소련연방이었을때는내일일을걱정해본적이없었습니다.

지금처럼자고나면내가해고될지도모른다는생각같은것,꿈에도해보지않았어요.

월급은적었지만직장은항상보장되었지요."

남편이가르치고있는대학직원의이야기다.

그학교도요즈음해고를시작했기때문이다.

사회주의소련연방에서독립한지17,그동안카작흐스탄은눈부신경제발전을해왔다.

새로지정된알마티경제구역에가보면길도잘뚫리고건물도멋지다.그러나갑자기불어닥친경제한파로

건물들은텅비어마치영화세트같다.

어떤사회나,공통의약속된습관이라는것이있는데,

사회주의체제하에살던사람들은’공동분배’라는습관에젖어있어서인지아직도일자리를나누어갖은것이

자연스러워보인다.비록급여가적더라도.

예를들어,

낚시터에가서송어를잡아다듬으려면,

우선무게를다는사람에게가져간다.그다음,다듬어주는사람,씻어서봉지에담는사람,그리고

돈받는사람쭉줄지어서있다.그사람들손을다거치지않고서는송어가식탁에오르지못한다.

그리고,

무게다는사람이절대로돈까지받는법이없어각자의일자리는항상보장되는것이다.

이런습관을가진사람들에게구조조정이란얼마나낯설고힘든패러다임일까

싫어도,

세상구석구석이진통을겪는다.

전쟁을하면서,경제가어려워서,정치의폭력에휘둘려서그러면서새로운패러다임을만든다.

누구나어렵고정신없는지금,이와중에도나는미래에창출되어질패러다임이보고싶다.

그러기위해서는18wheeler의거대한바퀴와같은이난국에빠져들지않고,그것을지나가는지혜가필요하다.

큰트럭에바짝붙어그바퀴만바라본다면어지러워필경그속으로빠져들어박살이날것이다.

그래서멀리보는수밖에없다.

멀리보고달리자고마음먹는다.

살아남아,

훗날지금을돌이켜보며"아하!그랬었구나."하는깨달음을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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