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결혼했냐구?(10)

비빔밥

그는둘째여동생과남동생을,나는막내여동생을데리고만났다.
둘째여동생은약혼식에참석하지않았기때문에처음만나는것이었는데,그해서울의한대학에합격했고,

그래서내가맞춤와이셔츠를하나맞춰주겠다고했던것이다.
명동에서만났다.
검정오바코트에머리를길게하나로따서허리까지늘어뜨리고나타난여동생은,명동거리에서도눈에확뜨였는데,특이한외양뿐만아니라그당당함에서였다.

와이셔츠가게에들렀다가,점심을먹으러신세계백화점의전주비빔밥집에갔다.
그쪽은3명,우리는2명.
"오빠,난별로배가고프지않은데여~"
"형,나도…"
할수없이우리도,
"….우리도별로…"

그가비빔밥세그릇을시켰다.
일하는아주머니가틱틱거리며갖다줬는데,그걸보니고등수학문제를받아놓은것같았다.
비빔밥세그릇을다섯명이나눠먹는다?어려웠다.
결국,
그쪽셋이서두그릇을비벼나누고,
우리둘이서한그릇을먹었다.

집으로올라가는골목길에서나는동생에게,
"미안해.모처럼언니따라나왔는데…"
목이메었다.
"얘,그만둘까보다.비빔밥한그릇도제대로못사주는남자랑살생각을하니까마득해…"
중학생인여동생에게할말은아니었지만,초장부터형부감이너무쫀쫀한것같아속이상했던것이다.
"언니,괜찮아.김무생이도5년쯤지나면다른아저씨들처럼돈잘벌테고,그땐스테이크도사주고맛있는거

많이사줄거아냐?기다릴게."
동생의당돌한(?)대답에깜짝놀랐고,한편으로는부끄러웠다.
그래도…멋진형부를보여주고싶단다…

그비빔밥의엉킨나물들처럼밤새도록마음이복잡했다.
"생긴그대로를받아들일것인가?아니면이상형을찾아다시나설것인가?"
동생말처럼,5년의세월을기다리는것은전혀문제가아니었다.그리고,

비빔밥을반그릇만먹는것도문제가아니었다.
다만,
결혼을앞두고다섯명의낮선사람들을모아놓고,

비빔밥세그릇을내어놓으며어떻게나눌래?질문을던지는남자는싫었다.
그어려운수수께끼를풀어가면서까지꼭맺어지고싶을정도로좋아하는사이도아니었다.

비빔밥속의고사리나물한가락이혓바닥이쪽과목구멍에저쪽에걸려있는것처럼
계속속이거북했다.
파혼을할까보다…

***토달기
지금까지도,남편은그때왜세그릇만시켰는지말안한다.
그냥나혼자’돈이없어서그랬겠지…’짐작할뿐이다.

약혼과결혼사이,

그는항상나를분식집에서만나자고했다.
그때,퇴계로무역빌딩아래빙그레퍼모스트분식집이있었는데거기로나오라고해서는,
"가락국수?아니면아이스크림?"묻고는,
내가둘다안먹고싶다고하면,가락국수한그릇시켜자기가후딱먹고나서,
"여기서한시간만기다려줘요.이위에자격증따는학원이있거든요.거기갔다올테니잠깐만…"하고

황급히사라지곤했다.
나는당연히안기다렸다.그리고번번히다짐하기를,"이젠정말끝이다!"
참,

막내동생의’5년뒤스테이크’예언은안맞았다.

(사진은위키피디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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