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아이들과함께워싱턴에서3주일동안살다가,

드디어알라바마내집으로떠나는날.
토요일이라서괜찮을줄알고은행앞에차를세웠다가주차위반딱지를땠다.
110불.
작은딸은속이상해울려고했다.

아이들콘도에맡겨두었던미니밴은앞의두좌석만남겨두고짐으로꽉채워졌다.
카작에서가져온옷보따리들,한국에서보내온족보와책보따리,아이들이안쓰는그릇,

냉동고에가득찼던음식들,딸룸메이트가두고갔다는샌들과구두(내발에맞아서다가져왔다),

그리고차마버리지못하고실은플라스틱그릇들.

고속도로를달려보면아,미국에왔구나…하는실감이난다.
넓고깨끗하고매끈한도로와주변풍경.
특히아팔레치안산맥을따라남북으로뻗친81번고속도로를나는좋아한다.
산과마을이사이좋게어울려지루하지가않기때문이다.

버지니아주는예산을절감하느라고속도로휴게소를반으로줄였다고하더니,정말많이없어졌다.

그래서우리는열린휴게소마다들러소변을봐놨다.
지레짐작인지,
버거킹과서브웨이샌드위치샵이있는대형주유소도예전처럼붐비지가않았다.
작년11월카작으로떠나기바로전에기름값이$3.79였는데,지금은$2.45다.
그러나0.5리터짜리물한병은1불70센트.

기타모양의음악박물관이었던자리.지금은비어있다.

맥도날드커피가너무맛있었다.

1불10센트짜리더블치즈버거를한개사서남편과반쪽씩나눠먹으며,
"아얼마만이냐,이맛있고싼햄버거!"감탄했다.

샌드위치와고구마찐것을싸가지고왔지만,햄버거를보니8개월동안한번도햄버거를안먹은생각이나서

그냥시켜본것이다.
햄버거를먹으니미국에왔다는느낌이들었다.
우리아이들은"반스앤드노블"책가게에가면정말미국시민이라는것이자랑스럽다고하던데,

나는맥도날드에가서달러메뉴와아메리칸커피를마시면미국에사는것이만족스럽다.

이러니모두살이찌지…

고속도로휴게소

클래식소품과러시아어회화녹음한아이팟을듣고가는데,그러시아어단어들이다기억이났다.

우리가참열심히공부했구나…
10시간이상운전할때는한국목사님들설교테입을주로들었었는데,이번에는미국목사님설교를들었다.

한국목사님설교테입이없었기때문이다.

9시간쯤달려테네시주의녹스빌(Knoxville)에들어서니밤10시.거기서잤다.
다음날은일요일.
인터넷으로한인교회를찾아가예배를드리고,닭곰탕을점심으로대접받았다.
예배도드리고맛있는점심도먹고,하나님감사합니다.

무슨뜻이있으셔서미국의시골구석구석에도한인교회를세우시는지요…

40번고속도로에서24번으로갈아타고,테네시강가의휴게소에서잠깐쉬었다.
옛날에내가좋아했던가수"브랜다리"의포스터가있었다.
"IfYouLoveMe"였던가?
세상이다망한다해도너만나를사랑한다면상관없어,뭐그런가사였던것같다.그다이내믹한목소리를

기억해내며,그때그녀의노래에가슴떨렸던내가,지금나인가?묻는다.
음…그녀도지금은특별전시회감이니나도이젠당연히골동품이된거지.

테네시도휴게소를많이없앴는지,화장실에줄을길게섰다.
휴게소화장실에서줄서는것,처음이다.
주차장도바글거려서우리는트럭세우는곳에주차해야했다.

테네시강.

알라바마에들어서니정말다정한시골풍경이펼쳐졌다.
목장도있고,목화밭도있고,옥수수밭,기찻길도있었다.
테네시강으로흘러들어가는작은개울과저수지들을바라보며,
낚시좋아하시던아버지를한번도못모시고간것이다시금후회가된다.
아버지,딸년들은다그런가요?

"저기다땅을사서농사를지을까,여기다집을사고이사를올까…"
계속두리번거리며길옆의풍경을살핀다.

아,Joe’sPizza가가까워오네.
집에가는길에피자한판픽업해야지.
자동차를뒤져서피자가게전화번호를찾아주문을했다.
"라아지컴비네이션피자와라자니아주세요."

이피자가게는시골길에있는데,
식구들이직접피자를굽고판다.치즈를듬뿍넣어맛있고값도알맞다.
내가아프기전에는30분씩드라이브해서일부러사러왔었는데,
도시락만큼큰뜨끈한라자니아는샐러드와마늘빵두쪽포함해서5불인데,둘이먹어도배부르다.
피자는한쪽이상못먹는데,치즈가많아서내입에는좀짜다.
그래도한판을시키는것은,

나머지는냉동에보관했다가출출한저녁한쪽씩데워맥주와먹기위해서다.

우리식구는도미노나파파존스것보다훨씬좋아한다.

지금은물론예전처럼잘먹지못하지만,

그래도피자와맥주를앞에놓고픗볼을보면미국에사는푸근함이느껴져아주끊어버리기는싫다.

우리동네로들어오자나는갑자기영화속으로들어간것같았다.
한적한길을달리는하얀자동차,길옆으로월마트와크로거가보이고개미새끼하나보이지않는

졸음에빠진듯한동네…곧무슨일이일어날것같은영화속의첫장면처럼.
일요일이라서그런가?
고속도로에는자동차도몇대없었고,새로생긴건물이나가게도눈에안띄었다.
불과3년전만해도자고나면가게들이생겼는데,지금은우리가떠나던일년전과똑같았다.

우리집은잘있었다.
그동안교회의팍장로(미국인으로성이Park이라서한국인에게서전화가자주온다고한다)가

일주일에한번씩둘러보아주고,옆집존아저씨가마당을손질해줘서우리가살때보다더깨끗해보였다.
박장로가에어컨과워터히터,냉장고등을미리켜놓아주었는데,냉장고만돌아가지를않았다.

컴프레셔가나갔다고했다.
전에는10년,20년써도망가질줄모르던미제가전제품이

요즘은새로사서일년있다가도문제가생겨고쳐달라고하루종일전화통에매달려야한다.
이냉장고도회사워런티가남아있던2년째되던해에고장이나서고쳤던것인데,

이번에는아주새로사야할것같다.몇년쓰지않은것인데…

거의일년을여행자처럼살아서그런지,
이구석저구석웅크리고있는낡은살림들이너무많아보여징그럽기까지했다.
이민가방딱4개분량의짐만가지고살수없나…
어휴,저짐을다어떻게처치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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