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or Hungry Doctor (Ph.D)를 향하여 (3)

사우스데일300번지(1)

"학교하우스가하나비었다더라,곧이사들어가도된데."
남편이가보자고했다.
미국와서처음넉달동안은새로지은깨끗한2베드룸아파트에서살고있었는데,
월세가450불이나해서,돈을아끼려고200불짜리학교하우스를신청해놓고기다리던중이었다.

사우스데일시절의유일한집사진.

학교캠퍼스의제일남쪽에,고양이꼬랑지처럼늘어진막다른길사우스데일.
그길양쪽으로하얀색의판잣집들이스무채쯤나란히늘어서있었고,집앞에는고물자동차들이문패처럼

세워져있었다.
우리가들어갈집은뒤뜰이아주넓었다.도토리나무와검불사이로다람쥐와동네고양이들이들락거리며놀고

있었고,노랑들꽃과하양나비들이열나게연애질을하고있었다.
늙은’워리’한마리만있다면"캔터키옛집"노래가저절로나올판이었다.
흥미가당겼다.
뭐라고할까…
그레고리팩이나온"앵무새죽이기"영화속의그런집에서직접살아보는경험,그것도좋을같았다.

맨처음에살았던쉐도우부룩아파트와빨간차.사고가나서폐차되었다.

하우징오피스에갔다온남편은페인트두깡통을들고왔다.
"집안에칠하는거래.우리가직접칠해야한다는데…"
"우리가?어떻게?"
"아,그냥뭐칠하면되겠지."

교회에가서어떻게"뺑끼칠"을하는거냐고물었더니,홍집사라는분이따라왔다.
보더니,
"아니,이집빈껍데기잖아요?바닥에아무것도안깔려있고,창문에도…
어,샤워꼭지도없구,냉장고가스레인지도없네.
햐~아,전등도다시다달아야겠네,도대체이집렌트가얼마요?"

그제야우리는집안에아무것도없다는것을깨달았다.
그냥껍데기만빌려주는집이었다.

페인트칠도구를사다놓고,홍집사는다음날다시오겠다고하고가버렸다.
페인트2통.
그걸앞에놓고갑자기막막해졌다.
한국에서이사다닐때,
사람부르면도배와장판싹해주고,이삿짐부르면이사다해주고,배고프면짜장면탕수육불러먹고,

남편은이사간새집으로퇴근하면그만이었던시절.
그때,

한번도고맙다는생각을못한것에대해서스스로미안해졌다.

다음날,
홍집사가와서페인트깡통뚜껑따는것부터,페인트부러시쓰는법,칠하는법등을가르쳐주고,

직접거실벽한면을칠하면서시범을보여주고갔다.
남편은그옆에서얼쩡거리는것도힘이들었는지,그가가자마자
"이거꼭칠해야되냐?그냥살면안되는거냐?"물었다.
"기왕에시작했으니칠해봅시다.저롤러부러시로하면쉬울것같은데…빨리벽을칠해야바닥청소도하고

카펫도깔지."

나는창틀과구석구석쌓인먼지를닦아내고,남편은벽에다페인트칠을했다.
"에이,페인트가다떨어져서더못하겠다.대충하긴했는데…더사올까?"
"방도다했어요?"
"더러운곳만했어.와서한번봐,괜찮은지…"

부엌에있다가거실로나가던나는깜짝놀랐다.

거기에는,
파도치는대천해수욕장이펼쳐져있었다.
벽은한군데도매끈한곳이없이모두파도가치거나,아니면눈오는백사장에빗자루질해놓은것처럼

멋있었다.

아이들의생일파티.’주인잘못만난’카펫이깔려있다.

바닥은카펫가게에서싼자투리만사다모아깔았다.모자잌타일처럼.
그런데,
거실에는순모핸드매이드카펫을깔아놓았다.
여자둘이매달려10년걸려야겨우하나짠다는귀하신카펫.
남편이비싼달러를주고아프리카에서사왔던것인데,
한국에서는사이즈가너무커서못쓰다가,미국올때부쳤었다.
이집에도커서삼분의일은벽으로밀어붙여놓아야만했었다.
그걸깔아놓으니정말아늑했다.
비록늙은개가임금님신발을신은꼴이지만…
(이카펫을생각하면지금도가슴이아프다.나중에이사가려고걷어내다보니순모라서인지

장식장밑에깔려있던부분이폭삭썩어서뭉텅잘려나가고말았다.그래서버렸다.흑.)

커튼도한국서쓰던것을가져왔는데,(이런걸다왜가져왔는지지금생각해도이상하다)
커튼레일을달아줄사람이없어압핀으로꾹꾹눌러달아놓았다.
‘부자망해도삼년’이라더니,
중동특수를누린우리살림이미국의판잣집에서빛을발하고있었다.

그런채로그집에서2년반이나살았다.

겨울에는밤과낮의기온차로벽에물이질질흘렀고,

봄에는그습기로인해서곰팡이가끊임없이피어올랐다.

어디에구멍이났는지,생쥐들이자기집처럼드나들었고,

불빛없는찬장안은벌레들의천국이었다.

부엌은마치노점상처럼,

모든그릇과살림들이찬장밖으로나와정신없이널려있었고,

우리가산중고냉장고는위잉~위잉~힘겹게돌아가고있었다.

방이셋이었지만,
나는제일작은남향방에다침대두개를붙여놓고,아이들셋을다함께자게했다.
아이들은침대로꽉찬그방을너무좋아해서

매일밤그침대에뛰어올라베개를던지고뒹굴며낄낄거렸다.

내가옛날이야기나동화책을읽어주는밤이면,
아이들은강아지새끼들처럼내겨드랑이밑으로기어들어와비벼대고,배위에올라타고딩굴거렸는데,

어떤때는너무좋아몸부림을쳐댔다.

"얘들아,이젠니네차례야,노래한가지씩해봐!"
그러면내강아지새끼들은튕겨일어나서로먼저부르겠다고나섰다.
막내놈은"곰세마리",

큰딸은"동구밖과수원길",

둘째딸은요걸할까,조걸할까망설이다아무것도못하고…

행복한판잣집의첫겨울밤들이그렇게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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