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봄맞이
러시아어학원이있는아파트마당에냉이꽃이잔뜩피어있었다.

냉이가있는줄도몰랐는데꽃이피니까눈에뜨인다.비가와서땅이축축해져꽃안핀것을찾아내어

한웅큼캤다.

작년8월암진단을받고,12월카작에와서겨울을지냈다.

나의평생에아마제일의미있는겨울이었을꺼다.

"저빙판길을용케잘다녔다,그지?"

남편이민들레꽃이흐드러지게핀학원가는길을가리키며말했다.

"그래도두번밖에는안자빠졌어.다치지도않고,우리참장해."

그길을,

눈이쌓이면미끄러워서로손을꼭잡고,비가오면우산하나에매달려,

그야말로"비가오나,눈이오나"열심히다녔다.

J님이주신곡식가루와꿀을섞어보리빵에바른샌드위치.

예쁜사과는맛도착하다.후지사과맛이난다.

아픈사람답지않게살았다.

아니,아픈사람이라는것을종종잊고살았다.

카작에서는모두가다처음만나는사람들이니까,내가굳이말하지않으면환자인줄모르기에대하기가

편했다.그것이또한나를"암환자"라는두려움에서다소나마해방시켜주었다.

그래서어떤때는일부러"암환자"라는사실을기억해가며음식과노동을조절하고,위생상태를점검해야

했었다.

식사는외식을안하고적게먹으면건강식을하게되는것같다.

이곳의소와닭은방목을하기때문에누린내가나고질겨서거의육식을하지않게되었고,

생선도신선한것이없어한국서부쳐준황태나멸치,콩,두부,버섯등으로단백질을보충했다.

그리고싱겁게먹었다.

대추차와생강차,허브커피등을마셨고,미국서가져온블루베리,,피칸,그리고여기서나는아몬드를

간식으로먹었다.

우리의밥상겸책상.

사는데별로많은것이필요하지않다는것을깨달아간다.

아직도전차를타고다닌다.

이제는전차운전사가우리를기억하고,중간에서손을흔들면세워준다.

"쓰바씨바!"

남편과둘이서큰소리로고맙다고인사하고탄다.

전차는버스보다느리지만편하고쾌적하다.

일부러운동삼아몇블록씩걸어서전차타고다닌다.가끔씩차를태워주겠다는한국분들이있는데

"운동삼아전차탈래요…"라고말씀드리면모두들고개를끄덕인다.

자기들도그래야하겠는데도저히안된다며우리를오히려부러워하는눈치다.

내평생에아마도가장힘들고추운겨울일지도모르는데,

그겨울을남의일보듯,몸도마음도아프지않고잘지내게해주신것에대해감사한다.

매일아침,

내배에다내손을얹고"당신의손으로낫게해주소서,소리님,미라클님기도처럼,여러분들그리고

아픈외숙모도,미세스유도,타는불님도…다낫게해주소서…"했었다.

어린아이와같은기도를잘들어주신다고했으니까,어린아이처럼했다.

지난달받은검진에서는희망찬소식을들었지만,

이놈의암은평생함께갈웬수같은친구니까계속기도할수밖에없다.

야생튤립

눈덮인천산밑13층작은아파트에서,

나는온세상을헤메고다녔다.벤조라는이름으로.

얼굴없는,목소리없는친구를매일만나웃고울고,수다떨며살았다.

블로그.

그래서하나도외롭지않고,오히려바빳다.

내가아프건말건,

봄은여전히화사한모습으로다시찾아와,

"잘있었어?"한다.

대답대신나는,

나와봄을지으신분앞에좀더겸손하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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