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줘!

자기동생이서예대상을받았다고남편이좋아한다.
좋아하는남편이밉고,속이상했다.
"흥,팔자도좋네…"
처녀적에는오빠의아내에게섬김을받더니,시집가서는남편의외조를극진히받는구나…


왕희지글씨,위키디피아에서

그리고는갑자기흥분하기시작했다.
새댁시절,
야학에서불우학생을가르치고통행금지시간이다되어돌아오는그녀밥상을차려주고늦은설거지를끝내고
잠자리에들면,아,나는뭔가?하던한탄,
마누라가정신일도(精神一到)붓글씨쓰는것을옆에서대견한듯격려하고바라보는그녀의남편,
한편으로는,"내남편은도대체나를위해무엇을해주었나?"하는생각…
억울해서흥분이안될수가없었다.

부당한일을당했던장소나환경을오랜세월이지난후마주치게되면,어떤사람들은몸이쑤시고아프다고한다.실제로극심한두통이나통증이생긴다고하는데,나는그정도는아니지만온몸에힘이빠지고팔이저렸다.
"이제자기들은취미생활,여가를즐기며잘살고있구나…"
고생하던나를돌이켜보며,연민에눈물까지글썽였다.

스물여섯에나는한번도겪어보지못한시골사람들과가족이되었다.
"시골"이라는단어가풍기는순박한이미지대로내가성심껏잘하면만사가잘굴러갈줄알았다.
그런데,
그시골사람들이뜻밖에도합세하여나를구박하기시작했다.자기들이남자쪽가족이라는이유하나만으로.
그때그들이행여,
"안해보던일을하니힘들지요?"라고위로의말을한마디만했더라면,나는너무감격해서분골쇄신,
그야말로몸둥이가흔적도안남도록봉사와충성을다바쳤을지도모른다.
그러나그런위로의말같은것은한번도못들어보았기에,35년이지난지금까지나는분노하고있다.

지난며칠동안한여자가벌린총격사건을보며,
분노가얼마나끔찍한것인지,분노를어떻게다스릴수있는지,생각을많이해보았다.
그런데엉뚱하게도오늘저녁,내가옛날고릿적에당했던일에대한분노를다스리지못한다는것을깨닫고
깜짝놀란다.그래서,
"한알의밀이떨어져죽지아니하면한알그대로있고,죽어(썩어지면)많은열매를맺느니라"하신
예수님말씀을황급히기억하며,그래,죽자,죽어.썩어지자,썩어져…한다.
그러면서도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남편이예수님흉내를내서그렇게말해준다면참고마울것같다.그거,분노를가라앉히는묘약이
될것같기때문이다.
"마누라,예수님이그러셨잖아,한알의밀알이썪어져야많은열매를맺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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