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1Q81 (3)

우리를반기는것들

노린내가훅훅밀려오는두바이공항에서우리는스폰서를기다리고있었다.
동경에서장기체류비자를받아야했는데,못받아단기비자로입국하게된것이다.

생전처음맡아보는노린내…목동의냄새인가,양의냄새인가?
아무튼그냄새는3년뒤출국할때도똑같이났었다.

"얘,전부다오마샤리프다!"
우리를방문하셨던어머니의표현대로,공항에는영화"닥터지바고"에나왔던이집트배우오마샤리프처럼

잘생긴아랍남자들이새하얀아랍도포자락을날리며유유히지나가고있었다.
드디어아랍에왔구나…헬로,오마샤리프!

아파트를얻을동안,같은회사직원집에묶었다.
신혼부부였는데,새색시가살림을야무지게잘하고있었다.
숙주나물,두부,김치,그리고불고기와밥도먹었다.김치도,두부도,숙주나물도모두깡통제품이었는데,

한국건설회사에납품하는것이라고했다.

그때까지한번도깡통두부나깡통김치를먹어보지못한나는신기하기도하고,한편으론한국인의고집센

입맛에감탄이절로나오기도했다.그깡통식품회사는지금미국의한인밥상에오르는유명상표가되어있다.

주인인새댁은목욕탕사용법을일러주며,
"저번에한국사람들이힐튼호텔에들었는데,샤워커튼을욕조밖으로꺼내놓고목욕을해서호텔욕실을

물바다로만들었대요.망신이지뭐예요.아직도그런것도모르는사람이다있어요."
나는정신이버쩍났다.나도몰랐지…
샤워커튼은그저장식품아니면욕조의수증기를저장하는용도로만생각했지바깥으로물튀는것을방지하는

것이라는건생각도못했었다.
아이들셋과다시목욕을해야하는데,어쩔까나…배수구도없는신식목욕탕에서…

욕조에는물만받아놓고주로욕조밖에서샤워를하거나바가지로물을퍼서좍좍끼얹던우리집목욕탕이

그리워졌다.

방안에메트리스와이불을꽉차게깔아놓고,온식구가끼어누우니집떠난것같지않게포근함이밀려오고,

아이들은이리저리딩굴거리며좋아했다.동경의긴자다이이찌호텔보다좋았다.

사막의첫날밤은그렇게잠이들었다.

밖에서아주요란한소음이들려잠이깼다.
한밤중같은데,불이번쩍번쩍하고있었다.빗소리인지뭔지후두둑거리는소리가요란해지자

방문밖에서주인부부가웅성거리는소리가들렸다.
이사막에왠비가오나?
"놀라셨지요?밖에우박이떨어지고있어요."
"비도아니고우박이요?"
사막에와서세상의종말을맞는가싶었다.

아침에나가보니,
우리전임자가타던자동차’닷지볼레로’가곰보처럼패여있었다.
우박덩어리는이미다녹아없어졌는데,언제주어놨는지집주인이냉동고에서그우박덩어리를꺼내보여주었다.
밤새,

두바이는우리를그렇게요란하게반겼다.

그곰보가된차는그냥3년동안타고다녔다.거기를떠날때까지.

(사진은위키피디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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