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우리 아버지

"아버지,제가몇살이게요?"
"네레…아직사십은안됐지?"
60먹은딸이90세아버지침대에벌렁누어어리광을부린다.

아버지는항상그러하셨듯이단정하게의자에앉으셔서공책에뭔가를기입하고계셨고,

80넘은어머니는옆에서조간신문을보고계셨다.

아버지에게치매가오고있었다.

지난3월,
20년가까이데리고있던병원의직원이아버지돈을몽땅가져갔다.
아버지를모시고은행에가서직접서명을받아다찾아갔던것이다.

그토록절약하고알뜰하게살면서평생모은돈억`억을,철썩같이믿었던아들같던K군에게죄다빼앗겼다.

치매때문에.

우리형제들은부모님께너무도죄송했다.
아버지의치매가그정도인것을몰랐다는것과
그런노인네를K군과함께멀리사시게했다는것,
그리고,
아직도"그놈(K군)이누군가의꼬임에빠져서그랬을꺼다."라고안타까워하시면서도,

바로그놈이평생모은돈을다빼앗아갔다는사실은뼈저리게느끼지못하고계신다는점이

너무너무가슴이아프다.

우리아버지는남에겐후하고집안식구들에겐박하셨다.
못사는친척아이들을데려다남자는운전기술을가르쳐독립시키고,여자는간호보조학교에보내간호원을만들고,하다못해식모로온아이도똑똑하면간호보조사를만들어시집까지보내주곤했다.
서울에있는우리집은항상오갈데없는가난한친척들이머무는곳이었다.

그래도어머니께서는항상자랑스럽게,
"우리집에살던사람들은모두잘되어나갔으니까,너희들도잘되어나갈거다."하시며기꺼이방을빌려주시곤했었다.

아버지돈을몽땅가져간K군도그런청년중의하나였다.
어려울때데려다가병원의직원으로데리고있으면서그야말로동고동락하길거의20년.
그는자기가모시던원장님돈을몽땅가로채고,그원장님이타던차까지자기명의로해놓고사라져버렸다.
경찰에서수배가내려지자하루만에돌아와서하는말이,
"원장님이직접사인하셔서다내게넘겨주신겁니다!"

우리자식들은눈멀거니뜨고서도아버지를지켜드리지못했다.
치매가그토록진행된지도모르고있었던것이너무죄송해서눈물이나왔고,
돈을잃은사실조차도자주잊어버리고평안히계시는모습을뵈면가슴이미어진다.
잊어버리시는게나을지도몰라,그렇게자위하지만,
정말,늙는다는것이너무너무무서워진다.

치매노인을사기치는자는,
아동성추행하는자들과다를바없다고생각한다.
연약한사람들을괴롭히는자는중한벌로다스려야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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