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나눠먹기
라면이처음나왔을때는정말맛있었다.

고소한닭고기냄새가폴폴나는게요즘애들말로환상적이었다.

엄마가그걸끓일때면,나는항상기대하길,

"나는큰딸이니까동생들보다더주시겠지."

그러나

엄마는동생들과똑같이나눠주셨다.그러면나는어린동생들을구슬리고얼러서한젓가락이라도더뺏어

먹으려다그들을울려엄마에게혼이나곤했었다.

엄마는나더러칩칩하게그러지말라고하셨다.그말이너무창피하고자존심이상했었다.

당시중학생이었던나는초등학생인동생들과라면을똑같이나누는것은불공평하다고생각했었다.

그럼에도,엄마의권위에눌려,아니면동생들이엄마에게일러바칠까봐겁나서못뺏어먹고,

호시탐탐동생들의라면그릇을노렸고,동생들은그걸지키느라불안해했다.

어느날,

엄마는라면에다감자와양파를썰어넣고물을많이부어라면국을끓이셨다.라면이퉁퉁불을때까지.

그리고한사발씩배불리먹을수있게나눠주셨다.

우리는더이상라면그릇지키느라신경쓸필요가없어졌다.질은부실하지만아무튼배는불렀기때문이다.

한사회의재산을공평하게나눈다는것은얼마나복잡하고힘이들까.

설령겉으로는평등분배에문제가없어보인다해도,그속에는수많은의심과불신이깔려있음을

라면나눠먹던기억으로추측해본다.

"미국서왔으니돈있지요?돈좀빌려주세요."

"당신,자동차두대이니한대는내가탑시다."

"넌공부했잖아.그러니네답안지좀보고쓰자."

이런뻔뻔한이야기들을여기서가끔듣는다.

누군가가그랬다.이런사람들을이해하는데는시간이필요하다고.

오랜세월동안,

"네것이내것이고,내것은내것이다"라는체제속에서살아온그들.

남보다더일할생각도,그럴필요도없었던사회구조속에서살아왔던그들.

이들을이해하는데는분명시간이걸릴것이다.

그러나시간이걸리더라도,

그들이내것과남의것을구별하고,남의것을존중하게될때까지

우리는기다리는수밖에없.신뢰를쌓아가면서

그래야,

남북통일이되었을때,내밥사발과북한동포의밥사발이같다고왜,,,난리치지않고

그럴수도있겠구나,이해할수있겠지.

난방도끊긴으시시한봄날오후,

라면을끓여먹을까생각하다,국가와민족을위해생각이멀리통일전망대까지갔다왔다.

에그,

오늘저녁에는현명했던"오마니"를생각하며퉁퉁불은라면국이나끓여먹을까?

한냄비의라면을공평하게나누기도이렇게어렵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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