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땅 시골에서의 하룻밤
소냐안가이의집에서잤다.

그녀의남편은고려인으로서좋은자리의지방공무원이었는데은퇴했다고한다.

아이들삼남매는다알마티에나가대학을졸업했고,부부만남아있었다.그래서인지,

거실의책꽂이에는조르쥬상드와헤밍웨이,미국단편소설집등이꽂혀있었다.

부엌의수동싱크대.위에는물탱크,아래는물받이통이있다.

집안은깨끗이정돈되어있었지만,밤에변소에가는것이문제였다.우선라이터를샀다.

그리고,배가아프지않기를,오줌이마렵지않기를간절히바랐는데하필이면밤중에신호가왔다.

할수없이남편을대동하고뒷간으로가니옆에묶어놓은커다란개가온동네를깨우며잡아먹을듯이날뛴다.

푸르른보름달밤.

"이놈아,여긴보신탕집이아무데나있던데죽을려고날뚸!"소리를치지만여전히무서웠다.

아침에일어나뒤뜰로나가니,

주인안씨(러시아이름으로는안가이,유씨는유가이,김씨는김가이등으로바꿔부른다)가칠면조한마리를

닭장밖으로끌어내고있었다.잡아서알마티에사는아이들에게보내려는것이다.

어릴적,

방학에내려가면내아버지도기르던닭을직접잡아우리를먹이곤하셨다.

그때닭잡는광경을보았던남동생은성인이될때까지닭고기를먹지못했었다.

안씨는도끼를들고구석으로가서칠면조의목을잘라오더니,뜨거운물을부어털을뽑기시작했다.

안씨의아내소냐는부엌에서돼지고기를갈고있었다.시골집인데도고기가는기계가있었다.

"김치도보내달라했어.돼지고기넣고만두하면맛있어."서툰한국말.

그래도자식끔찍이위하는한국엄마피는속일수없나보다.

김치,장아찌등의밑반찬을주섬주섬싸기시작했다.

집뒤켠으로는제법큰텃밭이있는데,거기다여러가지채소를심는다고했다.

거기서나는배추로김장을해서땅을파고지하저장고에보관한다.오이지와다른장아찌도보인다.

밑으로내려가는사다리도있으니까제법깊고넓다.그뒤로위성안테나가보인다.

우스토베시장에따라갔다.주말장이라고했다.

시장입구에는당나귀가생각에잠겨서있었다.옛날옛적예수님모시고가던생각을하니?

요예쁜돼지새끼좀보세요.

병아리도있고,오리도있네!

어머,토끼도

러시아계처럼생긴할머니할아버지가토끼주인이네요.

시장안에는UCLA로고가박힌티샤쓰,야구모자신발등중국제잡화가잔뜩널려있었다.

커다란단호박이1불,휴지덩이만큼묶은부추가20센트,해바라기씨한바가지에10센트…

메주콩이한부셀(10kg)3.동행한선교사가얼른샀다.

난믹서도없으니콩비지도못해먹고,또,차를얻어타고왔으니욕심낸들뭐하랴.

그래도

시장엘가면흥분이되고즐겁다.언제봤다고,장바닥사람들이모두다정겹다.

뭐라도하나집어들고오고싶었다.

아아,그러나집이너무멀구나…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