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을 들여보내는 사람

대성당안에들어선아이의입이딱벌어졌다.
"우와,멋있어!저스테인드글라스좀봐요.너무멋있어."
"그런데,저그림속의사람들은누구야?"
그림에있는성자들을가리키며작은아이가물었다.
"그것도몰라?햇볕을들여보내는사람이잖아!"

장엄하고경건하고그리고어둠침침한성당.
활자가발명되기전에는대부분의신자가문맹이었다.책이있어도읽지못하는그들을위해교회는성경이야기나기타신앙이야기를벽이나천장,창에그려넣어알려주었다.그중의하나가스테인드글라스.
거기에그려진성인이하는일이란,
빛을들여보내는것.
순수한어린아이의관점에가슴이뭉클한다.

"누구크리스마스연극주인공할사람없어요?80대할머니역할인데…"
"우리엄마가있는데요…한국에…"
일제히나를쳐다본다.
"당신어머니영어할줄알아요?"
"물론못해요,그렇지만주인공이80대할머니,그것도병원에입원한환자가뭐할말이그렇게많겠어요?

그냥입다물고힘없이누어있으면되는것아닌가요?"
나는속으로농담도못하나,젠장…했다.
우리교회는영어로예배드리는미국교회다.

나이가들어가서그런지내눈에는온통노인들만보인다.
우리교회의성가대도평균나이가60쯤되어소리가작다.그래서칸타타를하게되면주일학교교사들을

잠간모셔다가목소리를크게만들어야한다.
얼마전까지만해도성탄절연극의주인공은대개어린아이나청년이었는데,

올해는83세의죽어가는할머니가주인공이다.별명이"thereligiousnutin824(824호병실의예수쟁이)".
이천사같은할머니가괘팍한수간호원을예수믿게하고죽어가는스토리다.

연말이되면뭘도둑맞은것같다.
지난일년동안왠만한젊은이보다더뻘뻘거리며돌아다녔건만,자꾸뭘놓친것같다.
아무것도빼앗긴것없는데상실감만들다니…
내이럴줄알고일찌감치교회의성탄절칸타타와연극에참여했다.앨토.
"필리스,하나님이널사랑하셔."
"그하나님,날위해아무것도해준것없다구요!"
"널위해기도할게."
"그,말도안되는소리그만하세요.이제주무실시간이예요."
그러나,

죽어가는노인이기도해준다는말이그녀의마음속에깊이남는다.수간호원필리스는너무고달픈인생을

살아가고있었기때문이다.

세상에는스테인드글라스에그려질성자와같은사람도있을테고,또그성자를순수하게바라보는어린아이,

죽음을앞두고자기의본향을그리워하는할머니,성탄절에죽어가는환자를돌봐야하는지친간호원등이있을

것이다.
만일이들모두를스테인드글라스에그려넣어대성당의창문에끼워넣는다면…

내비록거기에올려질만한인생은아닐지라도,끼워준다면어쩌면햇빛이나사랑같은것을내몸둥이사이로

통과시켜어두운실내를비췰수있을지도모른다.
빛을들여보내는사람.
햇볕이야공짜이고,사실사랑하는마음도돈드는것아닐진데,

팍팍들여보내고나면연말에느끼는상실감도덜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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